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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37화 (137/236)

137화

팔마스의 맹공을 막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지금 나는 영령 빙의를 제외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니 말이다. 그의 검이 이번엔 수평으로 휘둘러진다.

뒤로 몸을 날려 검을 피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단순히 검을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검에서 뻗어나간 검기가 내 목을 노렸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블링크(Blink)를 사용했다.

내 몸이 수백 미터 뒤로 이동하고, 나는 파티시아의 창에 마력을 실어 단숨에 투창했다. 마치 탄환처럼 빠르게 날아간 창은 검기를 뚫고 내게 달려드는 팔마스를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검기를 뚫느라, 그 위력이 반감된 탓인지 창은 그의 검에 가로막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창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창을 쥐었다.

“꽤 좋은 창이군. 원하는 대로 되돌려주지.”

팔마스는 나를 향해 투창한다. 한 줄기 섬광처럼 빛이 번쩍하더니, 파티시아의 창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아스의 방패를 사용했다. 내 앞에 거대한 방패가 생성된다.

몸 크기와 마력에 비례한 방어력을 가지는 간츠의 방패. 마침내 창과 방패가 맞닿는다. 쾅-! 쾅-! 연이은 폭발과 함께 내 몸이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방패는 굳건하게 버티는 데 성공했다.

파티시아의 창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나 여유롭게 줍고 있을 새는 없었다. 거리를 좁힌 팔마스가 내게 검을 휘둘러왔기 때문이다. 나는 방패로 검을 쳐냈다.

팔마스의 검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간츠식 방패술은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방어력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이내 불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굼벵이처럼 웅크려서 방어만 할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패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나와 연결이 끊어진 아이아스의 방패는 수십 개의 꽃송이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이제 방어는 그만하도록 하지.”

나는 손을 뻗었다. 검이 생겨난다.

“어떻게…”

팔마스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만도 하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검은 그가 쥐고 있는 검과 동일한 ‘엘론’이었으므로.

<왕의 보물, 엘론>

종류 : 무기

등급 : 신화(God)

내구 : 1,000/1,000

옵션 : 착용 시, 공격 속성 신성(Divine)으로 변경, 근력 +10.0, 체력 +10.0, 체력 회복 속도 +250%.

“네 놈, 사술을 쓴 거냐.”

그가 인상을 구기며 말한다.

“미안, 딱히 의도한 건 아니야.”

거인족이 착용할 수 있는 무기는 흔치 않다.

이 체구에 인간의 검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전설 등급이나 신화 등급은 한정돼있으니, 그의 검, 엘론으로 특정됐을 뿐이다.

명색이 신화 등급 무구라고 제법 비싸긴 했지만, 어차피 100만 기프트 안팎이었다.

“어차피 네놈의 엘론은, 가짜일 터.”

“미안한데, 이건 진짜거든?”

팔마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분노한 얼굴로 내게 엘론을 뻗어온다. 나는 그를 향해 엘론을 뻗는다. 불과 일 초도 안 되는 시간에 수십 합의 공방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공방의 승자는…

“어떻게…”

나였다.

“미안한데, 네 움직임은 뻔히 보여서.”

그와 나의 차이점은 통찰안을 가졌느냐, 가지지 않았느냐의 차이였다. 그의 검술은 대단했지만 통찰안을 가진 나는 금세 그의 검술의 약점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통찰안의 1단계 시험에서 레오니아 3세와 그의 군단을 상대하며 얻은 검술. 정확히 말하면 검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능력에 가까운 그것을 나는 이렇게 명명하기로 했다.

임기응변(臨機應變)이라고.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해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통해, 검술의 약점을 찌르는 검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급조(急造)한 만큼 검술 자체의 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어차피 상관은 없었다. 자신의 검술이 간파됐다는 걸 알아챘는지 그는 스스로 자멸(自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검술이 하나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해결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다른 검술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평생’을 사용해온 검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검술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독이다.

‘차라리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래, 차라리 계속 허를 찔리면서 약점을 보완했다면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으로 밀리진 않았을 것이다.

어정쩡한 자세로 검을 뻗어오는 그. 분명 어디서 본 듯한 검술이지만, 저렇게 어정쩡해서는 굳이 임기응변을 사용해 검술의 약점을 파악할 필요도 없다. 내 엘론이 그의 엘론을 쳐낸다.

그의 엘론은 허공에서 수 바퀴를 돌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팔마스는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 내가 더 빨랐다. 엘론. 중얼거리자 그의 엘론이 내 손에 들어온다. 쌍검을 착용한 나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를 난자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걸친 갑옷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지만 그는 무방비 상태였고, 그의 몸엔 순식간에 상처가 늘어났다. 결국 그의 몸이 기우뚱 쓰러진다.

그는 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날 죽여라.”

다음 순간, 나는 검으로 그의 팔을 베어냈다. 약해진 탓인지, 그의 마음속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떨어진 그의 팔에서 구슬이 또르르 떨어진다. 나는 구슬을 주웠다.

<변이체 바이러스 구슬 – A>

아마 바이러스를 퍼트릴 생각이었던 듯 보인다. 우리의 전투를 지켜보는 거인들의 숫자가 한둘이 아닌 만큼 만약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나는 구슬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젠장, 젠장…!”

그때, 가만히 있던 그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점차 변색되기 시작한다. 변이체 바이러스에 노출된 모양이다. 그가 변이체로 변한다면 상당한 괴물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그가 변이체로 변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찬란한 백광(白光)을 빛내고 있는 엘론을 휘둘러 단숨에 그의 목을 베어냈다. 목을 잃은 그의 몸이 풀썩 쓰러진다.

나는 바리케이드를 구매해 그의 몸을 완벽하게 밀봉해버렸다. 행여나, 변이체 바이러스가 퍼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왕의 죽음에 지켜보던 거인 병사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왕이, 왕이 죽었어…!”

“괴물, 괴물이다…”

그런 그들을 지나, 대전 안쪽으로 들어간다. 대전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존재감. ‘채굴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대전 안쪽에 발을 들이자마자 내 몸이 점차 작아진다.

[영령 빙의(L)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거인화(L)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영령 빙의의 지속 시간이 끝나며, 거인화의 지속 시간 역시 끝난 탓이다. 밀려오는 피로감. 나는 미미르의 샘물을 소환해 들이킨다.

[체력과 마력이 100% 회복됐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느끼며, 나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거대하고 화려한 장식물들을 지나 도착한 안쪽에는 거대한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의자에 앉아있는 인간 남자.

<???>

- 통찰안의 단계가 낮아,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없습니다.

정보는커녕, 이름마저 떠오르지 않지만, 나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발라르.”

그가 입을 열었다.

“재밌구나.”

그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문답무용이다.’

그동안 아껴뒀던 스킬들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시간 가속을 사용하자 세상의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하고, 마인화를 사용하자 체내의 마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영령 소환.’

방패 용사, 간츠가 또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남자- 발라르를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의 정체를 알아채진 못했겠지만, 척 보더라도 평범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느낀 듯했다.

다음 순간, 나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그의 앞에 도달한 나는 엘론을 뻗었다. 엘론이 닿을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엘론이 그의 몸에 닿는 순간, 그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환상?’

아니, 환상일 리 없다. 환상 같은 것으로 통찰안의 눈을 속일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은… 환상이 아닌 순수한 신체 능력이라는 의미. 통찰안으로 움직임을 ‘관측’조차 하지 못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까?

‘확실한 것은…’

생각하는 사이, 발라르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무심한 표정 그대로 내게 손가락을 뻗었다.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내 몸이 수백 미터를 날아 대전의 벽에 부딪쳤다.

우르르, 기둥이 무너져내리며 내 몸이 그 잔해에 깔린다.

‘미친.’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보지도 못한 건 매한가지다. 내 생각보다도 더 그는 괴물이었다. 이 정도까지 차이가 벌어져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시절의 그는 플레이어 시스템과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라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그는 얼마나 괴물이라는 소리일까. 나는 잔해를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보게 된 광경은 발라르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는 방패 용사, 간츠였다.

상급의 영령.

개개인 간의 격차는 있지만, 옐레나‘급’의 괴물. 단순히 방어 능력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영령도 따라오지 못했던 그의 방패가 고작 발라르의 손가락 하나에 반파돼버렸다.

그는 부서진 방패를 던져버리고 아예 육탄 돌격을 감행했지만, 그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하고 농락당할 뿐이었다. 이대론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주문을 외웠다.

“미티어 스웜.”

천장을 뚫고 운석들이 떨어져 내린다. 수십, 수백 개의 운석이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운석은 그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이런 괴물은 처음 보는…”

으드득. 아우성치듯 입을 열던 간츠의 목을 그대로 으스러트려버린 발라르가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그 상태 그대로였다. 그가 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인간?”

“모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재밌는 일이야. 나는 이 행성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내 이름을 밝힌 적도 없는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니 말이야.”

“이곳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었던 거냐?”

“수작? 나는 그저, 이 아둔한 행성에 선물을 주려 했을 뿐이다.”

“거인들을 변이체로 만드는 것이 선물인가?”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거인족에게 선물을 준다고 한 적이 없다. 행성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을 뿐.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 행성은 틀림없이 멸망했을 거다.”

“……”

“그렇게 말하는 너는 이 행성의 인간이 아니구나. 그러고 보니 그 눈, 굉장히 친숙한 눈이야. 내 동족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눈이지. 네 정체는 무엇이지?”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새크리파이스가 발동한 것이다. 방금 목이 으스러져 죽은 ‘간츠’의 시체를 제물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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