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화
#259
사냥은 순조로웠다.
공략법을 뻔히 아는 몬스터를 상대로 내가 고전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될 일이다.
특히 쓰랄이 있는 이상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충분히 공격했고, 천마군림보로 쌓을 수 있는 최대 스택인 1,000%의 추가 데미지를 머금은 일격까지 먹였기에 이제 남은 HP는 1/5도 남지 않았다.
충분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방송화면이자 채팅창을 쓰윽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 했다.
“음? 다들 어디 가셨어요?”
채팅창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만 명을 넘어갔음에도 아무런 채팅이 없었다.
무슨 일인지 싶어, 이전에 올라왔던 채팅창을 확인함으로 지금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마신교가 벌써 등장했다고? 아니 그것도 벌써 세력을 고를 수 있다고?’
저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대격변의 시대.
회귀 전에도 찾아온 대격변의 시기는 이렇게 업데이트가 아닌 느닷없이 찾아왔었다.
몇 번의 거대 보스 레이드 거치고 갑작스럽게 대륙 서부 지방을 시작으로 갑자기 나타난 마신교였다.
그 시기는 정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서부 지방을 시작으로 대륙 전역에서 숨어 있던 마신교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어디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마족은 물론이고, 마수가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은 브리타니아 대륙의 큰 변화를 일으켰다.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큰 변화는 다음 아닌 대륙의 전도였다.
대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드키아 백작령을 기준으로 서부 지방은 완전한 마신교의 땅으로 변한다.
지금은 죽었지만, 원래라면 2 황자인 디메트 백작가와 서부 지방의 최고 귀족이라 할 수 있는 므제크 후작가를 바탕으로 엄청난 양의 영지민을 희생 시켜 마족을 소환, 그리고 반역을 일으킨다.
동부 지방의 경우, 마신교의 세력과 세드릭 제국군의 팽팽한 싸움이 매일같이 일어났고, 북쪽 지방의 경우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다 보니 마신교의 활동 자체도 적은 편이긴 했다.
아무튼 남쪽 지방을 제외하고 남은 지방을 연결하는 나드키아 백작령을 기준으로 전신이 당겨지거나 밀리거나 하는 와중에 유저들이 사냥 할 수 있는 사냥터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나아가 몬스터 사냥이 아닌 NPC와 상대편 유저를 사냥하는 것으로 경험치를 얻는 세상이 찾아오기 전이라 할 수 있는 대격변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대격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굳이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좋지 내가 설레발치며 알려줄 필요가 없어.’
다가올 대격변의 시대는 모두가 스스로 겪으며 받아드리는 것이 좋다.
물론 급격한 변화에 많은 이들이 적지 않게 당황할 것은 분명하고, 꽤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아이템 시세는 지금보다 더 혼란이 찾아올 것이고,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 것보다 다른 유저를 사냥해 아이템을 얻는 게 당연한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대격변을 스스로 겪고 헤쳐나가야 다들 한 단계 성장할 것이고 말이다.
“크어!”
“크어어!”
등 뒤에서 트윈 헤드 트롤이 마지막 단말마를 내질렀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치워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저게 아니라 대격변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니 말이다.
사냥이 끝났음에도 채팅창은 여전히 고요했다.
보통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반응이 나타나야 할 상황임에도 말이다.
오히려 트롤을 사냥하고 별다른 이벤트 없이 밖으로 향하는 포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곤 말없이 방송을 끄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였다.
이쯤 되면 방송을 유지하는 것도 웃긴 상황이었기에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지금까지 방송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 멘트와 함께 방송을 끝냈다.
내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급하게 채팅이 몇 개 올라온 것이 보였지만, 그리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었거니와 평소 내 방송을 시청해주는 시청자의 인사가 전부였기에 미련 없이 종료 할 수 있었다.
“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찹찹하네.”
뭔가 묘한 기분이 내 가슴을 간지럽혔다.
뭐라 할까. 간질간질한 것이 꼭 뭔가 하나 빠트린 기분이라 할까? 그게 아니라면 뭔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것 같다는 기분이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리고 중요한 거면 벌써 기억났을 거고.”
나는 두 팔을 들고는 고개를 흔들며 나중에 떠오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곤 아까 치워냈던 시스템 창을 훑었다.
-트윈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천 레벨이 넘는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재앙급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업적 ‘재앙급 몬스터를 사냥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업적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6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 레벨은 드디어 600레벨을 달성했다.
어떻게 보자면 너무 과한 경험치가 들어 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이번에 얻은 업적 덕분이었다.
[재앙급 몬스터를 사냥한 자.]
천 레벨이 넘는 보스 몬스터를 처치할 시 추가로 같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한다.
저 말도 안 되는 업적이 다량의 경험치를 얻게 해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마왕을 사냥하면서 달성했던 550레벨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0레벨이니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이거 보스 몬스터만 잘 잡고 다녀도 레벨 하난 쭉쭉 오르겠네.”
물론 보스 몬스터를 그것도 재앙급 몬스터만 만난다는 가정 아래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보단 레벨 업의 효율이 빨라진 것은 상당한 수확이다.
아니 오늘 더 이상 추가로 무언갈 획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섭섭한 감정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안 준다면 쌍시옷 정도는 하겠지만…….’
그리고 나는 몰랐다.
그게 플래그였다는 것을 말이다.
“X발!”
진짜 더 이상의 추가 획득은 없었다.
나는 힘없는 걸음으로 포탈 밖으로 향했다.
* * *
포탈 밖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던에서 함께하지 않았던 소환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무심이었다.
“성장을 축하하네.”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 있는 그였다.
거기에 손은 숭이와 가직스, 쓰랄의 어깨를 두드렸고, 나지막이 한마디 더 해주었다.
“이제는 등을 맡길 수 있게 되었어.”
마치 저들 셋을 인정한다는 말투. 거기에 행동까지 모든 것이 지금까지 달랐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인지 숭이, 가직스, 쓰랄이었고 얼굴에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붉게 물들다 못해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눈물은 안된다는 듯 입술을 질끈 물고는 떨리는 어깨를 참아내려 했다.
“잘됐다. 그치?”
“그러게.”
어느새 내 품으로 안겨 오는 루이즈와 조용히 속삭이며 자연스럽게 셋을 위해 등을 졌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나마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조금 벗어나 주었다.
인던의 입구에서 벗어나자 다시 베르나도 남작령의 트롤 사냥터가 나타났다.
정확하게는 수많은 동굴이 존재하는 곳이었고, 그중에서 한 곳에서 나온 것이다.
퀴퀴한 공기와 습기 가득한 곳에 있다가 내리쬐는 햇살의 따스함에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나왔다.
거기에 눈앞에 반짝반짝이는 무수한 갑옷과 수많은 인원을 보자니 마음 또한 든든했다.
“시저 백작님을 뵙습니다.”
“급한 부름에도 와주신 베르나도 남작님에게 너무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시저 백작님이 아니십니까? 오히려 영광입니다.”
실제로 베르나도 남작은 나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보기 민망할 정도였고, 심하게 표현하자면 비굴한 모습 같았다.
그와 함께한 백 명의 병사들이 보면 자기가 충성하는 주군이 너무나도 저 자세로 나왔으니 절로 인상을 찌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뒤에 있던 병사들의 눈빛에는 그 어떤 불쾌함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초롱초롱!
반짝반짝!
그들의 얼굴은 어릴 적 자신만의 히어로를 보았을 때의 얼굴이었다.
나로 치자면 당시에는 그저 용기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박살 내던 사이보그 주인공을 바라볼 때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눈빛을 보자니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비록 마왕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지만, 홀로 토벌하시며 잠시나마 대륙의 안정을 찾아주신 분이 바로 시저 백작님이 아니십니까? 저는 물론이고 병사들 또한 시저 백작님의 부름에 지체하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오히려 전부 다 오겠다고 하는 걸 말리느라 힘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한 치의 거짓이 없는 눈빛이자 신뢰와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는 베르나도 남작이었다. 뒤에 서 있는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저 나의 안전을 위해 부른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하이에나 길드의 아지트라도 몰랐으면 진짜 미안할 뻔했네.’
여기까지 달려와 준 이들에게 고작 말 한마디로 끝날 뻔했으니 말이다.
“자,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뜻으로 한 가지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지트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찍어내곤 가직스에게 부탁했다.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은 가직스였고, 나는 그곳을 가리키며 함께 가자며 그들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어른 한 명이 걸어도 좁았던 길이 점차 세 명까지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져만 갔고, 마침내 동굴의 끝에 도착했을 때 베르나도 남작은 물론이고 뒤에 있던 병사들까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이, 이, 이게 무슨?”
베르나도 남작이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선물입니다.”
나는 슬쩍 웃으며 말해주었다.
선물이라는 단어에도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그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하이에나 길드의 비밀 아지트입니다. 여태껏 그들이 악행을 벌인 흔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이 없어진 물건이니…… 이곳으로 베르나도 남작령의 병사들을 무장시킨다면 마신교와의 싸움이나 몬스터를 상대로 병사들이 힘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곧 찾아올 대격변의 시대.
그렇다면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이곳의 무력은 너무나도 필수적인 일이다.
나를 위해 달려온 수고비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니 전혀 나쁠 것이 없다.
“잘 쓰겠습니다.”
베르나도 남작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그건 남작만이 아니라 뒤에 있던 병사들까지였다.
눈앞의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그들은 절대 뚫리지 않는 견고한 방패가 되어 싸울 것을 맹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얼른 챙겨서 돌아가시죠.”
그렇게 우리는 하이에나 길드의 아지트에서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전부 챙겨서 남작의 성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마신교가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대격변의 시대가 왔음을 시스템 창이 알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