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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66화 (66/236)

66화

란페이 그룹 소유 빌딩.

옥상에 오른 사람들은 지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변이체들이 사방에서 일제히 달려오는 모습은, 어디 성서에서나 나올 법한 종말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전부 저지당한다. 방벽 위에 설치된 기관포들이 불을 뿜을 때마다 어김없이 변이체들이 쓰러져간다. 그리고 저 기관포는 모두 한 남자- 이진서가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지하오란은 장면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괴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진서가 홀로 수백만의 변이체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그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다른 그룹원들 역시 마찬가지인지, 하나같이 경악 어린 표정들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걱정 어린 미란의 물음에 지하오란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너나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어쩌면 저것 또한 전력이 아닐지도 모르지.”

“무사해야 할 텐데···”

기프트 계약을 통해 이진서에게 ‘후원’받은 그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미란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다른 그룹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 전투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다. 말 그대로 클라스가 차원이 달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도밖에 없다.”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은 사람들은 이진서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진서가 쓰러진다면 그것은 곧 그들의 목숨의 여부와 직결된다는 것을 이 자리에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변이체들이 하나둘씩 센트리건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쾅! 강렬한 폭발과 함께 변이체가 박살 났지만 센트리건 역시 반파돼버렸다. 수리 로봇이 즉시 들러붙어 수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진서는 장벽 바깥에 나와 변이체들을 죽이고 있었다. 수십, 수백, 수천··· 그에게 접근하는, 헤아릴 수 없는 숫자들의 변이체들이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운석에 깔려 죽고 말았다.

설령 운석의 범위에서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센트리건들에 의해 벌집이 되어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진서에게 그리 좋게 흘러가지 못했다.

그의 마력도 무한한 것은 아니었고, 영령 빙의의 지속 시간 역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도 언제까지고, 이 도시를 방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진서는 초조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수송기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수송기는 아직 코빼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면서 설마 사고라도 난 건가?

다음 순간, 이진서를 향해 붉은색의 광선이 날아들었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앱솔루트 배리어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그는 즉시 미티어 스웜을 날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십 개의 초록색 운석. 그러나 떨어지던 운석들은 푸른색 광선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린다. 산산조각난 운석의 잔해가 곳곳에 흩뿌려지면서 도시를 파괴했다.

‘초월체···’

데미안(Demian).

이 상황에 별로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이진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또다시 날아드는 광선.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목적이 아니었다. 광선은 그가 아닌, 바리케이드에 명중했다.

바리케이드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마치 구멍 뚫린 댐처럼 주변에 균열이 일던 바리케이드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틈으로 변이체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진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언제까지고 바리케이드가 버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기프트가 많다고는 하나, 1급 바리케이드로 도배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생각보다 빨리 쓰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는 심호흡을 한 뒤, 중얼거렸다.

‘기계 복제.’

레일리가 가지고 있던 전설 등급 스킬.

반경 오백 미터에 있는 시전자의 ‘기계’를 모조리 소환하고, 두 배로 복제하는 스킬. 약 백여 기가 넘는 센트리건과 수십여 기의 수리 로봇들이 그의 옆에 소환됐다.

그리고 이내, 푸른색 액체로 이루어진, ‘복제된 센트리건’들과 ‘복제된 수리 로봇’들이 그 옆에 생겨난다. 달려오는 변이체들을 향해 일제히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해일처럼 몰려오던 변이체들도 이, 끊임없이 날아드는 탄환의 비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또다시 그를 향해 광선이 날아들었다. 이진서도 이번엔 광선을 피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피할 수 없다’라는 표현이 옳았다.

복제된 센트리건의 공격력은 센트리건의 공격력과 같지만, 어디까지나 그 생명력은 ‘1’이었으니 말이다. 즉, 변이체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이진서는 급한 대로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3급 바리케이드. 그 바람에 바리케이드는 허물어지고 말았지만, 그만큼 위력이 경감된 광선은, 그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뚫지는 못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진리의 눈, 게비샤를 사용하자 상공에 떠 있는 수송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수송기는 멈춰 있었다. 그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이진서는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쳐, 위로 올라갔다. 그를 뒤쫓아 도약한 수 마리의 변이체들. 그중에는 날개를 가진 개체 역시 섞여 있었다. 그는 마력을 방출했다.

무형의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변이체들이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내, 지상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복제 센트리건들이 일제히 자폭한 것이다.

그 사이 수송기 근처까지 도달한 그가 중얼거렸다.

‘수송기 개조해줘.’

그러자 수송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회색 동체는 완전한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수송기 앞부분에 달려있던 프로펠러들은 아예 모습을 감춰버렸다. 시끄러운 소음 역시 사라져버렸다.

스텔스 비행기처럼 주변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개조된 A400M>

종류 : 탈것(Vehicle)

등급 : 전설(Legendary)

내구 : 8,000/8,000

기능 : 아다만티움 합금 Lv.15, 반중력 고속 비행 Lv.15, 오토 쉴드 Lv.15, 오토 리페어 Lv.15, 공간 확장 Lv.15

“반···중력?”

내부에 탑승해 있던 승무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그들이 탑승한 수송기가 흔히 ‘UFO 비행’이라고 알려진 반중력 비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진서는 수송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비싸긴 비싸네.’

그는 승무원들과 달리 놀라지 않았다. 하기야, 그가 지금 수송기 한 기를 개조하느라 투자한 기프트는 무려 100만 기프트다. 100만 기프트는 지금의 그에게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생각하던 그는 수송기의 날개에 매달렸다.

곧 수송기가 지상으로 낙하하듯 착지하기 시작했다. 옥상에서 지켜보던 란페이 그룹원들도 수송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군들이 닥치는 대로 지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포화음과 함께 변이체들이 쓸려나간다. 이진서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영령 빙의의 지속 시간이 끝나긴 했지만, 아직 미티어 스웜을 여러 번 사용할 만한 마력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복제 센트리건들의 자폭에서 기어코 살아남은 데미안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데미안을 향해 달려 들었다. 100만 기프트짜리 수송기가 저 초월체의 공격에 의해 추락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로서도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데미안의 코앞까지 도달한 그는 검을 찔렀다. 그의 검은 ‘가볍게’ 데미안의 몸을 관통했다. 그러나 이내, 데미안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광선을 발사하기 전의 전조(前兆)였다.

곧 광선이 발사된다. 앱솔루트 배리어가 산산조각 나고, 광선은 정확히 이진서의 가슴에 명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산조각 난 건 그의 가슴이 아닌 데미안의 몸이었다.

‘신화 등급 방어구가 좋긴 좋네.’

태양신, 루의 방어구에 붙어있는 ‘절대 반사’ 옵션이 빛을 발한 것이다. 35%의 확률. 만약 절대 반사 옵션이 발동하지 않았다면 그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운이 도왔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데미안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 육편 조각이 됐으면서도 끈질기게 몸을 ‘재구축’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가 미티어 스웜을 사용하자, 운석은 조각난 데미안의 몸뚱어리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거의 백만 기프트에 달하는 대량의 기프트가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메시지보다는, 수송기로 향해 있었다.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탑승하는 속도는 느리지 않았지만, 워낙 사람들의 숫자가 많았기에 지켜보는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을 실은 ‘첫 번째’ 수송기가 출발한다.

변이체들이 빌딩의 벽을 타고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진서도 그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 여기서 미티어 스웜을 사용했다간 남은 사람들만 피해를 입을 테니 말이다.

- 아직 일천 명 정도 남았네.

“알겠습니다.”

지하오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재차 날개를 펼쳤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변이체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바리케이드를 건설하고, 무기를 꺼내 변이체를 향해 휘둘렀다.

근 며칠간 밤낮 가리지 않고, 변이체들과 전투를 벌여온 사람들은 꽤나 능숙하게 변이체를 막아나갔다. 물론,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하나둘씩 변이체들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녀에게 달려오는 최상급 변이체를 향해 미란은 도를 휘둘렀다.

대화염도.

지원금을 받은 후 상점에서 구매한 전설 등급 무기. 괜히 전설 등급 무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그녀의 도는 단숨에 최상급 변이체를 관통했다. 그러나 변이체는 죽지 않았다.

도 전체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은 변이체를 태우기에 부족했다.

미란은 당황하며 도를 빼내려 했지만, 도는 옴싹달싹도 하지 않았다.

“미란···!”

지하오란은 기겁하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렸다. 그러나 그보다 한발 앞서서, 그녀의 앞에 도착한 이진서가 대화염도에 손을 쥐었다. 화르르. 최상급 변이체가 단숨에 잿더미로 화했다.

“뒤로 빠져 있으십쇼.”

잠시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 미란은 눈으로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황급하게 뒤로 빠졌다. 이진서는 하늘을 바라본다. 두 번째 수송기가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엔 두 번째 수송기만 온 게 아니었다. 수십 기의 전투기가 일제히 지상에 미사일을 뿌렸다. 평범한 미사일이 아닌 기프트로 강화된 미사일. 변이체가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변이체들로 메워질 테지만 잠깐의 공백이 생겼다. 도약한 이진서는 아까 전처럼 수송기를 강화했고, 수송기는 지상에 착륙했다.

전투를 벌이던 사람들이 수송기 입구로 몰려 들었다.

변이체들 역시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이진서가 변이체들을 막아섰다. 그가 작정하고 막아서자, 변이체들은 그를 뚫지 못했다. 그 사이 사람들이 탑승을 마쳤다.

이진서 역시 수송기에 올라탔다. 마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완전한 바닥은 아니었지만, 계속 전투를 이어나가기엔 그로서도 부담감이 컸다. 곧 수송기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훤히 내려다보이는 지상. 지상은 변이체들로 검게 덮여 있다.

수송기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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