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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99화 (99/236)

99화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니콜라이는 당혹한 눈으로 굉음이 들려오는 벽을 바라본다. 그의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벽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보리스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외부인의 침입을 알아차리자마자 그는 바로 니콜라이가 머무는 1급 안전 가옥으로 도망쳤다. 1급 안전 가옥 안은 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의 생각처럼 지하가 불길에 휩싸였지만 내부는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1급 안전 가옥이 실시간으로 파괴되고 있었다.

“정신 차리게, 보리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니콜라이는 보리스의 멱살을 잡았다.

“예? 예, 각하.”

“당장 핵미사일을 발사하게. 반정부군 소속인지, 아니면 미국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길 찾아온 목적은 핵미사일 때문이겠지.”

“핵, 핵미사일 말씀이십니까?”

“예언대로 세상을 정화할 때가 온 거다.”

그는 버섯구름 그림을 바라보며 손을 모았다.

그러나 여전히 보리스의 얼굴은 어두웠다. 세상을 멸망시킬지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무엇이 아닌 그의 목숨이었으니까.

그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는 바로···

‘없는 걸 어떻게 쏘냐?’

핵미사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핵미사일이 존재하긴 하지만 니콜라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확증 파괴’할 수 있을 만한 양의 핵미사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니콜라이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군 장성들이 입을 모아 그 사실을 숨기고,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양의 기프트를 횡령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말했다간 나는 죽는다.’

외부의 침입자에 의해 죽기 전에, 내부의 니콜라이에게 먼저 죽게 생겼다. 그는 잠시 니콜라이를 기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그를 죽이고 항복을 한다면···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가능했다. 분명 중간에서 많이 해먹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의 플레이어들에게 걷은 기프트의 상당 비율은 니콜라이의 손에 들어갔다.

니콜라이는 그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1분 1초가 긴박한 상황. 대답이 지연되자, 의심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잔혹한 독재자.

그가 선택을 내렸다.

“예, 각하. 지금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곧, 위대한 심판이 전 세계를 뒤흔들 것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딸깍.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뉴클리어 사일로를 개방하고, 작전 ‘세계 정화’를 시행하시오. 각하의 명령이시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겠어요. 카운트다운을 시작할게요.

니콜라이는 그제야 의심의 눈동자를 거뒀다. 그는 광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바깥에 있는 네놈이 어떤 놈이든, 네놈은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설령 이곳을 뚫고 바깥으로 나간다 해도 네놈이 네 나라로 돌아가 보게 될 광경은 우리 러시아의 위대한 핵미사일이 투하된, 핵전쟁 이후의 세상일 것이다.”

쾅! 또다시 안전 가옥이 거칠게 흔들린다. 잔해가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보리스는 뒷걸음질 쳤다.

‘설계자’가 플레이어의 공격은 물론 핵미사일조차 막아낼 수 있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말했었는데 그런 안전 가옥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보리스!”

“예, 각하.”

“트랜스폼 기능을 사용해라.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최대한 반항은 해봐야겠지.”

그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타협은 물 건너갔을 테니, 그나마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선택할 시간이었다. 그가 버튼을 누른다.

***

성운의 가호를 사용해 영령 소환과 영령 빙의를 초기화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1급 안전 가옥을 부수는 데 실패했다. 마력 부족 때문이다. 시간 가속 역시 해제됐다.

갑자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10만까지 떨어진 내구도가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금까지 내가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다.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바로 그때, 안전가옥에 변화가 생겼다. 마치 압축되기라도 하듯 부피가 줄어들고, 외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동그란 톱니바퀴들이었다.

“??”

우우웅.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바퀴. 곧, 단숨에 천장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이없음에 실소를 흘리며 나는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치고 달아나는 안전 가옥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무슨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그때, 라소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안전 가옥을 계속 쫓으며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 오빠, 러시아 쪽에서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감지됐대.

막으려고 했는데, 막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모두 다 대피시켰다는 것. 적어도 내가 아는 이가 죽을 리는 없으리란 것. 밀려오는 패배감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그런데, 그 수가 현저히 적다던데? 고작 스물다섯 발에 불과해. 그리고 핵미사일 타격 지점도 대륙이 아닌 바다야.

“그게 정말이야?”

- 인근 지역에 쓰나미가 발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거의 플레이어들에게 타격은 없을 거라고 봐도 무방한데···

무언가 계획이 틀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러면···”

-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맥이 빠졌다.

그러나 이내, 나는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러시아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게 만든 놈을 족쳐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더 내릴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그 사이, 핵 벙커를 수직으로 뚫고 올라온 우리는 지상에 도착한다. 1급 안전 가옥이 산맥을 달리기 시작한다. 땅 위든, 물 위든,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 네가 대단한 거 잘 알겠는데. 소미야.”

- 응, 오빠.

“여기다 핵미사일 투하하면 어떻게 되냐?”

- 그건··· 설마 핵미사일을 사용하게? 우랄산맥이 무너지는 날엔 인근 지역은 그대로 침수될 거야. 하지만···

그녀의 말이 천천히 이어진다.

- 이런 세계에서 그 정도는 거의 없는 피해라 할 수 있지. 어차피 반정부군도 대부분 철수한 모양이고.

북한에서 얻은 핵미사일. 기프트로 방사능을 없애고, 대신 그 위력을 키웠다. 그 결과, 중국에서 내가 맞았던 핵미사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위력이 상승했다.

“그거면 됐다.”

블링크를 사용해,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아공간 창고에서 핵미사일을 하나 꺼내 가볍게 손에 쥐었다. 그리고 달아나는 안전 가옥을 향해 힘껏 날렸다. 펑! 엄청난 폭발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생긴다. 폭풍과 함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휩쓸려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아름드리나무조차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날아가 버린다.

물론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한 나는 멀쩡했다. 하지만 안전 가옥 역시 아직은 부서지지 않았다. 한 발로 내구를 깎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핵미사일은 충분하다.

한 발을 더 꺼내 날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또다시 강렬한 폭발과 함께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펑! 1급 안전 가옥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 버린다. 곧 나는 그 속에서 기어 나오는 두 명의 남자들.

한 명은 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니콜라이고,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순식간에 니콜라이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 주먹은 그의 손에 가로막혔다. 물론 완전히 가로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주먹의 위력을 경감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생각보다 강한데?’

이 정도면 지금껏 마주쳐온 플레이어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굳이 빗대자면 라우라를 빗댈 수 있을까? 생각하던 나는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퍽!

가드를 올렸지만, 가드째로 날려버렸다. 안전 가옥의 잔해에 부딪힌 그가 툭 하고 쓰러진다.

“Вы потерпели неудачу!”

피눈물을 흘리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그. 곧 지면에서 마법진이 생기더니, 거대한 붉은 곰이 소환된다.

[베어로드]

- 플레이어, 니콜라이의 소환수.

이름은 베어로드.

‘저 정도면 못해도 15m는 되겠는데.’

느껴지는 힘 역시, 평범하지 않다.

지금 내게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몸 상태가 정상이거나, 사용할 수 있는 신화 등급 스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모두 다 쿨타임인지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다. 굳이 저 소환수를 상대해줄 이유는 없다.

나를 향해 흉포한 울음소리를 흘리는 곰을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결국 소환수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술자를 죽이면 소환수는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 경험은 많이 없나 보네.’

하기야, 그는 신분부터 러시아 대통령인데다, 강력한 힘을 가졌으니, 지금껏 자신 이상의 플레이어를 상대해본 적이 없었을 거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가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비수를 들어 그의 가슴을 찔렀다. 빅토르가 내게 ‘선물’로 준 사신의 비수였다. 그의 몸이 검게 변한다. 아직 그는 살아있었다.

진리의 눈, 게비샤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궁금했다. 지구를 상대로 핵전쟁을 벌이려 하는 이 정신 나간 독재자는 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 말이다.

- 우쭐거리지 마라. 네놈이 돌아가 봤자, 이미 네놈의 세계는 멸망했을 테니까.

그는 핵미사일이 그의 계획처럼 세계를 멸망시켰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천천히 비수를 내려놨다. 그리고 그에게 기프트 계약을 걸었다.

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고, 그대로 그가 소환한 베어로드는 사라져버린다. 한편, 그의 옆에 있던 남자가 살려달라며 빌기 시작한다. 그에게 역시 기프트 계약을 걸었다.

그제야 안심이었다. 내 명령이 없는 이상, 그들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물론, 말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을 향해 대충 회복제를 뿌렸다.

직접 마시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이 정도로도 조금 명줄을 늘리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하지.’

기프트 계약을 통해 그들을 제압한 나는 1급 안전 가옥을 향해 다가갔다.

[100,000,000기프트를 지불해, ‘1급 안전 가옥’을 수리하시겠습니까?]

1억 기프트를 들여, 10억 기프트짜리 안전 가옥을 수리할 수 있다면 분명한 이득이지만···

“······”

아쉽게도 지금 그런 거금은 없다. 나는 수리하는 대신, 잔해를 수습해 모조리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나중에 기프트에 여유가 있을 때 안전 가옥을 수리해도 되는 노릇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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