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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42화 (142/236)

142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담배를 입에 문 채 이진서가 머물고 있는 ‘주상 복합 센터’를 바라보고 있다. 먼저 담배를 입에서 떼어낸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영락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설마 돌아올 줄이야···”

옆에 있던 남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한국인들이 쉘터의 요직이란 요직은 모조리 장악하고 있는 이 상황에 불만을 품어왔던 그들이었고 그들은 이진서의 부재로 쉘터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현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는 중국인들을 다수 포섭해서 말이다. 하지만 전부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계획 실행을 앞둔 지금, 이진서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계획의 성공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불만을 품고 있음에도 평소 한마디 입도 뻥긋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이진서 때문이 아닌가?

평소에 한국인들은 열등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그들이지만 그런 그들조차 이진서는 대단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포섭된 중국인들 역시 빠르게 발을 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그들은 이진서를 싫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포나 관우의 환생이라면서 빨아대는 놈들 천지였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진서가 돌아온 이상, 그들 역시 계획을 포기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습니다, 지우안님. 설령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계획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지금 포기한다면···”

뒷머리를 마치 여자처럼 묶은 남자가 눈시울이 붉어진 눈으로 말을 잇는다.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게 될 겁니다. 우리 중국인들은 영원히 한국인들의 치하 아래 살아가게 되겠죠.”

“옳습니다.”

이진서나 간부들이 듣는다면 어이없어할 소리를 그들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지우안이라 불린 남자 역시 마찬가지.

그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린다. 쿠데타에서 실패한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망설임 끝에 그는 입을 열었다.

비장한 목소리였다.

“이대로 순응(順應)한다면 우리는 편히 살 수 있겠지.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저 지하오란이나 웨이타오처럼 현실에 안주하고자 했다면, 오늘의 우리는 아마 없었을 거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계획대로 진행한다. 우리 위대한 조국을, 한국인들의 치하 아래 고통받는 동포들을 위해서.”

그의 결단에 그의 동료들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들의 계획은 하나였다. 바로 이 ‘하늘 요새’를 지상으로 떨어트리는 것.

현실에 안주하는 자에겐 천벌을, 조국을 생각하는 자에겐 기회를. 그들은 이 확고한 계급주의를 무너트리는 방법은 오로지 ‘재시작’밖에 없다고 생각해왔고, 실행에 옮기려 한 것이다.

준비된 수천 톤의 폭탄. 오늘을 위해 지난 한 달간, 한국인들의 눈을 피해 준비해왔다. 남자- 중화 재건회의 리더인 지우안은 담배를 떨어트린다.

자신의 명이 떨어지면 그 폭탄은 일제히 폭발할 테고, 이 하늘 요새는 그의 담배처럼 지상으로 추락하게 될 터였다.

‘나는 새 시대의 왕이 된다.’

한편,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건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러시아 국적의 이바노프. 한때 바실리의 총애를 받았으나, 그 슬라브족 ‘우월 사상’ 때문에 좌천된 인물.

그러나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 러시아인들은 적지 않았다. 그는 지우안과 마찬가지로 반란을 꿈꾸고 있었다. 저 망할 동양인들 대신 러시아인들이 그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그는 한국에 온 이후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도 바보가 아니다. 러시아인들이 확실하게 사회에 스며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진서가 사라졌다. 이바노프 역시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고 그와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진서가 다시 나타나자 그 역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이바노프, 어떻게 할까요?”

“젠장··· 실행한다.”

어차피 이진서가 돌아온 이상, 그는 그의 계획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발각될 바엔··· 바로 지금 움직인다! 생각을 마친 그는 러시아제 소총을 들었다.

“단숨에 움직여서 지도부를 장악한다.”

지우안처럼 과격하진 않지만 그도 무력을 사용할 생각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는 주상 복합 센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한편, 그룹원들과 열심히 떠들고 있던 이진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작스런 그의 반응에 간부진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리더, 왜 그러십니까?”

이진서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제가 없는 동안 이 쉘터에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까?”

“···이제 와서 말하지만 시끄러웠습니다. 중국인들도, 러시아인들도, 리더가 사라지신 걸 아니까, 한국인들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떠들어대더군요. 물론 직접적으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진 않았습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아찔한 상황이 찾아올 뻔했습니다.”

서문주는 말하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가 있는 병원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곤 했었기 때문이다.

“제가 돌아온 지금은 어떨까요?”

“어, 음··· 리더가 돌아오신 이상 그들도 아무 말 하지 못할 겁니다. 그들의 명분이란 결국 리더의 부재가 전부니까요.”

이진서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세상이 언제나 상식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지금 무언가 일이 터지려 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이게 무슨 일인지···’

통찰안을 통해, 그를 향해 맹렬하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두 무리를 직접 바라보면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관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정민혁을 불렀다.

“민혁아.”

“예, 형님.”

“웨이타오, 아니 지하오란이랑 바실리 불러서 뒷수습 잘하라고 해라.”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을 마친 이진서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간부들은 그런 그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 와중에 정민혁은 이진서의 명령을 수행하기로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는 지하오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우란]

- 능력치

[근력 58.000] [민첩 57.500]

[체력 57.500] [지력 60.000]

[마력 62.000] [행운 47.000]

- 보유 스킬

···

정보를 읽어 내리다가 관뒀다. 어차피 별 볼 일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가 총을 들고 나를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탄환은 내 어깻죽지에 정확히 명중한다.

물론 꿰뚫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지만 말이다. 신화 등급 총도 아니고, 고작 유일 등급 총. 그것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탄환으로 내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리 없다.

중국어로 내게 쏼라쏼라, 날카롭게 소리치는 그. 중국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통찰안을 가지고 있는 내게 말을 알아듣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다 끝났단다.

“뭐가? 내가?”

그는 비장한 얼굴로 스위치를 꺼냈다. 멈추려면 얼마든지 멈출 수 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꾹 눌렀다. 그의 표정이 환희에 물든다.

요컨대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을 해석하자면,

‘너는 결국 나를 막지 못했다.’

‘이제 너도 멈출 수 없을 거다.’

뭐, 이런 뜻 아닐까. 아무렴. 하지만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야 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이미 폭탄이 펑~! 하고 터져야 했을 테니까.

‘그게 터질 리가 있겠냐.’

물론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 이럴 때를 위해 조건을 맺어놓은 ‘기프트 계약’이니 말이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손으로 붙잡고는 ‘시계’를 사용했다.

시계에 열린 작은 포탈로 순식간에 그를 비롯한 중국인들이 빨려 들어간다. 이런 용도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급한 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타당, 타당. 총성음이 귀를 찌르듯 들려온다. 그 숫자는 하나도 아니고 50. 중국인들은 30명 정도였는데 러시아인들은 무려 50명이나 된 모양이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나는 쓰게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 역시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룹원들이 흉흉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은 당황한 얼굴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탕. 그들 중 하나가 발사한다. 탄환은 정확히 그룹원의 몸을 향해 꽂혔으나, 기이한 장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툭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이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됐는지, 그들은 총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시계를 사용해, 그들 역시 빨아들였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거리에 순간적인 정적이 찾아온다.

수백 명의 시선이 나를 향해 몰린다. 나는 그들을 향해 짤막하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제 반란은 진압된 것 같습니다.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쇼.”

소란을 종식시킨 나는 바로 외국인 거주 지역으로 향했다. 그 한복판에 있는 ‘웨이타오 타워’에서 지하오란과 바실리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았다.

물론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염려해왔습니다.”

“나도 들었네. 다친 데는 없는가?”

“러시아 친구들이야 단순히 총격전이 전부지만, 중국 친구들은 아예 하늘 요새를 지상으로 추락시키려 했더군요.”

얼핏 듣기엔 무식한 방법 같지만 꽤 그럴듯한 방법이다. 결국 이 하늘 요새가 이렇게 하늘에 떠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닥에 묻어놓은 막대한 ‘부유석’들 때문.

그 바닥을 통째로 드러내고, 부유석에 피해를 입힌다면 하늘 요새는 정말로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내가 계획을 막긴 했지만··· 만약 내가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 기프트 계약이 풀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골라낸다고 골라냈음에도 그런 사상을 가진 놈들이 몇 존재한다네. 문제는··· 내가 그들을 통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망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지하오란님께도, 바실리께도.”

그들은 무거운 표정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찾아뵀는데 이런 화제라서.”

“아니, 우리가 더 미안하지. 그나저나···”

“그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사형시키실 겁니까?”

지하오란이 입을 다무는 걸 보면, 아마 그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바실리가 대신 말한 것이 틀림없다. 나는 그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형이나 다름없는 형벌을 내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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