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화
#258
내 격에 짓눌려 공포에 떨던 트윈 헤드 트롤.
하지만 이내 거친 포효와 함께 공포를 떨쳐 내기 시작했다.
“크워!!”
“으워!!”
썩어도 준치라고 자신이 보스 몬스터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리고 자신의 이명에 맞게 숲의 파괴자라는 것을 증명하듯 금세 강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트윈 헤드 트롤이었다.
두 개의 머리에서 나오는 포효는 박자를 타듯 이어졌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휘두르는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몽둥이였다.
부우왕!!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해도 매서울 정도였고, 그 휘두르는 속도는 지금까지의 사냥했던 트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공격 속도였다.
하지만 이미 트롤에 집중 중이었던 나였기에 그 공격은 그저 허공을 가르기만 했다.
콰아앙!
쇠몽둥이가 떨어진 곳엔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저 일격을 맞는다면 단숨에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 하나 확실한 것은 레벨이 천을 넘었다는 것은 기존의 몬스터와 다른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던 보스 몬스터의 데이터를 좀 더 상향시키면 되지.’
회귀 전의 경험했던, 그리고 눈으로 보았던 수많은 보스 몬스터에 대한 데이터.
그 지식이 지금의 내가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확실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쳐온 인던만 해도 그렇고 NPC 중에서도 보스급 몬스터라 할 수 있는 존재들과 싸워 이겨 낸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한 발 내디디며 스킬을 발동했다.
“가로 베기.”
-스킬 ‘천마군림보’가 발동되었습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공격력이 10% 증가했습니다.
두 개의 스킬이 동시에 발동되었고, 내 검은 쇠몽둥이를 회수하고 있는 팔을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하고 들려오는 소리.
하지만 보스 몬스터라는 것을 증명하는 두 가지 현상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얕다. 그리고 빨라.”
질긴 가죽 탓에 내가 휘두른 검은 겨우 가죽을 살짝 벤 정도였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는 고작 한두 방울이었고, 그 피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벌써 회복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멀쩡한 팔뚝이었다.
“크워?”
“으어!!”
모기에게 물리면 가려운 것이 피부다.
한쪽 머리가 의문을 표하자 다른 머리가 소리쳤고, 동시에 두 개의 머리가 나를 향해 다시 집중했다.
그리곤 몽둥이가 아닌 다른 손을 뻗어 나를 붙잡으려 했다.
아무리 공격 속도가 빠르다곤 하나, 내 눈에는 충분히 보이는 속도.
눈에 뻔히 보이는데 쉽사리 잡혀줄 내가 아니다.
한 발 내디디며 또 한 번 스킬을 발동했다.
“찌르기!”
-공격력이 20% 증가했습니다.
이제 겨우 두 걸음밖에 되지 않는 탓에 얼마 증가하지 않은 공격력과 자체 공격력이 상승하는 찌르기 스킬이지만 여전히 트롤의 가죽을 꿰뚫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카운터라 할 수 있는 내 찌르기 공격은 나를 잡기 위해 뻗어오는 힘과 맞물려 위력을 상승시켰다.
푹!
이번엔 제대로 공격이 먹혔다는 것을 증명하듯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
하지만 그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뻗어오는 트롤의 손바닥이었다.
“흐압!”
나는 그 자리에서 지면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뽁하고 뽑혀오는 천마검과 함께 트롤의 살점이 일부 뜯겼다.
초월적인 재생력은 칼이 박혔음에도 진행되었고, 그 때문에 뜯겨나온 살점은 피를 뿜어내며 찢겨 나왔지만, 이내 그 흔적마저도 가려내는 트롤의 재생력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여전히 미동도 없는 트롤의 HP 바였다.
“징하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은 상당히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
하지만 그 장기전으로 갈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고 말이다.
나는 침착하게 트롤의 공격을 몇 번이나 계속해서 눈으로 익혔다.
그리고 놈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간간이 반격을 시도했고, 놈이 특별한 행동이라도 하는 것은 아닐지 잘 살펴보았다.
대충 십 분이 넘는 시간 동안 주고받은 공방이었고, 천마군림보의 데미지 상승이 500%까지 올랐을 때였다.
“애들아!”
나는 내 소환수를 불렀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애들의 도움을 받아 트롤을 공략할 시간이다.
“우끼…….”
“캬락…….”
“위대한 대족장을 위하여!”
내 부름에 응답하는 셋.
하지만 셋 중 멀쩡한 것은 하나도 남은 둘은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그 이유가 있다.
아무리 나의 격이 높아 트롤을 향한 공포심을 이겨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신적인 문제다. 육체는 아직도 숲의 파괴자라 불리는 트롤에 대한 공포가 미약하게 남아 있기에 본능적으로 굳어 있는 것이다.
사실 무심이나 루이즈였다면 이런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이미 육체나 정신적으로나 초월이라는 단계에 근접해 있는 둘이었기 때문이다.
로빈후드야 언데드니 상관없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진 애들이 아닌 이 셋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들과 함께할 생각이고 성장할 생각이기에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도움을 주는데 가장 강력한 패인 쓰랄이 있으니 말이다.
그저 깨트려 줄 뿐이다.
“쓰랄! 용맹의 기도문!”
내 부름에 쓰랄이 그 자리에서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위대한 대족장이 되기 위한 길!”
“우리는 용맹하게 맞서 싸우리라!”
“승리만이 우릴 반기기라!”
“용맹한 전사여! 적을 쓸어버리라!”
쓰랄의 주술이자 기도문이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소환수 ‘쓰랄’이 주술 스킬 ‘용맹의 기도문’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의 더욱 용맹하게 싸웁니다.
-공격력이 100% 상승합니다.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공포 내성이 생깁니다.
단순한 버프가 아닌 각성을 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는 버프.
쓰랄의 주술은 위대했다.
“우끼끼!”
“캬락!”
거칠게 포효하는 숭이와 가직스.
그리고 순식간에 달려오는 숭이와 그 자리에서 도약할 준비를 하는 가직스의 모습이 보였다.
본능에 나오는 공포까지 모두 이겨낸 둘이 전투에 임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가자, 숭이는 왼쪽으로. 가직스 대기. 쓰랄은 파이어 볼!”
빠르게 명령을 내리곤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공격력이 30% 증가했습니다.
-공격력이 40% 증가했습니다.
-공격력이 50% 증가했습니다.
정면이 아닌 측면을 향하는 나이기에 순식간에 천마군림보의 공격력이 상승했다.
“크아?”
트롤의 머리통 하나가 나를 향해 움직였다.
다른 머리 하나는 달려오고 있는 숭이를 향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상황임에도 인간의 관절과 다른 몬스터임을 증명하듯 90도가 넘는 각도까지 움직였다.
너무나도 기괴한 모양새임에도 트롤은 문제가 없다는 듯 양쪽 팔을 움직였다.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팔은 나를 향해, 맨손의 한쪽 팔은 쓰랄을 향해 말이다.
그 순간 외쳤다.
“가직스. 도약 및 양손 베기! 쓰랄은 그 부위로 파이어 볼!”
내 외침에 가직스와 쓰랄이 반응하기 전에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트롤이었다.
“크어!”
숭이를 바라보고 있던 머리가 가직스를 향했고, 뻗었던 팔은 다시 회수하고는 가직스의 공격에 맞춰 공격하겠다는 듯 주먹을 말아 쥐었다.
입으로 전달하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 몬스터 주제에 어떻게 내 말을 이해하고 대비하는지부터 의문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가직스가, 그리고 쓰랄이 공격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와 숭이의 몫이니 말이다.
-소환수 ‘숭이’가 스킬 ‘로우킥’을 시전합니다.
-추가 데미지가 400% 상승합니다.
숭이의 로우킥 스킬이 트롤의 뒷무릎을 후려 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일격은 정확하게 들어갔고, 트롤은 그 충격 덕분에 자연스럽게 무릎이 살짝 굽혀졌다.
콰앙!
나를 향해 휘둘러지던 쇠몽둥이가 그 충격으로 내 곁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떨어졌고, 나를 대신해서 맞은 땅이 흙먼지를 피워 올렸다.
모두의 시야를 빼앗은 흙먼지임에도 한참 덩치가 큰 트롤이기에 뻗기만 하면, 제대로 된 공격만 성공한다면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있기에 천마검을 쥔 손에 힘을 가득 주어 휘둘렀다.
“세로 베기!”
서걱. 푸슛슈슈!
제대로 된 일격.
천마군림보의 덕분에 올라간 공격력과 쓰랄의 주술로 인한 공격력, 그리고 스킬의 공격력까지 합쳐지자 이제는 트롤의 가죽을 넘어 살점을 벨 수 있는 수치가 되었다.
“크어!!!”
한쪽 머리가 고통을 느끼고 소리쳤다.
그런 머리에 비해 다른 머리는 고통을 참는 듯 인상은 잔뜩 찌푸렸음에도 끝까지 시선은 가직스를 향해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와 숭이의 공격보다는 가직스와 쓰랄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본능을 가직스와 쓰랄이 아닌 나와 숭이에게 돌리면 되는 일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건 숭이도 마찬가지였다.
서서서걱!
퍼퍼퍼벅!
양쪽에서 이어지는 공격.
집요하게 때린 곳만 또 때리는 것으로 느끼는 고통을 배로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공격했다.
한참을 때리고 또 때린 결과이자 트롤의 HP가 조금씩이지만 줄어들기 시작했고, 5%가량 줄었을 때였다.
“쿠어!”
“크어어!”
남은 하나의 머리 또한 다시 숭이를 향했다.
우리가 바라는 그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 순간 가직스가 움직였다.
“캬락!”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도약’을 사용합니다.
-추가 데미지 500% 상승합니다.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양손 베기’를 사용합니다.
-추가 데미지 300% 상승합니다.
-스킬 ‘도약’과 함께 사용합니다.
-추가로 데미지 100% 상승합니다.
합하여 900%가 넘는 추가 데미지를 머금은 가직스의 양손 베기가 트롤의 복부를 갈랐다.
서어걱!
가직스가 휘두른 양팔이 트롤의 가죽과 살점을 넘어 안쪽의 장기까지 베어버렸다.
““크어어어!!!””
트롤의 두 개의 머리에서 끔찍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처절하게 흘러나오는 비명과 함께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장기는 흘러내려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것도 잠깐이었고, 이내 서서히 회복되어가는 트롤의 복부와 흘러내리고 없어진 장기를 대신해 새롭게 재생될 무렵이었다.
콰앙! 화르륵! 화륵!!
쓰랄의 파이어 볼이 복부 상처 위에 그대로 적중했고, 피어오르는 불길은 상처를 회복시키기도 전에 불태워버렸다.
“좋아!”
나는 그 모습에 기뻐했다.
왜냐고? 트롤을 공략할 때 가장 좋은 사냥법은 회복력보다 더욱 강한 데미지를 입혀 죽이는 거다.
그게 안 되면 지금처럼 상처를 만든 다음 불로 지져버리는 방법이다.
화상을 입은 상처 부위는 원래 회복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까지 떨어뜨리니 말이다.
그 증거로 트롤의 회복력이 현저하게 줄어 아주 미약한 양이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와 숭이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느린 속도이니 이제 회복력보다 우리의 공격력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캬락!”
“보아라! 이게 바로 위대한 대족장님이 가르쳐준 기술이니!”
거기에 가직스와 쓰랄 마저 함께 공격한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줄어드는 HP가 눈에 보일 것이다.
아, 물론 시간이 흐르면 화상마저도 회복해 다시 엄청난 재생력을 보일 트롤이다.
하지만 걱정 따위는 없었다.
‘그때면 둘의 스킬 쿨타임도 돌아올 것이니까.’
무조건 사냥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
“가자!”
그렇게 사냥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 * *
그 시각.
시저의 사냥을 시청하던 이들이 하나둘씩 방송이 아닌 월오룰의 커뮤니티로 향했다.
새롭게 올라온 하나의 글, 그것을 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클릭하고 내용을 본 순간 화들짝 놀라 했다.
그 제목과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 캐릭터 생성하는데 마신교라는 진형이 생겼어요!
마신교 진형을 선택하면 시작의 마을인 한센 마을이 아니라 북부 지방의 키슈트 마을에서 시작함.
그리고 바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