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진혜연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여자
나이 : 15
칭호 : 없음
기프트 : 0.001
채굴량 : -99%
◈능력치
[근력 1.000] [민첩 1.000]
[체력 1.000] [지력 1.000]
[마력 1.000] [행운 1.000]
◈스킬
◈업적
여고생인 줄 알았던 진혜연이 사실은 여중생이었다는 점에 1차적으로 놀라긴 했지만··· 아니,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채굴량’이었다.
-99퍼센트.
한마디로 1기프트를 채굴하면, 0.01 기프트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닌가. 최하급 변이체라는 녀석이 보유하고 있는 기프트가 0.1 기프트니 0.001 기프트를 얻는 게 맞다.
그렇다면 그녀와 나의 채굴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금세 차이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업적.’
<최상급 기프트 보유자>에서 99%, <신의 사랑>에서 35%, <나도 VVIP 상점 이용자>에서 25%. 원래 -99%였다고 생각하면, 지금 내 채굴량이 60%인 것도 맞아떨어진다.
즉, 나는 진혜연보다 기프트를 160배 많이 채굴할 수 있는 셈이다.
아니, 진혜연뿐만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마찬가지겠지. 변이체를 잡으며 내심 쉽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만 이지 모드(Easy Mode)였던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파이어 볼트를 습득하려면, 최하급 변이체 500마리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상점 할인까지 감안한다면 세 마리만 잡으면 된다.
‘다른 이에게 기프트를 양도할 수도 있나?’
[가능합니다. 플레이어, 진혜연에게 기프트를 양도하겠습니까?]
‘아니.’
물론 지금 당장 기프트를 양도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당장은 나도 0.1 기프트가 아쉬운 상황이었으니까.
차마 나와 같은 스킬을 구매하려면 저런 변이체 500마리를 잡아야 된다고 말하는 건 가혹한 것 같아서 그녀에게는 일단은 기프트를 모아두는 게 낫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창문을 통해 지상을 내려다본다. 변이체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나는 파이어 볼트를 사용했다. 기력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또다시 손바닥에 화염이 생겨난다.
망설임 없이 변이체를 향해 불화살을 던졌다. 불화살은 운 좋게, 정확히 변이체의 머리를 맞혔다. 작은 폭발음을 흘리며 단숨에 변이체의 머리가 불타오른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크리티컬!]
[0.16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운이 좋았다.’
집에서 미니 다트로 다트 게임을 즐겨하긴 했지만, 첫 시도에 맞힐 거라고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리를 듣고, 다른 변이체들이 몰려든다. 나는 다시 파이어 볼트를 사용했다.
그리고 다른 변이체를 향해 던졌다. 안타깝게도 이번엔 빗나가고 말았다. 또다시 파이어 볼트를 사용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손바닥에 불화살이 아닌 불꽃이 생겼다가 금세 사라져버렸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힐링 포션을 마셔 마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지금 당장 불가능하니,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력 능력치에도 투자를 해야겠군.’
아니, 그 전에.
‘스킬 명중률을 높일 수 있는 스킬도 판매하고 있나?’
한 방, 한 방, 명중률을 높여야 될 필요성을 느꼈다.
[판매 중입니다.]
‘그중 일반 스킬은?’
[스킬 목록을 출력합니다.]
[집중(N) - 1.5기프트]
[제구력 강화(N) - 1.5기프트]
가격은 같다. 그렇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상세 정보도 보여줘.’
<집중>
종류 : 액티브(Active)
등급 : 일반(Normal)
설명 : 마력을 소모해, 다음 공격 3회의 명중률을 30%만큼 높인다.
<제구력 강화>
종류 : 패시브(Passive)
등급 : 일반(Normal)
설명 : 투사체 스킬의 명중률을 15%만큼 높인다.
집중은 액티브 스킬이다. 마력을 소모하긴 하지만, 다음 공격 3회의 명중률을 무려 30%나 올려준다.
반면 제구력 강화는 패시브 스킬. 아무런 대가 없이 투사체 스킬의 명중률을 상시 15%만큼 올려준다.
‘집중? 제구력 강화?’
무제한으로 파이어 볼트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제구력 강화를 선택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고작 두 발이 한계다. 그렇다고 선뜻 집중을 선택하기에는 마력 소모가 마음에 걸렸다.
직접 사용해본 적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로서는 쉽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이내, 나는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그냥 둘 다 습득하는 걸로 하자.’
제구력 강화 효과를 받으면서, 집중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스킬 명중률을 45%나 높일 수 있다. 기본 명중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몰랐겠지만, 백발백중일 거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둘이 합치면 3 기프트.’
즉, 앞으로 18마리만 잡으면 두 스킬을 모두 습득하는 게 가능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다시 일어났다. 대략 10분. 파이어 볼트를 한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차올랐다.
이번에는 신중하게, 담장에서 허우적거리던 변이체의 머리를 맞히는 데 성공했다. 변이체의 몸이 뒤로 쓰러진다.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다른 변이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0.16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10분마다 한 번씩.’
앞으로 빠르게 세 시간 남짓, 길어도 밤이 되기 이전까지는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 더 파이어 볼트를 날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진혜연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다.
“아저씨, 이것도 같이 사용해보시는 건 어때요?”
“활?”
진혜연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하프처럼 생긴 활이었다.
“주인집 아저씨가 양궁 대회 우승 상품이라고 보여주신 적이 있거든요.”
나는 활을 만졌다.
“화살은?”
“아쉽게도 없어요. 하지만 대충 가구 같은 걸 톱으로 잘라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그럴 바엔 그냥 손으로 던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하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VVIP 상점에서는 모든 종류의 아이템 역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구입할 수 있는 화살 목록을 출력했습니다.]
[평범한 화살(N) - 10발당 0.01 기프트]
[은화살(S) - 10발당 0.05 기프트]
[미스릴 화살(R) - 10발당 0.25 기프트]
화살이라 그런지,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다. 물론 제일 밑에 있는 화살을 보면.
[태양신의 화살(L) - 10발 당 5,000 기프트]
한 발 당 500 기프트라는, 지금의 나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고가의 금액이었지만. 어차피 구매할 생각도 없었다. 저 변이체라는 놈들을 잡는 데는 은 화살이면 충분할 테니까.
‘아니, 조금 높여서 미스릴 화살.’
열 발 당 0.25 기프트면, 한 발 당 0.025 기프트. 다른 플레이어가 한 발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즉 변이체 25마리를 처치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구매할 수 있다.
[0.25 기프트를 지불해 미스릴 화살(R) 10발을 구매했습니다.]
<미스릴 화살>
등급 : 레어(Rare)
옵션 : 공격력 +5, 부정한 존재에게 추가 공격력 +5
활을 다루는 건 이번이 처음. 하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치솟았다. 변이체를 향해 활을 당겼다가 빠르게 놓았다. 변이체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
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한 탓일까? 변이체를 스치듯 지나간 화살은 벽에 꽂히고 말았다.
‘한 발 날렸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부정한 존재에게 추가 피해를 입혔습니다.]
[0.16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변이체가 쓰러졌다. 아니, 단순히 쓰러지는 걸 넘어서 아예 잿더미로 화하고 말았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죽었다. 나는 그 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파이어 볼트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이 차올랐다.
나는 몰려드는 변이체들을 향해 파이어 볼트를 날렸다. 여러 번 날려 익숙해진 탓인지, 파이어 볼트는 이번에도 변이체의 머리에 명중했다.
[0.16 기프트를 획득했습니다.]
기프트가 들어오는 속도가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빨라졌다. 그리고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집중 스킬의 공격 3회. 스킬뿐만 아니라 화살의 명중률 역시 높여줄 테니 말이다.
***
진혜연은 쉴 새 없이 변이체를 사냥하고 있는 이진서를 바라본다. 그의 성장세는 그녀가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정도로 가파르고, 빨랐다.
‘천재?’
처음엔 그를 경계했던 그녀였지만, 갈수록 그가 의지가 된다. 그와 함께라면, 이 지옥도에서도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해졌다.
그가 성장하는 사이, 그녀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옆에서 물이나 좀 갖다준 것이 전부. 이래서는 짐덩어리나 다름없지 않은가.
‘버림받을지도 몰라. 나도 뭔가 해야만 해.’
결론을 내린 그녀는 어떻게 하면 이진서를 보조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응?”
“변이체 숫자가 많이 줄어든 거 같아요.”
그녀의 말에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나절 동안 사냥한 끝에, 거리의 변이체들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밖에 나가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력 능력치도 투자를 한 탓에, 이제는 마력을 소모하는 속도보다,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렇다고 무한 난사할 정도는 아니지만, 10분이라는 시간을 1분 정도로 단축한 것이다.
“변이체들을 모을 방법이 있을까?”
“화재 경보. 여기 전부터 화재 경보 한 번 울리면 주변 사람들 다 난리 날 정도로 시끄러웠거든요. 한번 해볼까요?”
이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
그의 ‘허락’에 진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라이터를 들었다. 화재경보기. 지난 겨울 시도 때도 없이 울린 탓에 그녀는 그 원리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온도가 변하면 작동한다.’
그리고 라이터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딸깍. 불을 켜고, 화재경보기에 라이터 불을 가져다 댄다. 불빛과 함께 아주 조금 그을리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에에에에엥.
건물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문이 열려있는 탓에, 입구의 문이 부서져 있는 탓에 사이렌 소리는 적막으로 가득한 도시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바깥으로 나온다.
“어떻게 됐어요?”
“시끄럽긴 해도 효과는 확실한 것 같은데. 고마워.”
그의 칭찬에, 그녀는 배시시 웃음 짓는다. 물론 이진서는 단순히 말로 보답하지는 않았다.
[플레이어, 이진서가 당신에게 0.1 기프트를 양도했습니다.]
“고마워요, 아저씨.”
진혜연은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아직 0.1 기프트의 ‘가치’를 잘 몰랐지만, 그녀가 100마리의 변이체를 처치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