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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5화 (25/236)

25화

“비좁다.”

정민혁은 중얼거렸다. 분명 처음 이진서, 진혜연과 함께 L 주상 복합 단지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 광활한 공간이 사람으로 꽉 채워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쉘터는 분명 포화 상태라고.

이번 D 미디어의 플레이어들이 합류하며 그룹 구성원의 숫자는 500명 가까이에 이르렀다. 게다가 앞으로 그 숫자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즉, 쉘터를 확장해야 한다.

“형님한테 말해야겠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이진서에게 향했다. 이진서는 옥상에서 진혜연과 함께 맞담을 피우고 있었다.

‘형님이 아무리 개방적인 분이라도 저건 좀···’

진혜연은 중학생 아닌가. 중학생과 맞담? 아니, 뭐 학창 시절에는 자신도 그랬고, 그럴 수도 있는데··· 사정을 알지 못하는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남들이 볼까 봐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는 남들이 이진서를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간 그는 곧 깨달았다. 그녀가 물고 있는 것이, 담배가 아니라 사탕이라는 것을.

“사탕··· 너는 왜 옆에서 사탕을 물고 있어?”

“아저씨가 보태줬어?”

그는 어째서 이진서 앞에서 자신이 ‘아저씨’라 불려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물론 말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남들이 보면 담배 같잖아.”

짐짓 억울한 투로 말하자, 진혜연이 배, 혀를 내밀었다.

“여중생이 담배를 피울 수는 없잖아?”

“백 년은 이르다.”

짤막하게 말한 이진서는 담배를 지상을 향해 던졌다. 담배꽁초는 나풀나풀 천천히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정민혁은 잠시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

“형님, 드릴 말이 있습니다.”

“말해봐.”

“쉘터가 비좁습니다. 쉘터를 확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혁이 느낀 것은, 다른 플레이어들도 느꼈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따로 생각하신 거 있습니까?”

“음··· 쉘터를 아예 강동구 전체로 늘리는 건 어떨까? 아니, 강동구가 너무 크다 하면 일단은 천호동 정도로 늘리는 걸로.”

“···형님의 스케일에 이 민혁이는 감복했습니다. 하지만 기프트가 겁나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호동 전체를 바리케이드로 둘러싼다는 것. 분명 기프트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 놨다.

“아, 그건 생각해둔 게 있다. 김민수 씨 전공이 건축학이라 하더라고?”

“아, 민수 형, 그렇죠.”

정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서의 대리인인 그는 핵심 구성원의 정보는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 중엔 김민수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는 정보 역시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스킬 중엔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스킬이 있고. 물론 하루에 한 개로 한정된다는 모양이지만. 구성원 중 일부가 바리케이드 스킬을 습득하고, 김민수 씨의 지휘를 받아 바리케이드를 쌓는다면.”

“그건··· 나쁘지 않네요.”

정민혁은 기지개를 켰다.

“지원자들을 색출하겠습니다. 적어도 50명 정도는 필요할 것 같네요.”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50명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건설이야, 몇 날 며칠에 걸려서 해도 그만이니 말이다.

“민혁아, 너한텐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

“형님, 그건 제가 형님한테 하고 싶은 말입니다.”

“······”

“······”

“우웩, 둘이 게이 아니죠?”

진혜연의 물음에, 정민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꼬맹이가 못 하는 말이 없어. 형님 가겠습니다.”

이진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정민혁이 내려간 후, 진혜연은 이진서를 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런데 오빠, 정말 게이 아니죠?”

“아니라니까.”

“마지막 연애 언제 했어요?”

진혜연은 조금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4년 전···쯤?”

“게이 맞네.”

“······”

이진서는 쓰게 웃었다. 4년 전. 코인 투자에 실패하며, 전 여친과 헤어졌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진지한 관계여서, 그 당시에는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는 그였다.

‘물론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저 안 좋은 추억 정도일 뿐이지만···’

생각하던 그는, 문득 묘한 표정을 지었다. 코인 투자는 혼자 했던 게 아니다. 전 여친 역시 같이 코인 투자를 했었다. 그래, 코인 떡락할 때 서로 덜덜 떨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왜 그래요?”

“전 여친이 어쩌면 플레이어로 각성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 여친? 어디 있는데요?”

“하늘나라?”

“······?”

“아니, 미국이라고··· 요즘 애들은 이런 개그 모르나?”

“옛날 사람들은 그러고 노나···”

“······”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지? 됐어, 잊어버려.”

만약 미국에 있다 하더라도, 도우러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미국까지 가는 게 문제고, 그 광활한 영토 내에서 사람 하나를 찾는 것이 2차적인 문제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생각을 하던 이진서는 문득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을 회상했다.

- 오빠는··· 우리 집을 말아먹은 거야. 그 집과 함께 우리의 꿈도, 미래도 사라진 거고.

- 소미야···

- 헤어져.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소중했던 인연을 잃어버렸다. 결국 그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주담보까지 받아서, 코인에 모두 날렸는데 잡을 자격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를 회상하다 보면, 지금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회상에 잠겨있는 그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진혜연은 그에게 사탕 하나를 건넸다.

“자, 사탕 하나 먹고 기분 풀어요. 거의 울 듯한 표정이네.”

그 바람에, 회상에서 깬 이진서는 픽 하고 웃어버렸다.

“···고맙다.”

***

아침 식사 후, 바깥으로 나가려는 내게 김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기프트가 필요해요.”

“기프트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민혁이한테 부탁하면 됩니다.”

“그, 민혁 씨가 거절하더라고요?”

“그러면 뭐···”

정민혁이 거절했는데, 굳이 내가 허락해 그의 위신을 낮추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표면적인 리더라면, 그는 쉘터의 대소사를 맡는 실질적인 리더라 할 수 있었으니까.

불과 며칠 전과도 상황이 다르다.

“들어봐요. 민혁 씨가 모두 거절한 건 아니에요. 일부는 허락했죠.”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요리 전공이었어요. 뭐, 집안 사정 때문에 빌어먹을 술집 여자로 전락하긴 했지만··· 김민수 씨가 전공을 살린 것처럼 저 역시 전공을 살리고 싶어요.”

그녀는 곧 덧붙인다.

“애기들 전부 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동생들도 함께 요리 스킬을 습득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요리라···”

“요리 스킬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일반 등급, 고급 등급, 희귀 등급··· 유일 등급.”

유일 등급? 요리에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

“지금 과하다 생각했죠. 그렇다면 이걸 먹어봐요.”

그녀는 접시를 건넸다. 크림 파스타였다.

<잘 만들어진 크림 파스타>

등급 : 고급(Superior)

옵션 : 모두 섭취 시 한 시간 동안 근력 +0.15, 체력 +0.15

제작자 : 김하나

“음식에 이런 효능이···”

“맛도 끝내줘요.”

나는 포크로 가볍게 둘둘 말아서, 입 안에 넣었다. 제일 먼저 느낀 생각은 ‘맛있다’라는 생각이었다. 정말로 맛있었다. 지금껏 내가 먹어본 파스타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괜히 그녀가 호언장담한 것이 아니었다.

“어때요? 이게 고작 고급 스킬로 만들어진 음식이에요. 하지만 희귀 스킬이라면? 유일 스킬이라면? 더 대단한 음식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분명,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더 높은 등급의 스킬이라면,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겠지. 높은 등급일수록, 요리에 붙은 옵션 역시 뛰어나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첩되지 않는 버프 스킬을 여러 개 얻게 되는 셈이었다.

“투자하겠습니다. 대신 제 세 끼는 책임 지셔야 합니다.”

“혹시 그거, 프로포즈인가요?”

“···어떤 스킬을 구매하면 됩니까?‘

“에이, 재미없기는. 어떤 스킬이냐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말한 스킬 카드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김하나 이외에도, 스킬을 얻고 싶다고 부탁을 해오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부탁을 대부분 들어주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기에 합리적이라 생각된다면.

한편으로, 개인적인 성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영서를 죽이면서 얻은 87,000가량의 기프트.

모조리 마력 능력치에 투자했다. 그 결과, 마력 능력치 60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장비를 통해 얻은 마력을 제외하고 기본 마력 능력치 말이다. 그리고 스킬 역시 알아봤다.

지금 내가 얻은 스킬들은, 전부 쓸 만한 스킬들뿐. 나이트 비전, 파이어 월, 아가멤논의 가면, 메모라이즈, 영령 빙의, 만다라바의 옷장···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10,000기프트를 지불하면, 추가로 스킬 슬롯을 개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지불할 능력은 충분했다. 그동안 필요한 스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스킬 종류를 말씀해주십시오.]

“갑작스런 기습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스킬.”

박영서와의 경험이 여러모로 나를 바꿔 놨다.

[앱솔루트 배리어(U) - 5,000기프트]

<앱솔루트 배리어>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위대한 대마도사, 옐레나가 성법, ‘신의 보호’를 본떠서 만든 마법. 일정 시간 동안 몸 주변에 피해를 흡수하는 보호막을 생성한다.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보호막의 흡수량이 달라진다.

“앱솔루트 배리어로는 어느 정도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

[마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내 마력이라면?”

[현재 마력 74··· 단언컨대, 일격에 플레이어, 이진서의 보호막을 뚫을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격이 아니라면, 존재하긴 한다는 거네.”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을 때입니다.]

나는 간단한 해결책을 찾았다.

“마력 올려주는 반지 목록 띄워줘.”

시스템이 말하기를, 악세서리는 여러 개 착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호루스의 반지와 마찬가지로, 마력 올려주는 반지를 여러 개 구매하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내 마력 능력치는 85까지 치솟았다. 어디까지나 옐레나 세트를 입었을 때 이야기지만.

[일곱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했습니다.]

[‘777’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777>

등급 : 희귀(Rare)

조건 : 플레이어 중 최초로 일곱 번째 스킬 슬롯 해금.

보상 : 기프트 채굴량 +6.5%

[앱솔루트 배리어(U)를 습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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