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화
#261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음…… 뭐지?”
내가 가지는 의문은 다름 아닌 지금의 내 기분이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묘한 이질감이 찾아왔고, 심장 부근이 간질간질했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캡슐이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평소라면 휴대폰을 들어 시간부터 확인하곤 밤사이에 온 연락을 확인하는 것이 보통인데 말이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빠른 시간이라 그런지 여유가 있었기에 어제 먹던 것이 아닌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 산 커피포트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렸다.
다음으로 토스터기에 식빵을 넣어두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를 만들었다.
“나는 빠짝, 동생은 반숙.”
조금의 수고스러움이 있겠지만, 동생의 입맛에 맞춰주고 싶은 것이 오빠의 마음이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동생의 방문이 열렸고, 눈을 비비며 나오는 동생이었다.
“웬일이야?”
“그냥. 너도 커피 마실 거지?”
“응.”
향긋한 커피가 주방을 가득 채웠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커피는 조금 멍하던 내 정신을 깨워주었다.
식빵 위로 올린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 위로 케첩을 뿌리고는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곤 남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마신교 관련으로 가득 찬 커뮤니티였고 이렇다 할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참, 오빠.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뭐가?”
“마신교. 지금 마신교 때문에 난리 아니야?”
“뭐, 그렇지.”
고3이라 공부하느라 바쁜 내 동생까지 알 정도면 이게 얼마나 세상에 알려졌는지 짐작 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
‘확실히 조금 여유가 있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다음 아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 자체의 여유가 우선이라 할 수 있었다.
회귀 전의 이 시기의 나라고 한다면 상당히 조급한 심정으로 지내왔었다.
검은 손 길드에 들어가 자리 잡기 위해 한창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시점이고, 한참 길드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있을 무렵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당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여유라는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던 시절이라는 소리다.
그러다 보니 눈앞의 동생도 여유가 없었고, 오직 공부에 공부만 몰두했고, 공부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했었다.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
미쳤지.
정말로 그때의 나 자신을 때리고 싶다.
그게 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땐 그것도 모르고 그저 동생을 위해서 죽어라 게임하며 돈을 벌고, 그걸로 동생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뿐이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지독스레 멍청한 나다.
그런 과오는 회귀 전으로 충분했기에 나는 간략하게나마 동생에게 설명해 주었다.
“마왕의 부활을 앞당겨 세상을 마신교의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야. 아마 이대로 흘러간다면 세드릭 제국과 유저들 vs 마신교와 유저들 구조로 흘러가겠지.”
“와…… 전쟁이네?”
“그것도 대규모로 되겠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이것저것 질문해오는 동생이었다.
주로 마신교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대충 대답해주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주변의 다른 유저들보다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다.
“아마 한 달이면 대륙의 절반은 그들이 집어삼키지 않을까?”
“에이…… 그 정도겠어?”
설마 하는 동생의 얼굴이지만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사이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동생이 현관으로 향했다.
“다녀올게.”
“응, 차 조심하고.”
“내가 앤가?”
“넌 아직 애야.”
그런 동생을 향해 미소지어주며 들고 있던 잔을 싱크대에 넣었다.
그리곤 그제야 알았다.
지금의 내 가슴 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의 정체를 말이다.
“설마하니 나도 모르게 기대했다니.”
그래. 지금 내 가슴이 간질간질한 이유는 다름 아닌 기대감이었다.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해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만 봤던 내가 아니라 직접 그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아마 지금쯤이면 대격변 시대를 알리는 홍보 영상이자, 업데이트 영상이 흘러나올 것이다.
그것을 본다면 아마 지금 뛰고 있는 심장은 보다 세차게 뛸 것이고,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되어 흥분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말 할 수 있다.
“이번 대격변 시대는 내가 직접 흔든다.”
다름 아닌 회귀 지식.
그것을 가지고 마신교의 계략을 방해할 생각이다.
회귀 전과 다르게 지금의 나는 그게 가능하니 말이다.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의 백작이라는 작위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국의 1 황자와 공주가 내 편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캡슐에 누워 월오룰의 세상으로 향했다.
* * *
마신교가 세상에 나타났다는 시스템 창.
시스템 창이 나타난 다음 날에 월오룰을 접속한 이들은 하나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 영상은 다름 아닌 마신교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세드릭 제국을 무너뜨리고 싶은 자들이여 보라.
우리는 마신교!
위대한 마왕님을 섬기며 세상에 평등과 균형을 수호하기 위해 일어섰다.
플레이어여! 기회의 땅으로 찾아와라!
이곳에 너희들이 원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
박력 있는 성의 외침과 함께 시작된 영상.
그것은 혹한의 땅이라 불리는 북부 지역을 시점으로 더욱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카메라였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화면은 이내 커다란 회랑을 비췄고, 그곳엔 마왕 세지아르의 커다란 동상과 함께 수많은 마신교의 장로, 그리고 암흑 기사가 그 자리에서 위용을 자랑하듯이 서 있었다.
그 숫자만 해도 수백은 넘었고, 그 뒤로 서 있는 수많은 기사와 신도를 합친다면 대략 수만은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그런 마신교의 인원을 보여준 영상은 이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고, 이미 마신교 세력을 선택한 플레이어의 모습을 담아주었다.
마왕의 동상을 향해 꾸준하게 기도한 자가 신관으로 전직했고,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은 예비 기사가, 부상당한 이들 돌보는 이들은 암흑신관이 되어 그들을 치료하기 시작하는 영상이었다.
짧고 굵직한 내용을 담은 영상.
영상이 끝나고 나자 유저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현 시간부로 모든 캐릭터에게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선택지는 두 세력 중 하나의 세력을 선택할 기회입니다.]
[기회는 딱 한 번 뿐입니다.]
[세드릭 제국을 선택할 경우, 로그아웃한 곳으로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마신교를 선택할 경우, 북부 지방의 시작의 마을인 교아 마을로 이동합니다.]
[세력 선택 기한은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안에 세력을 선택해 주세요.]
[선택하지 않을 경우 세드릭 제국으로 자동 선택됩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 창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
원래라면 불친절한 것으로 유명한 월오룰이 이토록 친절한 것이 어색할 정도로 자세한 시스템 창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당장 선택이 아니라 일주일이라는 여유 시간을 준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놀랄 일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접속 중인 유저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과연 어느 세력을 선택해야 할지 말이다.
이번 선택이 앞으로 월오룰의 플레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택을 일주일이나 미룰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접속하는 것이 아닌 로그 아웃 버튼을 눌렀다.
인터넷의 반응을 먼저 살핀 후 결정하려는 것이었다.
* * *
-세드릭 제국을 선택했습니다.
-더 이상 세력을 고를 수가 없습니다.
눈앞의 시스템 창이 사라지고 빛과 함께 내가 로그아웃했던 베르나도 남작의 저택이 눈앞에 보였다.
세력을 선택한다는 선택지에 나는 망설임 없이 세드릭 제국을 선택했다.
순간 마신교의 세력을 선택한다면 상당히 재밌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의 상상이었고, 당연히 선택은 세드릭 제국이었다.
“이제 시작이겠네.”
북부 지방에서 밀고 내려올 마신교 세력이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에크시트 후작령을 기점으로 서서히 내려올 것이다.
회귀하기 전을 떠올려보자.
선봉은 마신교의 암흑 기사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템플러가 가장 선두에 설 것이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스컬 대검은 세드릭 제국의 무수한 병사 NPC를 학살할 것이고, 그의 검에 죽은 병사들은 스켈레톤이 되어 되살아 방금까지 아군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은 순식간에 북부 지방을 전부 집어삼키게 되어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북부 지방의 절반을 집어삼키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지.”
그다음이라고 말하는 시점은 다름 아닌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자 두 개의 세력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지난 시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는 마신교로 세력을 이동한 수많은 유저가 제대로 등장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신교의 강력한 마기를 몸에 주입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강력한 힘을 얻는다.
대충 자신의 레벨의 배는 뛰어넘는 힘이었는데, NPC 암흑기사가 아닌 유저 암흑기사의 레벨이 200만 넘어도 세드릭 제국의 500레벨 유저를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다.
하물며 암흑 마법사가 된 자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킬은 상상 이상의 숫자를 자랑한다.
공적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스킬 북의 숫자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되었고, 그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았기에 200레벨이 넘는 암흑 마법사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스킬의 숫자만 해도 다섯 가지는 훌쩍 넘어간다.
“처음에는 밸붕타령이 심했지.”
그럴 만도 한 것이 몇 년을 투자해 열심히 키웠던 유저이자 자신의 캐릭터다.
충분한 아이템은 물론이고 북부 지방으로 향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도 증명되어 있는 유저란 소리다.
그런 유저가 역으로 학살당했으니 그들의 입장에선 억울하다 못해 말도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거기에 죽으면 얻게 되는 페널티인 아이템 드랍으로 모든 것을 날려버리니 손해는 더욱 크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대격변의 시기였고, 모든 것이 자리 잡기까지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그들인데 말이야.”
지금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마이가 속해 있는 컬렉터 길드다.
가장 먼저 배신하는 대형 길드이자, 수많은 아이템을 마신교에 상납하고, 새롭게 그곳에서 채집장을 만들어 빚쟁이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엄청난 양의 포션을 뽑아낸다.
회귀 전에는 삼일 정도 뒤에 마신교 세력으로 넘어가는 그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전은 시스템 창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 가장 먼저 넘어간 길드로서 마신교에서도 나름 좋은 대우를 받던 그들이다.
그때였다.
띠리리링!
갑자기 울린 시스템 창의 알림 소리.
평소보다 크고 길게 울리는 것을 보니 대형 길드가 마신교 세력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확실히 변하긴 했네. 벌써 넘어가는 걸 보면 말이야.”
설마하니 바로 당일에 넘어갈 것이라 생각도 못 했던 나였다.
그리고 그 길드가 당연히 컬렉터 길드라는 것을 예상하며 뒤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길드 ‘메시아’가 마신교 세력으로 전향했습니다.]
[이제부터 메시아 길드는 마신교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헐? 메시아?”
전혀 생각지 못한 길드가 가장 먼저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