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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07화 (107/236)

107화

내 손 위에 놓인 돌멩이. 외양만 보기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사실 그 실체는 무려 하나에 오천 기프트짜리 전설 등급 재료인 부유석이다.

<부유석>

종류 : 재료(Material)

등급 : 전설(Legendary)

내구 : 50/50

설명 :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스스로 부유하는 돌. 마력과 더해지면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부유석을 구매한 이유는, 이 부유석이 바로 연병수의 계획ㅡ 쉘터를 띄워 이동시키자는 계획을 위해 필요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마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잠시 부유석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나는 연병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력 주입해서, 여기 묻으면 된다는 거지?”

“예, 형. 그런데 그··· 조심하셔야 해요.”

“응? 뭘 조심해?”

“제가 보니까 형, 마력 조절이 그 정도로 섬세하지는 못하시던데··· 너무 과도하게 마력을 넣으면 부유석이 솟구치거나, 폭발해버릴 수도 있다고요”

“병수야, 지금 형 무시하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형 몸 상태가 아직 원 상태로 회복되시진 않았으니까.”

나는 그의 걱정을 가볍게 묵살했다.

“회복되지 않아도, 이 정도쯤은 가볍게.”

내 해일과 같은 마력에서 딱 한 줌의 마력만 덜어내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 마력 능력치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능··· 펑! 내 생각이 무색하게 부유석이 그대로 폭발해버린다.

뻘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살짝 실수했나 보네.”

“형, 그냥 제가 해도 되는데···”

연병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긴다.

“아니다, 이 악마야. 이번에는 가능할 거다.”

그에게 손을 내밀자 그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부유석 하나를 던진다. 부유석을 낚아챈 나는 다시 부유석을 노려봤다. 파츠츠. 무슨 아마테라스라도 맞은 것처럼 부유석에 불이 붙었다.

대체 불은 왜 붙는 거야?

“딱 한 번만 더.”

나는 뻔뻔하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슈우우웅! 내 손에서 잠잠히 있다가, 마치 폭죽처럼 날아간 마지막 부유석은 상공에서 폭발을 일으켰고 마치 폭죽처럼 화려한 빛을 사방에 흩뿌렸다.

건물 안에 있던 그룹원들이 그 모습을 넋이 빠진 얼굴이 쳐다본다. 5,000기프트 폭죽 쇼(공중분해 쇼)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연병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 형. 거기다 묻으시고, 나머지는 제게 맡기세요.”

더 변명의 여지가 없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병수아, 부탁한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나는 쉘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쉘터가 뒤숭숭하다. 하기야, 쉘터 이전을 목전에 뒀으니 당연하다. 그룹원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 몸은 어떠십니까?

- 너무 멀쩡합니다.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뭐,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이렇게 그룹원들에게 이야기를 걸고 다니는 건 결코 내가 심심해서라던가, 하는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 자네가 온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네. 자네가 없는 동안, 불화가 생겼거든. 행여나 나쁜 마음을 품더라도 결코 실행하지 못하게 자네의 건재함을 드러내는 걸세.

여담이지만 당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김선우 목사가 껴들었다.

- 신이 왜 그래야 합니까? 신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맡기소서. 불화를 일으킨 이들을 신의 철퇴로 징벌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나는 박승기의 조언을 받들어 건재함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군 거여. 이번에 새로운 작물을 심었는데, 희승아, 그게 뭐라고?”

“고철 나무입니다, 어르신. 심으면 고철이 주렁주렁 열린다 하더군요. 제법 쓸 만한 철을 얻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

나무에서 고철이 열린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롭네요. 농장도 옮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어차피 쉘터 전체를 옮기려고 하고 있는데, 그깟 초등학교 하나 옮기는 게 뭐가 어려울까. 어렵더라도 그건 연병수가 할 일이지. 내 긍정적인 대답에 그들은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한 나는 보트에 올랐다.

내가 깨어났을 때만 해도 2층 높이까지 잠겼던 물은 이제 거의 3층까지 잠겨가고 있었다. 배수 시설을 고치면 빠지기야 하겠지만 바깥도 물에 잠겨가는 마당에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곧 이전할 예정이니 배수 시설에 기프트를 투자하기도 애매해서··· 뭐, 사족이 길긴 했는데 그래서 이 보트를 탑승하고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다.

“진서 씨!”

김하나의 부름에 나는 보트를 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건물 4층에서 그녀는 봉지를 흔들고 있다. 이내, 그녀가 봉지를 떨어트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봉지. 나는 가볍게 손을 뻗어 봉지를 받는다. 그리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극한의 딸기 카스테라>

등급 : 신화(God)

옵션 : 모두 섭취 시, 일 회에 한해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1.0, 한 시간 동안 육체 회복 속도 500% 상승.

제작자 : 김하나

아직 비닐을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탐스러운 겉모습만으로도 군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붙은 옵션.

일시적인 육체 회복 속도 상승 효과는 그렇다 치더라도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를 1이나 올려준다. 능력치 종류가 6개니, 총 6.0을 올려주는 셈.

이 정도면 어지간한 신화 등급 뺨치는 수준이다.

“아니, 무슨 신화 등급 음식을 이렇게 떨어트려도 되는 겁니까?”

“괜찮아요, 괜찮아. 만드는 데 한 오천만 기프트가 들긴 했지만, 고작 카스테라인데.”

“내 기프트가 어디 가있나 했더니, 다 거기 가있었구나?”

물론 농담이었다.

저 오천만 기프트라는 건 연구비와 개발비까지 포함한 가격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그 1/5 아닐까? 뭐, 천만 기프트에 모든 능력치 +1이면 나쁘지 않다.

물론 일 회 한정하긴 하지만 애초에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으면 그게 사기지.

비닐을 개봉하고, 카스테라를 입에 물었다. 달콤한 딸기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잠시 맛을 음미하던 나는 순식간에 카스테라를 해치웠다. 비닐에 묻은 크림을 혀로 핥아먹는 건 국룰이다.

[‘극한의 딸기 카스테라’를 섭취함으로써, ①일시적으로 육체 회복 속도가 500% 상승합니다. ②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어때요!?”

잔뜩 기대감 어린 김하나의 물음에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런 요리라면 얼마든지 가져오세요.”

“기프트를 줘야 가져오지.”

“또 돈 벌러 가야겠네.”

“이따 들러요, 전설 등급 요리도 몇 개 만들어 놨으니까.”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들르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짤막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보트를 운행하던 도중,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방금 육체 회복 속도가 상승했기 때문일까?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앞으로 삼 일 안에는 회복되지 않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외국인 거주 지역이었다.

외국인 거주 지역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중국인들이었다.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오는 이들도 보였지만, 긴장하거나 적대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몇 보인다.

그 이유가 왜인지 알 것 같지만, 지금 따져 묻고자 온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지나쳐 호텔로 향한다. 웨이타오 주석이 세운 호텔. 애석하게도 이번에 운석의 파편을 맞았다고 했다.

그렇게 들은 것치고는 외관이 멀쩡하다. 그사이에 수리했을지도 모르는 노릇. 보트를 세운 나는 가볍게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쳤다. 몸이 훨씬 더 가벼웠다.

열린 호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나는 엘리베이터에 다가갔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문이 열리고 동양인 여자가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다.

“서란 씨?”

바로 미국에서 데려온 이서란. 그녀는 나를 반갑게 맞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몸은 다 나으신 거예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다 나은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살 만은 합니다.”

“그런데 미리 연락도 없이 여기는 왜.”

“아, 웨이타오 주석님이랑 이야기나 나눌까 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진서 씨, 아니 리더는 그 얘기 들으셨어요?”

“편하게 얘기하세요, 그냥. 공식 석상도 아니고. 그런데 무슨 얘기 말입니까?”

“그게 바로 어제인가, 대리어스 대통령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대리어스··· 대통령이 말입니까?”

대리어스. 지난 미국행에서 나와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던, 제이드의 아버지이자 미국 대통령의 죽음. 당황했지만, 나는 차분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왜 죽었답니까? 역시 운석 때문입니까?”

운석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그가 죽은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운석의 위력은 그야말로 ‘공포’였으니까. 만약 간츠식 방패술의 사기적인 효과만 아니었다면 나 역시 압사당했을지 모른다.

“아뇨, 다행히 운석에서는 살아남았는데, 이후에 시위대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해요.”

“시위대?”

“그게 미국 분위기가 뒤숭숭했거든요. 운석이 떨어진 책임을 대리어스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요. 인종 차별 단체도 가담했다는 모양이고··· 뭐, 그래요.”

하지만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런데··· 시위대가 대리어스 대통령을 죽이는 게 가능합니까?”

대리어스 대통령은 평범한 대통령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사실 그의 ‘강함’이 큰 이유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강했다. 물론 지금의 나와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대리어스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이기도 하거든요. 그를 죽일 정도면 분명 더 강한 플레이어가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그래서 뭐,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는데 비서실장이 배신한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비서실장이라···”

나는 그의 비서실장을 직접 본 적 있다.

확실히 대통령이 신뢰하는 그가 ‘가담’했다면 대리어스가 암살당한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봤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럴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역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걸까.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제이드가 슬퍼하겠군요.”

“제이드요?”

“예, 대리어스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주인이 됐다고 들었는데, 지금쯤이면 우주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으려나.”

나는 창 너머로 하늘을 바라본다. 여전히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하늘이다.

‘이따가 소미 통해서 위로나 전해야겠네.’

“그러면 저는 올라가 보겠습니다.”

“네네, 기회 되면 이따 다시 이야기 나눠요.”

그녀와 작별 인사를 마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웨이타오 주석이 있을 최상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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