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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1화 (11/236)

11화

정민혁이 게시한 글은 바른 마음 교회의 신도들도 봤다. 바른 마음 교회 전체가 술렁였다. 그들의 목사가 사탄이라 칭했던 자가, 정민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적의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사탄이 이곳으로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막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이곳에 위대한 선지자, 이장우 목사와 다수의 신도들이 있다곤 해도 그들로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영상 속 사탄의 무력은 압도적이었다.

“목사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라도 군대를 파견해서.”

“성전을 벌여야 합니다, 성전!”

이장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일단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세요.”

교회 내에서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당장이라도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성전’을 주장하던 신도들도 얌전히 그의 집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힌 걸 확인한 이장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배달부가 근처에 있을 줄이야.’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량의 기프트 보유자일 것이 틀림없는 배달부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았다. 이제 ‘위대한 계획’의 시작 단계에 불과한 그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

아니, 그는 부정적이었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도 신도들을 통해 기프트를 수급하면서 강해지긴 했지만, 그동안 배달부 역시 덩달아 강해졌을 테니 말이다.

‘지역을 옮겨야겠군.’

배달부가 암사동에 머무는 이상 번번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성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암사동과 멀리 떨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지도를 살폈다.

‘신 예루살렘을 어디로 삼을까···’

***

천호동에 위치한 L 주상 복합 단지. 지하 1층, 지상 7층 총 8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5층까지는 상가, 6층과 7층은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층 건물.

내가 쉘터를 세울 거점으로 삼은 곳이었다.

번화가인 만큼 근방엔 변이체들이 많았지만 의외로 건물 내부에는 별로 없었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 세계가 코인 채굴기로 바뀌었던 시간대는 밤이다.

주상 복합 단지 안에 있을 만한 이들은, 거주민을 제외한다면 없을 것이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대략 서른 마리의 변이체의 존재를 확인한 나는 망설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전기가 끊어지기라도 했는지 내부는 어두웠지만, 나이트 비전 스킬을 가지고 있는 내겐 환한 대낮이나 다름이 없었다.

변이체들을 하나하나 처치해나갔고, 옥상에 있던 마지막 변이체의 머리를 베어버리며. 주상 복합 단지를 완전히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물론 ‘손에 넣었다’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었다. 변이체는 물론, 플레이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건물을 개조하는 일도 가능한가?’

[기프트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얼마나?’

[그건 건물을 어떻게 개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9급 안전 가옥에 준할 정도라면?’

[건물 전체를 9급 안전 가옥에 준할 정도로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기프트입니다.]

7층짜리 건물을 개조하는 일인 만큼, 비쌀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훨씬 비싸다. 그리고 효율도 떨어진다. 상급 변이체 앞에서 9급 안전 가옥이 별 효과가 없다는 건 증명된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직접 개조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지, 뭐.’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 주상 복합 단지를 쉘터로 정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건물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설계도가 필요하다.

[건물의 설계도는 0.005기프트입니다.]

‘이건 합리적인 가격이네.’

[S31에 다운로드 받으시겠습니까?]

“그래.”

- L_주상_복합단지_설계도.pdf가 다운로드 완료됐습니다.

나는 S31로 설계도를 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세밀한 구조가 나와 있는 설계도. 나는 손볼 곳을 찾기 시작했다. 통로를 바리케이드로 모조리 틀어막아, 건물 전체를 봉쇄할 생각이었다.

[1기프트를 지불해, 8급 바리케이드를 구매하겠습니까?]

[8급 바리케이드]

내구 : 500/500

설명 : 8급 안전 가옥과 동일한 방어력을 가진 바리케이드.

시스템 메시지는 8급 안전 가옥이 상급 변이체는 물론 최상급 변이체의 공격조차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와 동일한 방어력을 가진 바리케이드니 쉽게 돌파당하진 않을 것이다.

[8급 바리케이드에 기능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오토 쉴드, 오토 리페어.’

내구가 떨어질 경우, 내구를 일시적으로 늘려주는 ‘오토 쉴드’와 자동으로 내구가 회복되도록 만드는 ‘오토 리페어’는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직접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합격.

[총 5기프트입니다.]

‘이것도 배보다 배꼽이 비싸네.’

이럴 거면 그냥 패키지로 처음부터 6기프트에 팔든가. 궁시렁대면서 나는 구매한 바리케이드를 통로에 설치했다. 그렇게 다섯 군데의 통로를 막자, 건물 1층은 외부와 봉쇄됐다.

건물의 외벽을 부수지 않는 이상, 이 안으로 들어오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2층. 어지간한 주택의 2층보다 높기 때문에 쉽게 들어오진 못하겠지만 중급 변이체 정도만 돼도 점프해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상급 변이체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3층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어차피 거주할 곳은 7층이니, 설령 2층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내려가서 격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소모한 기프트가 50 기프트. 그러나 어차피 조금만 뛰면 얻을 수 있는 기프트였고, 나도 슬슬 거점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찰나이기에 그리 아깝진 않았다.

“앞으로 여기서 생활하게 될 건데···”

“형님, 이 아우는 감동했습니다.”

“민혁 씨는 SNS질 좀 그만하고. 또 이게 뭐야.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어요.”

작업 도중 틈틈이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했는데, 정민혁은 그 와중에도 SNS를 하고 있었다. 저 정도면 중독이다. 형님이 화났다. 바른 마음 교회 각오해라. 형님이 지켜보고 있다 등등···

물론 진혜연을 납치하려 했던 바른 마음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에게는 일언반구도 입을 연 적이 없다. 한마디로 전부 다 그의 뇌피셜이다.

그러자 정민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 형님 혜연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혜연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어느새 진혜연과 제법 친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진혜연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데.

“가까이 있는 이상 그놈들이 계속 우리를 노릴 거라는 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닙니까? 미리 경고를 해야 합니다. 함부로 넘보지 못하도록.”

“그걸로 경고가 될까요?”

의구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자, 정민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여기 SNS 파워 랭킹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순위를 매일마다 갱신하는 사이트죠.”

그리고 당당히 1위에 랭크돼있는 건 정민혁의 SNS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 SNS라는 소리 아닌가. 나는 그가 SNS에 미쳐있는 것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아주 조금···

“제가 형님을 대신해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무슨 대변인이 당사자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글을 올려요?”

“아, 앞으로는 형님과 무조건적으로 상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설마 거짓말을 할까 싶기도 했다.

“뭐, 일단은 알겠어요. 괜히 이상한 글 올리다가 걸리면 이곳에서 내쫓아버릴 거예요.”

“예, 예!”

‘내쫓긴다는 것’의 위력이 강하긴 했는지, 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쉘터 건설은 일단락됐다. 부족한 점이야 이곳에서 살면서 차차 고쳐도 될 노릇이니까.

나는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변이체를 사냥하기 위함이다. 모든 능력치 20 달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예, 오빠.”

진혜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녀가 정민혁과 둘이 남겨지는 상황에 대해서 불안감을 드러내지는 않을까 했지만, 그래 보이지는 않았다.

하기야, 진혜연은 평범한 중학생은 아니다. 홀로 변이체를 한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는 처치한 숙달된 사냥꾼. 만약 정민혁이 그녀를 만만하게 보고, 혹은 나쁜 마음을 품는다면···

오히려 그의 머리가 깨질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하다. 정민혁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악한 인물도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진혜연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민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민혁은 그의 스마트폰을 든 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너도 SNS 시작해라, 혜연아. 너 얼굴 보고 싶다는 사람 되게 많아.”

무슨 이야기 하나 했더니 SNS 얘기였다.

‘저 오빠는 SNS밖에 모르나?’

“싫은데요.”

정민혁의 권유에, 야구 배트를 매만지던 진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 나이대 애들은 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주위에서도 SNS에 중독된 아이들은 있었지만, 정민혁만큼 심하진 않았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가 다 오빠 같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요.”

다음 순간, 그녀는 마네킹을 향해 힘껏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퍽.

야구 배트는 정확히 마네킹의 머리를 박살 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민혁은 움찔거렸다. 방금 머리가 박살 난 마네킹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작 꼬맹이 주제에 무슨 눈빛이···’

“알았어··· 화이팅하고.”

정민혁은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는 도망치듯 6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어두운 5층 안에 홀로 남은 진혜연. 무서울 법한데도 그녀에게선 전혀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기야, 이진서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변이체가 올라올 일은 없다는 뜻이다. 변이체만 없다면, 더 이상 어둠은 무섭지 않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대로 도태돼서는 안 돼.’

이진서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주거지를 얻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기야 받기만 했는데, 부채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오빠에게 무언가 도움이 돼야 해.’

이대로는 안 된다.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다. 강해지는 방법?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변이체를 사냥해, 기프트를 얻어야 한다.

거칠게 숨 쉬던 그녀는, 마네킹의 머리를 향해 재차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지금은 그 예행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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