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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65화 (65/236)

65화

란페이 그룹의 거점인 베이징에서는 거친 공방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대는 당연히 변이체였다. 수천만 마리나 되는 변이체가 한자리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건 애석하게도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내륙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베이징 역시 그 경로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란페이 그룹을 돕기로 했다. 아낌없이 기프트를 소모해가며 바리케이드를 강화하고, 지하오란과 미란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적인 인물들과 ‘기프트 계약’을 맺어 지원했다.

그 덕인지 베이징은 변이체들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당연하게도 이쪽이었다. 중급 변이체가 상급 변이체로 진화하기까지 고작 하루 남았다.

지금도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형국인데, 중급 변이체가 모조리 상급 변이체로 변한다면 베이징이 돌파당할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시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내 말에 지하오란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많은 인원이 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이오?”

도시에 있는 인원은 무려 오천 명. 이번 공방전을 통해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더라도, 그 근사치일 것이니 그의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 공군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곧 수송기가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미국에서 말이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제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엄호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송기가 도착한다면 기프트로 강화할 예정입니다.”

미군에게 도움을 받는 대가였다. 수송기를 강화하는 데는 적잖은 기프트가 필요하겠지만 이쪽에서도 나와 기프트 계약을 맺은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니 큰 손해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기프트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정말 고맙소.”

미란을 비롯한 간부들도 내 말을 전해 들었는지 하나둘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꼭 살아 돌아오길 바랄게요.”

“건투를 빕니다.”

고개를 숙인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친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순식간에 바리케이드 외벽까지 도착했다.

외벽을 기어 올라온 변이체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다. 관통당한 변이체의 몸이 부르르 떨리다가 그대로 늘어졌다. 하지만 쌓인 변이체의 사체를 다리 삼아, 변이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외벽 곳곳에서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수송기가 도착하기 전에, 이 베이징은 함락되고 말 것이고 사람들이 수송기에 탑승하는 일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영령 빙의를 사용한다.’

바로 지금껏 아껴놨던 영령 빙의를 사용하는 것.

이번에는 지금껏 빙의한 적 없는, 새로운 영령에 빙의할 생각이었다. 어떤 영령으로 빙의할지도 미리 정해 놨다. 내가 빙의할 영령은 기계 공학자, 레일리.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일 등급 스킬,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건’의 그 레일리가 맞다.

그는 단순한 기계 공학자가 아니었다. 갈락시아의 도서관에 있던 서적에 의하면 그는 직접 만든 발명품으로 그의 도시를 침공한 수십만에 달하는 ‘괴물’을 막아낸 영웅이었다고.

‘물론 반드시 레일리를 불러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름 이쪽에서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영령 빙의를 사용했을 때, 마도사, 벨루가를 불러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당시 나는 파이어 월을 습득한 상태였으니까.

상급의 영령, 대마도사 옐레나를 불러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내가 입고 있던 대마도사 옐레나 세트와 대멸겁의 지팡이, 그리고 높은 행운 수치가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나는 꽤 그럴듯한 가설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영령을 부르고 싶다면, 그 영령의 이름이 붙은 스킬이나 장비를 착용하면 된다는 가설을.

바로 내가 지금 목에 두르고 있는 머플러.

평범한 머플러는 아니다. 나름 고급 등급 장비니까. 물론 빛의 신, 루의 인도 세트 효과까지 포기해가면서 이 고급 등급 장비인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이유는···

이 머플러가 바로 그 레일리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기계 공학자, 레일리의 머플러>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고급(Superior)

내구 : 20/20

옵션 : 마력 +0.5, 센트리건의 공격력 +5%

그것 이외에는 옵션도 크게 별 볼 일이 없었다. 나는 머플러를 가볍게 손으로 쥔 채 중얼거렸다.

‘영령 빙의.’

[영령 빙의(L)를 사용합니다.]

[떠돌이 영령 ‘기계 공학자, 레일리’를 불러옵니다.]

곧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흐릿한 형체의 그는 놀랍게도 인간이 아닌, 영화나 소설 속에 흔히 나오곤 하는 드워프에 가까운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 어떻게 그 머플러를 가지고 있는 거지? 아주 예전에 잃어버린 물건인데 말이야.

“머플러를 드리겠습니다.”

- 누구를 바보로 아는 건가? 이미 죽은 내가 머플러를 어떻게 착용해?

안경을 눌러쓰던 그는 푹, 한숨을 쉬는 듯한 포즈를 취하곤 말했다.

- 내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니, 일단은 돕도록 하지.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몸에 빙의됩니다.]

[마력에 따라 동화율이 설정됩니다.]

[마력 153.5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100%] [지속 시간 :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 36시간]

[영령의 능력치와 스킬의 일부를 불러옵니다.]

[걸작 : 레일리의 수리 로봇(R)을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전설의 기계 공학(U)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건(U)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기계 복제(L)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걸작 : 레일리의 수리 로봇>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희귀(Rare)

설명 : 위대한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제작한 수리 로봇을 최대 64기(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함) 설치할 수 있다. 설치된 수리 로봇은 반경 10m 내에 있는 기계를 자동으로 수리한다.

<전설의 기계 공학>

종류 : 패시브(Pass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위대한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드워프 국왕에게 직접 전수받은 전설의 기계 공학. 설치, 제작 스킬의 개수 제한이 1.5배로 늘어나고, 데미지가 30%만큼 증가한다.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 건>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위대한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제작한 센트리건을 최대 128기(마력 능력치에 비례함)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센트리 건은 사용자의 마력이 모두 소모될 때까지 유지되며, 센트리 건의 능력치(사정거리, 내구, 방어력, 공격력, 공격 속도)는 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한다.

<기계 복제>

종류 : 액티브(Passive)

등급 : 전설(Legendary)

설명 : 반경 500m(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함)에 있는 사용자 소유의 기계를 일제히 자신의 위치에 소환하고, 복제한다. 복제된 기계의 생명력은 1로 고정된다. 기계 파괴 시, 주변 대상에게 데미지(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함)를 입힌다.

내 생각처럼 전부 방어에 도움이 되는 스킬들이었다.

나는 레일리의 센트리건을 소환했다. 사용자의 마력 능력치와 비례한다는 걸 방증하듯, 원래 32개였던 개수 제한이 128개까지 늘어나 있었다. 아니, 전설의 기계 공학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56개.’

외벽 전체를 둘러싸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어차피 외벽을 모두 둘러쌀 생각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수송기에 탑승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다들 후퇴하세요.”

나는 외벽에 센트리건을 설치하며, 사람들이 3차 방벽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내 사람들이 모두 3차 방벽 안쪽으로 대피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센트리건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 기, 두 기··· 방벽을 촘촘하게 감쌀 정도로 센트리건을 설치한다.

그 사이 1차 방벽과 2차 방벽을 돌파한 변이체들이 3차 방벽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도달하기 이전에 센트리건이 발사한 기관포에 의해 ‘벌집’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퉁퉁.

기관포 소리가 고막을 간지럽혔다.

아쉽게도 이곳엔 센트리건 강화 스킬을 가진 한승주가 없는 만큼, 내가 소환한 센트리건이 로켓 런처를 발사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 마력은 162다.

상승한 이유는 다시 머플러를 벗고, 다시 루의 인도 세트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마력에 비례한 데미지를 가지는 센트리건은 한 발, 한 발이 괴랄한 위력을 가졌다.

게다가 센트리건이 발사하는 탄환의 속성은 혼돈 속성이었다.

상급 변이체던, 최상급 변이체던 정면에서 맞으면 그대로 벌집이 돼버릴 정도였다. 물론 센트리건을 뚫고 기어코 접근한 변이체도 몇 있긴 했다. 가령, 특수 변이체라든가.

[아이기스(Aegis)]

- 다수의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최상급 변이체에서 한층 더 진화한 특수 변이체.

- 최상급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주변의 사물을 방패로 삼을 수 있는 ‘방패’의 권능을 가지고 있고, 방패를 강화할 수 있는 ‘강화’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

- 최대 50,0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진화 조건 : 플레이어 5,000명 살해 시, 혹은 특수 변이체 50마리 포식 시, 팔라스(Palace)로 진화.

- 보유 기프트 : 25,000

아이기스라는 이름의 특수 변이체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변이체‘들’ 여러 마리를 쥐고 방패 삼아 방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센트리건조차 뚫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을 가졌다.

‘후.’

가볍게 한숨 쉰 나는 녀석을 향해 미티어 스웜을 사용했다.

수십여 개의 운석이 일제히 녀석을 향해 꽂혔다. 명색이 특수 변이체라는 걸 보여주듯, 녀석은 미티어 스웜을 맞고도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녀석의 방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무방비가 된 녀석을 향해 센트리건들은 일제히 포화를 퍼부었다. 한 발, 두 발, 탄환을 허용한 녀석의 몸이 걸레짝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녀석의 죽음을 확인한 나는 미미르의 샘물을 소환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들이켰다. 체력과 마력을 100%로 채워주는 회복제. 충만한 마력을 느끼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30분. 방벽 앞에는 어느새 방벽 높이만큼 거대한 시체들의 벽이 쌓여있었다. 전부 변이체들의 시체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체벽이 쌓여있음에도 여전히 변이체들은 많았다.

어쩌면 기관포 소리를 듣고, 더 몰려오는지도 모르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이 넓은 땅에서 기관포 소리가 울린다고 해봐야 얼마나 울리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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