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73화 (273/275)

제273화

#273

아침이 밝았다.

꿀맛 같았던 주말을 보냈던 나다.

지은이와 둘이서 떠난 바다 여행이었고, 오랜만에 바다를 보고 있자니 꽉 막혔던 내 마음이 뻥 하고 뚫린 것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맛있는 것들만 골라서 먹으면서 입마저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웃샤!”

그래서일까 아침에 일어난 내가 평소보다 활기차게 일어나게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빠르게 아침 준비를 마치고 동생을 보내곤 천천히 설거지하며 여유를 즐겼다.

예정된 시간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한 손에는 청소기를,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었다.

월오룰의 커뮤니티에 들어간 나는 주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공세가 강하네.”

주말 이틀 동안 마신교는 툴비아 후작령을 비롯해 주변 영지 열 곳을 먹어 치웠다.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 이유도 있었는데, 넓은 북부지방의 특성을 생각하면 조금은 상식 밖에 일이다.

영지 간의 거리는 이틀을 두 다리로 걸어야 가능한 거리다.

물론 이 기준의 경우 밤이 되면 잠을 자고 낮에만 걷는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것인데, 이 상식이 무너졌다는 것은 마신교는 밤이 되어도 지치지 않고 이동했다는 소리다.

“마신교니까 가능하지.”

밤에 이동을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몬스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횃불을 들고 산이나 들판을 걷는다는 것은 몬스터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습격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 때문에 오죽하면 해외에서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의 대부분 밤낮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니 다름 아닌 마신교다.

그들은 몬스터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연히 밤이라 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 체력과 시야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열 개의 영지가 마신교의 손에 넘어갔다.

이제 저 병력은 다시 한곳으로 집중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베르나도 남작령이다.

마왕이 습격하기도 한참 전에 만들어진 요새이자 북부지방을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 가야만 하는 영지이자, 수많은 트롤이 서식하고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아마 마신교는 저곳을 통과하는 순간 대형 몬스터이자 숲의 파괴자라 불리는 수많은 트롤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니 이번 베르나도 남작령 만큼은 필수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미 그곳에서 먼저 자리 잡고 있겠다고 했으니 큰 걱정은 없겠어.”

크이케 후작령에서 만난 1 황자는 베르나도 남작령에서 사활을 걸고 막아내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자신들이 최대한 막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뒤를 흔들어 달라고 말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어젯밤에 올라온 몇 개의 스샷을 보면 베르나도 남작령의 북쪽 성문을 중심으로 전선을 꾸린 1 황자였다.

이곳이 전초기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 북쪽 성문에 있었는데 성문을 통과하고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존재하는 양쪽의 높은 협곡 때문이었다.

양쪽에 있는 협곡 덕분에 자연스럽게 줄어든 길 덕분에 한 번에 상대해야 할 병력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성벽을 끼고 있는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이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그 좁아진 길이 사람 한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건 아니지만, 짐 마차로 치면 열대 정도가 나란히 다닐 수 있을 정도긴 하다.

그래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선을 꾸리기엔 나쁘지 않았고, 1 황자 역시 그 생각으로 그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번에는 유저들도 적극 참여할 거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툴비아 후작령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이틀 전.

툴비아 후작령에 들어선 마신교와 그 세력에 몸담고 있는 유저들이 성문을 뚫고 들어섰다.

그들은 잔인하게도 전쟁이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병사가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포섭을 시도, 거부와 함께 살인과 약탈, 방화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유저 또한 반대 세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서 죽었다.

유저의 죽음은 상당한 손해다.

그 자리에서 모든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유저들이 죽은 그곳이 세드릭 제국 영토가 아닌 마신교 영토로 구분된다는 거다.

그러니 부활하는 곳은 다른 영지에 부활하게 되며 아이템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는 거다.

그렇게 지금 수많은 유저가 모든 장비를 잃고 분노로 가득 차 복수를 다짐하고 있으니 그들의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나는 청소기를 원래 자리에 넣어 두고는 방으로 향했다.

자리를 비웠던 주말에 있었던 정보를 모두 확인했으니 이제 내가 직접 플레이할 시간이다.

접속을 위해 캡슐에 자연스럽게 눕고는 게임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피식.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회귀 전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는 이런 일을 할 거라 생각도 못 했는데…….’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기 막막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평범한 유저가 아니라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는데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나였다.

거기에 레전더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레전더리 장비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엄청난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에 도달했다.

회귀 전엔 십 년 넘게 이어져 온 월오룰이지만 고작 이 년 만에 엔딩을 향하고 있었으니 뭔가 이래도 되나 싶은 감정이 내 심장을 근질근질하게 만들었다.

‘아냐. 그래도 끝은 봐야지.’

그래, 기왕 시작한 게임이 아닌가? 적어도 엔딩은 봐야 이 게임을 제대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제 그 엔딩을 향해 달려갈 시간이다.

나는 게임에 접속했다.

* * *

그 시각.

에크시트 후작령이자 마신교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후작의 성은 조용하기만 했다.

마치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듯한 정적이 흘렀지만 유일하게 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는 다음 아닌 절대자였다.

“곧인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의 모습.

하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기운은 세상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한 강력한 의지를 뿜어내었고, 실제로도 그가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물건이 박살 나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는 중이었다.

두두두두.

땅이 흔들리며 성이 흔들렸다.

이대로 두었다간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허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 영지에는 절대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직 그만이 홀로 있었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머너 킹.”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이름.

친우였지만 이제는 증오에 대상이 되어버린 그 이름을 꺼내 들자 놀랍게도 방금까지 뿜어져 나오던 기세가 사그라들었고, 대신 더욱 냉철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방해해주마.”

의자에 앉아 있던 그가 움직였다.

* * *

게임에 접속하자 나는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한 영지로 이동했다.

곧장 이레귤러 길드 마스터인 김민성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있는 한 NPC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인원이 전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내 물음에 대답한 것은 다름 아닌 성녀 이리엘.

그녀의 뒤로 신성 기사 서른 명이 비장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충! 1 황자 전하 직속 기사단 백 명. 현 시간부로 시저 백작님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이며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 옆에 잘 차려진 갑주를 입고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지는 검을 차고 있는 시가 백 명이 나를 향해 멋들어지게 경례했다.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잘 부탁하네.”

도합 백 삼십 한 명.

1 황자가 최대한 내어줄 수 있는 병력이라는 소리다.

적다고 하자면 적은 인원이자 많다고 하자면 많은 인원, 마신교의 뒤를 노리는 작전을 생각하면 딱 맞는 인원이라 할 수 있다.

“시저 님. 저희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 딱 도착한 이레귤러 길드.

총인원 육십 명으로 전원 집합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성녀 이리엘이 직접 이레귤러 길드원을 환영하는 듯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런 그녀와 다르게 1 황자 직속 기사단은 내 등 뒤에서 대기할 뿐이었다.

모두가 모였으니 이제 이동할 시간이다.

“그럼 가시죠.”

우리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쿠데트 남작령이다.

위치상으론 마신교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에크시트 후작령과 인접한 곳이자 그곳엔 마탑이 존재했기에 우리가 갈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이동과 동시에 빠르게 그곳을 장악. 그리고 연락이 오는대로 어디로 갈지 정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충!”

내 말에 대답하는 이리엘과 백 명의 기사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민성을 바라보았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마스터.”

“그 호칭 잘 쓰고 잘 돌려드리겠습니다.”

함께 하기로 한 이상 내가 저들의 수장이 되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쿠데트 남작령으로 이동했다.

* * *

시저와 NPC 무리가 이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마신교와 그 세력을 따르는 플레이어가 하나둘씩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향하는 협곡 앞으로 모여들었다.

“…….”

한 번에 수백 수천 명의 인원이 모여들었음에도 그들의 입에서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고 그저 저 멀리 협곡 사이로 보이는 베르나도 성벽을 바라보았다.

지금 모여든 인원 중 그 누구 하나도 멀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갑옷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옷에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은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꾀죄죄한 것은 물론이며 제대로 식사와 잠을 못 잤다는 것을 증명하든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피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피곤함이나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후욱…… 후욱…….”

오히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참고 있는 듯 부풀어 오르는 가슴과 미세하게 떨고 있는 어깨였다.

당장이라도 명령만 떨어진다면 저 멀리 협곡 너머로 보이는 성벽을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갈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한 무리가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대부분이 유저였고, 그들 사이에 한 명의 NPC가 그들에게 말했다.

“절대자님의 명령이네. 여기 있는 인원은 당장 에크시트 후작령으로 향하게.”

“그, 그게 무슨? 어찌 저희만 빠지라는 것입니까? 히데아 장로님!”

강력하게 따지는 것은 다름 아닌 시마이였다.

그 뒤로 있는 메시아 길드 간부 넷과 대형 길드의 수장을 비롯해 6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변했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까지 길드원과 함께 밤새 고생하며 이곳까지 도달한 그들이다.

황금 같은 주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되돌아가라고 하니 당황한 것이다.

특히 저 멀리 보이는 업적 포인트 덩어리를 생각하면 더욱더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네. 절대자님의 명령이네. 돌아가게.”

하지만 히데아 장로는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고 오로지 목적만 다시 말해주었다.

되돌아가라고, 다른 누구도 아닌 절대자님의 명령이라고 말이다.

결국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만 골라서 돌려보냈으니 불만이 가득해 어떻게 따지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따질 곳이 없었다.

이미 그들은 절대자라는 존재를 만나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강하며 자신들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낙엽만 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화가나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에크시트 후작령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왜 자신들이 여기로 다시 돌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시저?”

지금 에크시트 후작령은 놀랍게도 세드릭 제국의 세력에게 습격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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