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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26화 (126/236)

126화

그 너비만 10km를 넘는 엄청난 사이즈의 우주선- 드래고니안 5호가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긴장한, 한편으로는 흥분한 얼굴로 우주선에 탑승해 있었다.

우주선이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내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런 일리아티는 선글라스를 꼈다. 드래고니안 5호가 대기권을 돌파할 때쯤, 지상에서 강렬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폭발음은 고작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쾅-! 쾅-! 우주선 내부에 탑승하고 있음에도 귀를 울리게 만들 만큼, 선체를 뒤흔들 만큼, 강렬한 폭발이었다.

미국 정부가 사전에 준비했던 핵미사일들을 일제히 투하한 것이다. 그 위력은 엄청났다. 그 충격적인 장면에 지상을 내려다보며, 몇몇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뒤따라오는 드래고니안 4호의 존재를 확인한 예런 일리아티는 썬글라스를 착용하며 중얼거렸다.

“Good Bye, Earth.”

또다시 선체가 흔들린다. 그의 표정이 굳은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 침입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메인 AI의 말에 굳었던 그의 표정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 이 최종 페이즈에 자네가 없으면 섭섭하지.”

중얼거린 그는 걷기 시작했다. 곧, 그는 볼 수 있었다. 수십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쓰러져있고, 그 가운데서 마치 갱(Gang)처럼 담배를 꼬나물고 여유롭게 서 있는 동양인 남자를.

예런 일리아티가 반가운 표정으로 소리치듯 말했다.

“친구!”

동양인 남자- 이진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친구는 무슨··· 정신 차리고 우주선이나 멈추지 그래?”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불가능해도 가능하게 만들어야겠지.”

“이 우주선 안에는 일만 명이 탑승해 있어. 지금 멈추면 그들은 다 죽는다.”

그는 필요하다면 얼마든 자국민들을 미끼로 던질 각오가 돼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그들 목숨을 맡아둔 것도 아니고, 크게 상관은 없거든? 그리고 못 멈춘다고? 그냥 멈출 생각이 없는 거겠지. 소유권을 넘겨. 내가 개조해주지.”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 생각한 이진서는, 예런 일리아티에게 달려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사신의 단검은 정확히 그의 미간을 관통했다. 그의 몸이 쓰러졌다.

[플레이어(Player)를 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진서는 예런 일리아티의 죽음에 어떠한 감정을 느끼기 전에,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가 있던 자리에 붉은 마법진이 펼쳐졌다. 하나도 아니고, 그가 있던 기계실 전체에.

<새크리파이스>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전설(Legendary)

설명 : 스스로의 피를 제물로 바쳐 대상을 봉인한다. 사용자가 바치는 제물의 등급이 높을수록, 사용자의 마력이 높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재사용 대기시간 : 7일)

‘기프트 계약과 비슷한 스킬인가.’

결계 안에 갇힌 이진서는 결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파지직. 붉은 전류가 일어난다. 예런 일리아티의 목숨을 제물로 바친 결계는 그조차 쉽게 깨트릴 수 없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쉽게 깨트릴 수 없다는 것뿐, 아예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진서가 해일과 같은 마력을 방출하자, 결계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약한 부분만 깨트린다.’

통찰안은 대상의 본질을 보는 눈. 그는 결계의 본질을 파악했고,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결계는 채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에게 몇 분이라도 버텼다는 것부터, 그 가치는 충분히 입증됐다 할 수 있었다.

‘이제···’

그는 다음 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우주선의 소유권을 탈취하고, 개조하고, 무사히 지상에 착륙한다.’

물론 그 혼자 빠져나가려 한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그는 우주선에 실려 있는 미국 시민들을 생각했다. 거액의 기프트가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그의 지갑은 충분했다.

그러나 일련의 작업을 끝마친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게 뭐야?’

그는 깨달았다. 우주선 안에 실린 것은 전부 폭탄이라는 걸. 한 개도 아니고,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폭탄. 그리고 그 폭탄들의 카운트다운은 고작 몇 초를 남겨뒀을 뿐이다.

한마디로 몇 초 있으면, 이 우주선은 공중에서 폭발한다.

‘함정?’

폭탄의 양이 적지 않은 만큼, 그 역시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농후했다.

인상을 찡그린 그는 일단 시간 가속을 사용했다.

시간이 느려진다. 그러나 고작 수십 초를 더 벌었을 뿐이다. 그는 황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시민들은 별안간···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히어로, 이진서다!”

그는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것이다. 느릿한 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그는 곧 깨달았다. 폭발을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끔찍한 외통수였다.

‘진짜는 저거였나.’

그는 드래고니안 4호를 바라본다. 설마 드래고니안 5호를 함정 카드로 활용할 거라고는 그도 예상치 못했다. 그는 예런 일리아티에게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하면서, 마인화를 사용했다.

[마인화(G)를 사용합니다.]

[신체의 일부가 변화합니다.]

[마력 능력치가 23.75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마력 제한이 사라집니다.]

충만하던 마력이 이제는 말 그대로 흘러넘친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15초 남짓. 실제 시간으로 환산하면 단 3초.

‘이렇게 된 이상, 도박수를 던지는 수밖에.’

그는 제일 마지막으로 습득한 신화 등급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

“···동화 세계.”

[동화 세계(G)를 사용합니다.]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이진서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긴 어디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주선 안에···”

우주선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 전원이 이동했다.

***

트리비아(Trivia)의 제2회 모임. 1회에 불참했던 이들도 대거 참여하며 성공리에 개최됐다. 1회 때와 마찬가지로 그룹원들은 발표를 이어나갔다. 독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나눴다.

“폭식의 마왕은 인간계뿐만 아니라, 정령계에도 그 마수를 뻗쳤습니다. 어둠의 정령왕, 알폰소와의 동맹은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은 합동하여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를 폭주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 결과 인간계와 정령계에는 끔찍한 재앙이 닥치게 됩니다. 만약 검성, 아자르가 그의 영혼을 건 발도술로 미네르바를 봉인하지 못했다면···”

연병수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지난 재앙 중 ‘토네이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비록 쉘터에 직접 닥치진 않았지만 드론의 카메라에 찍힌 영상으로 그 끔찍한 재앙을 목도했던 그들이다.

그들의 표정을 훑으며, 그는 한결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행히 미네르바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고, 인간들은 무사히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답니다. 질문 있으신 분?”

그룹원들을 둘러봤고, 그룹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예, 말씀하세요.”

“그런데 그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입니까?”

“예?”

“책 내용만 보면 무슨··· 거의 리더급의 괴물들이 하나도 아니고, 수십, 수백이 득실거리는데요?”

다소 논지에서 빗나간 질문이었지만, 듣던 그룹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서관 내부에 있는 책들을 읽으며 그들은 깨달았다. 저 세계는 괴수들로 득실거리는 세계라는 걸.

“물론 과장된 내용이 전혀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오히려 축소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

“대표적으로는 용과 거인의 전쟁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고대 시대에 두 강대한 종족이 벌인, 무려 500년에 걸친 전쟁 끝에 두 종족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들은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인간들조차도··· 깊은 숲속에 숨어든 소수의 인간들만이 그 명맥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그때의 기록이 온전하게 전해질 리 없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그 시절의 기록은 축소라기보단, 뭉뚱그려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숲속에 숨어든 인류가 어떻게 전투를 봤단 말인가. 이에 기록 자체에 의문을 품는 학자들도 많았다.

“아, 그렇군요.”

“물론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 시절을 제외하면 대부분 교차 검증으로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면 이걸로 어느 정도 대답은 된 것 같고, 다른 분 없으십니까?”

그룹원들을 둘러보던 그는 이내 진혜연의 옆에 앉아 있는 홍현기에게 바톤을 돌렸다. 이진서가 동작 고등학교에서 구출한, 나름 초창기 멤버라 할 수 있는 그는 그동안 꽤 많이 변했다.

외양(外樣)뿐만 아니라, 성격도. 진혜연은 그의 변화가 정민혁 때문이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실제로 그는 정민혁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꽤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했으니 말이다.

그가 당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는···”

***

[분신 3이 소멸했습니다.]

[보유한 스킬, 능력치, 지식이 일부 손실됩니다.]

예런 일리아티의 몸이 비틀거린다. 그의 옆을 보좌하던 비서실장이 황급히 그의 몸을 붙잡으며 말했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그는 비서실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너는 누구지?”

“각하, 비서실장입니다.”

“비서실장? 왜 너는 나를 각하라고 부르는 거지? 나는···”

“각하께서는 미국 대통령 위에 오르셨습니다.”

“그게 무슨···”

그는 혼란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창가에 눈을 가져다 댔다. 창가에 비치는 선명한 우주의 풍경. 그는 가볍게 도약한다. 그의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비서실장의 말이 이어진다.

“각하께서는 계획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계획, 그래··· 계획이 있었지.”

그 말이 트리거(Trigger)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과거의 기억들을 일부 되찾는 데 성공했다. 그는 분신 하나를 희생해 제이드처럼 이진서의 발을 묶고, 함정에 빠트렸다.

‘함정이 성공한 모양이군. 하지만 내가 왜 이진서를 함정에 빠트렸지?’

그러나 되찾은 건 말 그대로 ‘일부’일 뿐, 그의 기억은 결코 온전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의 공백에 재차 혼란스러워할 찰나, 우주선 한쪽이 번쩍였다. 물자가 전송됐다.

식량과 물이었다. 그는 천천히 물자에 다가갔다.

‘남은 분신은··· 계획대로 잘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는 분신을 총 네 개로 나눴다. 하나는 제이드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분신, 또 하나는 이진서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분신, 그리고 하나는 드래고니안 4호에 탑승할 분신.

나머지 하나는··· 지구에 남아, 지속적으로 물자를 전송할 분신이었다. 물자가 전송됐다는 건 지구에 남은 분신이 계획대로 잘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분신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몸을 본체라 할 수 있을까. 상실감을 느끼며 그는 의자에 기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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