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271
월오룰의 커뮤니티.
월오룰이 오픈하고 최근 들어 가장 뜨거웠던 적이 있을까 할 정도로 매일 같이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를 두고 두 세력 중 한 곳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생겨난 공적 포인트와 상점, 웨이포인트까지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났다.
일 년간 딱히 이렇다 할 이벤트나 업데이트가 없던 월오룰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니 직접 플레이하는 유저는 물론이고,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재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이번 컨셉은 다름 아닌 전쟁.
두 세력이 브리타니아 대륙을 두고 사방에서 치고받고 싸워 한쪽 세력을 지도상에서 지워져야 끝나는 전쟁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이틀 만에 커뮤니티는 활활 타오르는 것이 거짓말인 것 마냥 차게 식어버렸다.
그도 그런 것이 열흘 동안 보여준 것이라곤 그저 성벽 위에서 몬스터만 사냥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야 보는 맛이라도 있지, 닷새가 넘어가면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마신교 세력 또한 이렇다 할 움직임 따위 없이 그저 하루종일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 더욱 볼거리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걸음이 떨어진 커뮤니티였고, 간간이 올라오는 새로운 글이라 해봐야 영양가 없는 글들 뿐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커뮤니티가 활활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것은 다음 아닌 메인 시나리오의 등장이었다.
당연히 커뮤니티엔 엄청난 댓글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 킷따!
- 와! 드디어 메인 시나리오 나왔네.
- 근데 또 시저네? 재수도 참 좋아.
- 킹정한다. 레전더리 직업에, 소환수 제한도 없어, 메인 시나리오 발견해, 유저 최초 귀족에, 쭉빵미녀 소환수랑 팔짱 끼고 다니고.
└ 솔직 X나 부럽다.
└ 진심…… 나도 그런 소환수면 업고 다닐 듯.
└ 열폭하는거 보소.
└ 넌 안 그러냐?
└ 나도 그럼.
- 자자. 그만 떠들고 일단 메인 시나리오가 뭔지 확인부터 합시다.
그 댓글에 모두의 시선이 공개된 메인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그들은 메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보자 화들짝 놀라 했다.
- 뭐임? 두 세력이 퀘스트가 다르다고?
- 하긴 생각해보면 둘 다 목적이 다르잖아?
- 세드릭 제국은 마신교의 멸망을, 마신교를 대륙의 정복을.
- 어떤 세력이든 반대쪽 세력이 망하기를 바라는 거지.
-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느 세력이라는 단어가 붙었잖아!
- 뭐임? 마신교 뒤에 또 누군가 있다는 소리임?
- 그게 아니고선 저게 말이 안 되긴 하지.
- 와…… 뭐야 월오룰.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 누굴까? 그 세력이라는 자들이…….
처음에는 세드릭 제국 한정의 퀘스트라는 것에 놀라 했지만, 더욱 깜짝 놀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름 아닌 어느 세력이라는 단어였다.
이미 두 세력이 싸우고 있는 중에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소리는 신선함을 넘어서 새로운 구도로 바뀔 것이란걸 알게 되었기에 모두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신교에 속해 있는 유저들이 받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정보.
그 정보가 올라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그 내용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하는 얼굴로 변했다.
[브리타이나 대륙을 멸망시켜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극악.
제한 : 마신교 진형 플레이어 한정.
내용 : 마신교을 세운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자인 ‘절대자’가 바라는 것은 오직 브리타니아 대륙의 멸망이다. 그를 도와 대륙을 멸망시켜라. 그리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보상 : 알 수 없음.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향후 진행될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줍니다.
- 미친? 절대자?
- 뭐 얼마나 강하기에 절대자란 칭호를 받아?
- 궁금하다…… 너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 뭐가?
└ 그 절대자라는 존재가 말이야.
└ 이건 나도 인정한다.
- 뭘까? 저 새로운 세상이라는 것은 말이야.
- 사실 저게 제일 궁금하긴 함. 지금 배경인 브리타이나 대륙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지.
- 혹시 마왕이 있는 마계랑 연결되는 거 아냐?
- 그게 아니면 천계?
- 멸망을 바라는 존재니 어딜 가도 이상하진 않긴 함.
-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냐?
- 이미 오늘 전투는 끝남. 이제 남은 건 내일이라는 거지.
- 딱 마침 주말이네?
-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국밥이랑 술 준비한다.
- 아……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미 다 확인한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이 되어야지만 확인이 가능했기에 그들은 저마다 내일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 * *
고유 특성을 얻곤 바로 미궁을 빠져나왔다.
“후, 그럼 바로 툴비아 후작령으로 가볼까?”
나는 피온이를 불러 등에 올라타고는 그대로 크이케 후작의 성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사이에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일단 첫 번째는 내 레벨이자 상태창의 정리였다.
빠르게 남은 스텟은 분배하고 나서야 내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 : 시저
직업 :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 재앙급 몬스터를 사냥한 자 외 38
레벨 : Lv. 901
스텟 : 근력 905(+284), 민첩 900(+284), 체력 905(+284), 지식 900(+284), 지혜 900(+284), 통솔력 MAX
Hp : 118,900 / Mp : 118,400
무려 900레벨 하고도 하나를 더 올린 내 레벨.
열흘 동안 미궁 속을 돌아다닌 덕에 엄청난 레벨업을 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나만 레벨이 독보적으로 오른 것도 아니고 내 모든 소환수의 레벨이 900을 달성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얻었다.
사실 저것만 생각하면 열흘이라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 시간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밖에 있었다면 툴비아 후작령이 그 지경이 되는 것을 막았을지 모르니 말이야.’
미궁을 탈출하고 잠깐 휴식을 위해 로그아웃하는 동안 커뮤니티에 정보를 확인했었다.
분명 낮까지만 해도 팽팽하게 싸우고 있던 두 세력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전에 지금까지 잠잠하게 있던 마신교의 기사와 신관, 그리고 그 세력에 속해 있는 유저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대규모 몬스터와 함께 말이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와 수만 명의 인원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암흑 기사의 다크 블레이드에 수많은 유저와 NPC가 죽어갔고, 신관과 신도들의 손에서 펼쳐지는 각종 저주와 마법에 괴로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거기에 마신교 세력에 속해 있는 유저의 손에 만들어진 각종 스킬은 세드릭 제국에 속해 있는 유저에게 싸움과 생존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지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언제까지고 튼튼하게 버텨줄 성벽과 그 위에 기사와 병사가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고, 지금으로부터 30분 전에 툴비아 후작령은 마신교의 손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지금 나는 서둘러 크이케 후작령으로 향하려는 거다.
“다들 무사하기를…….”
내가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에서도 중요 인사들의 안전이었다.
당장 1 황자만 죽어도 세드릭 제국은 삐걱거릴 것이다.
아니 군부의 전권을 쥐고 있는 그이기에 아마 삐걱거리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무너질지 모른다.
거기에 모든 마법사의 존경을 받고 있는 마법사이자 세드릭 제국의 공작인 볼드모드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는 것 또한 나쁜 일이다.
그리고 마신교의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신성 교단의 장로라던가 성녀가 적에게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이번 전쟁은 최악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그러니 얼른 크이케 후작령의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합류해야 한다.
“달려 피온아!”
“캬!”
걱정이 가득한 마음에 달리는 피온이를 재촉하게 되는 나였다.
두두두두.
그렇게 빠른 속도로 사막을 돌파하는 나였고, 이제 크이케 후작의 성벽이 어렴풋이 보였을 때였다.
“응?”
내가 의아한 이유는 다름 아닌 크이케 성벽 앞에 수많은 NPC기사와 병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쫓기 위함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찾기 위함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곳 사막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사막 랩터를 탄 기사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 나였다.
“시저 백작님?”
“오! 드디어 돌아오셨다!”
“모두 멈춰라! 찾아야 할 백작님이 돌아오셨다!”
놀랍게도 그들이 찾던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얼떨떨한 얼굴로 있던 나를 향해 한 기사가 말했다.
“후작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렇게 나는 후작이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 * *
후작이 있다는 응접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는 안도의 한숨부터 먼저 흘러나왔다.
“모두 무사하셨군요.”
지금 내가 말한 모두는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에서도 가장 중요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1 황자와 볼드모드 공작, 미리엘 장로와 함께하고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옷차림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그리고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기에 더 이상 내 입이 열리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비어 있는 한 자리를 차지했다.
“…….”
여전히 침묵하는 셋이었고, 그런 그들을 대신해서 먼저 나선 것은 다름 아닌 크이케 후작이었다.
“자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네.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툴비아 후작령이 무너졌고, 주변의 영지가 하나씩 마신교의 손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간략하게나마 알려주지.”
그렇게 크이케 후작의 입이 열렸고, 대충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눈치 빠른 툴비아 후작 덕분에 그달보다 한발 빠르게 세드릭 제국의 핵심 인물을 먼저 대피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새롭게 전선을 꾸린 곳은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베르나도 남작령이었고 대부분의 병력이 그 근방에서 대기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것 말도고 지금 세드릭 제국 황실에서 지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드려, 새롭게 병력을 충원 중이라는 소식과 신성 교단의 모든 인물이 전부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이동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크이케 후작이었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다름 아닌 1 황자였다.
“자네를 찾은 이유가 있네.”
분명 지친 얼굴의 1 황자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을 바라보는 듯한 믿음과 나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걸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마신교의 세력에 넘어간 영지중에 그들 몰래 확보한 영지가 하나 있네.”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했다.
만약 1 황자의 말이 맞다면 그 영지의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적의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한다면 방심하고 있는 마신교의 뒤를 노리고 공격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나는 번뜩 떠오른 생각에 흥미롭다는 얼굴로 1 황자를 바라보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그 때문에 자네를 찾은 것이야.”
이제야 나를 다급하게 찾는 이유를 알았다.
지금 1 황자는 나에게 마신교의 뒤통수를 때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임무에 내가 중심이 되었다는 소리기도 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그런 나를 향해 황태자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붙잡고 일으켜 주었다.
“미안하네. 사지로 몰아넣는 나를 용서하게.”
뭘 미안하시고 그러시나.
덕분에 엄청난 공적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말이다.
나는 속으로 기뻐하는 대신 겉으로는 믿고 맡겨 달라는 듯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서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볼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