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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8화 (28/236)

28화

과거, 거래소에서 에어드랍(AirDrop)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특정 미션을 달성하면 1,000기프트(당시 기프트 코인의 시세는 20원이었다)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공짜로 치킨값을 버는 격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물론 에어 드랍 직후 기프트 코인이 폭락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팔아치웠다.

그러나 잊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기프트 코인을 팔지 않은 이도 분명 존재했다. 한승주는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그 덕에 그녀는 1,000기프트를 가지고 각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승주는 천성이 여렸다. 변이체를 처치한다는 것은, 그녀의 상식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집에 틀어박혔다. 물론 집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변이체가 몇 번이고, 찾아왔었다. 그러나 전부 들어오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집을 철저히 요새화시켰기 때문이다. 입구는 물론, 복도에 7급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창문은 아예 기척을 지워버리는 특수 커튼을 달아버렸다. 변이체가 안으로 들어올 것을 대비해 내부에 안전 가옥까지 구매했다. 철통 요새였다. 그 덕에 그녀는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깨닫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변이체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이대로라면 언젠가 기프트가 떨어져 죽고 말리라는 것을. 그녀는 기프트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프트를 얻는 방법은, 변이체를 죽이는 것. 직접 죽여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그녀는 변이체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아닌, 도구의 손을 빌려서.

그녀가 즐겨하던 게임, Turret vs Zombie. 말 그대로 포탑을 설치해서, 좀비 웨이브를 막아내는 디펜스 게임. 그녀는 거기서 영감을 얻었고, 포탑을 구매했다.

건물 곳곳에 설치된 포탑은 요란했지만, 착실히 변이체를 학살했고, 그녀는 기프트를 수급할 수 있었다. 많진 않아도, 어느 정도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정도는 됐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센트리 건 15’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센트리 건 16’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안전 가옥 내부의 침대에 드러누운 채,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설치한 센트리 건이 파괴됐다는 메시지였다.

‘이게 무, 무슨 일이여···?’

그녀는 감시 카메라를 바라봤다. 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녀는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말았다. 센트리 건의 목표 설정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로 지정해놨던 것이다.

‘아, 안 돼.’

그녀가 막기엔 너무 늦었다. 어김없이 센트리 건은 남자를 향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입을 벌리고 말았다. 탄환이 남자를 박살 낸다든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의 몸에 닿지 못하고, 탄환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담담한 얼굴로 남자가 손을 들었다. 화르르. 불길이 치솟음과 동시에, 감시 카메라가 그대로 꺼져버렸다.

정적이 흐르는 방안에서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플레이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지금 이 시간에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지난 한달 간 살아있는 사람이 그리웠다. 인터넷이 끊긴 이후에는 특히 더 그랬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좋지 못했다. 누가 봐도 자신이 남자에게 선공(先攻)한 형국이 아닌가.

그가 자신에게 호의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녀가 택한 선택지는 다시 안전 가옥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남자가 돌아가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그러나 남자는 돌아가지 않았다. 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녀는 안전 가옥의 문을 닫아버렸다. 곧,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박살 난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돌아버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나올 겁니까?”

묵직한 중저음, 남자의 목소리였다.

“안 나올 거면 강제로 열겠습니다.”

“열게요, 열게요.”

바리케이드를 뚫고 온 남자의 말이니 제법 현실성이 있었다.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안전 가옥의 문을 열고 말았다.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로브를 걸치고 있는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남자의 얼굴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봤더라···’

“······”

침묵이 이어진다.

“하이?”

“하이는 뭔 놈의 하입니까. 다짜고짜 총질해놓고.”

그녀는 황급히 사과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총질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건 정말··· 죄송해요···! 의도는 아니었어요!”

“···됐습니다, 뭐. 따지자고 온 것도 아니고. 아실지 모르지만 저는 배달부입니다.”

“아, 배달부!”

그제야 그녀는 어째서 남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배달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멸망 직후,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화제이니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희 건물에···”

“구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며칠만 지나면 변이체가 하급 변이체, 중급 변이체로 진화하게 될 테니까, 그 전에 플레이어들을 구출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랬는데···”

배달부- 이진서는 말을 흐렸다. 센트리 건.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했던 그에게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변이체들에게는 다르다.

설령 상급 변이체라 하더라도, 그녀가 설치한 센트리 건을 모두 뚫고, 복도에 겹겹이 쳐놓은 바리케이드까지 뚫고, 그녀를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눈앞의 여자는- 기프트를 얼마나 들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의 도움이 필요 없을지 모르는, 이 멸망 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한승주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거기 인원이 몇이나 되는데요? 설마 우리 단둘?”

어째서인지 묘한 기대감까지 가진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는 그녀. 이진서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닙니다. 거의 일천 명에 달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입니다.”

“필수 시설은 갖춰져 있어요? 큰 걸 바라는 건 아니고, 예를 들면 화장실이라든가···”

“우리 그룹에 들어온다면, 매일마다 기프트가 지급될 겁니다. 아, 물론 당신이 기프트를 얼마를 가지고 있건, 당신의 기프트를 빼앗는 일도 없을 거고요.”

“얼마나 주는데요?”

“아직은 1기프트, 2기프트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혁에게 활동비나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기프트를 나눠주면, 그는 사람들에게 기프트를 지급했다. 지금이야 1기프트, 2기프트 남짓이지만.

앞으로 변이체들이 주는 기프트 양이 증가할 것이고, 뒤이어 기프트 수급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수십 배, 어쩌면 수백 배가 될지도 모르지.

“대가는요?”

“집단의 룰을 따르는 게 대가입니다.”

“어떤 룰인데요?”

“그건··· 꼬치꼬치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슬슬 짜증이 어린 이진서의 얼굴을 본 한승주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갈게요. 나 혼자 살아남는다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같이 모여있다면 죽어도 덜 불행하겠죠. 전 한승주예요.”

“이진서입니다.”

짤막하게 통성명을 나눈 이후.

한승주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별로 챙길 건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게 있으면 기프트로 구매하면 그만이니, 그녀가 챙긴 건 만화책(···)이었다.

이진서는 바깥으로 나왔다. 그녀는 오토바이의 뒷좌석에 탑승하게 됐다.

“와, 미친. 이런 건 애니에서밖에 못 봤는데···”

그녀는 디아블로를 보며 입술을 할짝였다. 이진서는 그녀를 보며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

천호동을 빙 둘러싼 장벽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하자 한승주는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제 얘기 잘 들어봐요. 쉘터 곳곳에 센트리 건을 설치하는 거예요.”

“그다음은요?”

“뭐가 그다음이긴 그다음이에요. 장벽 위까지 못 올라온다면서.”

“대부분의 변이체들은 그렇습니다. 뭐, 특수한 상급 변이체나, 최상급 변이체라면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예요. 기프트를 대량으로 벌어들일.”

“승주 씨는 채굴량이 얼마나 됩니까?”

“채굴량? 그거 알려줘도 되는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사실대로 말한다.

“-87%요.”

-87%라도 평범한 플레이어의 13배다. 그녀도 나름대로 업적을 ‘잘’ 쌓아왔음이 틀림없었다.

“저는 +111%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20배 가까이를 벌어들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뭘 하면 그렇게 돼요? 와 존나 인생 불공평하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이게 바로 기프트 코인에 주담보까지 끌어서 박은 위엄이다! 라고 말하는 건 없어 보여서 관두기로 했다. 그녀는 투덜거리면서도 진심으로 조언을 건넸다.

“진서 씨도 센트리 건 만들어요.”

“아까 저 죽일 뻔했던 거요?”

“아, 미안하다 그랬는데 왜 그래··· 그렇게 말하면 또 미안해지잖아요. 어차피 그 정도면 맞아도 안 죽었을 거 같은데.”

“맞아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요즘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뭐예요? 자동 사냥이다 이 말이야. 길목에 센트리 건 깔아놓고 자동 사냥 하면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그건 그럴듯하네?”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혹하는 걸 느꼈다. 직접 돌아다닐 필요 없이, 혹은 수면 시간 동안 알아서 기프트가 들어온다면, 그건 개꿀이다.

“뭐, 스킬로 설치하는 거라 한계가 있긴 하지만··· 진서 씨 마력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저보단 훨씬 나을 거 아니에요?”

“쉘터에 깔아두면 좋긴 하겠네요.”

“그렇죠?”

‘스킬 하나를 삭제해야 한다면···’

솔직히 지금 내가 가진 스킬들은 하나같이 쓸모 있는 스킬들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스킬 슬롯을 열면 좋겠지만, 8번째 스킬 슬롯을 여는 데 드는 가격은 무려 100만 기프트였다.

지금 당장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 뭐, 앞으로 3일 뒤면, 정확히 말해서 2일 16시간 남짓한 시간 뒤- 최하급 변이체가 하급 변이체로 변한 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도착하면 노하우 좀 알려주십쇼.”

한승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이래 봬도 디펜스 게임 마스터거든요. 노하우, 확실하게 알려드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우리는 내가 설치해둔 임시 쉘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기다려요. 마저 동작구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한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옛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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