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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74화 (74/236)

74화

북한에 있는 핵미사일의 위치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굳이 김성은 멱살을 잡고 심문할 필요도 없었다. 미국 측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치에 대한 정보를 건네줬기 때문이다.

하기야, 러시아의 핵미사일 위치도 대부분 파악이 끝났다는 미국에서 고작 북한의 핵미사일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게 나는 순조롭게 수거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직접 미사일을 맞아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북한이 보유한 핵미사일 중에 ‘정상’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선 아예 불량이거나, 물에 잠겨 아예 못 쓰게 돼버린 것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멀쩡하게 개조해버렸다.

‘핵미사일은 거의 다 챙겼고, 재래식 미사일도 좀 챙겨둘까.’

중국에 넘어가면 또다시 다수의 변이체를 상대해야 한다. 지금 챙겨두는 미사일들은 그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자로 아공간 창고를 빼곡히 채운 나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저는 통역을 맡은 이서란이라고 해요.

미군과 연결된 통신. 하지만 들려온 것은 틀림없이 한국말이었다. 억양이나, 어조에서 하나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 걸 보면···

“한국인?”

- 예, 미국 유학생이에요.

하기야··· 미국 내에 있는 유학생의 숫자는 적지 않다. 미국에서 각성한 ‘한국인’ 플레이어가 있다 한들 이상할 건 없었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 저도요. 일단 본론부터 먼저 꺼낼게요. 상부에서도 많이 급한 거 같아서.

갑자기 그녀라는 통역이 등장한 건, 내게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무슨 목적일까?

- 미국을 도와주세요.

“예?”

- 말 그대로, 미국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예요.

“변이체에게 말입니까? 아니면 비에 말입니까?”

- 둘 다 틀렸어요, 브라질의 카르텔.

‘카르텔?’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남미에 있는 범죄 조직을 통칭하는 단어로, 민간인을 우습게 죽이는 건 물론, 국회의원이나 시장마저도 심심치 않게 암살할 정도로 그 세가 대단하다고.

물론 어떤 카르텔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겠지만.

그런데··· 고작 그런 범죄 조직에 의해 초강대국인 미국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물론 아무리 세상이 이 지경이 됐다고는 하나, 항공모함이나 수송기까지 운용하고 있는 집단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에게 되물었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브라질의 카르텔에 의해, 미국이 위기에 처해있단 말입니까?”

- 예, 이미 수도인 워싱턴 DC는 카르텔에 의해 점령당하고 말았어요.

다행히도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점령 직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상대하던 미군은 궤멸당했고 워싱턴 DC는 점령당했다고 했다.

그래, 고작 브라질 카르텔에 의해서 수도가 먹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과는 지극히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미 군부에선 왜 지금까지 이 사실을 제게 숨긴 겁니까?”

- 그건 저도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군부에서도 의견이 갈려서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러면 언제까지 가면 됩니까?”

-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나는 북쪽을 바라봤다. 원래는 중국에서 변이체를 소탕할 생각이었다. 중국의 변이체를 방치한다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 쉘터에 큰 위협이 될 테니까.

그러나 그녀의 말처럼, 정말 미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면. 중국이냐, 미국이냐,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내 선택은···

***

윤민수는 하늘을 바라본다. 수십 기의 전투기들이 초음속 비행을 하면서, 아낌없이 미사일과 폭탄을 퍼붓는다. 지상은 말 그대로 화염으로 거칠게 뒤덮이고 말았다.

세상이 이 지경이 돼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경이로운 화력. 과연 초강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 폭격이 그를 향해서는 아니다. 그 폭격이 자충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당해봤으니까. 저 ‘스킬’에 의해서.처럼 솟

그 능력이란··· 화염을 집어삼키고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온통 붉은색 화염에 휩싸인 거인의 몸집은 하늘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거인이 검을 휘둘렀다.

수직으로 떨어진 검이 지면과 부딪친다. 지면이 갈라지며, 용암이 파도처럼 솟구쳤다. 솟구친 화염에 직격당한 전투기들이 우수수, 불붙은 나방들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윤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젠장···’

“왜, 옛 기억이라도 떠오른 모양이지?”

그의 옆에서 그를 붙잡고 있는, 남자가 실실 웃으며 물었다. 윤민수는 피에 섞인 침을 투, 뱉으며 말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군. 그런데 저번보다 저 빌어먹을 거인 놈은 더 강해진 거 같군?”

불과 몇 주 전, 그는 저 거인을 상대했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하게도 압도적으로 패배했고, 그들은 모조리 포로가 되고 말았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리더는 너희의 기프트로 더욱더 강해졌거든. 그리고 앞으로도 더 강해질 거고 말이야. 미국 놈들의 기프트를 손에 넣어서.”

“그러면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예를 지키는 게 어때.”

“살려두는 걸 감사히 여기는 게 어때?”

남자는 낄낄거리면서 윤민수를 발로 걷어찼다.

그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그러나 그의 몸을 묶고 있는 쇠사슬 때문에 앞으로 쓰러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서 있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동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중에는 한때 윤민수의 동료였다가, 배신하고 가담한 이들도 섞여 있다. 그들을 노려보자 그들도 양심은 있는지 눈길을 돌렸다.

윤민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저 거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한때 그가 통솔하던 그룹은 물론, 남미의 다른 플레이어 집단들, 그리고 가장 최근엔···

미군을 궤멸시키다 한 ‘괴물’이다. 심지어 지금은 그가 상대하던 시절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얼마나 강해졌을지, 또 앞으로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괴물이 필요하다. 가령, 예를 들면···

‘이진서라든가···’

영상 속에서 봤던 그 이진서라면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미국까지 올 확률은 극히 적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형이 굳이 한국을 떠나서 올 필요가 없으니까.’

그때였다. 고개를 든 그는 보고 말았다. 웬 마도사복을 걸친 서양 여자가 이프리트의 앞을 막아선 모습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관찰 계열 스킬을 배운 그는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지?’

거인, 이프리트가 검을 들었다. 그는 여자가 저 검에 맞아 흔적도 없이 죽고 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강렬한 빛이 번쩍인 후, 녹아내린 것은 오히려 이프리트의 몸이었다.

그는 그만,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괴물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한순간에 소멸해버렸다. 더 ‘강력한’ 괴물의 등장이었다. 곧 여자의 몸이 사라진다.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씨, 씨발 뭐야, 방금 그 여자?”

“미국에 저런 플레이어가 있었다고?”

인기척을 느낀 그가 하늘을 바라본다. 방금 전의 여자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윤민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향해 외쳤다.

“저희 좀 살려주십쇼!”

그러나 여자는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눈이 향한 곳은 그들이 있는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빌딩의 옥상이었다.

***

연병수는 ‘갈락시아의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죽치면서 수많은 서적들을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서적들 중에는 내가 전에 봤던 것처럼, 영웅들의 업적을 서술한 영웅전도 있었다.

[옐레나 마고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마도사. 그분은 마법 하나만으로 자신의 세계를 침공한 ‘세계적 존재’들과도 자웅을 겨룰 정도로 대단한 존재셨답니다.]

옐레나의 영웅전을 읽은 그는 옐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일개 평민의 딸로 태어난 옐레나는 ‘대단한’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재능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마법사의 눈에 띈 그녀는, 마탑의 마법사가 됐다고.

스펀지처럼 마탑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그녀는 성년이 되기 전에 대마도사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그녀는 세계에 닥친 수많은 위기를 막아냈다고 한다.

그 위기 중에는 세계적 존재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가령 마왕이라든가, 정령왕이라든가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들 말이다. 갑자기 내가 뜬금없이 옐레나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그 옐레나가 내 앞에 있기 때문이다. 영령 소환. 나는 신화 등급 스킬인 영령 소환을 통해 그녀를 불러냈다. 로브를 뒤집어쓴 금발 여자는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이 곱지는 않다. 내가 부탁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옐레나님, 꼭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미국의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다고 했다. 게다가 비까지 퍼붓고 있으니,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악화되면 악화됐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없는 건 네 사정이고. 내 입장에선 그냥 짜증 나거든?”

나는 대꾸하는 대신, 고개를 숙인다. 지금은 그녀를 어떻게 해서든 포섭해야 했다. 아니면, 내가 세운 계획들이 전부 물거품이 될 테니 말이다.

“······”

그녀는 한숨을 쉰다.

“이번 한 번만이야. 그리고 약속 좀 지켜. 전부터 내가 이야기하자고 말했었지?”

“죄송합니다. 다음에 꼭···”

“계속 다음, 다음 거리는 남자가 얼마나 매력 없는 줄 알아? 그래서 거기 위치가 어디라고?”

“지도로 보여드리면 될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녀에게 S31의 지도를 내밀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정령왕을 소환한 놈을 네게 데려오는 일이고?”

영상에서 본 그 거인이 정령왕이라는 사실을 지금 알았다. 그렇다면, 설마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라도 되는 걸까? 그리고 그녀가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가 가능해서겠지?

“예. 포박해서 데려오시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데려오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지. 갔다 올게.”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텔레포트(Teleport). 고작 몇백 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와 달리 좌표를 지정하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신화 등급’ 스킬.

물론 텔레포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비싼 마법 재료가 필요했지만, 그 마법 재료는 VVIP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해결해버렸다. 지금 옐레나는 내가 말한 대로, 미국으로 이동했다.

출동한 미군을 거의 궤멸 상태에 이르고, 워싱턴 DC를 무력으로 점령한 괴물을 소멸시키고, 그 괴물을 소환한 플레이어를 잡아 오기 위해서. 영령 소환의 지속 시간은 단 1시간.

그러나 나는 그녀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웅전에 적혀 있는 내용 중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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