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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6화 (16/236)

16화

S31로 최상급 변이체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녀석은 이미 탐지 영역에서 벗어나 버렸다. 기습이라도 성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내게도 녀석을 붙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나저나···’

여전히 바른 마음 교회에 있는 푸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숫자는 한둘이 아니다. 안전하단 걸 확인했는지 건물에 숨어있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걸치고 있는 복장을 보니 바른 마음 교회의 신도들임이 틀림이 없다. 그들은 나를 적대하는, 혹은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총을 겨누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사탄···!”

“사탄이 우리 교회까진 무슨 일이지?”

사탄?

지금 내 복장은 사탄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그런데 저들은 어째서 나를 사탄이라 부르는 걸까. 대답은 한 플레이어에게서 들려왔다. 그는 다른 신도들의 눈치를 살피며 앞으로 나왔다.

“그게 전부 다 목사 놈 때문입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신도 하나가 발끈하고 나섰다.

“목사 놈? 감히 우리 선지자께···”

“선지자? 천하의 사기꾼이겠지. 변이체 보니까 그대로 도망치던데?

신도들은 부들거리며 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시작했다.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질 사탄 같은 놈··· 나는 그들의 비난을 한 귀로 흘리며, 그에게 사정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요컨대, 바른 마음 교회의 목사인 이장우가 신도들에게 나를 사탄이라고 칭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내가 저들의 목숨을 구해줬음에도, 저렇게 흉흉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고 말이다.

‘아니면 구해줬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어째서 사탄이 된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쪽에게 원한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딱히 원한 가질 일은 안 한 것 같은데. 아.”

짚이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정민혁이 올린 동영상엔 바른 마음 교회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가 그걸 보고 내게 앙심을 품었다면··· 아무래도 이쪽이 가능성이 크다.

“저기 이름이···”

“김민수입니다.”

“민수 씨는 신도가 아닙니까?”

“저는 이놈들에게 삼 일 전에 붙잡혀 온 평범한 시민입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앙이 생겼노라고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이 중에도 저와 같은 사람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진혜연도 그때 납치당했다면 김민수와 같은 처지가 됐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렇군요.”

“저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변이체에 목숨을 잃을 거, 우리가 기껏 목숨을 구해줬더니.”

“이 사이비 새끼들아, 너네만 아니었으면 나는 아직도 내 집에서 무사히 생활하고 있었을 거야. 노예 구하겠답시고 주변 돌아다니면서 무고한 사람들 죽이고 납치했으면서, 뭐라고?”

그때, 내 눈에 작은 창문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마, 자신들에게 순순히 따르는 자들은 풀어주고, 아닌 자들은 지하에 가둬놓은 모양이다.

예배당 지하가 감옥이라···

‘사이비들이란···’

“민수 씨, 저들을 이쪽으로 데려오세요.”

“열쇠를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갇혀있는 공간은 단단한 철문으로 막혀있노라고 했다.

“열쇠, 가진 사람 없습니까?”

나는 바른 마음 교회의 신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흉흉한 눈길이다. 협조는커녕, 총이나 안 쏘면 다행인 분위기다. 절레절레 저으며 나는 예배당으로 향했다. 그러자 신도들이 예배당 앞을 막아섰다.

“지금 막겠다는 겁니까?”

“사탄에게 우리 예배당을 내어줄 순 없지.”

쯧,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위압 스킬을 사용했다. 아가멤논의 가면의 지속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내 마력 능력치는 32.5. 위압 스킬의 위력도 덩달아 뻥튀기됐다.

눈앞에 선 신도들뿐만 아니라, 나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게거품을 물며 쓰러진 이들, 아예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린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한 채, 당당히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다. 지하로 향하는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예배당 내부에 친절하게 안내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이윽고 마주한 건 거대한 철문. 가볍게 노크를 한다. 쾅, 쾅.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 열어주세요!

- 여기 안에 사람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는 필사적이다.

“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십쇼.”

중얼거리듯 말한 나는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철문을 향해 휘둘렀다. 맨주먹으로 철문을 친다는 것. 아무리 복싱 선수가 온다 하더라도 철문을 부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 그러나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근력 30. 단순 수치상으로만 따져도,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보다 30배나 근력이 강해졌다는 의미.

내 예상처럼 주먹이 닿는 순간, 철문은 박살 나버렸다.

“세상에···”

뒤에서 따라오던 김민수와 몇몇 플레이어들의 경악을 들으며, 나는 철문 안쪽으로 들어간다. 한 무리의 여자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그들은 쇠파이프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내려놓는다.

“배달부 아저씨야.”

“살았다, 씨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욕설이, 지금껏 그들이 겪어왔던 고초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안에 갇혀있던 이들의 숫자가 대략 30 정도. 나는 그들을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신도들은 여전히 우리를 경계하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나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들이 나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항의 의지를 상실한 그들은 내 말을 순순히 들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생겼다.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나를 따라오고 있는 이들 중에는, 신도였던 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니까, 강제로 붙잡혀서 신도가 된 것이 아닌, 애초부터 바른 마음 교회를 믿었던 진짜배기 신도들 말이다.

“사탄을 따라가다니··· 이 배신자들아.”

“아니, 나는··· 이분이 왜 사탄이야.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노아시다.”

“노아? 노아는 우리 이장우 목사님···”

“무슨 노아가 후손들을 버리고 도망가냐? 이제 알겠어! 그놈은 가짜 노아야!”

“뭐, 뭐라고? 이장우 목사님이, 아니 교주님이 가짜 노아라고!? 지금 말 다 했어?”

오히려 방금 전보다도 훨씬 더 흉흉해지는 분위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민수에게 물었다.

“노아는 뭡니까?”

“그 성경에 나오는 노아 있잖습니까? 노아의 방주 만든 그 노아.”

“미치겠네. 내가 배달하는 음식은 부활절 계란 같은 게 아닌데.”

피식.

농을 건넸지만 빵 터진 건, 김민수가 아닌 예배당 지하에서 구출한 하늘색 머리 여자였다.

“김하나예요.”

“이진서입니다.”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저들을 어떻게 처분할 거냐고 물어봤다.

“저놈들, 광적인 놈들이에요. 제 교주를 위해서라면 벌어들이는 수익의 9할을 바치는 것은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을 납치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 놈들이죠. 저희도 그러다가 붙잡혀왔고요.”

그녀는 내가 저들을 ‘그룹’에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모양이었다. 기실, 바른 마음 교회와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진 진혜연도 있고, 받아들여 불화를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숫자가 한둘도 아니고 무려 수십이니, 강순철 때와는 그 경우가 확실히 다르다.

가만히 그들이 싸우고 있는 걸, 불구경하듯 지켜보고 있는데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의 뒤를 따르는 다른 신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노아시여, 아니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노아라 부르더니, 이번엔 신이라 부른다. 엄청난 신성 모독을 저지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짐짓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당신들이 저지른 악행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라고 표현하고도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이 지경으로 변한 지, 고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그들이 저지른 악행은 하나같이 중범죄들뿐.

“다 이장우 목사가 시킨 일입니다. 저희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습니다. 제발··· 기프트를 바치라면 바치겠습니다!”

“······”

이번에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기프트를 바치겠다는 말은, 코인 채굴기가 돼버린 세상에서 목숨을 내게 맡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오늘 처음 본,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사탄이라 칭하며 욕하던 내게 목숨을 맡길 정도로, 그들의 신앙이라는 건, 그들의 목숨이라는 건, 같잖은 것이란 말인가.

“저, 저기, 원한다면 저희도 다 바칠 수 있거든요?”

내 침묵의 이유를 곡해(曲解)했는지 김하나가 황급하게 말한다.

갇혀있던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들이 가진 기프트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내게 있어서는 푼돈에 가깝다. 이들에게는 그 푼돈이 모든 것이겠지만.

‘이들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다.’

김민수나 김하나처럼 갇혀있던 플레이어들,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바른 마음 교회의 신도들. 이들을 모두 합쳐봐야 50명도 되지 않는다.

L 주상 복합 센터는 이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정 뭐하면 비슷한 쉘터를 하나 더 만들어도 되는 노릇이고. 그러나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 순간, 두 그룹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

- 형님, 이 아우에게 상의 한마디 안 한 게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올바른 처사셨습니다.

“그래?”

- 아시다시피 두 그룹은 서로 섞이기 힘들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을 가차 없이 버렸다면 틀림없이 주변에 해를 끼쳤겠죠.

“제2의 이장우 같은 놈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건가?

- 제가 한때 바른 마음 교회를 다녀봐서 아는데, 신앙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의지할 곳을 찾죠. 그리고 교회는, 혹은 이장우 같은 놈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바른 마음 교회 다녔다는 놈이 그렇게 바른 마음 교회 욕을 해도 돼?”

정민혁이 바른 마음 교회를 다녔던 전적이 있었다니,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뭐 어떻습니까, 제가 믿었던 건 신이지, 교회가 아닌데. 솔직히 지금은 신도 병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신이 정말로 있었다면, 지구를 이 모양, 이 꼴로 방치했을 리도 없으니까요.

“···뭐, 나는 모르겠다.”

살면서 신을 찾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신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있다면, 배달 콜 하나를 더 받는 편이 내 생활에 이로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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