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57화 (257/275)

제257화

#257

“음?”

갑자기 인던의 공기가 달라졌다.

단순히 공기의 질이 달라졌다는 게 아니다.

느낌, 분위기, 그리고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방에 깔렸던 반딧불이었다.

파바밧!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는 되는 듯한 반딧불이 일제히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몰려들었다.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반딧불이 움직이니, 마치 거대한 빛의 덩어리가 나에게 달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때문에 눈이 너무 부셔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 반딧불이 몰려오는 방향은 정확하게 내가 가던 방향의 정 반대편이었다.

그것을 보곤 나는 혀를 찼다.

“츳. 완전 잘못 가고 있었네.”

나는 셋을 불러 반대 방향으로 다시 몸을 틀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 반딧불이 모여 천천히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등 뒤로 거대한 대군이 뒤따르는 듯한 기분이자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따라오는 응원단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비춰주는 불빛은 우리가 가야 할 앞을 환히 비춰주니 오히려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아까보다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앞으로 걸어갔다.

“음? 트롤은?”

분명, 이 정도로 걸었으면 벌써 대여섯 마리는 만났어야 할 트롤이지만, 지금까지 만난 숫자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오히려 텅텅 비어버린 길은 나보고 서둘러라는 듯한 기분이었고, 숨어있던 반딧불 또한 모습을 드러내며 나에게 이쪽이라는 듯 안내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빠르게 이동했고, 마침내 눈앞의 커다란 벽이자 제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한 존재.

“그르르…….”

자연스럽게 눈앞 존재의 이름이 떠올랐다.

[숲의 파괴자 트윈 헤드 트롤 Lv. 1,000]

아무래도 인던의 공략 대상인 그 트롤일 것 같았고, 나는 레벨을 보곤 어이가 없어 했다.

“또 천 레벨이야?”

벌써 두 번째 천 레벨.

이거 아무래도 이번 패치 탓에 레벨 제한이 풀린 것이 확실해졌다.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왜냐면 앞으로 나올 몬스터의 레벨이 천을 넘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대규모 이벤트 레이드 보스 몬스터의 레벨 또한 엄청나게 높아질 예정이니 그 난이도는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다.

어우 토 쏠려.

상상만으로도 벌써 끔찍하다.

특히 회귀 전에 겪었던 녀석 중 하나인 드레이크를 생각하면 눈앞에 수많은 폴리곤 조각이 생각난다.

드래곤의 아류 종이라 할 수 있는 드레이크다 보니 단단한 비늘 때문에 높은 방어력과 마법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드래곤의 후예라 높은 항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그런 놈에게 근접해서 공격해 공격해봐야 꼬리치기 한 방에 죽고, 마법사의 원거리 폭격은 놈의 HP를 줄어들게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미약했다.

그런 드레이크가 더 강해질 거라 생각하니 역겨움 그 자체였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말이지.”

눈앞의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좋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라이브 방송.

물론 방송을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쓰라렸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저번 방송에서 시청자이자 월오룰을 즐기는 모든 유저들에게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힌트를 줬던 나다.

그게 돈으로 따지자면 엄청난 가치의 정보.

돈 한 푼 받지 않고 그대로 홀라당 세상에 알려버렸다.

그 덕분에 어딜 가더라도 내 뒤를 따라붙는 사람이 생겨버렸고, 그 때문에 하루를 날려 먹기도 했다.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이렇게 속이 쓰라린데 설마 이번에도 방송 켰다가 또 그런 일이 생길까 싶은 걱정도 들었지만 이내 결정했다.

“뭐, 또 그런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이다.

그리고 메인 시나리오 2부의 힌트가 나갔다고 해도 아마 나는 보통의 유저와 다를 것이다.

난 귀족의 작위가 있고, 일반 유저는 평민이라는 거다.

아마 같은 시나리오라도 스타트 지점이 다를 거란 예상이다.

“그러니까 공주가 굳이 백작의 작위까지 올려줬겠지.”

NPC니까.

셀레스틴 공주니까 다 생각이 있을 거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

* * *

모두가 직장에서 근무할 시간.

조용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라곤 잡담뿐인 곳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서머너 킹 시저. 긴급 라이브 방송. 대상은 인던 보스 몬스터!]

무료하던 차에 올라곤 시저의 방송 소식은 마른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 킷따!

- 오 시저 방송? 그렇다면?

- 또 메인 시나리오 힌트라도 나오는 거 아님?

- 와 미친? 5분 뒤에 방송한다고 해서 다급하게 채널 들어갔는데 실시간 접속자 수 실환가?

- 천만? 리얼 천만?

- 아니 무슨 이 시간에 천만이냐고!

- 이건 메시아 길드도 못 찍는 숫자 아니냐?

└ 메시아 길드 무시? 구독자만 억 명인데?

└ 오프닝도 하기 전에 저 정도 숫자는 메시아 길드도 못 찍는다고.

└ 그건 킹정.

- 진짜…… 메인 시나리오의 힘이 크네.

메인 시나리오 때문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저.

그 탓에 지금 방송한다는 소식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이만큼의 시청자가 모여든 것이었다.

방송 대기 시간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시저의 방송은 금방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방송.

하지만 시저 뒤편으로 보이는 소환수 셋을 발견하곤 의문이 가득한 채팅창을 쳤다.

- 범이 님 어디 감?

- 여왕님?!

- 백랑 님을 보여달라!!!

- 무심이랑 로빈후드도 안 보임

- 피이랑 엔다이론도!

원래라면 시저 주변으로 우글우글 보여 있어야 할 소환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숭이와 가직스, 팅고 뿐이었으니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들의 주인인 시저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애들이요? 안 그래도 지금 설명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저의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 인던은 특수 인던으로 수많은 소환수 중에 랜덤으로 세 마리만 소환되고 나머진 강제로 역 소환된다는 것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이 아이들로 만족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시저는 인던에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고, 이내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이번 던전 공략은 저와 이 셋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니 평소보다 편안한 시청을 권해 드립니다.”

그렇게 꾸벅 인사하고는 시저가 움직였다.

오프닝 스코어 삼천만 명.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시청자 숫자는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를 정도로 상승 중이었다.

* * *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

보통 같으면 치고 빠지며 보스 패턴을 익히고,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을 때 공격에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뭐,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보통 같으면 그러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그냥 하던 대로, 그리고 검은 손 길드에서 누구보다 공략법을 빠르게 찾아내는 나만의 방식으로 제압하면 된다.

그 방법은 무엇이냐?

다름 아닌 직업 내가 나서면 된다는 거다.

“대기해.”

그와 동시에 나는 검을 꺼내 들기 전에 오랜만에 그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

한참 전에 얻었던 레전더리 아이템.

처음에는 탱커 역할을 위해 팅고가 착용했긴 했었다.

하지만 다시 인베토리에 들어와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저번 마왕의 강림 때문이었다.

모두가 이 게임의 끝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아이템을 싸게 팔아버리는 바람에 내가 플렉스 해버리지 않았던가?

극 방어력을 올려주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빼버리고 새롭게 아이템을 세팅해줬다.

탱커보단 딜탱으로 세팅이 어울린다는 무심의 조언에 따라 근력과 민첩 위주의 아이템을 세팅해주었기에 지금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이 주인을 잃어버린 것이다.

-네미아의 사자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를 착용했습니다.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아이템을 착용하는 동안 민첩 스텟이 100 하락합니다.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가 줄어듭니다.

레전더리 아이템이지만 너무나도 압도적인 성능 때문에 기본적인 너프가 달린 아이템.

하지만 그 줄어든 수치는 나에게 큰 영향이 없었다.

‘워낙 스텟이 좋아야 말이지.’

고작 100 정도의 스텟은 업적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될 정도였고, 그렇게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한 비슷한 레벨을 가지고 있는 유저 중에서도 내가 탑 티어 속할 것이다.

아이템 착용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스킬을 사용할 차례다.

이제 스킬을 막 사용하려는 찰나 눈앞의 보스 몬스터가 나를 발견했는지 하던 식사를 멈추곤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르?”

“크어!”

의문과 놀라움으로 시작한 보스 몬스터의 입이었지만, 이내 그와 동시에 맛있는 먹이를 눈앞에 둔 사냥꾼의 눈빛과 함께 두 입에선 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웃기네. 누가 사냥감인 줄도 모르고 그저 본능에 충실하다니.”

그저 자기가 포식자인 줄만 알고 있는 저 멍청한 보스 몬스터에 나를 슬쩍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이유가 있다.

보통의 유저라면 모르겠지만, 나 정도 되는 짬을 가진 자라면 지금 눈앞의 보스 몬스터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굶주림이자 본능.

채울 수 없는 허기는 저 몬스터는 그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잡아먹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적당히 조절하게 될 거라 이거지.’

그저 살육과 파괴에 미쳐 주변을 다 박살 내고 오직 피가 튀고 살점 날아다니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잡아먹기 위해 적당히 힘을 조절할 것이란 걸 말이다.

아, 물론 일정량의 HP가 줄어들면 그런 본능 따윈 사라지고 분노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그 시간이면 패턴 파악은 끝났을 시간이기에 그저 최후의 발악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쉽게 끝내겠어.’

결론이 나왔고, 나는 손을 뻗었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망각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순식간에 나를 감싸며 적을 감싸는 세 가지의 가호가 발동되었다.

자신을 감싸는 무언가의 기운에 몸에 변화를 느낀 것인지, 하나의 머리에서 포효가, 다른 머리에선 즐거움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크워어어어!!”

“크하하하!!”

-숲의 파괴자 트윈 헤드 트롤이 포효합니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게 숲 파괴자의 위엄을 뿜어냅니다.

-격이 낮은 모든 존재에게 공포를 심어줍니다.

디버프를 포함한 트롤의 포효였다.

마치 자신의 위엄과 벌벌 떨고 있을 내 모습이라도 기대한다는 듯 웃고 있는 한쪽 얼굴이었지만, 이내 곧 웃음은 없어지고 동시에 두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어?””

너무나도 멀쩡한 나.

그리고 뒤에서 대기 중인 내 소환수 또한 공포보단 호승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트롤에겐 의문이지만 나와 내 소환수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에 대신 우리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격의 차이라는 거다.”

나는 그 자리에 격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외쳤다.

“왕의 위엄.”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세깁니다.

내 몸에서 뿜어내는 엄청난 기세가 순식간에 이곳 인던에 뿜어지기 시작했고, 지금 유일한 내 상대이자 자신의 격으로 나를 찍어누르려고 했던 존재를 향해 격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거칠게 찍어 눌었다.

“크어어…….”

놀란 것을 떠나 두려움에 살짝 질린 듯한 트롤.

그 모습에 채팅창이 미친 듯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이런 멋진 모습은 함부로 보여주는 건 아닌데…….’

살짝 흥분이라는 녀석과 멋짐이라는 뽕에 취한 나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검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트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고유 특성인 왕의 위엄을 보여줄 때부터 나를 놀리고 있는 시청자라는 것을 말이다.

- 왕의 위엄.

- 아놔. 개 빵 터졌네.

- 뭔가 중2병이 떠오르는 스킬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 아니! 저 쪽팔리는 단어를 외치고도 당당한 모습이 개 웃기네.

- 평생 짤로 간직하겠습니다.

- 오늘도 레전드 하나 찍어주네.

대부분 웃음이 가득한 채팅이었지만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반응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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