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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77화 (177/236)

177화

좀비가 된 그룹원들을 묶어놓은 나는 그들에게 시간 회귀의 물약을 먹였다. 그들은 이빨을 딱딱거리면서 저항했지만 강제로 입 안에 쑤셔 넣었고,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인간으로 되돌아온 그룹원은 이선화라는 이름의 여자 그룹원이었다. 내 기억으론 아마 버프조였을 것이다. 진혜연과 같이 있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

나를 보자 탄성을 흘리는 그녀에게 회복제를 건네며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이제야 돌아오신 거예요.”

다소 나를 원망하는 듯한 말투에 나는 그녀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비록 급한 일이 생겼다곤 하지만 이들을 지켜주겠다고 말해놓고, 내가 이들을 떠나있던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쉘터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선화는 회복제를 들이키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더께서 떠나신 지 한 달쯤이었을 거예요. 낙원에서 우리를 공격했어요.”

“잠깐, 한 달 말입니까?”

“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낙원이 우리를 공격했다는 말 때문이 아닌, 그 전의 말- ‘떠나신 지 한 달쯤이었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 말인즉, 내가 이들을 떠난 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고작 세 시간 정도 떠나있었을 뿐이다. 혹시나 하고, 통찰안으로 그녀의 말의 진위를 판별했지만 진실이었다. 하기야, 그녀가 내게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다.

당장 떠오르는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그녀가 무언가 착각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거나.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가능성이 더 높지.’

세 시간 만에 쉘터 안에 있던 이들이 이렇게 됐다는 것은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었다.

그동안 내가 겪어왔던 동화 세계와 현실의 시간 비율은 1대1이었다. 동화 세계 속에서 시간이 흘러간 만큼, 현실에서도 동일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 역(易)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세계의 시간 비율은 다르다면? 내가 떠나있던 세 시간이, 이 세계에선 얼마나 되는 걸까?

잠시 생각하는 사이, 하나둘씩 그룹원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부분 이선화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도 회복제를 건넸다.

“리더…”

“대체 어디를 가셨던 겁니까?”

“아무래도, 시간 비율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고작 세 시간밖에 떠나있지 않았으니까요. 여하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습니다.”

“예.”

“이선화 씨에게 낙원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낙원의 공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면… 어쩌다가 좀비가 된 겁니까?”

“자세한 사정을 알진 못하지만… 그들은 전쟁에서 밀리자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하늘에서 약병을 무수히 떨어트렸고, 하루아침에 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좀비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짓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데려온 그룹원들은 수천 명이다. 거기에, 우리가 거둬들인 이 테라의 거주민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그 배를 훌쩍 넘길 것이다.

그런 수천 명의 좀비를 만들어서, 낙원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그건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간부님들이라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강순철 씨나, 한승주 씨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니면 서문주 씨는?”

“죄송합니다, 리더. 저는 바로 감염돼서 이후의 일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부 다 좀비가 된 건 아닐 겁니다. 건물 내부에 있었다면 바로 감염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이학규라는 남자는 잘 알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일단 더 조사해본 후에, 결정할 겁니다.”

나를 향해 무언가 열망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낙원에 복수를 할지 말지를 말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인과관계를 더 조사해본 후, 만약 낙원인들 전부가 이 정신 나간 짓거리에 동참을 했다 한다면 낙원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 동화 세계의 클리어 조건은 낙원의 생존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단은…”

나는 그들에게 백만 기프트씩을 지급했다. 일반 그룹원인 그들은 좀비와의 전투에서 상처 하나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그들을 강화시킬 생각이었다.

그들은 내게 감사해하며, 내 의도대로 기프트로 육체를 강화하고,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보죠.”

곧 우리는 좀비 무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통찰안으로 판별한 결과 이번에 만난 좀비들은, 그룹원들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가 구조한 거주민들일 수는 있겠지만…

시간 회귀의 물약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까지 인간으로 되돌리기에는, 지나친 사치였다. 엘론을 꺼낸 나는 가볍게 휘둘렀다. 일순간 비대해진 검이 그들을 쓸어버린다.

남은 좀비들은 그룹원들이 처리를 했다. ‘쉘터’로 향하며 우리는 좀비 무리들을 더 마주칠 수 있었고, 그중 마주친 그룹원들을 인간으로 되돌렸다.

그중엔 처음 만난 그룹원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로부터 이후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강순철 씨는 저항군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저항군으로 활동하다가, 낙원 놈들에게 걸려서 크흑…”

그렇게 말하는 70대 그룹원, 최명용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낙원이 강합니까?”

“낙원 놈들이야 바깥에서 바이러스만 뿌리면 끝나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불리한 싸움입니다. 게다가… 그룹원들이 좀비가 돼버렸으니까요.”

“저항군이라…”

얼핏 생각하기에도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룹원들 태반이 좀비로 변해버렸고, 그 좀비들은 피아식별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을 만나볼 필요성을 느꼈다.

강순철이라면 이들보다도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 지금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지금 그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궁창 연합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예전엔 지하도를 거점으로 삼았는데… 낙원 놈들이 끈질기게 지하까지 침투했으니까요.”

“저희는 그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강순철을 찾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강순철을 찾거나, 연락할 방법은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몇 가지는 넘었으니 말이다.

“리더께서는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굳이 통찰안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최명용의 물음에 나는 먼젓번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일단은 그룹원들을 전부 찾는 걸로 하죠. 복수는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

이 화성이라는 행성에서 예런 일리아티는 절대자였다. 지구에서 오는 물자를 손에 쥐고 흔드는 그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만큼 담 큰 이는 없었다.

물론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지구에서 플레이어들이 건너오는 순간, 그 권위라는 것은 땅에 떨어질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굳이 올 것 없이 지구에서 화성에 대한 지원을 끊기만 해도

때문에 그는 독자적으로 방법을 모색했다. 가령, 외부의 힘을 빌린다든가…

그가 실마리를 잡은 것은 우연찮게 화성에 불시착한 우주 상인을 만나면서부터다.

“정기적으로 거래를 맺고 싶소.”

그의 말에 트레이라는 우주 상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자네 행성엔 그럴 만한 값어치가 없네. 이 행성에서 생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어떤 물품이 있어야 거래를 할 수 있소?”

“글쎄… 딱히 품목을 가리진 않지만, 그래도 값어치를 가지는 물건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날 때마다 종종 이곳을 찾아오시오. 당신에게 보여주겠소. 현명한 화성의 군주, 나 예런 일리아티가 이곳 화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말이오.”

“기대하지.”

그렇게 말하는 트레이는 별로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예런 일리아티는 이대로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어쩌면 그에게 남은 ‘유일한’ 활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제이드를 통해 작물의 종자를 얻었다. 작물을 재배할 생각이었다. 품질 좋은 작물 역시 거래 품목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화성은 척박했다.

그를 따라온 5,000명의 미국인- 화성인들을 시키는 방법으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애석하게도 그들은 혹사 수준에 가까운 노동을 해야만 했다.

물론 그들이 혹사당하건 말건, 그의 고려대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언젠가 우주로 진출하는 거다.’

예런 일리아티는 또다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화성은 이제, 그의 위대한 업적의 교두보일 뿐이다. 우주로 나아간다. 강대한 우주의 지배자들과 경쟁해, 언젠가는 그 역시 위대한 지배자가 되리라.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더 이상 지구인들은 그를 위협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봤다. 화성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를 위해서, 그의 제국을 위해서. 예런 일리아티는 감상에 잠긴 채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를 위해 희생해라, 농노들이여.”

그때였다. 마치 그의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 물체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주선’이었다. 당황한 그는 황급히 바깥으로 나갔다.

‘설마 또 우주 상인인가?’

기대감을 품은 채로. 그러나 그가 바깥으로 나갔을 때 보게 된 것은 화성인을 잔혹하게 씹고 있는 리저드맨이었다. 화성인들이 기겁하며 달아났지만 리저드맨은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마치 그들을 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예런 일리아티는 무기를 들었다. 곧 그를 발견한 리저드맨이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무기를 떨어트렸다.

대신 입을 열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스킬을 습득한 그는 어떤 언어로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설령 그것이 외계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내 말을 알아듣는다면 멈춰라. 우리는 좋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의 말을 들은 리저드맨이 멈춰 섰다. 예런 일리아티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최소한 의사소통은 통하는 상대라는 것에 말이다.

의사소통이 통한다는 건, 말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나는 위대한 우주 해적, 베스타스 제독님의 제17 함장, 그린돈이다. 내게 건넬 제안이 뭐지?”

그는 발라르와의 전투에서 패배하자 도망쳤고, 연료 부족으로 이곳 화성에 불시착하게 됐던 것이다. 물론 예런 일리아티는 그러한 사실은 알지 못했지만…

“그린돈, 너는 원하는 게 뭐지? 우리의 목숨인가?”

“고작 하찮은 인간의 목숨 따위에 욕심을 낼 이유는 없겠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말이야.”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예런 일리아티가 입을 열었다.

“화성의 군주로서, 원하는 대가는 무엇이든 지불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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