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화
#262
메시아 길드.
현재 월오룰에서 길드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길드이다.
길드 랭킹 1위.
말이 랭킹 1위이지 실질적으로 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필요로 하다.
일단 가장 먼저 자본력을 꼽을 수 있다.
메시아 길드의 자본은 네 개의 집안에서 나온다.
가장 먼저 길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김세준, 그의 집안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의 캡슐 보급률 90%를 지니고 있는 오성 그룹의 외손자다.
쥴리안나는 최악의 바이러스라는 코로나 18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의약 회사의 상속녀다.
마오후둥은 현 중국 정부의 지도자의 아들이며, 쥬조아의 경웅 영국 왕실의 유일한 혈육이다.
이들의 재력을 기반으로 그들과 관련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참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메시아 길드다.
추정된 기업만 해도 수만 개의 기업이 묶여 있었으니 그 자금력은 상상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메시아 길드.
그리고 게임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는 숭고한 정신에 매료 되어 수많은 유저가 길드에 몸을 담았다.
길드원 중에는 직업별로 상위권에 들어갈 랭커만 해도 수십 명이 넘었고, 그들 개인이 이끄는 팀을 합친다면 수백 명을 훌쩍 뛰어넘는 길드원이다.
이것만으로도 지금 월우룰에서 메시아 길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 가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지금 최전방에서 활약 중인 것이 다름 아닌 메시아 길드다.
그런 메시아 길드가 갑자기 마신교로 넘어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왜 메시아 길드는 세드릭 제국을 배신했는가?!>
<과연 메시아 길드의 선택은 누구의 뜻인가?!>
<게임의 끝을 향해 달린다는 메시아 길드.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마신교!>
<메시아 길드의 모든 길드원 중 단 한 명의 탈퇴 인원 없이 모두가 마신교를 선택하다!>
<가장 먼저 마신교를 선택한 메시아 길드. 앞으로의 행보는?>
순식간에 쏟아지는 기사는 자극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텅 비어 있었기에 오히려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의문만이 가득해졌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 와…… 메시아 길드가 넘어가네?
- 그럼 최전선에 아무도 없다는 거 아냐? 어떻게 보면 뒤따라가 가던 길드의 입장에선 개이득 아님?
- 그것도 그거지만 메시아 길드의 빈자리는 어떻게 함?
- 어떻게 하긴? 아마 어중이떠중이 길드가 차지하겠다고 개판 나겠지.
- 그리고 마지막엔 다 같이 폭사.
- 해치웠나?
└ 그 대사는 좀.
커뮤니티에 이런저런 글들이 올라오며 저마다 메시아 길드의 선택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추측하는 글을 썼다.
허나 그들이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메시아 길드가 마신교 세력을 선택하고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것은 다음 아닌 마신교의 대표 인물 네 명의 함께 한 영상이자 그들이 마신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영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메시아 길드입니다.”
김세준의 정중한 인사와 함께 그는 바로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갔다.
“저희 메시아 길드는 지금까지 오직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갔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엔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한 단서와 갈수록 악랄해지는 난이도를 뚫고 그저 전진했습니다.”
그간 메시아 길드가 노력해온 것은 그들의 채널에만 들어가도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은 함께 해온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희는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희로서는 이 게임의 끝은커녕 메인 시나리오에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치심, 분노, 그리고 억울함이 느껴지는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흘러나왔다.
“그렇기에 저희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방식은 다르지만, 이 게임의 또 다른 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이제는 결의에 찬 얼굴의 김세준이 외쳤다.
“지금부터 저희 메시아 길드는 마신교와 힘을 합쳐 세드릭 제국을 무너뜨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저희가 가는 길이 진짜 이 게임의 끝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끝으로 향하는 것이기에 저희는 선택했습니다.”
김세준의 단호한 한 마디와 함께 카메라 앵글이 순식간에 포커스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 있는 수많은 인원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이 동시에 외쳤다.
“우리 또한 함께하겠습니다.”
그곳에 있는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름만 대어도 유명한 유저들. 거기에 상위 랭크에 속해 있는 수많은 길드였다.
그와 동시에 월오룰의 게임 속에서는 수많은 시스템 창이 끝없이 올라왔다.
[길드 ‘컬렉터’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이제부터 메시아 길드는 마신교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길드 ‘불새’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길드 ‘토네이도’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길드 ‘라온’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길드 ‘위너’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대격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세력 이전의 시스템 창이었다.
* * *
눈앞에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할 말을 잃고 그저 멍하니 먼 허공을 바라보게 되었다.
‘확실히 달라졌다.’
내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
원래라면 컬렉터 길드가 먼저 넘어가고 메시아 길드와 협업하여 공적을 챙기는 것이 저들이다.
허나 놀랍게도 이번에는 컬렉터 길드가 먼저가 아니라 메시아 길드가 먼저였다.
그것도 공식적인 발표와 함께 그들 아래 있던 수많은 길드 모두 한꺼번에 말이다.
‘문제는 최전선인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메시아 길드가 사라진 이상 몬스터가 날뛸 거란 말이지.’
마신교의 가장 무서움은 다름 아닌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능력.
그것도 원래 정해진 필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몬스터를 데리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게 피곤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몬스터 리젠 때문인데, 흑마법사가 몬스터를 데리고 나가면 그 자리에 또다시 몬스터가 리젠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신교에서 동원 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소리다.
특히 대격변 초기엔 이렇다 할 제재도 없이 무한정으로 밀려오는 몬스터 때문에 수많은 유저와 NPC가 죽어갔다.
오죽하면 몬스터가 쓸고 간 자리에는 유저가 죽고 드랍한 아이템이 굴러다닐 정도였으니,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금 최전방은 스콜피온 맨이 있는 크이케 후작령이다.
메시아 길드도 버거워했던 것이 스콜피온 맨이다. 그런 놈들이 마신교와 함께 우르르 내려온다? 아마 크이케 후작령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줄지어 있는 영지들 전부 포함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최전선을 꾸린다면 크이케 후작령을 기준으로 만들던가, 그 이전의 영지인 벨레르크 자작령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저 백작님.”
이곳 베르나도 남작령의 한 병사 NPC였다.
“급히 회의실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회의실로 향했다.
* * *
회의실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다름 아닌 볼드모드 공작이었다.
“어서 오게.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말이야.”
반가운 듯한 목소리와 다르게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로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고생한듯해 보였지만 두 눈에는 이번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이 보였다.
그런 그의 옆으로는 미리엘 장로와 이리엘 성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둘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했는데 짙은 다크서클과 흐트러진 옷가짐을 보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오랜만일세.”
“다시 뵙네요. 시저 백작님.”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예를 갖춰 무릎을 꿇으며 둘에게 인사를 올렸다.
“1 황자 전하와 공주님께 시저 백작이 인사드립니다.”
인사를 올리고 나자 일어나라는 1 황자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까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제야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지도 앞에 있던 베르나도 남작이 입을 열었다.
그 지도는 다름 아닌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의 지도였다.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마신교의 위치는 이곳 에크시트 후작령을 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휘봉으로 가리키는 곳은 대륙 북부지방 제일 끝이라 할 수 있는 에크시트 후작령이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영지를 표시하는 곳엔 마신교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지금 연락이 닿지 않는 영지가 모두 마신교에 넘어갔다고 했을 때 추정되는 숫자는 열다섯 곳입니다. 연락하는 과정에 마신교와 전투를 하고 있는 영지만 해도 다섯 곳이 넘었으니 그들을 막지 못한다는 가정 아래 스무 곳입니다.”
말이 스무 곳이지 드넓은 북부 지방을 생각하면 벌써 1/5은 넘어간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북부 지방은 마신교의 위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가장 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이곳 툴비아 후작령입니다.”
툴비아 후작령.
북부 지방에서 중간에 위치한 후작령으로 세 개의 철광을 끼고 있는 영지다.
이 시대의 철은 중요하다.
방어구는 물론이고, 무기까지 전부 철이 안 쓰이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거기에 위치적으로도 툴비아 후작령은 중요한 거점이다.
북부 지방의 끝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툴비아 후작령을 거쳐야 하기에 결국 마신교가 더 아래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그곳을 꼭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문제는 그곳으로 일반 플레이어가 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내가 지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직 그 누구도 툴비아 후작령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크이케 후작령에서 앞으로 세 곳은 더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것이라면 내가 해결해주지. 앞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모든 영지를 오가는데 자유를 주겠노라 말이네.”
다행이 그 문제는 1 황자의 발언으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세드릭 제국 진형의 유저에게 있던 영지간의 이동에 대한 모든 퀘스트가 취소되었습니다.]
[세드릭 제국 진형의 모든 유저는 모든 영지를 이동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다음 영지로 가기 위해 불필요한 퀘스트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이대로 툴비아 후작령으로 직행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좋아. 그렇다면 다시 회의를 진행하지.”
1 황자의 재촉에 베르나도 남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툴비아 후작령에 집결 중입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이동이라 엄청난 양의 군자금을 비롯해 식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모두 집결할 시기는 한 달로 보고 있습니다.”
“흠…… 한 달이라…… 늦군.”
1 황자의 안타까운 듯한 목소리였다.
그도 그런 것이 한 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도 계속해서 남하하고 있는 마신교를 생각하면 매우 늦다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있을 때였다.
“그거라면 내가 해결해주겠네.”
갑작스런 볼드모드 공작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다음 말과 함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이럴 때를 대비해 지역 간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해두었네.”
[세드릭 제국에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게이트웨이는 각 지역 간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이동 간의 소모 골드는 거리에 따라 비례합니다.]
회귀 전에도 없었던 웨이포인트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