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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84화 (184/236)

184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비록 12신 안에 들진 못했지만 의술이라는 분야에 한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고평가를 받았던 신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추방당했다.

올림푸스에 보고하지 않고, 지상계에서 극악무도한 실험을 해온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사형에 처해지진 않았지만, 올림푸스에선 영구히 추방된 것이다.

행여나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독수리형에 처해질 거라는 제우스의 강력한 경고와 함께. 당시 헤르메스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처벌받는 자리에 있었고, 때문에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다시 돌아온 거지?’

헤르메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자비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에 다시 돌아온 그를.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를.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어떠한 목적으로 찾아왔든 그는 올림푸스의 적이며 파수꾼인 자신은 그를 처치해야 한다는 것. 헤르메스는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지팡이에 차원이동진이 그려지더니, 거대한 용이 튀어나와 단숨에 아스클레피오스를 집어삼켰다. 명계에 존재하는 괴물 중 수위권에 드는 괴물, 삼두룡 케르비온이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도 그의 공격에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비록 추방당하긴 했지만 한때 올림푸스의 신이었던 존재. 케르비온의 공격으로 맥없이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성을 사용해, 케르비온의 머리를 박살 낸 아스클레피오스가 중얼거린다.

“여전하군.”

“너야말로 여전한데? 케르비온의 공격을 튕겨낼 줄이야. 그런데 어째서 돌아온 거야.”

“오만한 올림푸스를 무너트리기 위해.”

헤르메스는 대번에 그를 비웃었다. 올림푸스를 무너트린다고? 그가 제우스와 같은 최상위 신이라면 모를까, 그는 고작 의술의 신에 불과했다. 그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헤르메스, 지금이라도 올림푸스를 떠나라. 난 네게 원한은 없다. 넌 그저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으니까.”

“웃기는 소리.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아스클레피오스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죽어라.”

“나를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지? 독이라도 사용할 건가?”

그의 물음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12신에게 독은 통하지 않는다. 설령 히드라의 극독이라 하더라도, 신을 죽일 수 없다.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법칙이었다.

“너를 죽이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뭐라고?”

다음 순간, 그는 깨달았다. 우주선 안에 있는 존재가 한 명 더 있다는 걸 말이다. 그의 몸놀림이 순간적으로 빨라진다. 그가 신고 있는 ‘날개 달린 샌들’은 원본이다.

레플리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원본. 평범한 인간이라도 날개 달린 샌들을 신으면,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하물며 그걸 신은 건 헤르메스.

우주선 안을 들여다본 그는 멈춰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금발에 적안. 아스클레피오스의 말처럼 그의 내부에선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는 그가 ‘신’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저렇게 멈춰 있는 이상 그는 그에게 있어 손쉬운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남자에게 접근해 천천히 지팡이를 찔러넣었다.

‘천천히’라고 표현했지만 이 모든 것은 0.0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침내 지팡이는 남자의 몸을 꿰뚫었다. 인도자의 지팡이가 빛을 발한다.

그가 소환한 건, 다름 아닌 ‘죽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명계 곳곳에 퍼져 있는 죽음의 기운.

“이름 모를 신이여, 죽어라.”

검은색 기운이 순식간에 그의 몸을 잠식한다. 죽음의 기운이 온몸에 퍼진 이상, 그는 필연적인 노화와 함께 죽을 것이었다. 여태 그가 죽여 왔던 존재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곧 이상한 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오히려 ‘무언가’에 의해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그가 황급히 지팡이를 뺐지만, 오히려 무언가는 지팡이를 타고 그의 몸으로 올라왔다.

무언가가 그의 몸에 퍼지기 시작한다.

“뭐, 뭐야?”

그는 놀라면서,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그는 순식간에 그들과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몸 안에 퍼진 무언가를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독인가? 빨리 의술의 신을 찾아가야 돼.”

여기서 말하는 의술의 신은 아스클레피오스를 말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의술의 신으로 임명된 신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도자의 지팡이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천상계, 올림푸스로.

아스클레피오스는 그 모습을 감격에 잠긴 표정으로 바라본다. 재앙의 씨앗은 헤르메스를 통해 올림푸스 전체에 퍼질 것이다. 그 오만한 신들이 감염되는 순간, 그의 복수는 끝난다.

“감사합니다, 나의 신이시여.”

하지만 발라르는 그에게 별 관심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보다 재밌는 일이 있습니까?”

“……”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아스클레피오스 역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은 고작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네 번 연이어 떨어졌다.

반경 수백 킬로미터를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릴 때까지. 아스클레피오스는 그 엄청난 위력에 전율했다. 만약 발라르가 보호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을 것이다.

그는 내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 하더라도, 제우스를 죽일 수 있을지를 말이다. 그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라르가 고개를 들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마치 대낮처럼 밝게 만드는, 온몸에 전기를 두른 거인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 그들에게 벼락을 날린 최고의 신, 제우스였다.

그제야, 발라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나는 지금껏 변이체 바이러스를 바이러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바이러스를 받아들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바이러스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아니, 바이러스라기보단 마치…

곰곰이 생각했지만 빗댈 말을 찾지 못한 나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대체 이 바이러스는 정체가 뭐지? 아니, 바이러스가 맞긴 한 건가?”

혼잣말이 아닌, 시스템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

[‘신의 선물’에 대해 플레이어, 이진서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있습니다.]

“신의 선물?”

나는 되물으면서도, 어울리는 네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바이러스를 체내에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나는 차원을 뛰어넘은 ‘무언가’로 진화할 수 있었다.

힘을 원하는 자들에게, 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아닌 선물일 것이다.

[해당 바이러스를 칭하는 명칭입니다.]

“그래도, 무언가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현재 시스템은 내게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말해 줄 유일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발라르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컴퍼니의 내부 규정상 불가능하지만, 본 오퍼레이터의 재량으로 제가 알고 있는 만큼 대답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신의 선물은…]

“……”

나는 묵묵히 대답을 기다렸다. 대략 30초 정도 있으니, 메시지가 올라왔다.

[유해입니다.]

“유해?”

[아득히 먼 옛날, 이 우주에 ‘신’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존재들처럼 허울만 좋은 신이 아닌, 우주를 파괴하고 창조할 수 있는 진짜 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째서 목숨을 잃은 건데?”

시스템의 말처럼, 우주를 파괴하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면, 어째서 목숨을 잃었단 말인가? 대체 그를 누가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아니, 컴퍼니에선 이미 해답을 찾아냈지만 본 오퍼레이터가 정보를 열람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신의 사체를 발견한 컴퍼니에선 즉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눈부신 성과를 얻게 됩니다.]

“성과?”

[우주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빛나는 통찰의 눈을, 그리고 그때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물질보다 단단한 신의 육체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어떤 신비보다 놀라운 신비를 담고 있던 신의 유해를.]

“그… 통찰의 눈이라는 게 혹시나 통찰안을 말하는 거야?”

[예, 맞습니다.]

설마 통찰안에 그런 진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통찰안이라는 건 여러 개 존재하잖아?”

우주 상인, 트레이의 말대로 우주에서 통찰안은 귀하긴 해도, 제법 흔하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프트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신을 우리의 재량대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그는 우주를 파괴하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그의 눈은… 수천, 수만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우주 전역으로 흩어졌습니다.]

“판매하려고?”

[아닙니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당시 컴퍼니 내부에선 눈을 회수하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당시 컴퍼니의 회장은 기프트를 회수하기 위해 오히려 기프트를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통찰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이 그렇게 됐다면, 육체와 유해는?”

[육체는 컴퍼니에 회수됐고, 보관 중입니다. 그리고 유해는… 역시 회수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썩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해에선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고, 얼마 가지 않아 보관하고 있던 행성의 생명체들은 모조리 끔찍하게 변이됐습니다.]

나는 그 썩은 유해가 신의 선물- 변이체 바이러스의 모태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발라르는 컴퍼니에서 이 세계- 테라에 바이러스를 뿌렸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인가?”

[컴퍼니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제법 많았지만, 당시 컴퍼니의 회장이 밀어붙였습니다. 분명 그 대상으로 선정된 행성엔 신의 선물이 뿌려졌고, 우리는 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발라르는 우리 우주의 존재가 아닌, 평행 우주의 존재입니다. 아무리 컴퍼니가 대단하다지만, 우리 우주 너머까지 영향력이 닿진 않습니다. 즉, 컴퍼니에서 바이러스를 뿌렸다는 그의 추측은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행성에 바이러스를 뿌린 건…”

[그건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그가 보유한 바이러스는 우리의 것보다 원시의 것이니까요. 어쩌면 다른 ‘신’의 소행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우연의 산물인지도 모릅니다.]

“현재, 발라르는 너희를 노린다던데.”

의아해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우리를 노리는 것이 아닌, 신의 육체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신의 눈과 신의 유해를 가진 그는 신의 육체를 가진다면, 완벽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는 걸 느꼈다. 시스템의 설명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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