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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06화 (106/236)

106화

백악관도 난데없이 떨어진 운석의 비를 피하지는 못했다. 핵미사일이라도 맞은 것처럼, 대부분의 건물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대통령 집무실 역시 마찬가지로 무너지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3급 안전 가옥’이었지만 운석의 비를 맞고도 무사하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그나마 대통령을 비롯한 수행인원들은 늦지 않게 지하 방공호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지만···

미처 지하 방공호에 대피하지 못한 이들은 고스란히 남겨져, 운석의 비를 맞아야만 했다. 고층 빌딩은 방패막이가 돼주지 못했고 그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거나 큰 상처를 입었다.

운석에 짓눌려 그대로 압사(壓死)당한 사람, 온몸에 운석의 파편이 박혀 끔찍한 부상과 화상을 입은 사람 등등. 도시 전체가 비탄과 애도, 그리고 분노로 물들었다.

“이게 다 누구 잘못입니까?”

금발의 백인이 확성기를 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호응을 한다.

“대리어스! 대리어스!”

민중은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轉嫁)하려 했다. 그들은 무너진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어! 그가 대통령이 돼서, 하늘에서 벌을 내린 거야.”

“대리어스가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 모든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그는 신의 저주를 받았어.”

자세히 들어보면 정상적인 논리라기보다는 샤머니즘(Shamanism)에 기반을 둔 엉터리 주장이었지만, 비정상적인 일을 당한 민중은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그들의 고함은 임시로 세운 장벽 너머에 있는 대리어스에게도 들렸다.

“어떻게 할까요, 각하?”

비서실장의 물음에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보던 대리어스가 중얼거렸다.

“뭘 어떻게 해? 뭐 시위를 진압이라도 하잔 말인가?”

“하지만 저들을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내버려두게. 내가 개입한다면, 아니 다른 누군가가 저 시위에 개입한다면 틀림없이 판이 커질 걸세. 설령 내가 시위대에 잡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이 두 쪽이 나는 꼴은 못 보지.”

재차 강조하듯 말하는 그에게,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말거나 대리어스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하나를 더 입에 물었다. 타닥, 타닥. 담배 끝에 불이 붙는다.

느릿느릿하게 담배 하나를 모두 피운 그가 이번에는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제이드는?”

그의 아들인 제이드의 생사는 그가 지금 가장 궁금한 문제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드래고니안 3세가 추락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서실장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예런 일리아티의 말에 의하면 드래고니안 3호가 추락하기 직전, 이런 교신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Cloud, Eye, God.”

“구름, 눈, 신?”

“그 교신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재 전력을 다해 조사하는 중입니다.”

제이드는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구름, 눈, 신. 구름이 뜻하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구름이란 우주선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뜻하는 것일 거다.

그가 보내온 사진의 지구는 온통 구름에 파묻혀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눈(Eye)과 신(God).

한참 동안 세 단어만 중얼거리며 생각하던 그는 눈을 떴다. 잠시 스마트폰을 든 채 망설이던 그는 스마트폰을 열었다. 딸깍. 누군가가 전화를 받자 그는 입을 열었다.

“예런, 나일세.”

전화를 받은 대상은 바로, 예런 일리아티였다.

- 아, 대통령 각하,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어조였다. 대리어스는 확신 어린 어조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시간 괜찮은가?”

그로부터 하루 뒤, 대리어스가 분노한 시위대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그를 보좌하던 비서실장은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췄다는 내용이 전 미국에 퍼지게 됐다.

비록 운석 낙하로 인해 지지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리어스를 지지하던 이들은 많았다.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가뜩이나 혼란에 빠진 미국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마자 강순철을 찾았다. 그는 갑작스런 내 방문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줬다. 진리의 눈, 게비샤를 사용해 그를 바라봤다.

- 리더가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군. 하지만··· 회복되자마자 나를 찾아온 건 역시 그거 때문일까?

“‘그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 건 맞습니다.”

그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지금 제 마음을 읽으신 겁니까?”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허락 없이 남의 마음을 읽는 상대에게 불쾌함을 드러낸 건 당연하다. 당장 내가 그라 하더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아니, 아예 멱살 붙잡고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

“엿볼 의도까진 아니었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변명하자 그제야 그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리더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솔직히 좀 많이 수치스럽고, 부끄럽습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진리의 눈, 게비샤를 해제했다. 잠깐 게비샤를 사용해 그를 심문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관뒀다.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자, 이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혹시 그 이야기라는 게 저를 쉘터에서 내쫓는다는, 뭐 그런 내용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는 불안감이 어린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쫓아요? 누가 누구를?”

“민혁이 때문에 오신 거 아닙니까?”

“그 일 때문에 온 건 맞습니다만, 강순철 씨를 내쫓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그럴 권리가 있을지부터 의문이고··· 무엇보다 저나 민혁이도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

“그저 강순철 씨를 설득하러 왔을 뿐입니다.”

“제가 그 설득을 안 당하겠다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뭐, 설득을 안 당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내일 다시 찾아오는 수밖에. 사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여기까지 오는 것도 죽을 맛이었는데···”

사실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아픈 환자가 까라면 까야지 뭐 어쩌겠어. 과거에 어떻게 귀신 잡는 형사였는지 모를 정도로, 순박한 사람답게 그는 금세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면 내가 조금 미안해지는데.

“···말씀하십쇼, 그냥.”

“먼저, 쉘터는 이전할 계획입니다.”

내 단호한 한마디에, 강순철은 순간적으로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그러면 저를 왜 찾아오신 겁니까? 어차피 리더가 결정하셨다면, 저는 어떤 결정이라 한들 따를 생각입니다. 설령 그게 우리 전부를 사지로 몰아넣는 결정이라 한들 말입니다.”

“무슨 제가 거미도 아니고··· 그룹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차피 댐이 무너진 이상 이곳에서 쉘터를 유지하는 건 무리입니다.”

“리더께서는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제가 아니라 기프트의 힘으로ㅡ 플레이어 시스템으로 가능한 거죠. 시스템이 말하길 지구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깟 지형 하나 못 바꾸겠습니까?”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예? 지구요?”

“아, 이건 잊어주십쇼. 어쨌거나 가능은 하지만, 효율이 안 좋습니다. 물론 저는 괜찮지만, 제 지갑이 괜찮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강순철 씨도 아시다시피, 제가 요즘 많이 쓰지 않았습니까.”

오렌지 주스 한 병 사주고 온갖 생색을 부리던 윤민수가 떠올랐다. 그래도 뭐··· 내가 투자한 기프트가 얼만데, 이렇게 생색 부리는 거면 그놈보다야 훨씬 낫겠지.

“···죄송합니다. 맨날 기생충처럼 기프트만 빨아가는 주제에, 별로 도움도 되지 못해서.”

강순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분노 때문이 아닌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나에 대한 미안함이 한순간에 솟구치기라도 했는지, 그의 눈가에는 눈물마저 일렁인다.

“강순철 씨를 겨냥한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효율의 문제고, 기프트를 절약하기 위해선 쉘터를 옮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뿐입니다.”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 쉘터를 옮길 거라면 아직 상급 변이체가 최상급 변이체로 변이되지 않은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누구의 편을 들었다기보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하지만 새로 옮길 쉘터는 괜찮겠습니까? 오히려 리더의 지갑만 더 아프게 하고 별 효과가 없다면.”

“괜찮게 만들어 봐야겠죠. 일단 아나스타샤를 만나서 상담도 받아보고. 뭐, 하늘에서 다짜고짜 그런 운석 비가 쏟아진다면 그때는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가야겠지만 말입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어디로 옮길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연병수와 진행할 예정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벌떡 일어서더니 내게 무릎을 꿇었다. 남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쓰게 웃으며 그를 얼른 일으켜 세웠다.

“아니, 남들이 보면 정말 오해합니다. 형사님과 저는 나이만 해도 띠동갑 두 배 차이인데.”

“나이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괜히 분란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리더.”

“어쨌거나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리더, 한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예. 말씀하십쇼.”

“그 지금 바깥에 변이체들이 몰려들었는데, 그놈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건지.”

“제 몸이 이래서, 아직 초월체를 상대하는 건 무리일 거 같아서···”

“역시 전면전을···”

“아뇨, 아뇨. 그··· 강순철 씨가 말씀하셨다는 ‘초인’이 나설 예정입니다.”

“초인이요?”

“라우라몬이라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라우라에게 신화 등급 장비 ‘풀 세트’를 맞춰줬다. 덕분에 그녀는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했고 어둠의 정령까지 부릴 수 있게 됐다.

진혜연의 스킬 효과로 인해 잠재력이 2단계나 상승한, 정령사로서의 ‘압도적 재능’과 더해져,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뤄낼지는 지켜볼 일이고··· 지금 그녀가 얼마만큼 강할지는 미지수다.

쾅!

엄청난 폭음에, 우리는 거의 동시에 창가를 바라봤다.

화염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장벽 너머에 모습을 드러냈다. 꽤 거리가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이프리트라는 걸 알아볼 정도로 거대했다. 아니, 이프리트만 있는 게 아니다.

이프리트가 걸치고 있는 검은 갑주.

저게 바로 어둠의 정령인 모양. 괜히 저러고 있는 건 아닐 테니···

‘어둠의 정령은 다른 정령을 보조하는 능력이 있는 건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어쨌거나···

‘일해라 라우라몬.’

나는 변이체와 싸울 그녀를 응원해줬다.

그때, 하늘을 가르고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응원해줘야 하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구나. 내 부탁을 받은 도플갱어 군주(Doppelganger Lord), 장영하 역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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