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70화 (270/275)

제270화

#270

게임 접속과 동시에 나는 욕부터 박았다.

“X발 미치겠네.”

그도 그런 것이 벌써 열흘째 이곳 인던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이는 거라곤 오직 미로를 구성하고 있는 벽뿐이었고, 간간이 눈에 띄는 거라곤 살아 있는 몬스터가 전부였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겨운 것은 물론이고, 슬슬 햇살이 그리워졌다.

오죽하면 사막의 열기마저도 그리워질 지경이니 슬슬 미쳐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냐앙.”

접속과 함께 등장하는 내 소환수 중 범이가 먼저 와서 애교도 부려줬다.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로 내 코를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품에 안겨 그루밍을 하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한다.

어찌 보면 저 편하자고 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지만, 간간이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컹! 컹!”

그리고 백랑 또한 내 주변을 맴돌며 꼬리를 흔들며 서성였다.

나조차도 지겹다고 느끼는데도 백랑은 매일 매번 재밌다는 듯 행동하니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범이와 백랑 말고도 다들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나마 멀쩡했지, 아마 혼자였다면 벌써 미쳐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한다…….”

이미 열흘을 낭비했다.

이대로 더 낭비했다간 여러 가지로 손해를 보게 될지 몰랐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툴비아 후작령이다.

지금 툴비아 후작령은 한계까지 몰려 있다고 한다.

매일같이 몰려드는 수천수만 마리의 몬스터 대군을 상대했다.

거기에 며칠 전에는 몬스터 무리 사이로 마신교의 기사는 물론이고, 흑마법사가 끼어 전투를 뒤흔들기도 했고, 밤에는 암살자가 돌아다니며 중요 인물인 귀족 NPC를 죽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수많은 NPC가 죽었고, 그로 인해 지휘체계가 살짝 무너진 상황이라고 한다.

“문제는 유저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지.”

지금 마신교를 상대로 흔들리는 것은 NPC만이 아니라 세드릭 제국의 편에 선 유저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유저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 다름 아닌 열흘이 넘는 쉴 틈 없는 사냥이 첫 번째 이유다.

원래 사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루틴을 정해두고 패턴을 파악하고 원활한 진행을 추구하는 것이 월오룰의 사냥 방식이다.

하물며 나만 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루틴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지금 툴비아 후작령의 경우 그런 것을 모두 깡그리 무시하고 무작정 죽어라 사냥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종일인 것도 모자라 무려 열흘이나 말이다.

그 때문에 생기는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죽음이었고, 그것이 두 번째 이유기도 하다.

툴비아 후작령에 사냥하는 유저 중에서 한 번이라도 죽지 않은 자를 찾는 것이 손에 꼽을 일이다.

아무래도 난전에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공성전이다.

자신도 모르게 아군을 찌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몬스터 때문에 죽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단순한 죽음이면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죽다 보니 손해가 막심한 것이다.

오죽하면 죽은 이의 아이템을 주워 파는 하이에나가 득실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일까?

최근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글들이 자주 올라왔다.

- 방금 죽어서 업적 포인트로 산 검이랑 방어구 잃어버림.

- 저는 어제 세 번 죽어서 검 세 자루를 잃어버림요.

- 하…… 진짜 개 열받는다.

- 제발! 아이템 귀속 좀 돼라!

- 미치겠네. 오늘 또 죽어서 제로 됨.

- 하이에나 새끼들…… 진심 열받는다.

- 개 놈들 다 탈모나 와라!

- 어떻게 계정 귀속을 할 수 있는 마법서라도 만들어주면 안 되나?

- 아니 전쟁 중에는 좀 어느 정도 양보 좀 하자! 미리내 기업아!

- 항의 글 올렸는데 꿈쩍도 안 함.

- 기업은 반성해라! 반성해라!

지금 모든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아이템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월오룰의 개발사인 미리내 기업은 유저들의 항의에 당연히 반응조차도 하지 않았기에 유저들의 속만 더 타들어 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툴비아 후작령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인원의 대부분이 유저가 아니라 NPC였다.

유저의 입장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결국 손해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근접해서 싸우는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중이었고, 그나마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이들은 이따금 자신의 스킬을 사용해서 경험치과 공적 포인트만 챙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얼른 가야 해.”

이대로 가다간 NPC만 죽어나게 생겼다.

그건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지금 그나마 국경선을 나누고 팽팽하게 싸울 수 있는 이유가 NPC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지금 툴비아 후작령엔 중요 NPC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전부 모여 있으니 더욱 지켜야만 할 이유도 있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나는 무작정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분명 앞으로 가는 것이 정답만은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면 굳이 계속해서 미로가 바뀔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서 반대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번 했다.

유적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만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시간마다 바뀌는 미로 속에서도 계속 반대로 말이다.

‘일단 해보자. 이미 열흘을 날렸는데 하루 정도는 그래도 괜찮을 거야.’

비록 마음은 급하지만 확실하게 이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공략해야 하는 법.

그러니 해볼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볼 생각이었다.

“자, 그럼 가보자!”

그렇게 나는 유적을 등지고 앞으로 걸었다.

눈앞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앞으로 갔다.

등을 돌려 유적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 확실하게 멀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반대로 걸어갔다.

쿠웅!

시간이 흘러 미로가 바뀌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적이 한참은 더 멀어진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움직이면 이젠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반대로 걸었다.

쿠웅!

또 한 번 미로가 바뀌었다.

이제는 유적은 보이지 않았고 마음은 뒤를 돌아 다시 가고 싶었음에도 참고 앞으로 걸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미궁의 미로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반대 길로 향했고, 오후 늦은 무렵이 되었을 때 갑자기 주변이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였는데, 놀랍게도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미로를 비롯해 사방이 박살 나며 파편을 튀었다.

“어?”

나는 그 파편에 깜짝 놀라 피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떠오르는 시스템 창 때문에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미로를 탈출했습니다.

-잊혀진 유적이 출연합니다.

시스템 창의 말 대로 눈앞에 세상이 깨지고 사라진 자리엔 내가 지금까지 찾아다녔던 그 유적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비석이 눈앞에 나타났고, 그 비석에 적혀 있는 글을 읽어갔다.

“후손에게 알린다. 나는 초대 서머너 킹이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장문의 내용이었다.

[그대가 이 유적을 발견했다는 것은 내 힘을 이어받은 계승자일 것이며 미로를 돌파했을 것이다.

이 미로의 파훼 법은 다름 아닌 눈앞의 유적을 등지고 걷는 방법이다.

그렇게 만든 이유는 다름 아닌 내 후회 때문이다.

언제나 앞만 바라보고 살아갔던 나이며 내가 바라보고 가는 세상이 옳다고만 믿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네. 다름 아닌 내 곁에서 그저 묵묵하게 검을 휘두르던 친우가 배신했으니 말이네.

그는 나와 함께 만드는 평화로운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악행을 지르는 인간의 모습에 실망하고 만 것이네.

그리고 그 평화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나를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등에 칼을 쑤셔 넣었지.

그때야 나도 깨달았다네.

때로는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죽기 직전에 깨달았지.

나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이곳을 만들었네.

다음 아닌 후손은 그저 앞만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닌 뒤도 돌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 말이네.

그러니 후손이여.

그대의 앞길이 빛과 영광이 가득할지라도 뒤를 돌아보며 언제나 빛이 있기에 어둠도 있다는 것을 알길 바라네.

그리고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 세상을 구원해주게.]

비석의 내용을 다 읽고 나자 바닥이 흔들리더니 작은 제단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곳에 영롱한 자체를 뿜어내고 있는 한 권의 스킬북을 발견했고, 나도 모르게 그것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고유 특성 ‘절대적인 신뢰’를 습득했습니다.

새롭게 익힌 고유 특성을 확인하려는 찰나에 방금까지 스킬북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글을 발견하곤 그것을 보았다.

[부디. 그를 막아주게나. 이 세상의 파멸을 바라는 절대자를 말이네.]

그와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파멸을 바라는 자를 막아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극악.

제한 : 서머너 킹의 후예

내용 : 천 년 전 이 세상의 평화를 찾아주었던 서머너 킹의 친우이자 이제는 온 세상은 물론이고 전 차원의 파멸을 바라는 절대자를 막아라.

보상 : 알 수 없음.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향후 진행될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줍니다.

눈앞에 등장한 메인 시나리오.

그리고 그 메인 시나리오의 내용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월드 메시지로 알려졌다.

-플레이어 ‘시저’가 메인 시나리오를 개방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됩니다.

메인 시나리오 2부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었다.

* * *

갑작스러운 월드 메시지이자 시스템 창의 알림.

당연히 그것을 본 모든 유저가 화들짝 놀라 했다.

“뭐야? 갑자기 메인 시나리오?”

“또 시저야?”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가 본데? 이렇게 알려지는 걸 보면 말이야.”

“그래서 그 퀘스트가 뭔데?”

“그걸 알아야 우리고 숟가락 올릴 것 아냐.”

그와 동시에 그들은 기뻐했다.

그저 몬스터만 죽어라 사냥하다 보니 지루한 것은 물론이고 손해가 커서 대기 중인 그들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일거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모두가 조용히 이어질 시스템 창을 기다렸다.

띠링!

그들의 기다림을 보답한다는 듯 울리는 알림 소리와 함께 시스템 창과 함께 퀘스트가 발생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마신교와 그들을 도와주는 세력을 처치해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극악.

제한 : 세드릭 제국 진형 플레이어 한정.

내용 : 어느 세력이 마신교를 이용해 브리타니아 대륙을 멸망시키려 합니다. 그들을 막아 대륙의 평화를 유지 시켜라.

보상 : 알 수 없음.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향후 진행될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줍니다.

모든 유저에게 동시에 떠오른 시스템 창이자 함께 받은 퀘스트.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모두의 시선이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제한을 바라보았다.

“세드릭 제국 진형 플레이어 한정?”

“그렇다면? 마신교 세력은?”

“설마 세력별로 메인 퀘스트가 다르다고?”

그들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커뮤니티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다름 아닌 마신교 진형에서 받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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