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코인 채굴-145화 (145/236)

145화

변이체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성과 지능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들이 인간들을 대신하여, 이 세계의 주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이유였다.

하물며 변이체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초월체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것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변이체들의 시체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숫자로 따지면 족히 수십 단위를 넘을 것이다. 최상급 변이체나, 특수 변이체들도 섞여 있지만 그 대부분은 초월체들이다.

그 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채 서 있는 인간 남자. 아니, 정정한다. 사지가 절단된 초월체 한 마리를 발로 깔고 있는 인간 남자. 발에 깔린 초월체가 아등바등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마치 살려달라는 듯 구슬픈 비명을 질러대면서. 그러나 인간 남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발에 힘을 줬다. 콰직. 날카로운 발이 머리를 파고들고, 머리는 그대로 박살 나고 말았다.

그 상태가 돼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듯 몸이 꿈틀거렸지만, 의미 없는 꿈틀거림일 뿐이었다. 박살 난 머리에서 뇌수가 흘러나온다. 인간 남자는 초월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와라.”

초월체들은 그런 인간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는 압도적인 무력에 대한 경외(敬畏)를, 누군가는 동족의 죽음에 대한 분노(忿怒)를, 또 누군가는 그 무력을 제 것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탐욕(貪慾)을···

그들의 시선에 담긴 감정은 제각각이었으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인간 남자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그 감정들의 기저(基底)에 깔린 감정은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그들이 직접 겪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지 못할 일이었다. 수백의 초월체들이 고작 한 명의 인간에게 겁을 집어먹다니. 누군가가 말한다면 틀림없이 허풍이라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초월체들이 침묵한 채, 달려들지는 않자 인간 남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중저음의 목소리였지만 그들이 알아듣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안 올 거면 내가 가지.”

인간 남자가 검을 든 채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힘이 빠졌음을 증명하듯 그의 발걸음은 느렸지만,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초월체들에게는 거인의 발걸음처럼 보였다.

급기야 초월체들 중 한 초월체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괴, 괴물.”

그는 인간의 말로 중얼거리고는 아예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른 초월체들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고작 인간에게 도망치다니···

하지만 그에 동조하는 초월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능이 존재한다는 것, 지성이 존재한다는 것. 플레이어들을 죽여야 한다는 본능보다 자신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초월체들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초월체들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동족들에 대한 배신감이 들끓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두려움을 감추고, 인간 남자에 대한 적의(敵意)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신한 동족들에 대한 응징은 나중으로 미뤄둔다. 이곳에 남은 이상,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싸운다. 죽인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본다. 곧 그들이 일제히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인간 남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선두에 선 초월체는 ‘킹 타일런트’였다.

초월체들을 흡수해, 자신의 신체 능력으로 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지만 인간 남자의 검이 번쩍이자 그대로 팔목이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사실 이건 그저 노림수였다.

킹 타일런트는 수십 마리의 초월체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베테랑. 그는 자신의 육체 능력이 다른 초월체들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지(認知)하고 있었고, 이용할 줄 알았다.

우악스러운, 아직 멀쩡한 왼쪽 손이 인간 남자의 몸을 붙잡았다. 킹 타일런트는 미소 지었다. 이제 끝이다. 그의 악력으로 인간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간 남자 역시 미소 짓고 있었다.

“방패가 돼줘서 고맙다.”

다음 순간, 킹 타일런트의 눈이 커다래졌다. 힘을 주던 그의 왼쪽 손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인다.

“??”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설마 같은 초월체도 아니고, 고작 인간과의 힘 싸움에서 밀릴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인간···!”

킹 타일런트는 소리치면서 입을 벌렸다. 그대로 머리를 물어 뜯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간 남자의 손에 그 역시 가로막힌다. 그는 킹 타일런트의 머리를 쥐었다.

강력한 힘에 머리에 피가 쏠렸다.

구멍이란 구멍에서 핏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눈알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하지만 장님이 됐다는 사실을 그가 미처 인식하기 전에··· 번쩍. 그의 몸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렬한 고통. 인간 남자가 공격한 것이 아닌, 초월체들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제야 그는 방금 인간 남자가 말했던 방패가 돼줘서 고맙다는 말이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초월체들과의 전투에서 그의 몸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었다.

‘악마···’

그러나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어지는 공격에 그의 머리가 반파돼버렸기 때문이다.

***

신화 등급 스킬들을 습득하며, 수많은 실전 경험을 쌓으며,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러나 강해진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 개의 신화 등급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수십 마리를 처치하는 데 그쳤고, 온몸에는 상처로 가득했다.

비틀비틀거리면서 나는 손에 들린 검은 숯을 던져버렸다. 킹 타일런트의 육체를 방패로 잘 써먹었으나 이젠 그것도 한계였다.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검은 광선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블링크(Blink)를 사용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검은 광선은 마치 유도 광선인 마냥 내 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통찰안을 사용해, 하늘을 바라본다.

[블랙 노바(Black Nova)]

- 다수의 플레이어와 동족을 살해하고, 진화의 정점에 도달한 초월체.

- 특수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플레이어를 살해하거나 동족을 살해해 체내에 기프트를 축적할 수 있고, 축적한 기프트로 신체와 특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최대 250,0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보유 기프트 : 250,000

처음 보는 종류의 초월체. 나는 또다시 블링크를 사용하고는, 파티시아의 창을 꺼냈다. 거인족 영웅의 창. 거대하지만, 지금의 내 근력으로 날리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거기에 창의 자아(自我)가 명중률을 보조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마치 기둥과 같은 거대한 창이 날아간다. 창은 검은 광선을 꿰뚫으며 앞으로 나아갔고, 기어코 블랙 노바라는 초월체의 몸에 명중했다. 블랙 노바는 그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때문에 찰나의 틈이 생겼고, 초월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 앞에 초월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데스 스토커. 나는 재빨리 주먹을 휘둘렀지만 녀석의 몸에서 가시가 솟았다.

거대한 가시가 내 허벅지를 꿰뚫었다. 재빨리 주먹으로 가시를 후려쳐, 끊어낸 나는 수도(手刀)로 녀석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퍽! 녀석의 몸이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점차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독인가···’

만독불침 칭호를 얻으며 어지간한 독에 면역인 나였지만, 녀석의 독은 그 면역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었다. 비틀비틀거리면서 나는 재빨리 회복제를 꺼내 입에 넣었다.

회복제를 복용하자, 점차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 방의 공격을 더 허용하고 말았다. 도플갱어 군주의 몸이 마치 젤라틴처럼 변하더니 내 몸을 감쌌다. 녀석의 몸이 내 마력을 빠르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저항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내 힘만 빠질 뿐이었다.

‘···어쩔 수 없네.’

되도록 마인화(改)를 아껴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진짜로 죽게 생겼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마인화(改)(EX)를 사용합니다.]

[신체의 일부가 변화합니다.]

[마력 능력치가 27.45 상승합니다.]

[체력 능력치가 20.95 상승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로에 가까웠던 마력과 체력이 풀(Full)로 채워졌다. 나는 엘론을 들어 그대로 도플갱어 군주를 베어버렸다. 내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의 표정이 경악에 물든다.

“누구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봐줄 만하네.”

괜스레 헛소리를 한번 한 나는 검을 비스듬히 들어 녀석의 머리를 내려쳤다. 설마 내가 자신의 속박을 빠져나올 줄은 몰랐던 듯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녀석이 죽었다.

나는 고개를 든다. 단체로 수 마리의 초월체가 달려든다.

“시간 가속.”

세상이 느려진다. 엘론을 든 상태로 나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치 소용돌이치듯 마력이 검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단숨에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극한의 발도술.

검기가 그대로 초월체들을 베고 지나간다. 그걸로 끝이었다. 녀석들의 몸은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남은 것은 한때 녀석들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무수한 잿더미들뿐.

[6,856,467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1,457,452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3,545,892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단숨에 천만 기프트가 넘는, 대량의 기프트가 들어온다. 그러나 나는 다시 검을 잡았다. 본래라면 극한의 발도술을 사용한 후 기진맥진해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몸이 가벼웠다.

‘지금 같아선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달려드는 초월체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거인 크기- 간츠에 맞먹을 정도의 거대한 초월체였지만 극한의 발도술을 사용해 녀석의 몸을 이등분해버렸다.

이제 더 이상 내게 달려드는 녀석들은 없었다. 달아날 녀석들은 진즉 달아났고, 남은 개체들도 전투 의지를 상실한 듯 질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거든?”

당연한 말이다. 여기서 끝내기엔 아쉽다. 그렇게 많은 수의 변이체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잔고는 여전히 마이너스였으니 말이다. 그것도 한두 푼이 마이너스도 아니고···

[보유 기프트 : -3,504,534,792]

잔고를 보자 대번에 한숨이 나왔다. 마이너스 35억. 어마어마한 수치다.

‘앞으로 35억.’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 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