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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95화 (95/236)

95화

하남시의 대형 공방은,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사이즈는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바로 옆에 특대형 공방을 하나 더 세웠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대출까지 받았다.

조만간 정말로 인도든, 어디든 변이체 사냥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VVIP 상점에서 빌릴 수 있는 최대한도가 1억까지 늘어난 상태기에,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말이다.

내가 그런 생각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김민수는 연신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그의 기분이 얼마나 좋으면 승천한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역시 리더는 통이 크십니다. 섣불리 청구하기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언감생심 꿈도 안 꿨는데···”

“비싸긴 더럽게 비싸네요.”

“그래도, 특대형 공방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비에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뭐 김민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음속으로 내려놓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항공모함은 어디 있습니까?”

“물러서십시오.”

나는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끼이익, 금속 긁히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항공모함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한 척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에서 내가 사 온 것은 세 척이었다.

사실 더 사 오고 싶었는데, 미국이 거절했다.

자기들도 몇 척 남겨둘 거라나, 뭐라나. 솔직히 말하면··· 남은 항공모함들은 조만간 폐기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더 팔라고 욕심부리는 것도 뭐해서 관두기로 했다.

“······”

김민수는 감동 어린 얼굴로 항공모함들을 쳐다본다. 나를 따라온 소프 대령 역시 중간에 있는, 그가 함장이었던 항공모함- ‘제너럴 부시호’를 보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항공모함들을 쓸 수 있을까요?”

싼값에 가져오긴 했지만 내심 의문을 품었었다.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며, 육지가 침수되고 있는데 항공모함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 내 물음에 김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잠수함 형식으로 개조해볼 생각입니다.”

“잠수함?”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항공모함을 개조해 잠수함을 만든다니.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 애초에 이만한 무게의 함선이 바다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의구심 어린 눈초리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지금까지 유례없는 잠수함이 탄생할 겁니다. 많게는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수용량을 가진.”

“아, 그렇군요.”

“뿐만 아니라 수송기처럼 AI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이번에 개발한 트랜스폼 기능 역시 도입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쉴새 없이 설명을 하려는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다 좋은데, 소프 대령님의 의견 역시 중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알았는지, 소프 대령이 우리를 돌아본다.

“예, 대령님은 제가 설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심 소프 대령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을 함께해온 항공모함을 잠수함으로 개조한다니. 사람으로 따지면 대형 수술 아닌가.

뭐, 이제 내가 더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둘이 알아서 대화를 잘 나눠, 타협을 봐서 해결하겠지.

이곳까지 온 김에 란페이 그룹의 회장, 지하오란과 만나기로 했지만, 시간이 남아 옆에 있는 대형 공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공방 내부에선 인부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란페이 그룹 소속 중국인이라 했었다. 그들은 나를 알아본 듯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 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 숙이며 화답해주고는 공방을 계속 둘러봤다.

내 기프트를 투자해 만든 공방이지만, 정작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공방 내부가 시끌벅적해졌다.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왔나?’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지하오란과 그의 딸인 미란, 그리고 수행원들이 공방 입구에 서 있었다.

“텔레파시로 불러주셔도 되는데···”

“우리도 방금 도착했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 그녀의 톡을 ‘읽씹’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슬그머니 째려보는 그녀의 눈을 피했다. 그런 우리 둘을 지켜보던 지하오란이 쓰게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까지만 해라.”

“알았어요.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 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보면 내가 범죄라도 저지른 줄 알겠네.”

“뭐라고요?”

“아니, 그냥 오늘 날씨가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정민혁이 그랬던 것처럼 헛소리를 중얼거린 나는, 곧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란페이 타워. 물론 중국에 있던 타워와는 단순히 이름만 같은 것으로, 하남시 중앙에 있던 대형 상가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지하오란은 나와 상의할 것이 있다고 내가 이곳에 오기 전, 미리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상의할 것’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오늘 자네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그룹 병합 문제 때문일세.”

역시 내 짐작대로였다. 하지만 모르는 척, 천연덕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그때 내부적으로 해결됐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말일세.”

대답은 미란에게 대신 들려왔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요. 우기(雨期)가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비는 쉴 새 없이 퍼붓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다른 나라의 상황은 절망적이죠.”

“그래도 여기는 나름 살 만하지 않습니까? 제가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고 있기도 하고···”

내심 하남시를 우리 쉘터처럼, 그리고 란페이 그룹을 우리 그룹처럼 여기고 있었다. 기프트 계약을 통해 번번이 물적으로 도와주기도 했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려 애썼다.

하남시에 공방을 설립한 것은, 한편으로는 일부러 란페이 그룹과의 끈을 만들어두려는 목적이기도 했다.

“그 사실은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네. 만약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 버티지 못하고 베이징에서 죽었을 테니 말이야.”

“생색을 내려 한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네. 다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게 아니란 말일세. 자네가 우리에게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우리 구성원들 중 일부는 자네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했지. 자네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든가, 아니면 아예 그룹 자체를 병합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그것들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가로막혔던 것 아닙니까?”

물론 우리 그룹엔 외국인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란페이 그룹은 다른 외국인 그룹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말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 숫자만 5,000명이다.

말이 5,000명이지, 그들을 받는 순간, 그룹의 삼분지 일이 그들로 채워지는 셈이니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려야,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단 것도 한몫할 거고.

란페이 그룹이, 지하오란과 미란이 병합을 고민하고, 또 우려했던 것처럼, 우리 그룹 역시 병합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자네의 말대로 우리의 사이엔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했어. 나는 그런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이해시키려 애썼네.”

“그렇다면···”

“하지만 이제는 나도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네. 아마 이대로라면 우리 그룹은 틀림없이 분열되겠지.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나레쉬와 나레쉬의 가족들, 섬에서 구출된 일본인들··· 하나둘씩 이어지는 외국인들의 합류가,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하기야, 내심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도 더 늦게 도착한 다른 외국인들이 우리 그룹에 들어오는 것이 차별처럼 느껴졌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미란이 대신 대답했다.

“···제 계획은 이래요. 아버지는 란페이 그룹을 조만간 해체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졸지에 5,000명의 구성원들이 소속을 잃어버리는 셈이죠. 그리고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은 진서 씨의 그룹에 들어가고자 할 거고요.”

“그들을 받아주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외의, 그러니까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하오란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건 자네의 선택이겠지. 그들이 적개심을 내려놓고, 알아서 수그리고 들어오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위협이 된다면···”

그는 말을 흐렸지만, 나는 그의 뒷말을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지하오란의 말처럼 란페이 그룹의 붕괴가 예정돼있는 것이라면 어차피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남시를 내려다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니까, 간부진들과 상의 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지하오란과 미란이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 고맙네.”

“정말 고마워요.”

***

구치소에 갇힌 러시아인들은 여태껏 구치소에 갇혔던 다른 이들처럼 모진 고문을 당하진 않았다. 목사, 김선우가 고문을 최대한 삼가라는 이진서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육체적인 고문만 하지 않았을 뿐, 그는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러시아인들을 괴롭혔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은 그 일환이었고, 그 덕에 러시아인들은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을 했다.

김선우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다들 조금은 정신을 차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러시아어였다.

점점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빈도가 늘어나자, 그는 유일 등급의 언어 스킬을 습득했고 그 덕에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빅토르가 인상을 구기며 그를 향해 침을 뱉었다.

“미친놈.”

“아직 덜 정신을 차린 분이 있었나?”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 러시아인들의 몸이 한층 더 떨리기 시작했다.

“약자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고, 너희 리더에게 전해라. 곧 핵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시종일관 포로를 농락하기 좋아하는 김선우조차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이었다. 핵전쟁이라니.

“핵전쟁?”

“그래,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니콜라이’는 전 세계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될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겠지.”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는 정의봉을 철창에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그에게 말을 한 빅토르는 그를 여전히 꼿꼿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엿 같은,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나를 너희 리더에게 안내하라고.”

“······”

김선우는 생각에 잠긴다. 그의 말이 사실인가, 사실이 아닌가. 그는 빅토르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이진서에게 이 사실에 대해 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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