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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61화 (61/236)

61화

“대통령 각하, 중국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답니다.”

“??”

당혹스러운 얼굴로 대리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책상 위에 가득 쌓여있던 서류들이 나풀나풀 날려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내, 그는 입을 열었다.

“목표는? 설마 플레이어, 이진서인가?”

“예,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살아있나?”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비서실장은 무인 항공기를 통해 찍힌 사진을 내밀었다. 강렬한 폭발. 거대한 분화구. 핵폭발의 흔적이 틀림없다. 설마설마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대리어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영토에 무단 침입한 플레이어 한 명을 잡겠다고 자국의 영토에 핵미사일을 날리다니. 미국으로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극악무도한 방식이었다.

“미쳤군.”

“저희 쪽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정치학자들의 추론에 의하면 핵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

대리어스는 복잡한 눈을 했다. 지금이라도 날려야 하나? 아니, 중국에서 중국 영토에 핵을 날렸다는데 이쪽에서 선공을 날릴 만한 ‘명분’이 있는가. 지금이 명분을 따질 만한 시기인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명확하게 판단 내릴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진서는 죽었을 것이다.’

그건 바로 핵미사일을 맞은 이진서가 죽었으리라는 것.

그가 강력한 플레이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설마 핵미사일을 정통으로 맞고도 생존해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또 몰랐겠지만 그럴 리는 만무하니까.

‘큰 별이 졌군.’

어쩌면 그가 이 세계를 구원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는 씁쓸한 얼굴로,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

0%에 수렴하는 확률을 뚫고, 이진서를 향해 핵미사일이 날아간 것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그러나 우연은 정말로 일어났고 상하이 일대는 초토화되고 말았다.

직격당한 곳은 그 뼈대조차 남기지 못하고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고, 반경 수십 킬로미터는 핵 방사능으로 뒤덮였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중국 지도부에서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웨이타오를 대신해 정무를 맡은 리창 서기는 핵미사일을 날린 군 장성- 류위청에게 즉시 전화를 연결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일평생 말을 더듬어본 적 없는 그가 말을 더듬었다.

- 저, 정말 핵미사일을 날렸···? 왜 날린 거···?

- 웨이타오 주석님의 명령을 받고, 날렸는데?

- 웨이타오 주석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 없네.

- ···아니 내가 직접 들었다니까? 거짓말하지 마라. 이거 나를 숙청하려는 정치적 의도지?

주석의 업무를 대신하는 서기와 장성 간의 대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대화 내용은 산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리창 서기도 류위청을 더 건드리지는 못했다. 다짜고짜 핵미사일을 날리는 미친놈이다. 괜히 자극했다가 자신이 있는 이곳, 베이징을 향해 날린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가만히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군 장성들도 둘로 나뉘었다.

류위청을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 전자는 류위청의 자리를 빼앗고 숙청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후자는 류위청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총 지도자인 웨이타오 주석은 침묵했고, 중국 전체는 시끌벅적해졌다. 분열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편, 이진서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의 눈에 폐허가 된 외부가 들어왔다.

핵미사일에 직격당하기 직전 그는 3급 안전 가옥을 소환했다. 직전 시흥시에서 얻은 안전 가옥이었다. 그러나 3급 안전 가옥조차 핵미사일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막아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한데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영령 빙의 이후, 마력 요새까지 사용한 이후였기에 그의 피해는 전무했다.

그는 탈탈 손을 털었다. 그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이것들이··· 진짜로 핵을 쐈네?”

중국 측에서 핵미사일을 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그런 그도 정말 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응징해야 할까. 생각하던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S31 하나 구매해줘. 기존 옵션 그대로 달린 거로.’

기존에 사용하던 그의 S31이 아쉽게도 방금 전, 핵폭발로 인해 ‘완전히’ 파괴돼버렸기 때문이다.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S31에 적잖은 기프트를 쏟아왔기에, 새로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만 일만 기프트가 넘게 들었다. 하지만 그는 표정 변화 없는 담담한 얼굴로 구매한 S31을 들었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일만 기프트는 큰 액수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대체?

그의 심정을 짐작게 하듯, 정민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핵미사일 한발 얻어맞았다.”

- ?? 핵? 그 핵미사일 말씀이십니까?

“그래.”

- 이 미친놈들이 진짜···

“음··· 아무튼 살아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 지금이라도 저희가 피의 복수를···

“아니, 안 죽었는데 무슨 피의 복수야. 경거망동하지 말고 일단 방공호로 대피하고 기다려. 핵미사일이 그쪽으로 날아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 옙, 알겠습니다, 형님. 일단 무사 귀환하십쇼!

전화를 끊은 이진서는 전화를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날개를 펼치고 가볍게 날아올랐다. 블링크를 몇 번 사용하자, 순식간에 그의 몸이 하늘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

중급 변이체는 아주 작은 소음이나, 빛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물며 그보다 상위 개체인 상급 변이체나, 최상급 변이체, 특수 변이체, 초월체는 말할 것도 없다.

중국 동부에서 일어난 핵폭발에, 중국의 변이체들은 물론 근방 수천 킬로미터의 변이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수천 만에 이를 정도였다. 국경은 너무나도 가볍게 돌파당했다.

애초에 수천 만에 달하는 변이체를 재래식 무기로 막는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렇게 중국 내에 들어온 변이체들은 닥치는 대로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직접 대적하기보다는 안전 가옥이나 방공호 내부에 숨었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변이체들 중에는 초월체도 섞여 있었기에 그것조차 쉽지 않은 얘기였다.

중국의 존망이 달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 순간이었다. 웨이타오 주석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이체들을 몰아낼, 처치할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 핵미사일이라도 써야 합니다.

“자국의 영토에 핵미사일을 쓰자 이 말인가?”

웨이타오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의 중국을 구원할 유일한 방법은 핵미사일뿐입니다.

”아니, 애초에 핵미사일은 왜 쏴가지고 지금 이 사단을···“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명령도 없이 핵미사일을 날린 류위청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 웨이타오였다.

-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잖습니까.

”총 몇 발의 핵미사일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 군사 전문가들은 못 해도 스무 발 이상은 필요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스무 발을 날리면 변이체는 물론이고, 우리 중국도 쑥대밭이 되겠군.“

웨이타오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아니, 그걸로 끝일까? 스무 발의 핵미사일을 날렸는데 변이체를 소탕하지 못한다면, 만에 하나 일이 잘못돼서 변이체들의 숫자가 더 늘어난다면 그 이후의 대책이 있긴 한 걸까.

그는 스스로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대책이 있었다면 이런 사달이 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창 서기는 재촉할 뿐이었다.

-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앞으로 사 일 후면 중급 변이체가 상급 변이체로 변합니다.

동부에 몰려든 수천 만에 달하는 변이체들이 모조리 상급 변이체로 변한다면, 그때는 핵미사일 몇 발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핵미사일로 끝낼 수 있는(정확히 말하면 끝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금,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는 웨이타오도 동의했다.

그리고 그의 동의를 얻은 이상, 곧 예정대로 플레이어들의 대피를 마친 이후, 핵미사일이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래, 난데없이 하늘에서 운석비가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운석?“

익숙한 그림에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 ···플레이어, 이진서의 생존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변이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핵미사일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진서가 나타나 변이체들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속도도 무척 빨랐다. 일개 개인이 죽이는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 어떻게 할까요? 그는 저희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지금 핵미사일로 함께 처리해버리는 건···

”그때도 처리 못 하면.“

- ···2안으로 한국에 있는 그의 쉘터를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방안도 생각해뒀습니다.

”그만둬. 류위청인지 뭔지 그놈부터 잡아 가두고··· 일단 지켜보자고. 알아서 변이체 처치해주면 우리로서는 좋은 거 아닌가?“

- 하지만 변이체들은 엄연한 우리 중화민국의 자산으로서···

웨이타오는 혀를 쯧쯧 차면서 그냥 수화기를 내려버렸다. 세상에 무슨 자산이 소유주의 목숨을 위협한단 말인가. 그런 자산 따위, 남에게 줘버려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목숨이니까···’

그는 소파에 뉘어 돌아가는 상황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

이진서는 변이체와 ‘잘’ 싸웠다.

사실 그럴듯한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 그 숫자가 수십 만이든, 수백 만이든, 변이체들의 공격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고 그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었으니까.

다만, ‘시간’과 ‘체력’이라는 변수가 문제였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그는 변이체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그의 마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싸운 그다. 애초에 마력이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마력조차 실려있지 않은 검은, 변이체를 단숨에 둘로 베어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변이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남아있었다.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쇠약’ 상태 이상에 걸렸습니다.]

[체력, 마력 회복 속도가 50% 감소합니다.]

상태 이상까지 걸렸다. 뒷걸음질 치던 그는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버닝 타임이라 부르며 좋아했던 일식(日蝕). 그러나 지금, 그는 결코 웃지 못했다.

이미 체력과 마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인데, 일식 기간 동안 변이체들은 두 배로 강해지니 말이다. 엘릭서를 꼴깍꼴깍 들이켠 그는 블링크를 사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웬만하면 아껴두려 했지만···’

지금은 뭘 아끼고, 말고 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아공간 창고에서 미사일‘들’을 꺼냈다. 한 개도 아니고, 수십 개의 미사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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