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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38화 (38/236)

38화

박승기의 부탁을 받아 도착한 시흥시. 그곳에서 만난 건 다름 아닌 특수 변이체였다. 초장부터 영령 빙의를 사용해, 무사히 특수 변이체를 처치한 나는 옆의 저택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깨닫게 됐다. 저택의 정체가 평범한 저택이 아닌 <3급 안전 가옥>이라는 사실과 저택 내부에 수십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들의 정체가 ‘일반인’이라는 사실까지.

“내 아들내미요. 바깥으로 나갔다가 변이체에게 당해 변이체로 변해버렸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지, 중년 사내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 일반인은 변이체에게 공격당하면, 변이체로 변할 수 있다는 것.

마치 좀비 영화 속에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를 연상케 한다. 뭐, 좀비와 변이체, 비슷한 점이 많긴 하지만.

“아무리 변이체로 변해버렸다고는 하나, 내 아들내미···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저 방에 가두고 있는 상태요.”

방문은 얼핏 보기엔 튼튼해 보인다.

일반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나무 문이 아닌, 두꺼운 금속 문이다. 제아무리 변이체의 근력이 일반인에 비해 강력하다 하더라도,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어디까지 ‘최하급 변이체’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세계의 변이체들은 이제 자연 진화를 한다. 3일이 지나면 하급 변이체로, 9일이 지나면 중급 변이체로 진화한다.

문이 아무리 단단하다 한들, 하급 변이체쯤 되면 뚫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즉, 저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담담하게 물었다.

“저렇게 된 지 며칠이나 됐습니까?”

“오늘로 삼 일째요.”

삼 일째? 앞으로 정말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더 대꾸하지 않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지금 뭐 하려고···”

“시간이 갈수록, 변이체는 더욱더 강력해집니다.”

“그걸 내가 모를 거라고···”

“아드님, 아니 한때 아드님이었던 변이체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강해진 변이체는 저런 문 따위는 순식간에 뚫을 수 있습니다.”

중년 사내의 말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런 사실은 몰랐던 듯 웅성거린다. 문득 이 상황이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요? 내 아들을 죽이기라도 하겠다고?”

철컥.

중년 사내는 절박한 얼굴로 내게 총을 겨눴다. 물론 그의 총이 발사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한 상태라, 발사됐다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겠지만.

그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흉측한 화상처럼, 온몸이 검게 그을린 변이체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톱을 휘두르고, 물어뜯고.

직접 아들을 본 적은 없었던 중년 사내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바라본다. 총을 떨어트리고, 한때 자신의 아들이었던 존재로부터 뒷걸음질 친다. 이게 현실이다. 난 검을 들었다.

아직 최하급 변이체.

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순간 최하급 변이체는 지금까지 그래 왔었던 다른 변이체들처럼 잿더미로 화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누군가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면.

“병수야···!”

젊은 여자가 애절하게 소리친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옆에선 중년 여자가 침울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내게 빌기 시작했다.

“아저씨, 병수 좀 살려주세요. 제발. 다 저 때문이니까.”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위험합니다.”

내 대답은 단호했다.

살린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10만 기프트. 10만 기프트를 소모한다면, 변이체는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10만 기프트는 지금의 내게도 결코 작지 않은 거금. 10만 기프트로 고작 일반인 하나를 살리는 데 쓸 바엔, 그룹의 구성원들을 강화시키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비정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120일 남짓한 시간. 모든 변이체들이 최상급 변이체로 변한다. 내게는 시간이 없었고, 기프트가 부족했다. 그러나, 나는 눈을 감았다.

“제가 꼭 평생을 일해서라도 갚을 테니까···”

“바, 방법이 있다면 나도 부탁하오. 제발 내 아들을···”

살린다, 죽인다. 어느 쪽이든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 그러나 점차 내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망설이던 나는 곧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내 저택 내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

미국, 뉴욕 깊은 지하에 위치한 방공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공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신도, 인종도 가지가지다. 흑인은 물론 동양인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전 남자친구?”

“응응, 언니 말만 들어보면 빚져서 코인 하는 똥 멍청이인데, 그런 놈을 왜 만났나 해서요.”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앳된 백인 여자아이의 물음에 동양인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네 말처럼 같이 살 집도 날려 먹은 멍청이였지. 그래도···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는 이유는 내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착했거든. 어디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할머니가 무거운 짐 들고 다니는 거 보면 꼭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는.”

“호구였다는 얘기네요.”

“호구? 뭐···”

동양인 여자는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러면 그 호구 아조씨는 살아있을까요?”

“글쎄, 모르겠네. 살아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날이 갈수록 살기 힘들어져서 말이야.”

생존 가능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져 간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언니는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동양인 여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걔보다는 현실적인 성격이라서 말이야.”

설령 살아있다 한들, 한국에 있을 전 남자친구를 만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엷게 미소 짓던 동양인 여자는 백인 여자아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린 후 밖으로 나갔다.

총을 들고 기다리던 군복을 걸친 백인 사내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에밀리, 리더가 찾으십니다.”

“무슨 일이죠?”

“긴밀히 상의드릴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은 가보셔야 알 것 같습니다.”

동양인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백인 사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살린다. 내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것이 옳은 결정인지, 아니면 틀린 결정인지 판단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결정을 내린 내 손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10만 기프트가 빠져나간다. 내 손에 생겨난 것은 약병.

‘어떻게 하면 되지?’

[간단하게, 뿌리면 됩니다.]

나는 약병의 마개를 열고 앱솔루트 배리어에 가로막힌 채 아등바등하는 변이체를 향해 물약을 뿌렸다. 그러자··· 기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육체의 시간이 회귀되기 시작했다.

검은 피부가 살색으로 변하고, 흉측한 변이체의 얼굴은 잘생긴 사내의 그것으로 바뀐다. 헐벗은 채로 사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옷가지를 구매해 그에게 건넸다.

“병수야···!”

여자가 그를 부둥켜안았다.

사내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상황을 인식한 듯··· 그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 그때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청년,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또 할 수 있어?”

“······”

“우리 큰아들도 저기 있는데, 부탁 좀 하자. 부탁할게. 내가 이렇게.”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창밖이었다. 나는 또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왜, 병수는 되고 내 아들은 안 된다는 건데?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시흥시에 있는 변이체들은 모두 다 죽었습니다.”

특수 변이체가 모조리 포식했다. 그리고 설령 살아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변이치를 인간으로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내 과거의 기억과 변덕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일 뿐.

“다 죽어? 아니 누가 죽어? 청년, 그러지 말고, 내가 이렇게 부탁할 테니까.”

딱 잘라 거절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다시금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 했다. 그때, 기계 정령이 S31에서 튀어나왔다. 정민혁?

- 이 뻔뻔한 여편네가 누구보고 지 아들을 구해달라 마라야.

목소리의 주인은 정민혁이 아닌 박승기였다.

- 정신 차려, 이 여편네야. 적당히 뻔뻔해야지.

“오빠?”

아마 박승기와 안면이 있는 여자인 듯했다. 오빠라 부르는 걸 보면, 그의 친척일지도 모르지.

- 아들 살아 있을 때는 폭력이니 불륜이니 염병을 떨더니, 왜 이제 죽으니까 보고 싶은가 보지? 에라이, 미친년! 아들 대신 네가 죽었어야 하는 건데.

“뭐, 어쩌라고!”

- 한마디로 말해줄게. 이 여편네야, 민폐 끼치지 말고 꺼지라고.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힘이 담겨 있었다. 역시 가끔 망각할 때가 있지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다. 나는 쓰게 웃으면서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왔다.

“저기···!”

그때 방금 인간으로 되돌아온 남자가 나를 불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은혜라··· 몸으로 갚으세요.”

“예?”

“평생 이곳에서 살 겁니까?”

“그건···”

“서울에 내가 세운 쉘터가 있습니다. 박승기 의원님 부탁을 받고 오기도 했지만··· 다들 선택하세요.”

물론 3급 안전 가옥 안에 있는 이상, 어지간하면 안전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조건부로 뚫을 수 있을 정도면, 특수 변이체조차 뚫지 못할 테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 쉘터보다도 안전한 셈.

그렇기에 나는 그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지, 아니면 나를 따라 쉘터로 이동할지.

“저는··· 가겠습니다.”

“병수가 가면··· 저도 지옥이라도 따라갈게요.”

“아들을 살려준 보답을 꼭 하겠소.”

보답이라··· 나는 그룹의 플레이어들에게도 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물며 일반인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한쪽으로 쏠린다. 그중에는 방금 전 내게 살려달라 말했던 여자도 있었다.

그녀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쉘터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 해결하면 될 노릇이다.

“서울까지 갈 것이니, 다들 준비 단단히 해서 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안전가옥 바깥으로 나온다. 눈발이 어느새 그쳤다. 입에 담배를 물었다.

‘3급 안전 가옥도 옮길 수 있나?’

[가능합니다. 물론 더 많은 아공간 창고가 필요하겠지만.]

3급 안전 가옥의 가격은 무려 1,000만 기프트. 이대로 버리고 가기엔 아까웠다.

‘구매해줘.’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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