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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7화 (7/236)

7화

이튿날도 해가 저물었다. 체력 능력치 덕에 육체적인 피로는 없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했다. 하기야 24시간 내내, 변이체들만 처치하고 다녔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해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상가 건물로 들어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서성거리던 최하급 변이체 한 마리가 내게 다가온다. 파이어 볼트를 사용한다. 내 손에 생겨난 불화살을 녀석을 향해 가볍게 집어던진다.

펑! 폭음과 함께, 변이체의 머리가 순식간에 휩쓸려간다. 그 순간, 마치 벌집이라도 건드린 것처럼 2층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내 변이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쏴아아.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며 물이 떨어졌고, 화재 경보 역시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 건물 안에서 불을 피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물론 후회해봐야, 아무 쓸모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미스릴 장검을 뽑아 들었다. 하루 종일 베어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예기를 전혀 잃어버리지 않았다.

잠시 후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변이체들의 시체. 옷에 묻은 물기를 바닥에 탈탈 털며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에서 소리를 들은 변이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름 근방에 있는 변이체들을 꽤 많이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수는 수십, 수백에 육박한다. 저들을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랬다간 날밤 새우게 생겼다.

해서, 2층으로 올라왔다. 물론 변이체들도 나를 쫓아 위층으로 올라올 테지만, 상관없다. ‘관리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혀져 있는 문을 열어젖히고, 옥상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9급 안전 가옥으로 하나 구매해줘.”

8급 안전 가옥으로 구매할까 하다가, 고작 하루 묵는데 지나친 사치를 부리는 것 같아 관뒀다.

[확인했습니다. 9 기프트를 지불해 9급 안전 가옥을 구매합니다.]

진혜연에게 사줬던 그것과 마찬가지의 안전 가옥이 등장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닫았다. 사람이 하나 겨우 누울 수 있을 만큼 자그마한 방. 그러나 더없이 안락하다.

이곳은 안전이 보장되니까.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안전은 아닙니다. 상급 이상의 변이체가 공격한다면, 파괴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존재한다는 건 몇 번은 막아준다는 얘기네?”

[······]

긍정하지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다.

조금 더 안심해도 되겠다 생각한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바로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정민혁이 너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고 했었지.

하지만 이내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하기야, 하루 종일 가지고 다녔는데 방전이 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핸드폰 충전도 되나?”

[완충까지는 0.001 기프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조 배터리 구매를 추천 드리며···]

고작 0.001 기프트? 하기야,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고작이 아니겠지. 핸드폰 충전을 하려면 변이체 한 마리를 때려잡아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완충해줘. 아니···”

스마트폰이 낡긴 했다. 대출금을 갚느라, 폰을 바꿀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출 받아서 폰 바꾸는 미친놈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생각을 이어나가던 나는 문득 생각했다.

‘대출받아서 코인하는 놈이나, 대출받아서 폰 바꾼 놈이나 뭐가 다른가.’

후자는 중고로 팔 수라도 있지, 전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미친놈인 셈인가? 잠시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던 나는 재차 입을 열었다.

“최신 폰으로 바꿀 수도 있나?”

[기종을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S31.”

오성 기업 필생의 역작이라 불리는, 500대만 출고된 한정 폰.

이미 나온 지 반년 넘게 흘렀음에도, 출고가만 3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물건이다. 평소 광고를 볼 때마다 저런 폰 쓰는 놈들은 대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생각했는데···

[정가는 0.01 기프트입니다.]

VVIP 상점에서는 고작 0.01 기프트에 판매하고 있었다. 아, 이 지구가 코인 채굴기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결국 지구의 화폐라는 건 똥 닦는 휴지에 지나지 않는구나···

물론 변이체 열 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양이라는 걸 생각하면 결코 적은 양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구매해줘.’

[0.009 기프트를 지불해 S31을 구매했습니다.]

곧 허공에서 스마트폰이 내려온다. 매끈한 금속의 느낌을 만끽하며, 스마트폰의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위성 통신 기능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위성 통신 기능. 생각해보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진 통신망이 끊기지 않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통신망이니 말이다.

“응.”

[정가는 1 기프트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비싸네?”

[취소하시겠습니까?]

“아니, 추가해줘, 그냥.”

1 기프트나 0.1 기프트나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란 건 매한가지다.

[0.9 기프트를 지불해 S31에 위성 통신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스마트 워치 기능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스마트 워치 기능?”

[스마트 워치 기능을 추가할 경우, 주변에 있는 적과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말이 끝나자마자 S31에 지도창이 띄워진다. 지도를 가득 채운 수두룩한 붉은 점. 하지만 그중에서 푸른 점도 몇몇 보인다. 아마 붉은 점은 변이체고, 푸른 점은 플레이어겠지.

‘이런 기능이면···’

좋다. 아니, 단순히 좋은 걸 넘어 필수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얼만데?”

[정가는 10 기프트입니다.]

9 기프트.

고작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기능 하나가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안전 가옥과 맞먹는다. 물론 작정하고 모은다면 금세 모을 수 있긴 하지만···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9 기프트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능이다.

[9 기프트를 지불해 S31에 스마트 워치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기존의 스마트 워치 기능은 사용자의 반경 50m 내외로 한정됩니다. 스마트 워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이거, 제대로 호구 잡힌 거 같은데.’

그러나 나는 홀린 듯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탈탈 털렸다. 꽤 기프트를 많이 모아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절반 이상 털렸다. 그리고 얻은 것은 마개조된 S31.

<이세계 스마트폰 - S31>

종류 : 스마트폰(Smartphone)

등급 : 레어(Rare)

내구 : 45/45

옵션 : 위성 통신, 스마트 워치 +3, 오토 리페어, 인피니티 배터리, 내구도 상승 +2, 소유주 인식

설명 : S31을 개조한 스마트폰. 기존의 통신망이 끊겨도 이용 가능한 위성 통신망으로 연결돼있으며, 스마트 워치 +3 기능이 탑재돼 반경 300M 안의 아군과 적을 확인하고, 구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토 리페어 기능이 탑재돼 손상을 입어도 자동 수리된다. 인피니티 배터리 기능으로 인해 배터리가 줄어들지 않으며, 반대로 전기가 필요한 다른 기기를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구도 상승 +2 기능으로 내구도가 40 증가했다. 사실상 스마트폰이라 부를 수 없는 고성능의 물건. 소유주 인식 기능이 달려있어, 소유주인 플레이어, 이진서 이외에는 절대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얗게 불태웠다.’

액수로 따지면 60 기프트짜리다. 미스릴 장검의 거의 네 배에 달하는 기프트를 지불해 얻어낸 폰이다.

기능만 보면 괴랄하다. 스마트폰 주제에 기능이 한 가지도 아니고, 무려 여섯 개나 탑재돼 있으니까. 하나하나가 지구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것들.

홀린 듯 구매하고 나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토 리페어? 인피니티 배터리? 고작 스마트폰에 이렇게 많은 기능을 욱여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구입해도 될 노릇이었는데···

‘환불하자.’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무슨 환불이냐. 그냥 쓰자.’

안된다고 한 건, 정말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단념한 나는 스마트폰을 작동했다. 과연, 0.1초 부팅이라는 게 뭔지를 보여줬다. 주변에 붉은 점들. 아까와 달리 간략한 정보도 떠오른다.

‘그사이 옥상까지 올라왔나?’

<최하급 변이체>

<최하급 변이체>

<하급 변이체>

최하급 변이체 둘과 하급 변이체 하나. 다만, 녀석들은 내가 이 안에 있는 건 알지 못하는 모양인지 옥상에서 계속 배회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지도를 넓혔다.

<하급 변이체>

<하급 변이체>

<최하급 변이체>

혹시 중급 변이체나, 그 이상의 변이체가 있진 않을까 해서 뒤적거려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스마트 워치 기능을 종료하고, 인터넷을 열었다. 인터넷은 순식간에 열린다.

떠오르는 검색어 순위.

1. 변이체

2. 플레이어

3. 변이체 처치하는 방법

4. 기프트

5. 암사동 배달부

6. 배달부 전화번호

···

4위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5위, 6위는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검색하자마자 글이 하나 떠오른다.

- 형님은 내게 따듯한 말 한마디와 함께 배달 명함을 건네고 가셨다.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형님을 다시 볼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형님을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형님은 우리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과업을 맡으셨기 때문이다. 바로 이 세계의 구원이란 과업을··· 나는 오늘 밤도 형님을 떠올린다. 좋아요 2021/싫어요 610

···정민혁이 올린 글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상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훨씬 비정상인데. 스크롤을 내리자 과거의 글들이 떠오른다.

뭐, 과거의 글들이라 해봐야 몇 시간 전에 올린 글들이지만.

- 우리 형님. 비록 뒷모습밖에 찍지 못했지만, 인증 올림. (대충 내 뒷모습 사진) 좋아요 1953/싫어요 351

- 형님 전투 영상 1, 전에 올렸던 영상보다 화질 개선됨. (아까 그가 찍었던 변이체들과의 전투 영상) 좋아요 3753/싫어요 142

- 그 딸배 전번 나한테도 공유하는 게 어떰?

- 어허 딸배라니, 직업 비하하지 마라. 우리 모두를 구원해주실 영웅인데.

- 형님 번호 알려주시면 사례비 드림.

- 기프트로 주게?

- ㅋ 미쳤냐?

댓글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실시간으로도 댓글은 달리고 있었다. 그때 글이 하나 더 올라왔다.

- 곧 새벽 감수성을 이기지 못하고 형님한테 전화 걸 예정. 좋아요 13/싫어요 0

- 형 참자.

- 그분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돼!

- 그런데 너 걔 전화번호 아는 건 맞음?

계속 구경하고 있는데, S31의 진동이 울렸다.

[신규 주문이 도착했습니다.]

BXX 후라이드 치킨 19,000원

[배달 주소]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알고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쓰게 웃었다. 물론 장단에 놀아날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지켜봤다.

- 형님 힘드셔서 주무신다고 방금 문자 받음. 좋아요 7/싫어요 2

- 얘 구라쟁이 아님?

- 사진 찍은 거 보면 아주 구라는 아닌 거 같은데···

[앱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웃으면서 앱을 삭제해버렸다. 내가 이런 데 쓰라고 알려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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