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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67화 (67/236)

67화

개조된 수송기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 역시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알고 있던 수송기의 내부와는 전혀 다른, 마치 다른 세계의 수송기를 보는 듯한 이질적인 디자인.

아니, 단순히 디자인만 다른 건 아닐 것이다. 이 수송기는 석유나 전기가 아닌,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내부를 감상하던 나는 이내 쓰러지듯 바닥에 걸터앉았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체력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품에서 회복제를 꺼내 마신 내게 미란이 다가왔다.

내 앞에 선 그녀가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다. ‘천사의 노래’. 그녀가 습득한 버프 겸 회복 스킬을 사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은 채,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감상하던 나는 그녀의 노래가 끝난 후에야 눈을 떴다.

[‘천사의 노래’ 버프를 받았습니다.]

[30분간 체력, 마력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고맙습니다.”

“···그건 이쪽에서 하고 싶은 말이에요. 한국인들은 원래 그렇게 무모한가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무모해 보였을지 몰라도 사실 어느 정도 여유는 있었다. 모든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할 수 있는 ‘성운의 가호’ 스킬을 아껴둔 것은 그 방증이었다.

성운의 가호로 영령 소환과 영령 빙의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초기화해 사용했다면 변이체들에게 완전히 포위됐다 하더라도 내 몸 하나 정도는 충분히 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란은 인상을 찡그렸다.

“칭찬 아니에요.”

“미란 씨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아직 한국말에 미숙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친 곳 말입니다.”

“저는 없어요. 뭐, 다른 사람들은 많이 상처를 입었지만.”

수송기 안에 탑승한 사람들 중에는 붕대를 감고 있거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이들도 몇몇 보였다. 힐링 스킬을 배운 플레이어들이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이어지던 침묵을 깬 건 미란이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적어도 이곳의 상황보다는 괜찮을 겁니다.”

한국의 변이체들은 대부분 소탕을 마쳤다. 다른 나라의 변이체들이 건너오지 않는 이상에는 안전지대라 해도 무방했다.

물론 앞으로 한국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100%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수백, 수천만 마리의 변이체들에 둘러싸인 베이징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은 것이다.

생각하는 사이, 미군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내밀었고, 번역된 음성이 들려왔다.

“곧 한반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란이 그런 나를 불러 세웠다.

“어디 가는 거예요?”

“볼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도착하고 나면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볼일?”

나는 얼버무리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살짝 마력을 방출한다. 안개처럼 피어난 푸른색 마력은, 이내 숫자의 나열을 만들어낸다. 내 전화번호다.

미란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어차피 아버지가 텔레파시로 연락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러네요.”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북한과 남한은 멀지 않다. 내가 ‘북한’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내게 텔레파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입가에 미소가 만연한 채 내 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연락할게요.”

“예.”

그녀와의 작별 인사 이후, 미군을 따라나섰다. 총기를 든 채 삼엄하게 경계하던 미군들이 나를 향해 경례를 했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수송기의 입구. 끼이익. 금속 긁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미군들이 낙하산 가방을 건넸다. 물론 필요 없다. 내겐 아우리엘의 날개가 있으니까.

미군들을 뒤로 달린다. 내 몸은 순식간에 수천 미터 상공 아래로 떨어졌다. 불어오는 바람에 고막이 먹먹해질 지경. 그러나 날개를 펼치자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펼쳐진 산과 들, 그리고 가로지르는 강. 태양 빛에 반사된 수면이 내 눈을 간지럽힌다. 곧 나는 나무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우지끈 부러진 나무가 앞으로 쓰러진다. S31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 직할시]

엄밀히 말하면 평양시와 대략 6km 떨어진 외곽이었다. 원래 목적이 평양이었으니 꽤 만족스러운 착륙이라 할 수 있었다. 잠시 주변 풍경을 감상하던 나는 또다시 회복제를 들이켰다.

아직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앞으로 몇 시간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북한까지 온 이유는 그룹원들 때문이었다.

내가 중국의 변이체를 소탕하는 사이, 그룹원들은 예정대로 북한의 변이체를 소탕하기 위해 북진(北進)했다고 한다. 순조롭게 변이체들을 소탕했고, 금세 평양까지 도달했다고.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평양에 들어간 그들에게 날아온 것은 포탄이었다. 직격당하진 않았지만, 그 바람에 세 명의 그룹원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더 날아올지 모르는 포탄의 존재를 경계해, 그들은 진군을 포기하고 평양 근처의 마을에 거점을 만들었다고. 그러나 그날 밤, 그들은 변이체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 자체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지만 ‘인간’ 군인들도 함께하고 있었다고 한다. 변이체들과 인간에게 합공을 당한 격. 야습은 무사히 막아냈지만 간부들은 논의 끝에 후퇴를 결심했다.

상대가 변이체뿐 아니라 인간도 섞여 있기에 미사일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경계해서였다. 아무래도 미사일은 아직은 그들도 경계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북한, 평양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까지가 베이징에서 공방전, 아니 탈출전을 치르기 전까지의 이야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평양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블링크를 사용한다면 몇 초도 안 돼서 갈 수 있을 테지만, 아직 몸 상태가 정상도 아닌데 굳이 마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

야습을 가해온 변이체들의 숫자는 많았다. 정확히 세지는 못했지만 수만 이상을 헤아릴 정도. 게다가 북한군의 지원 사격까지 더해져, 하마터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뻔했다.

정민혁은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노인- 장영하를 바라본다. 전직 사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의 실체는 변이체. 그것도 평범한 변이체도 아니고, 특수 변이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밤 인명 피해가 전무했던 이유는 바로 그 덕분이다. 야습 당시, 장영하는 쇠사슬을 풀어줄 것을 그에게 요구했다.

정민혁은 처음에는 그 부탁을 거절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를 묶은 쇠사슬을 풀지 말라는 이진서의 명령을 떠올려서다. 그러나 장영하는 ‘합리적인 이유’로 그를 설득했다.

-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게. 내가 풀려났다고 자네들을 죽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괴물 같은 놈’이 쫓아올 텐데 내가 자네들을 죽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그는 그의 말에 설득당했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한 후, 장영하를 풀어주었다. 이후에,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신 것이었다.

일단 그가 활동하자 변이체들은 모조리 행동을 정지했다.

아니, 그에게 조종당한 변이체들은 역으로 북한 군인들을 공격했다. 특수 변이체인 그는 변이체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궤멸당했다.

모든 일이 정리된 후 그는 약속대로 그룹원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물론 다시 쇠사슬에 묶이는 일도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그들을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된 것이다.

‘물론 변이체인 만큼 언제 마음을 바꿔먹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는 그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그가 변이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던 그는 신문 기사를 훑어보고 있는 그를 향해 물었다.

“···뭘 그렇게 보십니까?”

“이 신문, 멸망 이후에 발행된 신문일세.”

그가 들고 있는 신문의 발행 일자에는 2022년 3월 30일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멸망 이후에 신문을 발행했단 말입니까?”

“날짜야 신문사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면 멸망 이후에 발행된 게 맞는 거 같네.”

신문의 헤드라인.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성은 동지께서 괴물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으셨다.]

“김성은이가 살아있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지.”

정민혁은 동감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저도 살아있는데.”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들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코인 투자를 했던 이들이다. 간접적이라는 기준은 참으로 애매해서, 이전까지는 기프트 코인에 대해서 몰랐던 이들도 다수였다.

정민혁 역시 그랬던 이들 중 하나였다. 일반인인 그도 그럴 진데,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성은의 비자금이 코인 투자금으로 흘러갔다 한들 전혀 이상할 건 없었다.

‘그것도 적지 않은 기프트를 가졌을 확률이 높겠지.’

“그런데 이 괴물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부분이 거슬리는군.”

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과장된 거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축지법을 사용한다는 인간인데.”

“그러기엔 변이체들이 자네들을 습격하지 않았나. 게다가 ‘나’라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

“혹시 김성은이 어르신과 같은 사례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장영하는 침묵했고, 정민혁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잠시 뒤, 장영하가 입을 열었다.

“만나봐야겠네.”

“안 됩니다.”

정민혁은 딱 잘라 말했다. 어디까지나 리더는 자신이 아닌, 이진서다. 그리고 이진서가 장영하가 개인행동을 하도록 내버려 둘 리 없다. 장영하는 한숨을 쉬었다.

“다시 돌아오겠네.”

“어르신을 안 믿어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그저··· 어르신도 무슨 말인지 아시잖습니까?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다는 거.”

장영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한때 사단장이었던 입장으로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정이라는 게 존재했다.

“나는 이렇게 변해버린 후, 끊임없이 나와 똑같은 이를 만나기를 갈구해왔네. 나는 대체 누구일까. 인간일까, 변이체일까?”

그의 눈에 어린 존재에 대한 열망을 본 정민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 장영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굳이 개인행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네만··· 애초에 허락을 내릴 수 있는 건 자네가 아니지 않은가?”

“형님은 지금 바쁘···”

“다기엔 온 것 같군.”

“예?”

정민혁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발신인은 ‘우리 형’. 울리는 벨소리에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형님?”

곧,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평양 들어간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뭐? 어딜 들어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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