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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84화 (84/236)

84화

일본의 재벌, 이치로.

플레이어로 각성하자마자 그는 가족들과 함께 전용기에 탑승해 일본의 남쪽에 있는 섬으로 이동했다. 섬의 면적은 고작 1,000km² 정도로 자그마했지만 그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섬은 평화로웠다. 애초에 무인도였던 섬에는 그의 별장을 관리하던 이들 몇을 빼곤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덕에, 그들은 평화를 지금껏 계속 누릴 수 있었다.

일식이 시작됐을 때도, 폭설이 내릴 때도, 그리고 자연재해가 들이닥쳤을 때도 섬은 평화로웠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우기(雨期)가 시작된 지 정확히 21일째, 비는 멈추지 않았다.

해수면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얼마 못 가 섬 전체는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치로는 물을 막아내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았지만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거친 파도를 피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높게 쌓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도달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죠, 여보?”

아내의 물음에 이치로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방법이 없군. 이곳에서 살아갈 방법도, 탈출할 방법도 없어.”

이미 그들이 타고 온 전용기는 물에 잠겨, 못 쓰게 돼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이곳을 탈출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절망 어린 얼굴로 차오르는 물을 지켜볼 뿐이었다. 슈우우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이 아닌, 인공적인 바람이었다.

흩날리는 머리에 이치로는 고개를 올린다.

“저건··· 비행기?”

주위가 밝아진다. 먹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등장한 거대한 비행기. 아니, 저것을 비행기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 생김새는 일반적인 비행기와는 확연히 달랐으니까.

‘비행기보다는 UFO에 가까운···’

“구해주세요!”

그의 자식들이 하늘을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치로는 그들을 말리지는 못했다. 저 위에 타 있는 존재가 자신들에게 반드시 우호적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곳에서 수장돼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곧 화답이라도 하듯, 비행기가 수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입구가 열렸다. 사람들은 수송기의 내부를 살폈지만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타자.”

대략 50명 정도 되는 인원들은 비행기에 올랐다. 그들이 모두 탑승하자 문이 닫힌다. 하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곧 비행기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조종실에 사람이 없잖아?”

비행기 내부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즉, 무인 비행기라는 것.

“그게 가능한 거예요, 아빠?”

그의 혼잣말을 들은, 이치로의 딸 미츠하가 물었다.

“미군에서 드론을 운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거대한 비행기를 무인으로 운용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그러면 이 비행기는 미군 소속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불안감과, 기대감을 안고 그들은 비행기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비행기가 멈췄다. 문이 열렸고, 그들은 비행기 밖에 있는 ‘동양인’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치로는 침을 삼켰다.

꿀꺽.

“당신들은 일본인입니까?”

하지만 그들의 입으로부터 들려온 것은 일본어가 아닌 중국어였다. 그는 긴장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곧 그들 사이로, 또박또박 드레스를 걸친 여자 하나가 걸어왔다.

우산을 쓰고 있던 그녀는 그들을 향해 손짓했다. 곧,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이쪽으로 와요.”

이치로는 그녀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어색한 일본어. 일본인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그녀가 이 자리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 하잇.”

***

지난번 카드 뽑기를 통해 내가 획득한 신화 등급 스킬은 총 두 개. 그중 하나가 시간 가속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스킬 카드 - 초월의 별(G)>

단순히 이름만 봐서는 무슨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스킬의 효과는 바로,

<초월의 별>

종류 : 패시브(Passive)

등급 : 신화(God)

설명 : 과거, 주위의 다른 별들을 빛나게 만들었던 한 ‘별’이 있었다. 비록 그 별의 존재는 신적 존재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졌지만, 그 의지는 스킬의 형식을 통해 불완전하게나마 계승됐다. ①상생(相生) : 인근에 있는 모든 아군의 체력, 마력 회복 속도가 300% 상승한다. ②초월(超越) : 인근에 있는 모든 아군의 잠재력이 영구적으로 두 단계 상승한다. ③소망(所望) : 누군가를 간절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통해 아군 한 명을 강화한다. 아군의 잠재력이 세 단계 상승하고,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버프 계열 스킬이었다.

솔직히 내가 습득할까, 많이 고민했다. 아무리 버프 계열 스킬이라지만 명색이 신화 등급 스킬인 만큼 내가 가진 다른 스킬보다 그 효율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에게 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이제는 신화 등급 스킬도 노력한다면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굳이 버프 계열 스킬을 습득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내가 스킬 카드를 주기로 마음먹은 이가 바로 진혜연이었다.

그녀가 그룹 내에서 버프 조를 맡고 있기도 하고, 나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도 그녀 이상의 적임자는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라면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스킬 카드를 보며 왠지 모르지만, 두려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신화 등급 스킬 카드라니, 너무 부담스러워요.”

부담을 느끼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엷게 웃으며 말했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어차피 나는 습득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거 하나에 얼만데요?”

“한 일억 기프트 하려나?”

버프 계열 스킬은 비싸다. 사실 일억이 아니라, 이억, 삼억, 아니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졌는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물론 잠재력을 올려준다는 것이 아직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이억, 삼억이라고 말하면 지나치게 부담감을 느낄···

“일억···?”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일억도 충분히 부담스러웠나. 하기야 2차 토벌을 통해, 경제개념이 날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이 습득하는 것보다는, 혜연이 네가 습득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야. 일단은 버프 스킬이기도 하고, 너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얼굴을 붉힌 그녀는 잠시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리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빠 의지가 그렇다면··· 알았어요.”

곧 진혜연은 내게 받아 든 카드를 들어 올린다. 카드는 강렬하게 빛나더니 사라져버렸고, 그녀의 몸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원래, 신화 등급 스킬을 습득할 때는 이런가.

지금껏 습득한 적만 있어서 몰랐는데, 꽤 눈에 띈다. 곧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던 빛이 사라졌고, 그녀도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 진혜연의 초월의 별 스킬로 인해, 모든 체력, 마력 회복 속도가 300%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다섯 단계 상승합니다.]

나는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체력,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진 것 같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도 시스템 메시지까지 떠오른 걸 보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긴 했을 터.

알아볼 방법은 하나뿐이다. 전투를 통해 시험해보는 것. 그 길로, 즉시 인천으로 향했다. 물이 차오르면서 서해안에 변이체들이 흘러들어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이미 물바다가 됐다. 발전소 정도만 바리케이드를 쌓아 지키고 있을 뿐, 도시 내부는 완전히 침수되고 말았다. 호텔 옥상에 걸터앉은 나는 진리의 눈, 게비샤를 사용한다.

그러자 숨어있는 변이체들이 눈에 들어온다. 녀석들은 내가 나타났다는 걸 인지한 듯, 물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미티어 스웜.”

변이체를 향한 다소 과격한 선전포고를.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십 개의 운석. 나는 곧 이전과 무언가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뭐가 달라진 것 같긴 한데.’

비록 그 무언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험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시간 가속에 의해 느릿해진 세상 속. 주문을 연이어 외운다. 얼마 남지 않은 도시의 잔해는 완전히 부서지고, 물속에 있는 변이체들은 떨어진 운석과 잔해들에 휘말려 죽어 나간다.

그렇게 변이체와의 전투- 라고 말하기엔 일방적이었지만-를 치른 나는 무언가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법에 대한 숙련도였다. 나는 미티어 스웜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미티어 스웜에 대해 모른다. 그저 플레이어 시스템의 도움을 빌려 과정 없이 ‘결과’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옐레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편법을 이용하는 셈.

‘하지만···’

천재들은 결과만 보고 과정을 유추해낼 수 있다. 연병수 같은 경우는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임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라우라 같은 경우는 정령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물론 나는 천재가 아니다.

대마도사, 옐레나는 나와 라우라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말했다. 그것은 연병수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일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들과 동일선상에 설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진혜연이 습득한 ‘초월의 별’ 효과로 인해 잠재력이 다섯 단계나 상승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미티어 스웜을 사용한다.

[미티어 스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미티어 스웜의 위력이 30%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이내, 스킬 창을 열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유 스킬(9/9)

<성운의 가호(U)>

<앱솔루트 배리어(U)>

<갈락시아의 도서관(L)>

<미티어 스웜(L)>

<영령 빙의(L)

<진리의 눈, 게비샤(L)>

<영령 소환(G)>

<기프트 계약(G)>

<시간 가속(G)>

[미티어 스웜(L)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N]

내 손은 망설임 없이 Y를 눌렀다.

[미티어 스웜(L)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건물을 아등바등 기어오르고 있는 변이체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미티어 스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불완전하다.

운석 모양도 제멋대로고, 크기 역시 제멋대로. 숫자도 두 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흉내’내는 데 성공했다. 연병수처럼 ‘스킬’을 익히지 않고도 사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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