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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72화 (172/236)

172화

원초적인 고대 문명에서 발달한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남의 것을 빼앗는- 약탈이라는 행위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비단 지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범위를 우주 전역으로 넓히면 약탈자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약탈자들이 모여 만든 세력 역시 여럿 존재한다. ‘우주 해적 연합’은 바로 그런 세력 중 하나다.

그들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주 전함을 타고 우주를 순항하며 기프트를 약탈하는 약탈자들. 심지어 ‘행성의 신’마저 약탈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악랄하고, 강대한 세력이다.

물론 모든 우주 해적이 그런 건 아니다. 대부분은 행성의 거주민들을 약탈하는 데 그치고, 심지어 소형 우주선을 우주 전함이라고 우겨대는 우주 해적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X-347을 침공한 우주 해적들은 그런 뜨내기들이 아닌, 경험 많은 ‘진짜’ 우주 해적들이었다.

함장, 요셰프.

E-875, 혹독한 얼음별에서 태어난 라신족인 그는 행성을 침공한 우주 해적에 의해 납치돼 노예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전 우주에서도 수위권에 드는 무력을 가진 라신족답게 그는 금세 실력을 인정받았고, 불과 수십 년 만에 함장의 지위까지 오르게 됐다.

그가 탑승한 기간틴급 전함 베스타로스호는 소형 우주 전함 중에서는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전함이었다. 내구도 하나만큼은 중형 우주 전함에 맞먹을 정도니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그는 베스타로스호에 탑승해 수많은 행성을 약탈하고 다녔다. 그런 그가 X-347을 찾아낸 건 우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X-347은 무인 행성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탐색을 펼치다 생명체의 반응을 포착하자 수상하게 여긴 그는 X-347을 탐사했고, 곧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이 잠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공한 것이다.

X-347의 생명체들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컴퍼니’와의 계약 흔적이 있다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그들에게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생명체 반응은 존재하지 않았다.

플라즈마 광선은 지상을 파괴한다. 자연환경은 파괴되겠지만 어차피 그들의 알 바는 아니었다. 에너지원만 획득한다면 이딴 행성 따위 어떻게 되든 별 상관없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원이라면… 암시장에만 판매해도 중형 우주 전함 정도는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전함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형 우주 전함의 경우는 어지간한 행성의 가격을 호가할 정도다. 물론 그 과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그 정도의 이익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요셰프의 이야기를 들은 선원들의 눈에 탐욕이 만약 저 에너지원을 훔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생각을 짐작한 그가 피식 웃었다.

“네놈들이 욕심낼 게 아니다. 저건 평범한 에너지원이 아니니까. 멋모르고 덤벼들었다간 그대로 집어 삼켜질 것이다.”

에너지원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요셰프는 에너지원의 정체를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에너지원. 이전에도 비슷한 존재를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느껴지는 에너지는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지만 말이다.

“저희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대장.”

“경축드립니다, 대장.”

그의 말에 선원들이 황급히 손을 저으며, 그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요세프는 미래를 그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 강력한 생체 반응 감지.

“??”

AI의 경고에 모니터를 확인하기도 전에 우주 전함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모두 나자빠졌지만 라신족답게 그는 흔들리는 전함 안에서도 균형을 유지했다.

곧 그는 볼 수 있었다. 강력한 생체 반응의 정체를. 인간족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인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그가 어떠한 상황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우주 전함이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소형 우주 전함이라곤 하지만 그 크기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고 무게는 수백만 톤에 달한다. 그러나 남자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떨어트린 것이다.

‘신이군.’

그는 저 남자의 정체가 틀림없이 행성의 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방금 그가 보여준 힘은 행성의 신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강력한 힘이었으니 말이다.

‘골치 아프게 됐군,’

행성의 신을 상대할 수 있는 우주 해적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애석하게도 요셰프는 그 범주에 들어가진 못했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모르겠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온 것도 아니다.

‘탐스러운 먹잇감이긴 하지만, 일단은 내 생명을 부지하는 게 먼저겠지.’

생각을 마친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연결해.”

- 누구에게 연결할까요?

“베스타스 제독님께, 지금 내 위치하고 발견한 정보들 전부 넘겨. 그리고 구조 요청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 확인했습니다.

제독. 우주 해적 가운데서 단 다섯 명만 수여받은 칭호. 그들은 적게는 우주 전함 수십 척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척을 이끌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신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

우주 해적에 있어서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제독을 만나는 건 물론, 연락하고 부르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베스타스 제독과 친분이 있었다.

E-875 행성을 습격해 신을 죽이고, 그를 노예로 삼은 우주 해적이 바로 베스타스 제독이기 때문이다. 악연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지만, 지금은 농담 따먹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여담이지만 그가 탑승한 베스타로스호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그답게 베스타스 제독이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이득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한 에너지원이라면 그 욕심 많은 베스타스 제독을 움직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만큼 눈앞의 에너지원은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곧 AI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베스타스 제독에게 곧바로 연락이 걸려왔다.

그는 연락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연락은 곧 끊어지고 말았다. 하늘을 뒤덮은 무수한 그림자들에 그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다. 헤아릴 수 없는 운석들이 그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그야말로 욕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운석 비는 그대로 그가 탑승하고 있는 베스타로스 전함을 직격했다.

***

베스타스 제독은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러나 요셰프와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일부러 그의 연락을 피할 리는 없으니, 그의 신변에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연락을 받지 않는군.”

그를 보좌하는 제1 함장, 시나트리온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행성의 신에게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만약 그렇다면 그것도 녀석의 운명이겠지.”

베스타스 제독은 쩝쩝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할까요? 제독, 명령을.”

“조금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그만 하면 상당한 에너지원이다. 출항 준비를 하라 전해라.”

“예, 출항 준비를 하겠습니다.”

시나트리온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함들이 하나둘씩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휘하 아래 있는 수백 척의 전함이 X-347 행성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내가 사용한 미티어 스웜을 통해 전함은 산산조각 났다. 전함 안의 생명체들 역시 대부분 전멸했다. 여기서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아직 살아있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쾅!

불타는 전함의 벽을 뚫고 사내가 걸어 나온다. 사내의 온몸엔 마치 용의 그것처럼 몸 주변에 비늘이 솟아있었다. 통찰안을 사용한 나는, 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셰프]

- 능력치

[근력 260.000] [민첩 277.500]

[체력 257.500] [지력 260.000]

[마력 239.000] [행운 245.000]

- 보유 스킬

<라신족의 긍지(L)>

<천상의 육체(L)>

<트로비의 무투(L)>

<스페셜리스트(L)>

- 보유 기프트 : 1,564,162

스킬과 보유한 기프트가 있는 걸 보면 그 역시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능력치는 상당히 뛰어났다. 저 정도면 충분히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능력치만 놓고 봤을 때다. 저 사내- 요셰프가 가진 스킬은 고작 네 개가 전부고, 전부 다 전설 등급에 불과했다.

전설 등급 스킬도 쓸 만하지만, 내가 가진 초월 등급이나 신화 등급 스킬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그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내게 도달한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손은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뾰족하게 손톱이 자라나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내게 그의 주먹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순수한’ 신체 능력치로만 따져도 나는 그를 훨씬 웃돈다. 통찰안의 2단계 시련을 통과하면서 전반적인 능력치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력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마력을 가볍게 주먹에 실은 나는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그가 뒤로 날아간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그의 앞에 도약한 후 무방비가 된 그를 향해 이번엔 수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지면에 크레이터가 패며 그의 얼굴이 엉망이 돼버린다.

한 번, 두 번…

그의 얼굴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지고 말았다. 기절했는지 더 이상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타나토스의 쇠사슬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그의 몸에 쇠사슬이 칭칭 감긴다.

‘약한데.’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내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번쩍 뜬 그가 나를 향해 입을 벌렸다.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극한의 한기가 나를 향해 뻗어진다.

내 몸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이내 나는 완전히 얼음 속에 갇히고 말았다.

‘쇠사슬에 묶였는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타나토스의 쇠사슬에 묶인 상대는 모든 능력치가 99% 감소한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저런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쇠사슬의 효과가 없었다’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스킬 때문인가?’

스킬의 종류는 많다. 저런 스킬이 있다 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 사이, 쇠사슬을 풀어헤친 그가 고함을 질렀다. 마치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을 드러내는 것처럼.

‘뭐, 여기까지 할까.’

나를 가둔 얼음을 향해 살짝 손을 뻗는다. 와장창. 얼음이 깨져나간다. 당황한 그의 얼굴이 선명하다. 얼굴이 멀쩡해진 걸 보면 회복력 역시 상당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회복력이 강한 상대를 상대하는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회복하지 못할 때까지 패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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