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보유 기프트 : 10,436,342]
아우리엘의 날개를 구매하고 쉘터에 방공호를 건설하느라 대량의 기프트를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일주일 만에 1,000만 개가 넘는 기프트가 모였다.
기프트를 어떻게 소모할지 고민하던 나는 신화 등급 장비를 마저 구매하기로 했다. 확실하게 스펙업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매한 장비들.
<빛의 신, 루의 신성 투구>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신화(God)
내구 : 800/800
옵션 : 모든 능력치 +4.0, 스킬 데미지 +25%, 마력 흡수 +5%, 절대 반사 +10%
<빛의 신, 루의 신성 갑옷>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신화(God)
내구 : 1,600/1,600
옵션 : 모든 능력치 +7.0, 스킬 데미지 +45%, 마력 흡수 +5%, 절대 반사 +15%
<빛의 신, 루의 신성 신발>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신화(God)
내구 : 600/600
옵션 : 모든 능력치 +3.0, 스킬 데미지 +30%, 마력 흡수 +2.5%, 절대 반사 +10%
빛의 신, 루의 신성 세트. 이전에 내가 착용했던 장비들처럼 어느 한 능력치에 특화된 장비는 아니지만, 대신 모든 능력치를 올려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범용성 있는 장비였다.
게다가 스킬 데미지를 무려 100%나 올려주고, 마력 흡수를 12.5%, 모든 공격 ‘절대 반사’ 확률을 35%나 올려준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신화 장비에 걸맞은 성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만다라바의 옷장에 루의 신성 세트를 집어넣고 바로 불러왔다. 찬란한 광채와 함께,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빛의 신, 루의 인도’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빛의 신, 루의 인도 3/3 - 블링크(Blink) 사용 가능, 모든 능력치 +5.0, 스킬 데미지 +50%, 마력 흡수 +7.5%>
세트 효과 역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장비의 기본 성능과 합치면 그야말로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다. 게다가 블링크(Blink)라는 이동기까지 달렸으니···
업적 달성 메시지도 덩달아 떠올랐다.
[‘신의 무구 2’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신의 무구 2>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신화 장비 5개 이상 착용
보상 : 기프트 채굴량 +15%
‘아직 끝이 아니다.’
세 개의 방어구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700만가량의 기프트가 남아있었다. 나는 남은 기프트로 액세서리 세트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액세서리 ‘세트’ 말이다. 물론 700만 기프트로 액세서리 세트를 구매하기엔 부족했기에, 나는 100만 기프트를 빌리면서까지 플렉스(Flex) 해버렸다.
<지혜의 신, 미미르의 목걸이>
종류 : 액세서리(Accessory)
등급 : 신화(God)
내구 : 450/450
옵션 : 모든 능력치 +3.0, 스킬 명중률 +100%, 마력 회복 속도 +100%
<지혜의 신, 미미르의 반지>
종류 : 액세서리(Accessory)
등급 : 신화(God)
내구 : 500/500
옵션 : 모든 능력치 +3.0, 스킬 데미지 +30%, 체력 회복 속도 +100%
<지혜의 신, 미미르의 귀걸이>
종류 : 액세서리(Accessory)
등급 : 신화(God)
내구 : 450/450
옵션 : 모든 능력치 +3.0, 생명력 흡수 +30%, 체력, 마력 회복 속도 +100%
액세서리들을 착용한다. 귀걸이를 착용하려면 직접 귀를 뚫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귀에 가져다 대자 자연스럽게 착용됐다. 그러자 또다시 떠오르는 메시지.
[‘지혜의 신, 미미르의 액세서리’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지혜의 신, 미미르의 액세서리 3/3 - 모든 능력치 +5.0, 하루에 한 번 미미르의 샘물 소환 가능. 샘물 복용 시 체력, 마력과 모든 상태 이상 효과 100% 회복.>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민첩 능력치가 100에 도달할 것.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0%
[‘쓰러지지 않는 불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쓰러지지 않는 불길>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체력 능력치가 100에 도달할 것.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0%
[‘아카식 레코드의 탐구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아카식 레코드의 탐구자>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지력 능력치가 100에 도달할 것.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0%
[‘행운을 집어삼킨 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행운을 집어삼킨 자>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행운 능력치가 100에 도달할 것.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0%
[‘만렙 뉴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만렙 뉴비>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여섯 개의 능력치 합이 600 이상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5%
능력치가 모두 100 이상에 도달함으로써, 또다시 업적들을 얻었다. 근력, 마력 능력치 같은 경우는 이미 100에 도달한 적이 있기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만렙 뉴비 업적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늘어난 기프트 채굴량은 무려 120%. 이제 내 기프트 채굴량은 400%를 넘었다.
‘당장이라도 시험해보고 싶다.’
전신에 힘이 충만했다. 지금이라면 뭘 하든 가능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 날개를 펼치고, 가볍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쉘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상태에서 블링크를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강렬한 광채와 함께, 내 몸이 수백 미터 앞으로 이동했다. 물론 마력이 소모됐지만, 지금 150을 넘는 마력을 가진 내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원래는 조금 뒤로 미뤄둘 생각이었지만.’
굳이 미룰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초월체? 솔직히 지금은 얼마가 몰려오던··· 은 아니고, 한 서너 마리 정도가 몰려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정 위험에 처하면 블링크를 사용해 빠져나오면 될 노릇이었다.
아우리엘의 날개의 고속 이동과, 블링크. 둘의 조합은 대단했다. 고작 몇 분도 안 돼서, 중국 땅에 발을 들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늘에서, 나는 진리의 눈, 게비샤를 사용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변이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숫자는 수십, 수백 마리도 아니고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때마침 하늘이 어두워졌다. 일식 기간의 시작. 변이체들이 맹렬하게 날뛰기 시작한다. 이미 엉망이 된 도시를 한층 더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생존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도시 중앙으로 블링크를 사용하며 이동했다. 번쩍.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에 홀린 소년들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변이체들. 그중에서는 나를 향해 도약하는 개체들도 있었다.
물론 최상급 변이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내게 근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아니, 최상급 변이체가 있었네. 하늘을 향해 개구리처럼 뛰어오른 녀석은 나를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내 앱솔루트 배리어가 파괴되기는커녕 오히려 최상급 변이체의 몸만 움푹 패고 말았다. 공격이 반사된 모양이었다. 나는 녀석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어떠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력만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먹에 맞은 녀석의 머리가 그대로 폭죽처럼 터져버린다. 머리를 잃은 육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강해진 건지도?’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하늘을 향해 중얼거렸다. 미티어 스트라이크. 변이체들의 하울링(Howling). 마력 150의 운석의 위력은, 협주곡 같은 그것을 단숨에 침묵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왕이면 버프까지 받고 올 걸 그랬네.’
진혜연의 버프조에게 버프를 받는 걸 잊었다. 김하나의 음식조에게 음식을 받아 먹는 것 역시 잊었다. 지금 이 상황은 글자 그대로 즉흥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때 나는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수십, 수백 기의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한 나였지만,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대신, 영령 빙의를 사용했다.
[대마도사, 옐레나가 몸에 빙의됩니다.]
[마력에 따라 동화율이 설정됩니다.]
[마력 152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76%] [지속 시간 :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 36시간]
[영령의 능력치와 스킬의 일부를 불러옵니다.]
[마력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3.000 상승했습니다.]
[마력 요새(U)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파워 워드(L)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마력 분신(L)을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내 몸 주변에 마력 요새가 둘러진다.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하고, 파워 워드까지 사용했다. 파워 워드. 언령(言霊). 생각을 말로 이루어지게 만드는 힘. 아쉽게도 만능은 아니다.
당장 저 미사일을 없애 달라는 소원조차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마력 요새나, 앱솔루트 배리어의 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정도면···’
저 미사일을 막아내기에 충분하겠지. 설령 저 미사일이 ‘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정말 핵은 아니겠지? 곧 미사일은 나를 지나, 도시에 떨어져 내린다. 한 발, 두 발, 세 발···
미사일이 도시에 떨어질 때마다 강렬한 버섯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내가 있는 도시를 지워버릴 정도의 엄청난 위력.
‘핵은 아닌 것 같고, 미사일을 기프트로 강화한 건가.’
그때 미사일이 내 방어막에 충돌했다. 쾅! 엄청난 폭발이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방어막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미사일 날린 놈들 낯짝은 봐야겠지.’
만약 나를 공격하려 한 것이 목적이라면, 정민혁과 이야기한 대로 처리해버릴 생각이었다. 저런 미사일은 지금의 내게는 별 위협이 되지 않지만, 그룹원들에게는 다르니 말이다.
나는 빠른 속도로 블링크를 사용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미사일 발사대.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줄지어 서 있는 거대한 트럭들에서는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들이 나를 향해 총을 들었다.
탕탕, 탕탕.
‘지금부턴 정당방위인가.’
미사일을 날린 데다, 다짜고짜 총기까지 사용했으니, 선전포고라 여겨도 무방하겠지. 쓴웃음을 지은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곧 거대한 운석이 트럭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