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29
칭호 : 만독불침
기프트 : 1,953,535(645,521,119)
채굴량 : +190.5%
◈능력치
[근력 72.000] [민첩 71.000]
[체력 72.000] [지력 70.000]
[마력 102.000] [행운 70.000]
◈스킬(7/7)
<만다라바의 옷장(R)>
<미티어 스트라이크(U)>
<성운의 가호(U)>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 건(U)>
<앱솔루트 배리어(U)>
<진리의 눈, 게비샤(L)>
<영령 빙의(L)>
◈업적(21)
<상세 보기>
단 이틀 만에 190만가량의 기프트가 모였다. 장비를 구매하는 것보다, 일단 여덟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미뤄뒀던 갈락시아의 도서관을 습득할 생각이었다.
‘업적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했을 때 업적을 달성했던 것처럼, 여덟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해도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했습니다.]
[‘888’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888>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플레이어 중 최초로 여덟 번째 스킬 슬롯 해금.
보상 : 기프트 채굴량 +15.5%
나는 아공간 창고에서 ‘갈락시아의 도서관’의 스킬 카드를 꺼냈다. 영롱하게 빛나는 주황색 카드.
[스킬 카드 - 갈락시아의 도서관(L)을 소모해 스킬 - 갈락시아의 도서관(L)을 습득하겠습니까?]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응.”
[갈락시아의 도서관(L)을 습득했습니다.]
[‘주황이 좋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주황이 좋아>
등급 : 희귀(Rare)
조건 : 전설 등급 스킬 3개 보유
보상 : 기프트 채굴량 +9.9%
업적도 하나 더 습득할 수 있었다. 이로써 채굴량은 각각 15.5%, 9.9%가 늘어난 총 25.4%, 채굴량은 215.9%까지 늘어났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갈락시아의 도서관을 사용했다.
[마력 102를 확인했습니다.]
[갈락시아의 도서관의 ‘일부’를 구현합니다.]
그러자 주변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공터에 도서관이 생겨난다. 빼곡히 책들이 꽂혀있는 수백 개의 책장들. 무수한 책장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 들어 펼쳤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생소한 언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르르 한글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동 번역 기능이 탑재돼 있는 것 같았다.
<마력에 대한 마도사의 고찰 1권>
종류 : 책(Book)
이해도 : 0%
<고작 열다섯 살의 나이에 클래스 6의 경지에 오른 천재 마도사, 셰릴이 고찰하는 마력이란 무엇인가. 마도사 꿈나무들을 위한 필독서.>
표지의 내용을 확인한 나는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 어차피 지금 책을 읽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장 사이사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대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크기였다. 마법이면 마법.
<빙결 계열 마법에 대한 이해 1권>
<4대 원소 마법이란 무엇인가>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들의 여행>
무기술이면 무기술.
<셸룸 왕가의 비전 검술서>
<창술사, 렌이 직접 저술한 창술의 기초>
···
심지어 요리, 낚시와 같은 생활 전반에 관련된 서적들까지.
<전직 왕실 주방장이 저술한 ‘이것만 알면 가정에서 사랑받는다’>
<대물을 낚는 법>
<귀족가의 여자들을 유혹하는 방법>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것조차, 고작 진짜 도서관의 1.8%를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유지 시간은 얼마나 되지?”
[사용자의 마력이 0이 될 때까지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지금의 내게도 적지 않은 양이긴 했지만, 그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사용을 중지해야 하겠지만···
‘곧 장비 아이템도 바꿀 테니까.’
남은 90만 기프트로는 신화 등급 장비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100만 기프트 대출까지 낀다는 가정하에, 잘하면 세 개 이상까지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마력을 120까지 올린다.’
아직 목록을 살펴보진 않았지만, 신화 등급 장비 세 개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나는 도서관 바깥으로 나온다. 잔뜩 기대감 어린 얼굴로, 사람들이 서 있다.
미리 간부들을 통해 도서관을 설립할 거라는 사실을 그룹원들에게 전달했었고, 이들은 진정으로 도서관 설립을 기다려왔다.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그들로부터 느껴졌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구현된 도서관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런 열의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닌, 그들의 몫이다.
그때, 누군가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본다.
“저희도··· 들어가도 될까요?
시흥시에서 구출했던 일반인들 무리, 연병수가 선두에 서 있다. 그들의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다. 박승기에게 듣기로 그룹원들에게 차별, 혐오를 당하며 마음고생들이 심하다고 했었지.
사실 이들을 데려올 때, 박승기가 이렇게 될 거라고 언질을 주긴 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된 걸 보니 동정심이 들긴 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일에 굳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박승기에게 철저히 당부받았기 때문이다.
- 자네가 절대 끼어들면 안 되네. 자네가 끼어들면 틀림없이 그룹원들이 불만을 토해낼 걸세.
그리고 난 그의 조언을 어기면서까지, 그들을 돕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하거나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직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니까.
“안··· 될까요?”
잔뜩 불안한 표정. 몇몇 사람들은 울 듯한 표정. 어쩌면 이 도서관은 그들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마음껏 이용하십쇼.”
그들이 본다고 해서 책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심 그들이 이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얻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그룹 전체를 위해서도 그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
중국. 공식적으로만 14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
당연히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들의 숫자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변이체의 숫자 역시 그에 비례할 정도로 많았으므로 축복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
상하이, 또는 상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인구 2,400만의 대도시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변이체와의 전쟁이 아닌, 플레이어 그룹 간의 전쟁이었다.
물론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쟁이 벌어진데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그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인근의 변이체들을 모조리 불러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플레이어 그룹의 전력도 약한 건 아니었다. 현대식 무기와 기프트를 결합해 새로운 무기를 창조한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중급 변이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니, 한두 마리를 처치할 때는 몰랐겠지만, 상하이에 있던 변이체들이 모조리 중급 변이체로 변해버린 지금, 그들은 ‘괴물’이 됐다.
해가 사라지는 일식 기간.
수십만의 중급 변이체가 그들을 급습했다.
“도, 도망쳐···!”
무려 수천 명의 플레이어 그룹은 별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학살당했다. 이를 지켜보던 그들과 대척점에 선 플레이어 그룹은 오히려 그 장면을 보며··· 좋아했다.
플레이어 그룹의 리더인 장려 총경감은 빌딩 위에서 그 장면을 감상하며 축배를 들 정도였다.
“멍청한 인민들의 죽음을 위하여!”
“위하여.”
술을 들이켠 그에게, 간부 중 하나가 물었다.
“각하, 위험하지는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는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장려 총경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중급 변이체? 어차피 이 장벽을 넘지도 못한다.”
그가 세운 상하이 상업 지구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 10m의 장벽은 중급 변이체 ‘따위’가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는 여태까지의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렇겠죠?”
“자꾸 불길한 소리 할 거야?”
그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 아닙니다! 장려 총경감님 만세!”
하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연 진화하는 변이체 역시 플레이어들을 포식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수천 명의 플레이어 그룹이라면 이론상···
특수 변이체, 그 이상의 변이체로도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한국? 그게 어디 있는 나란데?
- 한국 몰라? K-POP의 나라?
-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강태윤은 내 허락을 받아,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 동영상 한 개를 올렸다.
내가 변이체와 전투를 벌이는 내용의 단순한(1분 미만의) 영상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린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댓글이 100개도 넘게 달린 걸 보면 말이다.
“반응이 좋은데요, 형님? 하나 더 올릴까요?”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외국인들에게 굳이 이쪽의 정보를 더 넘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쪽의 정보도 어느 정도 넘겼으니, 외국의 정보도 캐내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추가 동영상 게시 없이 외국인들··· 지금 댓글로 캐내 보겠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쇼, 형님.”
비장한 얼굴로 말하는 강태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응원뿐이었다.
“고마워, 화이팅해라.”
“예, 형님.”
의기를 불태우는 강태윤을 뒤로 나는 바깥으로 나온다. 바깥에서는 트랙터가 도로 위로 달달 다니고 있다. 김민수에게 의뢰를 맡겼더니 하루 만에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트랙터. 그 밭을 가는 용도로 사용되는 그 차량 맞다. 강원도에서 구출한 플레이어들 중에는 농사꾼도 적지 않았고, 그들은 이 서울 시내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 했다.
물론 겨울철이라 바깥에서 농사를 짓는 건 불가능하지만, 비닐하우스를 건설한다면 실내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흔쾌히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우선 그들은 운동장을 개간해 밭을 만들기로 했다. 운동장을 개간한다니, 일반적으로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기프트의 도움을 빌리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생각하던 나는 이내,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그룹원들이 차린 가게가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빵집이라든가, 아니면 옷 가게··· 가전제품 가게도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경제가 제대로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보람이 느껴졌다. 잠시 거리의 풍경을 담던 나는 이번에는 외곽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바른 빛 선교회’의 교회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