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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36화 (136/236)

136화

거인화 상태에서는 마력을 근력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이진서의 마력은 250을 웃돈다. 즉, 다시 말하면 지금 이진서의 근력이 250을 웃돌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그의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미증유의 힘을 만끽하며, 그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창이 생겨난다. 평범한 창이 아닌 그 옛날 거인족 영웅, 파티시아가 썼다는 전설적인 창.

기프트 상점을 통해 구매한 것이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거인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봤다. 그들 눈엔 영락없이 창이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켜보던 거인 병사는 몸을 파르르 떨며 동료에게 말했다. 그의 음성 역시 떨리긴 마찬가지였지만 동료가 알아듣기에는 전혀 지장 없었다.

“드, 들어본 적 있어. 파티시아의 창.”

“파티시아? 그게 누군데?”

“우리의 위대한 영웅.”

파티시아는 그들보다도 고대의 인물이었지만, 그를 알고 있는 거인 병사들은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저 자그마한 거인이 들고 있는 창이 전설 속 그의 창과 아주 유사하다는 걸.

아니, 단순히 외양만 유사할 뿐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창에서 흘러나오는 신묘한 기운을 그들 역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게 파티시아의 창이 아니면 대체 뭐겠어?’

“그러면 저 꼬맹이가 파티시아의 후손이라는 뜻이야?”

그들의 눈에 이진서는 영락없는 꼬맹이에 지나지 않았다. 고대의 거인들의 몸집에 비하면 거인화를 사용한 그는 절반밖에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저 꼬맹이는 틀림없이 영웅의 후손일 거야.”

“영웅의 후손이 무조건 성인이란 보장은 없지. 아직 솜털도 안 났음이 틀림없어.”

그 실체는 거인족도 아닌 인간이었으나, 그들이 착각할 요소가 충분했다.

부대 전체로 이런 기류가 퍼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거나 병장기를 내려놓는 이들도 존재했다.

“파티시아는 우리 거인족을 구원했다. 나는 그런 영웅의 후손을 상대로 싸울 수 없어.”

“배신자들! 우리는 왕을 지켜야 한다!”

“왕이 대단한 건 알지만, 파티시아의 후손보다 대단할까?”

급기야 자그마한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지금 이진서의 존재는 그들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한편 파티시아의 창을 손에 쥔 이진서는 심호흡을 멈춘 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그를 향해 돌격할 것만 같았던 무크는 멈춰 있었다.

무크의 위에 탑승한 거인 전사의 눈이 투구 사이로 그를 훑고 있었다. 그의 기운이 범상치 않기에, 기량을 가늠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통찰안을 보유한 이진서는 이미 기량 재기는 끝난 지 오래였다. 더 이상 시간을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그는 파티시아의 창을 던졌다. 쐐애액.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거대한 돌풍이 일었다.

사방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서 창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무크 위에 탑승해있던 거인 전사는 창을 마주 들었지만 그가 인지(認知)했을 때, 이미 창은 그의 가슴에 꽂혀 있었다.

거인 전사의 몸이 무크에서 굴러떨어진다. 지켜보던 거인 병사들은 그 모습을 입을 벌린 채 쳐다봤다.

거인족들 중에는 특출나게 힘이 강한 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고작 창 한 자루를 투창하는 것으로 천재지변(天災地變)을 불러일으킨 존재는 ‘역사’를 통틀어도 결코 흔치 않았다.

이진서는 다시 손을 뻗는다. 그러자 거인 전사의 가슴에 꽂혀 있던 파티시아의 창이 쑤욱 뽑히더니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무크가 남아있었다.

졸지에 평생을 함께한 주인을 잃은 무크가 흉포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대처는 빨랐고, 정확했다.

그의 창이 앞으로 뻗어졌고, 무크는 아가리를 벌린 채 창에 관통당하고 말았다.

반쯤 관통당한 상태에서도 아직 목숨을 잃지 않았는지 몸을 아등바등했지만 이진서는 오히려 그대로 창을 들어 올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결국 창은 완전히 무크의 머리를 관통했다.

무크의 몸이 축 늘어졌다.

피와 살점이 바닥에 흩날린다. 이진서는 바닥에 무크의 시체를 던졌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왔다는 것처럼,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일관(一貫)하면서.

지켜보던 거인들이 창을 바닥에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 진동과 함께 그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진서는 거인 병사들을 바라본다. 분명 적인데··· 그들에게서 적개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창을 들며 그들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거인의 왕, 팔마스는 어디 있는가! 나는 팔마스와 일대일 대결을 바란다.”

환호성이 더욱더 커진다.

“웃기지 마라!”

거인 병사들 사이에서 성큼성큼 방호복을 걸친 거인이 뛰쳐나왔다. 쿵,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그는 광선총을 들어 이진서를 겨누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방금 전 전투를 지켜보며 그에게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그러나 그는 방패를 드는 것으로 그를 향해 뻗어나간 붉은 광선을 여유롭게 방어해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지만. 광선은 이번에도 방패에 가로막힐 뿐이었다. 아니, 가로막히는 것뿐만 아니다.

팅.

아이러니하게도 튕겨 나간 광선은 그의 방호복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간츠식 방패술의 스택이 쌓이면서, 절대 반사 효과의 발동 확률도 늘어난 탓이다.

이진서에게 광선총을 발사한 거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은 방호복 덕분에 광선에 의해 몸이 관통당한다든가 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진서는 그를 창으로 겨눴다.

“패배를 인정하겠는가?”

“나를 죽여라!”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죽여 달라는데, 자비를 베풀 정도로 그는 마음이 넓지 않았고, 더 지체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창이 이름 모를 거인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간다.

이진서는 또다시 고래고래 소리쳤다.

“팔마스, 네 애꿎은 부하만 죽었다, 부하를 내보낼 생각하지 말고, 네가 직접 나와라!”

그러면서 그는 창을 거인 병사들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다음.”

곧 거인들 사이로 갈색의 거인이 걸어 나온다. 이번에는 제법 이름 있는 거인인 모양인지, 거인들이 술렁거렸다.

“···내가 상대해주마.”

이진서는 통찰안으로 그를 바라봤다.

[샌드샌드]

- 대지모신과 고대의 거인 밑에서 태어난 혼혈

- 능력치

[근력 161.000] [민첩 183.500]

[체력 183.500] [지력 50.000]

[마력 32.000] [행운 132.000]

확실히 다른 거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곳에 있는 거인들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이미 괴물을 상대한 적 있었다.

‘나우나우.’

그의 근력 능력치를 가볍게 뛰어넘었던 나우나우를 떠올리면, 이 샌드샌드의 능력치는 아기 수준에 불과했다. 이진서는 샌드샌드에게 달려들었다. 단 일합만에 그는 무기를 떨어트렸다.

허리에 차고 있던 광선총을 빼 들어 겨눴지만, 이미 그의 창이 그의 목에 닿아 있었다. 창의 서늘한 감각을 느끼며, 샌드샌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올려다봤다.

그가 물었다.

“계속할 건가?”

“···아니.”

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이진서는 천천히 창을 내려놨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자비를 베풀어줘서 고맙다, 위대한 영웅의 후손이여.”

이진서는 피식 그에게 웃음 지어주고는, 또다시 왕의 대전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팔마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이 영악한 거인의 왕이여, 어떻게든 나와 전투를 피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그런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뛰어드는 이들은 없었다. 샌드샌드는 그들 중 가장 강한 전사였고, 그런 그가 패배한 이상 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우리의 왕은 가만히 있는 거지?”

“혹시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야?”

“설마···”

의구심 어린 얼굴로 대전을 바라보는 거인 병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진서는 엷은 미소를 흘렸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이세이’의 계획이긴 하지만.

- 명예를 중요시하는 팔마스의 특성상, 무조건 응할 수밖에 없을 거요.

확실히 그의 도발은 팔마스는 모르겠지만, 그의 휘하 거인들에게는 효과적이었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거인화의 지속 시간은 이제 고작 15분 정도를 남겨놨을 뿐이다. 만약 팔마스가 전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직접 쳐들어갈 생각인 그였다. 그때, 끼이익. 대전의 문이 열렸다.

“감히, 짐에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자가 누구냐.”

황금 갑옷을 걸친 팔마스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의 옆에는 호위들이 중무장한 채 서 있었다. 이진서는 그를 통찰안을 사용해 바라봤다. 그러나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거인의 왕, 팔마스>

- 통찰안의 단계가 낮아,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없습니다.

직접 팔마스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그였다. 잠시 뚫어져라 팔마스를 쳐다보던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비록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적룡왕, 카르브와 비교해도 더 강한 힘이 그의 체내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명 강할 것이다. 어쩌면 ‘나우나우’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진서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최대한 당당하게 걸어 나온 팔마스가 그의 표정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저놈···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다. 샌드샌드가 이미 저놈 손에 쓰러졌다고 했지.’

샌드샌드는 그의 ‘기사’ 중에서도 제법 강한 기사다. 그런 샌드샌드가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패배했다는 것은 그가 적어도 샌드샌드보다 훨씬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물론 샌드샌드는 그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진서처럼 제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제 와서 그와의 전투를 피할 수 없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여기서 전투를 피한다면 이미 분열되기 시작한 왕국의 분열이 더욱더 빨라지리라는 것 역시 말이다.

‘반드시, 이긴다.’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그는 자신의 병기- 왕의 보검으로 알려진 ‘엘론’을 꺼냈다.

검신이 태양빛에 반사돼, 주변의 눈을 간지럽힌다. 그는 이진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접근하는 데 성공한 그의 엘론이 이진서의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진다.

부우웅. 바람을 헤치며 떨어진 그의 검엔 나우나우의 일격을 연상케 할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다른 거인들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검이나 방패로 막아내거나 튕겨내던 이진서지만, 그도 이번 공격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썩어도 준치다 이건가.’

물론 그는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팔마스의 맹공이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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