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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7화 (17/236)

17화

정민혁과의 팀플레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졌다.

겁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도망가던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덕에 내 기프트 획득 속도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천호동에 있는 대부분의 변이체들을 섬멸한 끝에, 나는 무려 4천 개가 넘는 기프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중 일부(50개)를 정민혁에게 분배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였다.

[2,160개의 기프트를 10의 마력 능력치로 전환합니다.]

[마력 능력치가 40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 마력 능력치를 올리려면 6배의 기프트를 필요로 합니다.]

[보유한 기프트 : 1585.5685]

이미 2160개의 기프트를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1585기프트나 남았다. 물론 이미 사용처는 정해 놨다. 마력을 올려주는 장비 아이템을 구매해 마력을 극대화할 생각이었다.

영령 빙의. 카드 도박을 통해 손에 넣은 전설 스킬.

그러나 당시의 나는 마력의 부족으로 영령 빙의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때 내 마력 능력치가 20. 40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315기프트를 지불해, 엘레스틱 완드(U)를 구매했습니다.]

[225기프트를 지불해, 대마도사 옐레나의 모자(U)를 구매했습니다.]

[315기프트를 지불해, 대마도사 옐레나의 로브(U)를 구매했습니다.]

[225기프트를 지불해, 대마도사 옐레나의 신발(U)를 구매했습니다.]

<엘레스틱 완드>

종류 : 무기(Weapon)

등급 : 유일(Unique)

내구 : 95/95

옵션 : 마력 +3.0, 마력 회복 속도 +10%, 마법 증폭 +25%

<대마도사 옐레나의 모자>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유일(Unique)

내구 : 70/70

옵션 : 마력 +1.5, 마력 회복 속도 +5%, 마법 위력 +5%. 마법 증폭 +10%

<대마도사 옐레나의 로브>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유일(Unique)

내구 : 80/80

옵션 : 마력 +3.5, 마력 회복 속도 +15%, 마법 위력 +10%. 마법 증폭 +20%

<대마도사 옐레나의 신발>

종류 : 방어구(Armor)

등급 : 유일(Unique)

내구 : 70/70

옵션 : 마력 +1.0, 민첩 +1.0, 마력 회복 속도 +5%, 이동 속도 +5%, 마법 증폭 +10%

‘얼마 남았지?’

[정가 1200기프트에서 상점 할인 10%를 받아 1080기프트를 소모했습니다. 현재 플레이어, 이진서가 보유한 기프트는 465기프트입니다.]

‘악세사리류도 있나?’

[악세사리는 여러 개 착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쌉니다.]

‘유일 등급 반지.’

[추천 목록을 출력합니다.]

[호루스의 반지(U) - 500기프트]

“구매해줘.”

[450기프트를 지불해, 호루스의 반지(U)를 구매했습니다.]

<호루스의 반지>

종류 : (Armor)

등급 : 유일(Unique)

내구 : 35/35

옵션 : 마력 +2.0, 마력 회복 속도 +25%, 마법 증폭 30%

먼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대마도사 옐레나의 로브를 걸친다.

뒤이어 모자를 쓰고, 신발까지 신었다. 그 순간, 또다시 떠오르는 메시지. 사실 동일한 아이템 이름을 보고 RPG 게임이라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대마도사 옐레나의 부름’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대마도사 옐레나의 부름 3/3 - 마력 +3.0>

세트 효과로 마력 3.0이 상승했다는 메시지였다. 대마도사 옐레나 세트를 착용하며 마력 능력치가 9.0이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두 개나 남았다. 호루스의 반지를 착용해 2.0.

그리고 엘레스틱 완드를 착용하며 3.0. 대략 1600기프트가량을 소모해, 마력 능력치 14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 내 마력 능력치는 무려 54. 메시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마력의 지배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마력의 지배자>

등급 : 희귀(Rare)

조건 : 마력 능력치가 50에 도달할 것.

보상 : 기프트 채굴량 +9.5%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29

칭호 : 없음

기프트 : 15(643,567,599)

채굴량 : +84.5%

◈능력치

[근력 31.000] [민첩 31.000]

[체력 30.000] [지력 30.000]

[마력 54.000] [행운 30.000]

◈스킬(6/6)

<위압(S)>

<나이트 비전(S)>

<파이어 월(R)>

<아가멤논의 가면(R)

<메모라이즈(R)>

<영령 빙의(L)>

◈업적(12)

<최상급 기프트 보유자(G)>

<신의 사랑(U)>

<나도 VVIP 상점 이용자(U)>

<변이체 슬레이어(N)>

<초보 티는 벗었네(N)>

<이 정도면 중수는 되겠지?(S)>

<퍼스트 무버 1(N)>

<퍼스트 무버 2(S)>

<놀랄 만한 행운(N)>

<마력의 지배자(R)>

<666(S)>

<전설의 길을 걷는 자(R)>

몸 안에 흐르는 압도적인 마력을 만끽하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옥상 문을 꼭 닫고,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를 마친 후 엘레스틱 완드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영령 빙의.’

[영령 빙의(L)를 사용합니다.]

[떠돌이 영령 ‘마도사, 벨루가’를 불러옵니다.]

전에 봤던 반투명한 몸의 노인이 나타났다. 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 나는 마도사 벨루가. 네 이름은 뭐지?

“저는··· 이진서입니다.”

- 계약을 맺겠나?

[한 번 계약을 맺은 영령은 계속 소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살짝 따끔거리는 느낌과 함께 내 손등에 뱀의 문신이 생겨난다.

- 계약은 성립됐다.

[마도사, 벨루가가 몸에 빙의됩니다.]

[마력에 따라 동화율이 설정됩니다.]

[마력 54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75%] [지속 시간 :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 48시간]

- 내 주특기는 화염 마법이다. 너도 화염 마법사인 듯하니, 서로 상성이 맞는군.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나는 곧 그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온 마도사, 벨루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령의 능력치와 스킬의 일부를 불러옵니다.]

[파이어 볼트(N)을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파이어 볼(S)을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레인 오브 파이어(R)을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이프리트의 축복(U)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파이어 볼>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고급(Superior)

설명 : 불로 된 구체를 상대방에게 날린다. 유효거리와 데미지는 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한다.

<레인 오브 파이어>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희귀(Rare)

설명 : 일정 범위에 불의 비를 내린다. 마법의 범위와 위력, 지속 시간은 사용자의 마력에 비례한다. 불의 비에 맞은 대상은 일정 확률로 화상에 걸리게 된다.

<이프리트의 축복>

종류 : 패시브(Passive)

등급 : 유일(Unique)

설명 :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축복. 화염 계열 스킬의 범위와 위력이 45% 상승한다.

파이어 볼트는 전에 이미 습득했던 스킬이기에 파이어 볼, 레인 오브 파이어, 이프리트의 축복의 설명만 떠오른 모양이었다. 나는 가볍게 손을 쥐었다 폈다.

마력 54.

아가멤논의 가면을 사용하면, 마력 능력치가 2.5 상승하니 실질적으로는 56.5인 셈. 장비 착용으로 인한 마법 범위와 위력의 뻥튀기. 그리고 이프리트의 축복으로 인한 뻥튀기까지.

어느 정도의 위력일지 가볍게 시험해보기로 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구체가 허공에 둥둥 떠오른다. 나는 9급 안전 가옥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파이어 볼이 초고속으로 날아간다.

상급 변이체의 공격조차 몇 번 견딜 수 있다는 9급 안전 가옥은 흔적도 없이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고작 파이어 레인이나 파이어 월 같은 희귀 스킬도 아니고, 파이어 볼 한 방에.

그리고 지금의 나는 파이어 볼을 하나도 아니고, 한 번에 파이어 볼을 수십 개는 만들 수 있을 만큼 마력이 흘러넘치는 상태였다. 지속 시간이 끝날 때까지 58분.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바깥으로 나가, 변이체 사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나는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다른 운송 수단과 마찬가지로 고장 나 있던 것을 바른 마음 교회에서 온 플레이어, 김민수가 수리한 것이었다.

물론 이쪽에서 공구 세트를 지원해주긴 했지만, VVIP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최소 100기프트 이상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인 셈이다.

곧, 지하 주차장의 문이 열리고, 나는 오토바이를 몰고 바깥으로 나왔다. 거리를 질주하며, 간만에 느끼는 속도감과 해방감을 한껏 만끽한다.

근방의 변이체 소탕을 완료했기에, 변이체들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설령 나타난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S31을 들어, 지도를 살핀다. 천호대교를 넘어 오늘은 광진구까지 돌아볼 생각이었다.

- 오로지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니··· 마치 내 세상을 보는 것 같군.

“이렇게 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됐습니다.”

- 내 세상도 원래부터 그러진 않았지. 원래 재앙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니까.

“동감입니다.”

말동무를 삼아, 천호대교로 들어선다.

다리 위에 있던 변이체들이 소리를 듣고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무시했다. 숫자가 몇 되지 않았고, 대부분 최하급 변이체였기 때문이다.

천호대교를 넘어선 나는 마침내, 광진구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소리를 들은 변이체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스마트 워치 기능을 사용했지만, 푸른 점은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적어도 이곳에는 없다는 방증이다.

거리낄 것이 없어진 나는 전방을 향해 파이어 월을 사용했다. 그리고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어 월은 평범한 파이어 월이 아니었다. 아니, 분명 파이어 월은 맞는데···

이전과는 높이부터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전의 파이어 월이 2~3미터 정도였다면, 지금 내가 사용한 파이어 월은 그 두 배(6미터)를 넘어선다. 크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진정한 파이어 월.

그러나 그런 파이어 월을 사용하고도, 여전히 마력은 흘러넘치는 상태였다. 그리고··· 소모한 마력도 순식간에 차올랐다. 장비에 마력 회복 속도를 늘려주는 옵션도 붙어있기 때문이리라.

‘다른 스킬도 시험해볼까.’

사실, 파이어 월만 사용해도 변이체들을 사냥하는 데는 지장 없을 것이다. 최상급 변이체? 자신할 수 있었다. 지금 마주치면 최상급이든, 뭐, 그 이상의 개체든 무조건 원콤일 거라고.

에에에엥.

열기 때문일까, 건물의 화재경보기가 한층 더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소리에 이끌린 변이체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때마침 태양 역시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찾아오는 일식, 제법 타이밍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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