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화
#269
-숨겨진 인스턴스 던전을 찾았습니다.
-‘잊혀진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잊혀진 유적]
난이도 : 보통
최대 입장 수 : 10명
입장 조건 : 없음
공략 조건 : 미로를 통과해 유적을 찾아 조사하고 숨어 있는 존재를 죽여라.
보상 : 레전더리 무기.
“내가 알던 딱 그대로네.”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모습의 인던의 정보.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내가 들었던 것과 같은 거대한 미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그 미로를 위에서 볼 수 있는 위치다.
이곳이라면 미로의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황이지만 나는 굳이 미로를 눈에 두지 않았다.
“어차피 내려가면 무용지물이니까.”
이곳 미로는 특별하다 못해 엄청 독특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미로를 구성하고 있는 벽이 절로 움직여 미로의 형태를 바꿔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미로 속에 지내는 수많은 몬스터가 다시 리잰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미로의 겉모습을 보고 기억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인스턴스 던전 ‘잊혀진 유적’이 반응합니다.
-‘잊혀진 유적’이 서머너 킹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난이도가 조절됩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공략 조건이 바뀌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올라오기 시작한 시스템 창.
그리고 그 내용은 나를 충격이라는 단어로 인도했고, 뒤이어 올라오는 내용은 충격을 넘어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을 알았다.
[잊혀진 유적]
난이도 : 극악
최대 입장 수 : 1명
입장 조건 : ‘서머너 킹’의 직업을 가진 자.
공략 조건 : 미로를 통과해 유적을 찾아 조사하고 숨어 있는 존재를 죽여라.
보상 : 고유 특성 개방.
인던의 정보가 바뀌었다.
급격하게 올라간 난이도는 물론이고, 입장 인원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보상이 변한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갑자기? 여기서?”
의문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이곳은 그리 어려운 던전이 아니고 손쉽게 풀어낼 수 있는 던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했다? 그것도 내 직업인 ‘서머너 킹’ 때문에? 내 얼굴에 어이없음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시스템 창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인던 내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툭! 툭!
쿠웅!
땅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돌가루가 미친 듯이 흘러내리며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고, 무려 5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를 가진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인던이었다.
“미쳤네.”
원래 크기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복잡해진 미로는 물론이고,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는 최소 대형급 몬스터가 수두룩하게 보인다는 거다.
한마디로 미친 난이도가 되어버린 상황, 거기에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유적을 보면 이곳을 쉽게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에효…….”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던에 들어온 이상 죽지 않고서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거다.
그것도 최초 발견 보너스와 아이템 드랍 확률을 버리고 말이다.
그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내가 내리는 최악의 선택지이기에 당연히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얘들아.”
내 부름에 나타나는 내 소환수들.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곤 나는 든든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가자.”
대답은 필요 없었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내 소환수였고, 그들은 눈앞에 있는 미로를 뛰어들었다.
“크우어어어!”
눈앞의 검붉은 색의 오우거가 포효와 함께 들고 있는 몽둥이를 내 소환수가 있는 방향으로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건 시도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보다 빠르게 먼저 공격에 성공한 숭이의 주먹이 오우거의 복부를 두드렸고, 무심의 검이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루이즈의 채찍은 몽둥이를 들고 있는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로빈후드의 화살이 오우거의 눈알을 파고들어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들어오는 알림창을 꺼버리고는 앞을 향해 걸었다.
그래 어디 한번 사냥을 해보자고!
* * *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알고리즘에 따라 찾는 방법이 있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방법이며 어느 정도 미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지만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여러 알고리즘 중에서도 좌선법, 우선법이라 불리는 방법이 있는데 흔히 한쪽 벽에 손을 대고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게임 속에서 그 방법조차도 못하게 만들지만 말이야…….”
일단 첫 번째로 사방에서 출몰하는 몬스터 때문이다.
아무리 한쪽 벽에 손을 대고 움직인다 하더라도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에는 경험치와 아이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싸워야만 한다.
그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미로의 벽에 손을 대고 있는다? 그건 불가능했다.
물론 몬스터야 인원만 충분하다면 한 명 정도는 뺄 수 있다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일정 시간마다 미로의 형태가 바뀐다는 것이다.
쿠르르릉!
쿵! 척! 쿠웅! 콰앙!
미로를 구성하고 있는 인던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벽이 솟아오르거나 사라지거나 하며 새롭게 구축해버린다.
분명 난이도는 쉬움이지만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이곳 잊혀진 유적의 미로다.
“물론 일반적인 파티가 들어왔을 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는 달랐다.
“이쪽으로 가자. 그리고 양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이동할 건데 그 앞에 몬스터 두 마리.”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내 머리 위에 있는 오버로드가 공유해주는 시야와 또 하나는 전투 맵을 통해 눈앞에 있는 미로를 돌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던전의 난이도 상승에 따라 아무리 거대해진 미로라고 해도 하늘 위에서 바라보고 길을 찾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기에 전투 맵을 통해 몬스터가 있고 없고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보다 안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자면 이거다.
“역시 게임은 스킬빨이지.”
홀로 신나하며 그저 사냥을 마친 소환수를 앞장세워 움직일 뿐이었다.
-소환수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0,000,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100,00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더군나다 미쳤다고 할 수 있을 수준의 경험치까지 들어오니 레벨 업의 속도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냥터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아, 무섭다.”
오죽하면 계속해서 쌓이는 경험치에 두려운 감정이 생길 정도였고, 이러다가 순식간에 상위 랭커에 내 이름이 등록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좋아. 다음은 오른쪽으로 몬스터는 한 마리.”
계속해서 올라가는 경험치에 취할 법도 했지만, 눈앞에 해야 할 일부터 해야 하니 금세 잊어버리고는 다시 인던 공략에 힘을 썼다.
“그나저나……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에 반응했다라…….”
인던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머릿속에 점점 박혀가는 인던의 정보다.
하물며 인던의 보상이 고유 특성이라고 한다.
이미 내 고유 특성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넘어섰다.
무려 세 가지나 더 추가로 있는 상황에 또 하나의 고유 특성이 개방된다고 하니 설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심장은 기대로 마구 뛰고 있을 정도니 이미 기대감은 제어를 벗어난 듯하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가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잘하고 있으려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금 마신교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툴비아 후작령의 유저와 NPC였다.
나는 잠시나마 그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 * *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가 툴비아 후작령에서 싸운 지 이틀째.
여전히 성벽 아래는 수많은 몬스터가 저마다 흉포한 기세를 뿜어내며 성벽에 있는 살아 있는 존재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다른 몬스터와 월등히 덩치를 자랑하는 오우거가 길을 막고 있는 성벽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견고하게 그리고 튼튼하게 지어진 성벽에 NPC 마법사가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든 성벽이 비명을 질렀다.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흔들리는 성벽이었고, 그 때문에 방금까지 성벽 위에서 몬스터와 싸우던 유저들이 하나둘씩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어어!”
“크악! 아파!”
“히익! 사, 살려줘!”
비명을 지르는 유저.
하지만 그 유저의 비명은 얼마 가지 못해 끊겼다. 유저를 대신하여 폴리곤 조각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성벽 아래는 몬스터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저의 죽음은 몬스터의 입장에선 화가 나는 일이었다.
“크워?”
“끼에륵!”
“취익! 취익!”
그도 그런 것이 인간을 잡아먹어야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데,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는 죽으면 폴리곤 조각으로 변해 흩어지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싸움을 하면 할수록 허기는 계속해서 늘어날 뿐이고 점점 더 흉포해진 몬스터는 주변의 동족의 살점을 취해서라도 그저 성벽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 때문에 성벽 아래는 몬스터의 시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유저가 죽었을 때 드랍하는 아이템과 몬스터가 자신보다 몬스터를 잡아먹고 남은 뼈만 수북하게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런 몬스터를 상대하는 유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힘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언제 끝나냐?”
“지금까지 몬스터만 죽어라 사냥하네.”
“아니 이래서 공적 포인트를 쌓겠냐고?”
“매일 두세 번은 죽으니까 미쳐버리겠네.”
“아오, 아까는 오우거 뱃속으로 들어가는데……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진짜 징하다 징해!”
평범한 사냥터라면 절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애가 타는 이유이자 또 한편으론 안타까워하는 것이 있었다.
“쟤들도 독하다. 저기서 꿈쩍도 안 하고 매일 접속해서 지켜보네.”
“따지고 보면 마신교에 속해 있는 유저는 엄청 손해 아닌가? 그나마 우리는 몬스터 사냥하고 그날 기여도에 따라 추가로 포인트를 얻기라도 하잖아?”
“진짜…… 몬스터가 아니라 쟤들이랑 싸우면 공적 포인트 달달하게 먹을 텐데…….”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쟤들 한 명 죽이는 게 여기 몬스터 수십 마리는 사냥해야 얻는 경험치를 얻는다는데?”
“그게 진짜면 레벨 업 엄청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거 아냐?”
“아…… 진짜 마신교 세력의 유저랑 싸우고 싶다.”
“레알…….”
마신교 관련 NPC와 유저만 사냥해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공적 포인트와 경험치를 두고 미친 듯이 몰려오는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니 답답해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처음에는 성벽 위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몰랐던 그들이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금세 적응하곤 편안하게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 매일같이 이어지니 이렇게 불평불만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들이었고,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질문에 모두가 단 한 명의 유저를 떠올렸다.
“시저는 어디 감? 유저중에서 유일하게 귀족인데 안 보이네?”
그도 그런 것이 매일같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세드릭 제국의 귀족은 물론이고 기사와 병사가 속속 도착 중이었다.
거기에 근처에서 방송을 하던 유저가 운 좋게 1 황자와 셀레스틴 공주를 촬영했고, 그 편집 영상의 조회 수가 벌써 1억 뷰를 넘어간 해프닝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게 시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시저.
벌써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저는 때마침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오! 어디가 끝이냐고!!!!!!!”
벌써 일주일째 미로를 헤매고 있는 시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