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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57화 (157/236)

157화

이프리트의 창이 레비아탄을 향해 날아간다. 레비아탄은 거대했지만, 그의 창은 그런 녀석에게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창에 맞은 녀석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말 그대로 터져나갔다. 녀석의 살점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그러니까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너튜브에서 접했던 이야기였다. 미국의 어느 해안가에서, 밀려온 고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단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래 시체의 내부에 가스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폭발이 더해지자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히 폭발했고 고래 시체는 산산조각 났다고.

산산조각 난 고래 시체는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고 했었다. 바로 지금의 내 상황과 같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레비아탄의 동체는 고래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거대하다는 것.

당연히 지금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파편의 크기 역시 그에 걸맞게 거대하다는 것.

“앱솔루트 배리어.”

중얼거리자 내 몸과 무방비 상태가 된 노틸러스 1호를 아우르는 거대한 보호막이 생성된다.

파편에 맞는다 한들 지금의 내가 죽거나 다칠 일은 없겠지만, 녀석의 사체를 뒤집어쓰는 것은 사절이었다. 후두둑, 비처럼 보호막을 때리던 사체들은 지면으로 굴러떨어졌다.

정말 한동안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마침내 비가 멈추고, 세상의 풍경이 드러난다. 이프리트는 레비아탄을 말 그대로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통찰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나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저항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모든 힘을 소진한 건지, 레비아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를 멈출 필요성을 느꼈다. 아나스타샤의 추측대로라면 레비아탄은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저대로 죽게 둘 수는 없었다.

그 여파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거기까지 합시다, 이프리트.”

-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이놈의 몸뚱어리를 전부 태워버릴 때까지 내 화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 말은 이프리트에게 개무시당했다.

뭐, 나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직접 계약을 맺었다곤 하나 그의 말처럼 내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굳이 안 그래도…’

[마인화(改)(EX)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짤막하게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몸에서 힘이 급속도로 빠져나간다. 마력 역시 마찬가지다. 공급되는 마력이 적어지자, 이프리트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반인반조가 아닌, 본래의 ‘평범한’ 거인의 형태로 말이다.

- 이런…!

이프리트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린 듯,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없는 마력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의 소환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마력이 바닥을 치자…

거인의 형태 흩어 없어지고 말았다.

- 감히 나를 방해하다니, 다음에 이 몸을 소환했다간 네놈부터 태워주마.

“당분간 소환할 일 없으니까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슈.”

이프리트의 본체를 보면 느낀 생각은, 새삼스럽지만- 그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때마침 마인화의 지속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 뭐, 뭐라고?

순간적으로 당황한 그의 표정이 꽤 볼 만했다. 그에게 한 방 먹여준 것에, 내심 만족스러워하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농담이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리 만무했다. 이프리트는 욕설을 지껄였지만, 곧 그는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둘로 갈라졌던 바닷물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다.

바닥을 뒹굴던 파편들이 둥둥 다시 떠오른다. 검은 핏물이 바다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레비아탄의 위로 이동한 후, 쇠사슬을 던졌다.

인간 하나 묶을 수 있을 만큼 자그마한 쇠사슬은 레비아탄의 몸에 닿는 순간, 거대하게 변했다. 거대한 쇠사슬이 녀석의 온몸을 꽁꽁 옭아맸다. 녀석의 몸이 꿈틀거렸지만 그뿐이었다.

<레비아탄>

- 상태 : 약화

‘흠…’

나는 잠시 레비아탄을 어떻게 지상까지 운반할지 고민했다. 아공간 창고에 넣어서 운반하면 간단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생명체인 녀석은 아공간 창고에 넣을 수 없다.

‘그렇다고 들고 옮길 수도 없고.’

슬쩍 레비아탄의 몸을 쥐고, 힘을 줘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인화를 사용한다 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시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내게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옐레나님이라면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옐레나의 텔레포트 마법은 당시 내가 있던 중국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미국을 눈 깜빡할 사이에 왕복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그녀의 텔레포트 마법이라면 레비아탄을 지상으로 손쉽게 운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기대감을 가지고 말했으나 돌아온 것은 그녀의 ‘절레절레’였다.

- 미안하지만, 불가능해.

“어째서 불가능합니까?”

- 그건… 조금만 생각하면 간단한 거야. 이 거대한 마물이랑 그때 내가 데려왔던 정령사 꼬맹이가 같아?

“그건…”

옐레나나 연병수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마법에 어느 정도 지식은 있다. 라우라를 운반하는 일과, 레비아탄을 운반하는 일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마법의 크기와 강도는 마력의 크기와 비례한다.

한마디로 레비아탄을 옮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력과 더 많은 정신력이 필요하겠지. 아 ‘훨씬’이라는 수식어가 빠졌나… 단지, 옐레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불가능한 것 같았다. 나는 체념한 채 한숨을 쉬었다. 나름 그럴듯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 너무 낙담하지 마.

“그나저나 아자르님과 카론님의 결투는…”

- 내가 이겼다.

대답이 들려온 건 옐레나로부터가 아닌, 뒤에 서 있던 중년 사내의 영령이었다.

그의 정체는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설명해준다. 폭식의 대검, 아르고스. 그가 생전, ‘공주’를 구하고, 폭식의 마왕에게 인정을 받아 얻은 검.

그래, 카론이 아자르에게 승리한 것이다. 둘이 호각처럼 보이긴 했지만, 정말로 그가 이길 줄은 몰랐기에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자르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 그는 결투에서의 패배로 인해 영혼에 큰 타격을 입었다. 어쩌면 영혼의 격, 그 자체가 내려갔을지도 모르지.

-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 그는 명색이 검성이니까. 그가 쌓은 업(業)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정도로 낮은 것이 아니니까.

옐레나의 말을 듣자, 조금 안심이 되는 걸 느낀 나는… 이내 카론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카론님은 레비아탄에 대해 무언가 아시는 게 있습니까?”

- 아니, 그저… 그 녀석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겠다. 녀석에게선 폭식의 힘이 느껴지거든.

“폭식의 힘이라는 건…”

그는 폭식의 대검, 아르고스를 가볍게 들었다 놨다. 그러자, 아르고스에 달린 눈동자가 눈을 떴다. 영혼을 집어삼키는 주시자의 눈.

나는 처음 카론에 빙의했을 때를 떠올렸다.

아르고스로 변이체를 베어 넘길 때마다 아르고스는 변이체의 영혼을 흡수했다. 그리고 영혼을 모두 흡수했을 때, ‘영혼 방출’이라는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 이 아르고스는 영혼을 집어삼켜, 제힘으로 삼지.

“레비아탄 역시 그런 존재라는 뜻입니까?”

- 그건 모른다. 폭식이라 해서 모두 동일한 종류는 아니니까. 하지만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너는 녀석을 죽여서는 안 된다.

아나스타샤와 동일한 말을 하는 그.

둘이 짜고 그러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토씨 하나 안 틀릴 정도로 똑같은 말을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 둘이 만나서 말을 맞췄을 리 없지만.

- 그건 카론, 당신이 폭식을 숭배하기 때문인가요?

가만히 있던 옐레나가 입을 열었다.

-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마법사, 나는 폭식을 숭배한 적이 없다. 그저 증오할 뿐. 하지만 나는 그를 죽이기 위해 가는 여정에서 깨닫고 말았지. 그는 ‘필요악’이라는 것을 말이다.

“필요악…”

- 말이야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조금도 논리가 없네요. 폭식이 어째서 필요악이라는 거죠?

- 당시 내가 마왕성에 도착했을 때 나는 폭식의 마왕이 그 세계의 ■■■■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어쩌면 이 세계서도 동일한 역할일지도 모르지.

노이즈가 낀 듯한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뭐라고요?”

내가 혹시 뭘 잘못 들은 건가 해서.

- ■■■■라고.

그러나 내가 뭘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면,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방해하고 있다?

- 보아하니 못 알아들었나 보네. 그럴 만도 하지.

옐레나는 의아한 내 표정을 읽은 듯, 쓰게 웃으며 말했다.

-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 네 상태라면 말해도 못 알아들을 거야. 우리 세계의 ‘진실’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지.

- ■■■■, 흐흐, 참 기구한 신세군.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이내 나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 아무래도, 우리는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

-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났겠군.

그녀는 또 누구야?

“그녀?”

- ■■■■ 말이다. 아무튼 저 괴물은 죽이면 안 된다. 내 말이 진심이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군.

나는 슬슬 의심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에게나 저 말을 붙이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해줄 그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물론 영령 소환을 사용한다면 그들을 소환할 수 있겠지만, 소환한다 하더라도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설령 말해준다 하더라도, 조금 전처럼 노이즈가 껴서 제대로 안 들릴지도 모른다.

그들이 있던 자리엔, 심해의 어둠이 드리워진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영령 상태의 옐레나와 카론으로부터 뭔가 중요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정작 그 중요한 얘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나중에 날 잡아서 찾아봐야겠어.’

■■■■, 네 글자? 아니, 세 글자나 다섯 글자일지도 모른다. 글자 중엔 두 글자를 한 글자로 줄여 부르는 글자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법 폭이 넓어진다.

지금 내 상식에서도 짐작 가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끼워 맞추다 보면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게 노틸러스 1호가 서서히 움직여왔다.

제법 피해를 수복했는지, 아까보다 멀쩡해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까보다’지 여전히 심각한 상태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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