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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9화 (9/236)

9화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29

칭호 : 없음

기프트 : 111.2365(643,567,715)

채굴량 : +62%

◈능력치

[근력 11.000] [민첩 10.000]

[체력 10.000] [지력 10.000]

[마력 10.000] [행운 10.000]

◈스킬

<파이어 볼트(N)>

<집중(N)>

<강타(N)>

<위압(S)>

<나이트 비전(S)>

◈업적

<최상급 기프트 보유자(G)>

<신의 사랑(U)>

<나도 VVIP 상점 이용자(U)>

<초보 티는 벗었네(N)>

<변이체 슬레이어(N)>

<퍼스트 무버 1(N)>

<퍼스트 무버 2(S)>

어제만 해도 바닥을 드러냈던 기프트가 금세 세 자릿수로 늘어났다. 이건 고작 한 시간 동안 모은 수치. 열심히 발로 뛰면서, 스마트 워치 기능을 통한 효율적인 사냥을 했기 때문이다.

‘S31 사랑한다.’

잠시 새 스마트폰을 향한 애정을 표시하던 나는 남은 기프트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우선적으로 능력치에 투자하기로 했다. 10부터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6배의 기프트가 필요하다.

즉 1 올리는 데 6 기프트를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가진 기프트는 능력치 두 개 정도는 20에 가깝게 올릴 수 있는 양이다.

‘일단 하나를 20 찍고 생각해볼까.’

여섯 개의 능력치. 근력, 체력, 민첩, 마력, 지력, 행운. 이 중 가장 쓸데없는 능력치를 뽑자면 지력. 정확히 말하면, 아직 어디에 쓰는지 모른다는 표현 쪽이 옳겠지만.

역으로 말하면 지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는 저마다 제 역할은 한다는 뜻이다.

‘물론 행운은 애매하긴 하지만···’

행운은 말 그대로 행운이다.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아까 전에 중급 변이체 여럿을 만난 것은 행운 능력치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애매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행운이 확실하게 작용한다는 걸 본 유일한 사례는 어제 업적 보상으로 얻은 무작위 일반 스킬 카드를 개봉할 때였다.

행운 덕에 보상이 한 단계 위인 무작위 고급 스킬 카드로 업그레이드됐었지. 그때의 쾌감은 잊지 못하지만, 고작 가챠 돌리겠다고 행운을 20까지 올리는 건 과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째 행운 쪽이 구미가 당긴다. 일반 스킬 카드가 고급 스킬 카드가 됐는데, 고급 스킬 카드가 희귀 스킬 카드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 이건 합리적 투자···’

어느새 자기 합리화하려던 나는 문득 픽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도박충 새끼.’

지난 사 년간 개고생하며 정신을 차렸다 생각했는데, 아직 덜 차린 모양이다.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지난번의 행운은 요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다시 요행이 찾아오라는 법은 없다.

‘그래··· 그냥 다른 능력치에 투자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능력치들을 고민하고 있을 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행운 능력치에 투자하는 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툭 던지듯 떠오른 메시지가 내 마음을 행운 쪽에 전세역전하게 만들었다.

‘VVIP 상점에서는 지난번 업적 보상으로 얻었던 스킬 카드도 파나?’

[재차 말씀드리지만, VVIP 상점은 모든 상품을 취급합니다.]

‘잘 알겠으니까, 얼만데?’

[무작위 일반 스킬 카드는 1 기프트, 무작위 고급 스킬 카드는 5 기프트에 판매 중입니다.]

‘좀 비싸네?’

무작위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 것보다, 선택해서 스킬을 습득하는 게 더 저렴하다. 그러나 내 물음에 ‘당연한 상식’ 같은 메시지가 출력됐다.

[무작위로 한 등급 혹은 두 등급 높은 카드가 나올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등급 높은 카드?’

고급 스킬 카드를 뽑으면 유일 스킬 카드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눈이 돌아가···진 않았다. 확률이 존재한다곤 해도, 모래사장에 바늘 찾기 급의 확률일 것이 틀림없으므로.

‘한 등급 정도면 만족이지.’

짧은 망설임. 그러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60개의 기프트를 행운으로 전환해줘.’

[60개의 기프트를 10의 행운으로 전환합니다.]

[행운 능력치가 20에 도달했습니다.]

[‘놀랄 만한 행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놀랄 만한 행운>

등급 : 일반(Normal)

조건 : 행운 능력치가 20에 도달

보상 : 기프트 채굴량 +1%

[앞으로 행운 능력치를 올리려면 6배의 기프트를 필요로 합니다.]

10마다 여섯 배씩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즉, 20에서 21을 올리려면 기프트 36개가 필요한 셈.

‘그런데···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데?’

한 시간 동안 111기프트를 모았다. 물론 황금 고블린- 아니, 중급 변이체 무리를 만나는 행운이 있긴 했지만 그 행운이 없었다 해도 70기프트는 벌어들였을 것이다.

버닝 타임이 아니니 다시 절반으로 나누면 35.

‘24시간 내내 사냥하면 800기프트.’

물론 나도 사람인 만큼 변이체를 24시간 내내 사냥할 수는 없으니, 12시간만 사냥한다 하더라도 400기프트다. 즉 능력치를 30까지 찍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이왕 가챠 돌리는 거면, 30 찍고 돌리는 편이 낫겠지. 아니, 그 전에 일단 다른 능력치들부터 다 20을 찍고 돌려볼까.’

생각을 마친 나는 미스릴 장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하급 변이체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쑤욱. 검이 하급 변이체의 머리를 파고든다.

[크리티컬!]

올라간 행운 덕분인지 크리티컬까지 터지며 변이체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 나버렸다.

검을 갈무리한 나는 S31의 스마트 워치 기능을 사용했다. 많이 처치했지만, 여전히 붉은 점으로 가득했다. 나는 허공에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알람시계, 소리 증폭.”

S31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10초 뒤에 S31의 알람시계 기능을 작동합니다. 볼륨을 최대한으로 증폭합니다. 10, 9, 8···]

나는 귀마개를 꺼내 귀에 착용했다.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S31이 삐이이이, 하는 요란한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어제 다운받아놓은 알람이다.

소리를 들었는지 붉은 점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가자.”

***

진혜연은 도망치고, 숨어있기보다는 변이체와 싸우는 것을 택했다. 그녀의 선택에는 이진서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자신의 원룸을 거점으로, 변이체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야구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야구 배트를 들고 변이체에 다가간다. 이 도시에서 그녀는 피식자지만, 눈앞의 변이체는 고작 최하급 변이체. 그녀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

야구 배트를 내리치자, 최하급 변이체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물론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내리칠 때마다 머리는 제 형태를 잃는다.

[0.001 기프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한 시간 동안 열 마리. 0.01 기프트를 획득한 셈이다. 소녀는 점차 이 세계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진혜연은 야구 배트를 털어내고, 다음 먹잇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친 것은. 그녀는 경계 어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세계가 멸망한 아포칼립스 세상. 모두가 이진서처럼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들이 어떤 그룹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그녀는 별로 그들과 가까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그들’은 달랐다.

“어린아이?”

“···목사님, 아니 교주님이 플레이어들은 끌고 오라고 하셨으니까. 꼬마야, 잠깐만 이리로 와봐라.”

진혜연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바른 마음 교회의 신도들이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원룸, 안전 가옥 안까지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들 역시 안전 가옥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 이런 꼬마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걸 가지고 있지?”

- 꼬마야, 나와 봐라. 아저씨들 나쁜 사람들 아니야.”

‘누군가 구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진서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긴 했지만,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를 뿐더러, 그가 설령 자신의 상황을 안다 하더라도, 자신을 도우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었다. 다행히 그들은 안전 가옥의 문을 뚫고 들어오진 못했지만, 그녀를 위협하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 이까짓 문 공구 가져오면 금방 열어. 그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열어.

- 아저씨들, 피곤하게 하지 마라.

과도한 긴장감, 피로. 진혜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녀는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가 잠에서 깨어난 건, 비명 소리 때문이었다.

- 으아아악!

- 우리는 노아의 자손이다. 건드리지··· 으악!

- 꼬마야 문 열어, 문 열어!

다급하게 말하는 소리. 그들은 ‘무언가’의 습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혜연은 주먹을 꼭 쥐었다. 물론 문을 여는 일도 없었다. 으그적, 으그적. 이빨에 씹히는 소리.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참담해졌다. 포식을 마쳤는지, 바깥은 완전히 조용해진다. 그녀는 야구 배트를 꼭 손에 쥐었다. 1분, 2분··· 째깍, 째깍. 조금씩 흘러가는 시간.

긴장의 끈이 어느 정도 풀어질 때쯤. 무언가가 격렬하게 문을 때렸다. 쾅! 안전 가옥 전체가 흔들릴 만큼, 엄청난 강도였다. 그녀는 또다시 심장이 쿵쾅대는 걸 느꼈다. 쾅!

[내구 432/500]

[내구 325/500]

[내구 200/500]

[오토 쉴드 Lv.1 기능이 발동합니다.]

[내구가 300 증가합니다.]

그러나 오토 쉴드 기능도 별 의미는 없었다.

단순 내구도를 늘려줄 뿐,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알아서 물러가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결국 내구도가 모두 닳았고, 문은 그대로 박살 나버렸다.

그녀는 마침내 볼 수 있었다. 온몸이 새하얗게 변한 여자의 나신. 변이체보다는 인간을 닮아있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등에 펼쳐진 나방의 날개 때문이다.

[상급 변이체]

-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진화한 변이체.

- 중급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온몸에서 마비독을 방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화 형태에 걸맞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

- 최대 1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진화 조건 : 플레이어(Player) 125명 살해 시, 최상급 변이체로 진화.

- 보유 기프트 : 50

‘상급 변이체···!’

그녀는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여자가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 하는 바로 그 순간, 여자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날개를 펄럭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비독에 걸립니다. 온몸이 마비됩니다.]

진혜연은 몸이 점차 굳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사라진 여자를 대신해 나타난 남자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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