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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33화 (33/236)

33화

하지만 나는 권두기를 곧바로 죽이진 않았다. 방금 전 말한 대로, 얄팍한 동정심 때문은 아니다. 아직 그에게서 캐낼 정보가 남아있다. 그가 순순히 불 리 없지만, 내겐 이 눈이 있다.

게비샤를 사용하자, 그의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언젠가 올 테니까.

내가 그의 생각을 엿듣고 있다는 걸 꿈에도 상상치 못하는 듯,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그를 향해 말했다.

“몇 가지만 묻지.”

“무엇이든 물어보십쇼.”

“미사일이 더 있나?”

권두기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얼핏 보기엔 그의 얼굴은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사실입니다.”

- 한 기도 아니고 수십 기나 있지. 하지만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속마음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는 입장에선,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이런 미사일이 수십 기라면···’

제거해야 한다. 저런 미사일이 한 기도 아니고, 수십 기나 우리 쉘터에 떨어진다면 사람들을 지키고 나발이고, 당장 나부터 위험하다. 미사일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했다.

여기서 그를 죽인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없애고 싶었다.

“···그럼 다음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곳은?”

“이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수목원입니다.”

- 수목원에서 발사하긴 했지. 하지만 다른 미사일들이 보관된 장소를 네놈은 죽어도 모를 거다.

“수목원. 마지막으로.”

그의 생각을 읽으며 뜸을 들였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사일들이 보관된 곳은?”

- 그건···

“그걸 어떻게···!”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나는 쓰게 웃었다.

“아까 말했을 텐데. 나는 네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로써, 내가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었다. 남은 것은 징벌의 시간. 당황한 그의 얼굴. 궁지에 빠진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한다.

행여나, 그가 숨겨놓은 무언가 비장의 한 수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나도 일말의 자비 없이 움직였다. 미안한 일이지만, 그와 나의 민첩 능력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가 무언가 수작을 부리기 전에, 검을 꺼내 순식간에 그를 베어낸다. 그의 시간은 그대로 정지했다.

[다른 플레이어를 살해하셨습니다.]

구원교의 교주였던 이치고는 다소 허무한 최후. 내게 들어온 것은.

[2,167.4355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고작 2,000개 조금 넘는 기프트였다. 잠시 목을 잃은 그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그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신도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특히, 미사일을 관리하고 있는 신도들. 그들의 존재는 위협적이기 그지없다. 권두기가 그들에게 사전에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아직 모르니까. 그들을 먼저 제압하고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깥으로 나온 나는 깨달았다. 신도들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음을. 나 때문인가. 아니, 나 때문이 아니다. 이건··· S31을 들은 나는 스마트 워치로 발견할 수 있었다.

최상급 변이체와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붉은색 점을. 그리고 붉은색 점의 위치는 하늘···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얀색 머리와, 그에 대비되듯 검은 날개.

고고하게 이쪽을 내려다보는 붉은 눈동자. 나조차, 순간적으로 분위기에 압도될 정도였다.

“저건···”

그것은 분명, 일전에 봤던 최상급 변이체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최상급 변이체가 아니었다.

‘진화했다.’

플레이어 1,000명을 살해하고, 특수 개체로 진화했다.

[루나(Runa)]

- 다수의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최상급 변이체에서 한층 더 진화한 특수 변이체.

- 최상급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날개를 사용해 공간을 도약할 수 있는 권능, 상대방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 최대 50,0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진화 조건 : 플레이어 5,000명 살해 시, 혹은 특수 변이체 50마리 포식 시, 여왕(Queen)으로 진화.

- 보유 기프트 : 10,000

‘그동안 일천 명을 죽인 건가.’

바른 마음 교회에서 전투 이후로,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그동안 열심히 곳곳을 돌아다니며 플레이어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유 기프트는 1만.

최상급 변이체일 때보다 무려 10배의 수치. 물론 전투력 역시 10배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최상급 변이체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존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 역시, 제법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루나라는 특수 변이체는 얼마나 강할 것인가. 게비샤를 사용한다. 변이체의 속마음 역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고, 내 예측은 적중했다.

- 인간, 죽여야 할 존재, 하지만··· 내가 죽일 수 있을까?

그녀는 나와의 싸움을 망설이고 있었다. 아마, 나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섣불리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저쪽이 저런 태도니,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들었다. 마력의 움직임. 그녀는 파이어 월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그때, 그녀가 움직였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날개를 펄럭였다.

순간적으로 눈을 부시게 만드는 섬광과 함께, 그녀는 모습을 감췄다.

설명대로라면, 공간 도약의 권능인 모양이다. S31을 바라보니, 그녀는 이미 수백 미터 너머로 이동했다. 아마 지금 나를 상대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뒤쫓을 걸 그랬나.’

곧바로 뒤쫓았다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후회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었다. 내가 뒤쫓았다 하더라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비행 스킬에도 투자해야겠어.’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그녀가 사라진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나는 파괴된 시내를 걷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하게 특수 변이체를 조우하긴 했지만, 계획대로 미사일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미사일이 위치한 곳은 가까웠다. 강북구에 위치한 차고지.

디아블로를 잃어버린 나는 차고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속도로 순식간에 거리를 주파한 나는 차고지 안쪽에서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미사일과 거대한 군용 트럭을 볼 수 있었다.

신도들은 없었다.

한때 있었음을 증명하듯 근처엔 신도들의 시체와, 그들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변이체들만 있을 분이다. 검을 들어, 변이체들을 베어낸 후 차곡차곡 쌓인 미사일들을 바라봤다.

지금도 충분히 쓸 만한 무기다. 하지만 나는 권두기의 머릿속에서 그의 ‘야망’을 읽을 수 있었다. 기프트를 통해 미사일을 개량한다는.

이미 전차라는 선례가 존재하는 걸 봐서, 그의 생각대로 가능할 확률이 높다. 기프트가 얼마나 들던지, 나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입장이고. 고로···

‘제거하기보다는 내가 보관하는 게 어떨까.’

하지만 어떻게? 부피가 크다. 그렇다고 괜히 쉘터 안에 보관하다가, 잘못해서 터지기라도 한다면 인명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저런 물건을 바깥에 보관할 수도 없고.

생각하던 내게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공간 창고를 구매한다면 가능합니다.]

‘아공간 창고?’

[아공간 창고는 전면이 4급 안전 가옥에 준하는 방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설령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외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폭발이 일어나면 구매할 필요가 없지.’

[어디까지나, 예시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관여하지 않는 이상, 미사일이 폭발할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얼만데?’

[1㎥당 500기프트입니다.]

“숫자에 약해서 그런데, 얼마면 되는데?”

[보관만 하기 위해서는 200,000기프트 정도면 충분합니다.]

‘비싸네.’

하지만 미사일의 위력을 떠올리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어차피 앞으로 기프트 수급량은 늘어날 것이고, 위급한 상황일 때 미사일들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상도 가능한가?’

[잔여 한도는···]

한번 마이너스가 되고 나니, 기프트를 모은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마치, 지난날의 내 잔고를 보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빚쟁이 인생으로 살 순 없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새하얀 빛과 함께 미사일들이 모습을 감췄다.

<아공간 창고(Lv.7)>

내구 : 50,000/50,000

부피 : 400㎥

설명 : 무언가를 보관하기에 용이한 아공간 창고.

기능 : 경량화 Lv.7, 오토 쉴드 Lv.7, 오토 리페어 Lv.7

이걸로 미사일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다.

***

우여곡절 끝에 쉘터로 돌아온, 나는 쉘터의 방비를 한층 더 삼엄히 했다. 공간 도약의 권능을 가진 특수 변이체, 루나의 침입을 경계해서다. 먼저, ‘아가멤논의 가면’을 삭제했다.

아가멤논의 가면이 쓸 만한 스킬인 건 사실이지만, 한승주의 의견대로, 쉘터 방벽 위에 센트리 건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 건(U)을 습득했습니다.]

<서먼 : 레일리의 센트리 건>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위대한 기계 공학자, 레일리가 제작한 센트리건을 최대 32기(마력 능력치에 비례함)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센트리 건은 사용자의 마력이 모두 소모될 때까지 유지되며, 센트리 건의 능력치(사정거리, 내구, 방어력, 공격력, 공격 속도)는 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한다.

“와 유일 등급 스킬을 그냥 플렉스 해버리시네. 기프트가 얼마나 있기에 그러지?”

“마이너스입니다.”

“에이, 구라 치시긴···”

그녀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아닌 말이 아니라 정말 마이너스였다.

“기만질은 그만두고··· 최대 몇 기나 배치할 수 있대요?”

한승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대 32기 배치할 수 있다네요.”

“32기 정도면··· 쉘터 전체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네요. 상점에서 센트리 건 강화 스킬 구매해서 넘겨주세요.”

미리 약조했던 대로, 나는 상점에서 ‘센트리 건 강화 스킬’을 구매했다.

<센트리 건 강화>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배치된 센트리 건을 강화한다. 센트리 건의 능력치가 최대 60%(사용자의 마력 능력치에 비례함)만큼 상승하고, 열 발 당 소형 로켓을 발사한다. 로켓의 위력은 센트리 건의 능력치와 비례한다.

‘여기에 정민혁의 에코까지 더해지면.’

에코 역시 기계 강화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설령 상급? 어지간한 최상급 변이체라 한들, 다가오기 전에, 폭사돼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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