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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44화 (144/236)

144화

마치 내 당황한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질주가 거칠게 흔들린다. 그러나 나는 질주를 바로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한동안 그저 벙찐 얼굴로 스킬 설명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기존의 마인화와 비교하면 고작 몇 단어가 더 추가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몇 단어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 말인즉, 마인화를 사용하는 동안 마력뿐만 아니라 체력 역시 무제한이 된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이건 사기…’

사기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인화를 습득하며 마력 문제에선 해방됐지만, 내게는 여전히 ‘체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데는 마력만 소모하지만, 검술과 같은 무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체력 역시 소모하기 때문이다. 마력이 늘어난 만큼, 체력 소모량 역시 커지기도 했고.

때문에 나는 체력 능력치를 최대한 늘리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마인화는 그런 고민을 일순간에 날려줬다.

비록 30분이라는 제한이 있는 것은 똑같지만 마력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무제한으로 만들어준다니.

그 말인즉, 30분 동안 풀 컨디션(Full Condition)으로 움직이며 싸울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내게는 극한의 발도술이 있다.’

극한의 발도술은 체력과 마력의 90%를 소모한다.

엄청난 데미지를 입히는 만큼 그 리스크 역시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마인화를 사용하면, 이제 그 리스크는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단순히 리스크를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극한의 발도술을 난사하는 것 역시 가능해진다.

‘극한의 발도술뿐만 아니라 간츠식 방어술도 무한 중첩이 가능해지지.’

이 외에도 여러 조합이 떠오른다. 쓰여 있는 설명대로라면 모두 실현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기에 아직 완전히 확신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뒤늦게 업적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초의 초월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최초의 초월자>

등급 : 신화(God)

조건 : 플레이어들 중 최초로 초월 등급 스킬 습득

보상 : 기프트 채굴량 +150%, 무작위 초월 등급 스킬 카드 1개

기프트 채굴량 150%. 하지만 내 눈은 채굴량이 아닌 두 번째 보상인 ‘무작위 초월 등급 스킬 카드’로 향해 있었다.

경악, 그다음에 찾아온 것은… 기쁨. 아니, 정정한다. 압도적 기쁨. 나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기쁨을 표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신화 등급 첫 습득 업적도, 무작위 신화 등급 스킬 카드 지급이었지.

하지만 초월 등급 스킬은 신화 등급 스킬과 다르다. 아무리 기프트가 많아도 못 사는 게 초월 등급 스킬 아닌가. 그 가치는 기프트로 환산한다면… 수십억을 가볍게 넘을지도 모른다.

아니, 거기서 0이 하나 더 붙는다 한들 이상할 건 없다. 지금 내가 가진 무작위 초월 등급 스킬 카드의 가치다. 물론 어떤 스킬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게 현실 맞나?’

이제는 기쁜 걸 떠나서 슬슬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사실 발라르가 꾸며낸 환상이라거나… 내가 꾸고 있는 꿈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통찰안을 사용해봤지만,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점차 이것이 ‘현실’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착착, 손바닥으로 뺨을 몇 대 때린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이건 현실이다.”

한결 마음이 진정됨을 느낀 나는 검은색으로 세련되게 빛나는 무작위 초월 등급 스킬 카드를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개봉해달라는 것처럼 그 자태가 몹시 탐스럽게 생겼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꾹 누르고 애써 개봉하고 싶다는 유혹을 참아냈다.

‘지금은 쓸 때가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초월체를 사냥하는 것. 하늘 요새로 돌아가고 난 이후에 개봉해도 늦지 않는다.

생각을 마친 나는 무작위 초월 등급 스킬 카드를 아공간 창고 안에 넣었다.

‘혹시 먹튀하거나 없어지는 거 아니지?’

[…그럴 일은 없습니다. 플레이어, 이진서가 보유한 스킬 카드는 업적 달성에 따른 정당한 보상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다행…이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평소대로 돌아왔다. 물론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위치는?”

이번에는 시스템이 아닌 질주의 AI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뉴델리까지 45km 남았습니다.]

역시 질주의 엄청난 속도를 증명하듯, 빨리도 왔다.

‘이쯤 내리면 되겠지’

나는 의자의 옆에 붙어있는 붉은색 버튼을 꾹 눌렀다. 순간, 질주가 둘로 갈라지며, 나는 의자에 탑승한 채 끊임없는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강풍이 몰아친다.

급강하하던 의자에서 낙하산이 펼쳐진다. 여전히 몰아치는 강풍을 맞으며 나는 스마트워치를 들어 확인한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인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2위.

동종 포식을 통해 그 양은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그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가 초월체를 사냥할 사냥터로 선정한 곳이기도 했다.

그때, 날개를 달고 있는 초월체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고속 비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벌’처럼 생긴 녀석은 손에 달고 있는 길쭉한 손톱을 내게 휘둘렀다. 물론 쉴드에 가로막힌다.

그러나 녀석의 손톱이 닿은 곳 중에는 낙하산 역시 들어있었다. 찌이익. 찢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함께 들린다. 저속 낙하하던 낙하산이 별안간 빨라진다.

“좀 편하게 가자.”

괜히 불평불만을 내뱉으면서, 나는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나를 향해 또다시 달려드는 초월체를 향해 검을 소환했다. 내 몸 크기의 수십 배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검.

엘론.

거인왕, 팔마스의 검. 당연하게도 엘론은 인간이 아닌 거인 기준으로 맞춰져 있는 검이다. 하지만 초월체 한 마리 때려잡는데 그런 사소한 요소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월체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엘론을 피하지 못했고, 마치 파리채에 얻어맞은 마냥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지상에 거대한 구덩이가 팬다.

나는 천천히 엘론을 위로 들었다. 구덩이를 향해 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한 번 더 수직으로 찍었다. 명색이 초월체라고,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프트 획득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굳이 스마트워치를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해 달려드는 수십, 수백 마리의 초월체의 기척을 말이다. 엘론을 다시 아공간 창고에 집어넣고 이번엔 대멸겁의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지상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내리찍었다.

“대침식.”

강렬한 진동과 함께, 지면에 수십, 수백 개의 금이 가더니… 이내 본격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면 위에 있던 것들이 마치 싱크홀에 빠진 마냥 전부 다 지하로 떨어져 내린다.

저쪽 세상에서 봤던 용족의 마법을 흉내 낸 것이다. 그러나 그 위력은 용족이 사용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는데, 내 마력 능력치를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달려오던 초월체들은 별 저항하지 못하고 지하에 빠진다. 명색이 초월체인 만큼, 저 정도로 피해를 입을 리는 만무하지만 아직 내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지옥의 불길.”

지하에서 초록색 불길이 피어오른다. 작은 불길은 마치 땔감이라도 넣은 것처럼 더 크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전자인 나조차 몸이 뜨거워질 정도의 엄청난 화력.

나도 이럴 진데, 지하에 빠진 초월체들의 피해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464,234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1,265,971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2,592,700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기프트 획득 메시지가 연이어 떠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나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불쑥, 내가 밟고 있던 땅을 가르며 초월체 하나가 튀어나온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끈에 연결된 괴상한 괴물의 형체. 녀석은 나를 향해 괴상한 울음소리를 흘리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이동했다.

그러자, 상반신이 하반신을 쥐더니 힘껏 던졌다. 마치 원반이 던져진 것처럼 괴물의 하반신이 내게 날아들고, 끈에 매인 상반신 역시 함께 이동한다.

살점이 덜렁덜렁해진 장면은 나조차 잠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기괴했다. 상반신이 들고 있는 검이 나를 향해 휘둘러진다. 나는 사신의 단검으로 검을 쳐내고는, 단검을 투척했다.

단검은 정확히 상반신의 미간을 꿰뚫는다. 꿰뚫린 미간에서 초록색 피가 주르르 흘러나온다. 녀석이 행동을 주춤주춤하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엘론을 꺼냈다.

그러나 엘론을 꺼내지 못하고,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붉은색 늑대가 입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피했지만.

다음 순간, 분명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어깻죽지가 붉게 물들었다.

‘…분명 피했는데.’

나는 녀석의 정보를 살핀다.

[레드 울프(Red wolf)]

- 다수의 플레이어와 동족을 살해하고, 진화의 정점에 도달한 초월체.

- 특수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플레이어를 살해하거나 동족을 살해해 체내에 기프트를 축적할 수 있고, 축적한 기프트로 신체와 특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최대 500,0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보유 기프트 : 1,000,000

이번엔 통찰안을 사용해 바라봤다.

[레드 울프(Red wolf)]

- 능력치

[근력 150.000] [민첩 230.500]

[체력 150.500] [지력 150.000]

[마력 152.000] [행운 150.000]

- 스킬

인과역전(因果逆轉)

‘왠지 더럽게 빠르더라.’

다른 능력치는 딱 초월체에 걸맞는 수준이지만 민첩 수치는 무려 200을 뛰어넘은 230. 이건 내 민첩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녀석이 가진 스킬에 집중했다. 인과역전. 원인과 결과가 서로 뒤바뀐다는 뜻. 즉, 다시 말하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방어 쪽에 절대 반사가 있다면, 이건 절대 명중이라 해야 하나.’

녀석이 또다시 무너진 땅을 밟으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는 녀석의 스킬 발동을 확인하기 위해 또다시 블링크를 사용해 피해냈다. 그러나 어김없이 고통이 느껴진다.

레드 울프는 기세 좋게 나를 향해 달려든다. 녀석이 벌어놓은 틈을 타서, 초월체들도 하나둘씩 지하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상처를 대충 지혈하고 엘론을 꺼냈다.

녀석은 위기감을 느끼기라도 한 듯, 뒤로 몸을 날린다. 한발 늦게, 엘론이 녀석이 있던 자리를 휘집고 지나간다. 아까 상체와 하체가 분리돼있던 초월체가 애꿎게 맞아 짜부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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