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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58화 (158/236)

158화

잠시 노틸러스 1호에 레비아탄을 매달아 지상으로 운반한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차라리 여기에 수조를 만들면 어떨까?

물론 평범한 물고기가 아니라 지금껏 봤던 생명체 중 가장 거대한- 고대의 거인들보다도 수십 배는 거대했다- 레비아탄을 가둬야 하는 만큼, 평범한 수조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지상이 아닌 심해에 설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보통 손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녀석을 운반할 방법이 없는 지금은 그나마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해 연구 기지도 세워야 한다고 했으니···’

녀석의 수조를 만들 겸, 함께 세우면 되리라.

생각을 마친 나는 노틸러스 1호에 탑승한 후, 레비아탄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녀석의 몸을 고정할 바리케이드를 촘촘히 세웠다. 자금의 압박 상, 3급 바리케이드로 하려 했으나···

녀석의 몸에 스친 3급 바리케이드가 그대로 박살 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고 2급 바리케이드로 도배했다. 물론 내 기프트 주고 바꾼 것이 아니라, 상점에서 대출받아서 바꾼 것이다.

[보유 기프트 : -3,597,564,665]

레비아탄의 새끼들을 처치하며, 꽤 많은 기프트를 모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시계를 사용해 스킬을 초기화하며 많은 양의 기프트를 소비했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과연 100억을 모을 수 있을까?’

플레이어 시스템과 ‘직접 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100억 기프트를 과연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현재 약 –36억 정도니까 실질적으로는 136억을 더 모아야 하는 것이다.

변이체 사냥에 제동이 걸린 지금, 오래 걸릴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상관없었다. 채굴자가 수작을 부리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위협은 없었으니 말이다.

‘너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그나저나···’

나는 잠시 내가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강순철. 그의 존재를 깜빡 잊고 있었다. 황급히 레비아탄에게 내려갔다.

“통찰안.”

안력을 키우자, 녀석의 내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잘 보이진 않았는데··· 아마도 쇠사슬에 묶여 약화된 상태라 그런 듯했다.

아까와 달라진 점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천천히 살피던 나는 이내 레비아탄의 내부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엘론을 비스듬히 들고, 피부를 베어낸다. 잠잠히 있던 녀석이 비명을 질러대며 몸을 뒤흔들었다.

‘산 채로 회 뜨는 기분이네.’

그 반응이 너무 격해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녀석의 고통을 헤아리겠다고, 강순철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차라리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내게도, 녀석에게도 더 좋을 것이다. 녀석은 몸을 뒤흔들었지만, 그럴수록 바리케이드들은 녀석의 몸을 더 단단히 옥죄었을 뿐이다.

결국 레비아탄도 포기했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동물의 울음소리를 수십 개는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울음소리는 계속 질러댔지만 말이다.

녀석의 몸에 거대한 구멍을 뚫은 후에야 작업이 끝났다. 그리고··· 슈우웅. 내부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수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노틸러스 0호.

온통 파손돼있고, 녹아내린 흔적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노틸러스 0호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난 볼 수 있었다. 노틸러스 0호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강순철을 말이다.

강순철만 있는 게 아니다. 승무원으로 함께 했던 그룹원들도 여럿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상태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노틸러스 0호가 그들을 보호해줬기 때문이겠지.

“도킹 시도해.”

중얼거리자, 노틸러스 1호가 명령을 알아들은 것처럼 아래로 내려온다. 곧 노틸러스 1호와 노틸러스 0호가 서로 도킹됐다. 나는 노틸러스 1호 안으로 돌아왔다.

해치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안으로 들어온 건 역시 강순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나는 그와 포옹을 나눴다. 진심으로,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리더께 또다시 구원을 받게 되는군요.”

“안으로 들어가시죠.”

곧 우리는 노틸러스 1호의 선실 내부로 이동했다. 선실 안엔 Q들이 모여 있었다.

“혜연···이?”

Q의 얼굴을 확인한 강순철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게 말입니다.”

아나스타샤가 Q를 제작한 것은 그가 레비아탄의 위장 속에 갇히고 난 이후니, 그가 Q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그에게 Q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내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 눈치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겁니까?”

“뭐, 리더도 아시다시피··· 잠수함 채로 저놈에게 먹혔습니다. 그 자체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놈의 새끼들이었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어조엔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잠수함 내부에서 레비아탄의 새끼들을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승무원 몇이 휩쓸려 녀석들에게 쓸려갔다고 했다.

다행히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이후엔 새끼들도 침입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동력이 문제였다. 노틸러스 1호의 비상 동력원까지 감안해도, 남은 동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주일. 정확히 일주일 치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동력이 끊기면 저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해서 저희 모두 유서를 쓰고, 자포자기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리더가 이렇게 나타나신 겁니다. 마치 마법처럼.”

앞으로 일주일이면 그가 갇힌 지 한 달 정도 되는 시점이니, 아나스타샤가 말했던 골든타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나스타샤의 통찰력에 감탄하면서도, 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사실 마법을 부리기 위해서 고생 꽤나 했습니다.”

그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제시간에 맞춰 그를 구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물자를 기프트로 환산하면 못해도 수십억 기프트는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괜스레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짓자, 나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히 생색 한번 내봤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다시 보니 좋네요.”

그의 얼굴을 보니, 기프트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들 시장하진 않으십니까? 제대로 못 드셨을 텐데···”

말해놓고도,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기프트로 구매하면 되는 노릇이었을 테니 말이다.

“아닙니다, 식량과 식수는 기프트로 구매할 수 있어서, 다만···”

“다만?”

“빨리 태양을 보고 싶네요. 어둠 속에만 갇혀 있었더니, 밀실 공포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는 몸을 떨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수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자 때문에라도 하늘 요새에 갔다 와야 했다. 김민수나 아나스타샤와 상의를 해야 하기도 했고.

“이제 그 태양 보러 가시죠.”

- 노틸러스 0호는 어떻게 할까요?

“함께 가야지. 아직 멀쩡하잖아?”

군데군데 손상되긴 했지만, 수리하면 온전하게 돌아올 것이다.

- 확인했습니다.

도킹이 해제된다. 노틸러스 0호와 노틸러스 1호는 나란히 부상(浮上)하기 시작했다. 느릿한 속도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분 만에 우리는 수면 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잠수함의 해치를 열고, 강순철은 마침내 원하는 대로 태양 빛을 맞을 수 있었다. 그는 해맑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뒤따라오던 그룹원들 역시 하나 같이 기뻐하며 좋아한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수송기가 하늘 위에 떠 있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룹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라우라, 라소미, 이서란 등등···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수송기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

이진서와 레비아탄의 전투를 지켜보던 초월체들은 탄식을 터뜨리며, 저마다 감상을 내뱉었다.

“우리의 예상이 멋지게 빗나갔군. 인간이 괴물을 이겼어.”

“아니, 괴물이 괴물을 이겼다는 표현이 옳겠지.”

“글쎄, 아무렴 그게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우리가 저런 괴물에게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거다.”

인드라의 말에, 바벨란트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죽을 위기? 우리는 평화 조약을 맺었잖아?”

“내가 인간의 역사를 공부했는데 말이야. 그들이 맺은 ‘평화 조약’이란 건 결국 다 깨지고 말았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었지.”

인간들은 모습을 감췄지만, 서적들은 고스란히 남았다. 빗물에 많이 휩쓸려 갔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적들을 통해 인드라는 인간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들의 역사를 통해 그는 자신의 운명을 점쳤던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악한 인간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힘이 회복되면 틀림없이···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려 할 거다.”

바벨란트가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인드라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위대하신 인도의 지배자께서 인간에게 겁이라도 집어먹으신 건가? 참, 추하군.”

하지만 인드라는 순순히 긍정하며 오히려 되물었다.

“맞는 말이다, 바벨란트. 너는 저 인간이 두렵지 않은가?”

“그건···”

“저 인간이 변심해서 우리를 공격한다면 막아낼 수 있는가? 아, 네가 이끄는 변이체들이면 막아낼 수 있나 보군?”

“뭐, 뭐야?”

“어차피 인간과의 약속이다. 우리가 지킬 이유는 없다, 내 생각이다.”

다른 간부들은 입을 열진 않았지만, 적지 않은 수가 그의 말에 동의를 표하는 듯했다. 그때, 잠자코 있던 퀸이 입을 열었다.

“됐다. 인드라, 당신이 보기엔 지금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그건 나도 잘 모르지. 하지만 그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기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아니, 못 이긴다. 잊지 마라, 인간들의 전력은 저 남자 하나가 아니야.”

하이 옵저버가 다른 영상을 비춘다. 하늘 요새의 모습이었다. 하늘 요새에선 수송기 수십 대가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송기에 탑승한 것은 인간들이었다.

“설마 저 인간들도 저 괴물 같진 않겠지?”

바벨란트가 몸을 떨며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것이었다.

“그럴 리가. 저 인간 개개인은 평범한 인간이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특출난 인간들은 존재하지.”

다음 순간, 영상이 전환된다.

수송기에 탑승한 로브를 걸친 인간 남자가 주문을 외운다. 바다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난다. 지상에서 그들을 노리던 초월체들이 그대로 해일에 휩쓸려가고 말았다. 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활을 든 암흑의 거인이 변이체를 향해 화살을 발사한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은 초월체를 꿰뚫는다. 그런 거인을 조종하는 것은 붉은색 머리 인간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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