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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31화 (31/236)

31화

연이은 플레이어들의 합류로, 원래부터 북적거렸던 쉘터가 한층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순철은 그 성격 덕에 새로 온 플레이어들과 쉽사리 섞이지 못했다.

“차라리 여기가 더 편하군.”

그는 바리케이드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그의 몸에 파고든다. 차가움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공기를 쐬고 있노라면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대고 있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단순히 바람만 쐬려고 이곳까지 온 건 아니었으니까. 그는 저격총을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변이체를 향해 겨눴다.

탕, 탕!

연이은 총성에 변이체들이 미쳐 날뛴다.

그러나 변이체들은 위로 올라오진 못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과녁이나 다름없었다. 펄쩍펄쩍 개구리 같이 뛰는 변이체가 있긴 했지만, 절반도 못 올라왔다.

어김없이, 그의 탄환은 변이체를 꿰뚫는다. 그렇게 한동안 사격 연습을 이어나가던 중이었다.

무심코 주점 건물을 바라본 그의 눈이 커진다. 건물 안에 누군가의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을 끔뻑거렸다.

“내가 헛것을 본 건가?”

최유미.

그와 악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여경. 그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헛것을 보는 모양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녀는 죽었을 것이다.

아니, 만에 하나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저곳에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헛것이 아니었다.

건물에서 나온 여성이, 최유미가 이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강순철은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흡, 숨을 마시면서 저격총을 겨눴다. 그녀가 아닌, 그녀의 뒤를 쫓는 변이체들을 향해.

탕!

그녀는 무사히 바리케이드 앞까지 도착했다. 강순철은 정민혁에게 허락을 구했고, 구출 명령이 떨어지자 밧줄을 메고 내려갔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의 몸을 붙잡는다.

뒤늦게 변이체 한 마리가 그들이 있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후, 살아있었네?”

입김이 새어 나오며 그가 끼고 있는 안경을 뿌옇게 만든다.

“어딨어요?”

“뜬금없이 뭐가?”

“당신들 리더.”

“아, 이진서 씨? 지금 나가 계실 텐데. 이진서 씨는 왜?”

“만나야 돼요.”

“이진서 씨가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먼저 목적부터 밝혀.”

최유미는 짜증난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살아남기 위해 몸담았던 곳은 구원교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에요.”

“경찰이 사이비? 아주 갈 데까지 갔구먼.”

“저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요. 구원교는 보통 사이비 종교 집단이 아니에요.”

“그래봐야 사이비가 사이비지.”

“강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가 모조리 그들의 손에 넘어갔어요.”

“······”

“그들은 군부대를 털었고, 군부대의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어요. 심지어 전차까지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요.”

“그래, 구원교가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그 구원교 자랑을 왜 ‘우리’ 쉘터에서 하고 있는 건데?”

“아무튼 그 구원교를 이끄는 교주가 권두기인데··· 이진서 씨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요.”

“···서로 본 적도 없는데?”

“이진서 씨는 권두기를 모르겠지만, 권두기는 이진서 씨를 알고 있어요. 이진서 씨는 꽤나 유명하니까.”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사이비든 뭐든 서로 힘 합쳐야 정상 아니야?”

“당신이 알지 모르지만, 플레이어를 죽이면 그 플레이어가 가진 기프트를 빼앗아올 수 있어요. 권두기는 이진서 씨를 죽여서 이진서 씨의 기프트를 뺏을 생각이에요.”

“···그건 제법 가능성이 있네. 알았어. 정민혁.”

- 예, 아저씨, 왜요?

“최유미가 이진서 씨를 보고 싶단다.”

- 목적은?

“내가 여기서 얘기하는 것보단,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다.”

- 알았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니, 내가 그쪽으로 가마.”

곧 강순철과 최유미는 바리케이드를 내려와, 정민혁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형님,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원교에서 형님을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알았다.”

그렇게 말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구원교. 사이비 종교는 바른 마음 교회가 끝인 줄 알았더니 이젠 그보다 더한 사이비 종교가 등장했다. 스케일도 차원이 다르다.

강북 전체를 집어삼켰고, 군부대의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그래, 백번 양보해서 다 좋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어째서 내 목숨을 노린단 말인가. 생전 한번 본 적도 없는···

사실 나는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기프트 때문이겠지.’

그들은 내가 기프트를 많이 들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방금 전까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탈탈 털어 능력치를 다 올려버렸다.

한마디로 빈털터리였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29

칭호 : 만독불침

기프트 : 68,565(643,636,149)

채굴량 : +126%

◈능력치

[근력 69.000] [민첩 66.000]

[체력 65.000] [지력 63.000]

[마력 87.000] [행운 63.000]

◈스킬(7/7)

<만다라바의 옷장(R)>

<나이트 비전(S)>

<파이어 월(R)>

<아가멤논의 가면(R)

<메모라이즈(R)>

<앱솔루트 배리어(U)>

<영령 빙의(L)>

◈업적(18)

<상세 보기>

장비 아이템으로 얻은 능력치를 제외한, 모든 기본 능력치를 63까지 맞췄다. 원래 60이었는데 고작 3 올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60부터 1 올리는데 필요한 기프트는.

46,656개다. 한마디로 단순 계산으로 78만 개 이상의 기프트를 쏟아부은 셈. 영령 빙의 때 제대로 뽕 뽑았던 게 주요했다. 그래도, 풀 스탯인 70을 찍기까지 머지않았다.

앞으로 하루 뒤면, 최하급 변이체가 하급 변이체로 진화함으로써 기프트 수급량이 증가할 테니까.

‘그나저나··· 어떻게 한다?’

나를 노리는 구원교를 어떻게 할까,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차라리 나만 노리면 모르겠는데, 아예 우리 그룹 전체와 전쟁을 준비 중이란다. 그것도 미사일까지 동원하겠단다.

과장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의지만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바른 마음 교회 때를 생각하면 광신도들은 답이 없다.’

심지어 구원교의 광신도들은 바른 마음 교회보다 더한 놈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과의 대화는 별로 의미가 없을 확률이 높다. 간단한 결론에 도달했다. 제거해야 한다.

목사인 권두기를 비롯한, 간부들과 광신도들을 모조리 제거한다. 죽이든, 쫓아내든. 암덩어리들이다. 함께 할 가치가 없는 이들. 애초에 가만히 있는 이쪽을 먼저 건드린 것은 그들이다.

‘다만 문제라면 거기에 평범한 시민들도 같이 섞여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전부 지시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들을 솎아내는 일.

‘그런 스킬도 있나?’

[있습니다.]

[진리의 눈, 게비샤(L) - 250,000기프트]

‘비싸네.’

전설 등급 스킬답게, 과연 더럽게 비쌌다. 250,000기프트가 누구 애 이름이야?

[현재 플레이어, 이진서가 보유한 스킬, 나이트 비전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트 비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기긴 했다. 나이트 비전. 분명 실용적인 스킬이지만, 어둠을 본다는 것 이외의 효과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기프트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 기프트 없다.”

일부러 소리 내어 강조하듯 말했다.

[VVIP 상점 누적 구매액 100만 기프트에 도달해 외상 기능이 해금됐습니다. 100만 기프트 이하의 물건을 외상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자는?’

[없습니다.]

공짜로 외상을 주겠다는데, 이쪽에서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25만 기프트.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는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부탁할게.’

[225,000기프트를 지불해, 스킬 카드 : 진리의 눈, 게비샤(L)를 구매했습니다.]

[보유 기프트 : -151,435]

원래 있던 6만 8천 기프트가 사라지고, -15만 기프트가 됐다. 마이너스를 보니, 마이너스 통장을 써가면서 코인을 구매하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

잡생각을 털어버린 나는 먼저 나이트 비전을 삭제했다. 방금 전까지 낮처럼 환하게 보이던 시야가 한순간에 어두워진다. 한순간에 장님이 돼버린 기분에 약간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진리의 눈, 게비샤(L)를 습득했습니다.]

<진리의 눈, 게비샤>

등급 : 전설(Legendary)

종류 : 패시브(Passive), 액티브(Active)

설명 : 전설의 연금술사, 하인켈이 성서 속 신의 눈을 본떠 만든 호문클루스, 게비샤의 눈. 신의 그것처럼 전지전능하진 않지만, 그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용족이 사용하는 암흑 마법이라 할지라도, 게비샤를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용할 경우, 대상의 마음을 일정 확률로(마력, 지력 능력치에 따라 변동) 꿰뚫어 볼 수 있다.

[‘전설의 길을 걷는 자 2’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전설의 길을 걷는 자 2>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플레이어 중 최초로 전설 등급의 스킬 2개 보유

보상 : 기프트 채굴량 +15%

눈을 뜬다.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시야가 광활해졌다. 방금 전의 허무한 기분? 모두 다 날아가고, 그 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양감이 차오른다.

나이트 비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전설 등급 스킬.

‘이제 구원교로 한번 가볼까.’

게비샤를 습득함으로써, 일말의 고민조차 사라졌다. 저쪽에서 전쟁을 원한다면? 제대로 깽판을 쳐주지.

- 형님, 설마 바로 가실 계획은 아니죠? 위험합니다. 그리고 최유미, 그녀가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도···

“뭐, 그거야 직접 가보면 알 일이겠지. 정말 전쟁을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 말이야. 그리고 위험?”

나는 쓰게 웃었다.

전차? 미사일? 번지르르 하지만, 결국 기프트 싸움이다. 그것들을 운용하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전부 기프트가 들어갈 것이다. 이 세상의 법칙이 그랬으니까.

자신이 없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질 자신이. 방금 전까지 빈털터리긴 했지만··· 100만 기프트까지 외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했으니, 85만 기프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내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 건, 용산구에 다다랐을 때다. 그들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게비샤로 볼 수 있는 범위는 평범한 그들의 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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