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화
#256
세 마리의 소환수.
인던에 들어옴과 동시에 신이 난다는 듯 전투를 시작했다.
“우끼!”
숭이가 적인 트롤을 향해 달려갔다.
[지하 트롤 Lv. 600]
이곳 인던의 몬스터인 지하 트롤.
뭐 결국 트롤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녀석이긴 하지만, 아무튼 지상에 있는 트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름 아닌 피부색이다.
초록색의 피부가 아닌 보랏빛을 띠고 있는 트롤이었다.
들고 있는 무기는 나무로 만들어진 몽둥이가 아닌 순수 쇳덩어리라 할 수 있는 몽둥이를 들고 휘둘렀다.
쿵! 콰앙!!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엄청난 파공성을 내었고, 휘둘러진 쇠몽둥이가 지면을 때리자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드르르륵!
흔들리는 강도는 두 다리로 땅에 서 있기도 버거울 정도였고, 저 일격을 정면으로 맞는다면 그 자리에서 다진 고기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다.
무지막지한 공격에 위축될 법도 하지만, 숭이는 오히려 투쟁심이라도 치솟는지 그 공격을 여유롭게 피한 것도 모자라 무방비 상태의 트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우끼!”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찌르기’가 사용합니다.
-추가 데미지 150% 입힙니다.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레어 등급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찌르기’가 사용합니다.
-추가 데미지 300% 입힙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 창에 나는 기뻐했다.
“오! 좋아!”
안 그래도 약한 숭이인데 이런 식으로 강해진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나는 즉시 스킬창을 띄워 확인했다.
정권 찌르기 Lv. 1
등급: 유니크
액티브 스킬.
-안정적인 자세로 상대를 향해 강한 일격을 날린다.
-추가 데미지 300%
-정확한 타격 시 50% 확률로 1초간 적을 마비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소모 MP: 100
추가 데미지가 두 배로 상승한 것도 모자라 마비까지 시키며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9분이나 줄어버린 엄청난 스킬로 변했다.
마비 1초.
하지만 그 1초가 전투 중에선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정확한 타격에 성공했습니다.
-지하 트롤이 1초간 마비에 걸립니다.
첫 일격부터 멋지게 마비를 걸어버린 숭이.
그런 숭이의 스킬 덕분에 쓰랄이 여유롭게 손에 들고 있던 화염 덩어리를 여유롭게 던질 수 있었다.
콰아앙!
쓰랄이 던진 파이어 볼이 정확하게 트롤의 머리통에서 터졌다.
화끈하게 피어오르는 화염은 조금은 어두운 이곳을 잠시나마 밝게 만들었고, 그 화염이 사라졌을 땐 시야를 잃어버린 트롤이 눈을 감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크워어어!!”
끔직한 비명.
그 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가직스의 양팔이 트롤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서걱.
두 팔을 하나로 모아 단숨에 공격하는 방법.
그리고 그건 단순한 공격이 아닌 스킬로 진화했다.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양손 베기’를 익혔습니다.
양손 베기 Lv. 1
등급: 유니크
액티브 스킬.
-양손을 모아 한 번에 강력한 공격을 날린다.
-추가 데미지 300%
-도약 스킬과 함께 사용할 시 추가 데미지 100%
재사용 대기 시간: 5분
소모 MP: 1,000
스킬 창으로 확인하자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게 되었다.
그리곤 상당히 놀랍다는 얼굴로 가직스를 바라보았다.
“캬락?”
갑자기 바라보는 나 때문인지 의아하다는 얼굴의 가직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외쳤다.
“니가 최고다.”
지금 가직스는 엄청난 스킬을 얻었다.
자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도약 스킬을 사용하고 첫 일격에 추가 데미지는 500%다.
그 일격을 양손 베기로 사용하게 되면 무려 300%에다가 추가로 또 100% 얻는다
무려 900%의 추가 데미지라는 소리인데, 이건 내 소환수 중에서 독보적인 추가 데미지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추가로 크리티컬 까지 뜬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일격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될 거다.
확실한 것은 테스트는 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단순 계산으로는 트롤을 일격에 죽이는 것은 무리더라도 너덜너덜해진 HP는 몇 번 공격하지 않아도 죽일 수 있을 정도일 것 같았다.
“그나저나…… 여긴 참 신비하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눈으로 보기엔 이곳은 지하가 아니라 그냥 거대한 숲 같았다.
트롤보다 높이 자란 나무가 사방에 하늘을 가리고 싶다는 듯 높게 자라 있었고, 밖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는 물론이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볼 수 있었다.
다만 밖이랑 다르게 이곳의 하늘은 캄캄했다.
그럼에도 내가 충분한 시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하늘을 비롯해 주변으로 무수하게 많은 반딧불이 떠 있기 때문이었다.
거의 대낮과 같은 수준이라 시야를 걱정할 필욘 없었다.
“문제는 이곳의 크기가 짐작이 안 간다는 거지.”
직접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나무만 볼 수 있었고, 그것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똑같았다.
결국 선택한 것은 한쪽을 붙잡고 무작정 걸어가는 것이었는데, 인던에 입장한 지 세 시간가량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끝도 없는 나무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뭐, ‘가면 뒤에 길이 있다’란 말도 있잖아.”
어차피 이곳은 인던이다.
대륙 한가운데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인던 한가운데니 언젠간 끝이 나올 거란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
사실 처음에는 숭이와 가직스, 쓰랄만 남았을 때 앞이 캄캄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일단 이 셋을 보고 있자면 뭐라 할까? 바보 삼 형제라고 해야 할지, 그게 아니면 본능에만 충실한 녀석들이라 해야 할지 딱히 이렇다 할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셋이 문제라기보단 최근 들어서 나에게 붙어 있는 범이와 백랑을 비롯해 주로 대화하는 것은 무심과 루이즈였다.
그리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로빈 후드까지 있으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거나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게 사냥할 때 말고는 잘 없었다.
뭔가 조금 어색하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오랜만에 넷이서 지내다 보니 금세 우리는 평소나 다름없었다.
내 명령에 숭이가 먼저 돌격해 시선을 끈다.
그리고 공격에 성공해 마비에 걸린다면 가직스나 쓰랄이 공격한다. 만약 마비에 걸리지 않는다면 숭이가 뒤로 빠지고 대신 가직스가 트롤의 시선을 흔들어주면 쓰랄이 파이어 볼을 날린다.
단순한 전략이지만 이곳에 등장하는 트롤이 한 마리씩 나타났기에 가능한 전술이기도 했다.
덕분에 트롤과 싸울 때 나는 뒤에서 명령만 내리면 된다.
물론 그게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직접 어떻게 공격하면 되는지 설명이 들어간 방식이자 수업이기도 했다.
“숭이야. 주먹을 내지를 때 말이야. 이렇게. 쉭! 쉭! 이건 내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쉭! 쉭! 봐 입은 가만히 있잖아!”
이렇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숭이에게 근접 전투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숭이의 전투 스타일은 복싱으로 치자면 아웃복서 타입이다.
치고 빠지고, 그리고 치명적인 카운터를 날리며 적을 공격하는 스타일을 선호하기에 그에 맞는 공격법을 가르쳤다.
물론 숭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직스도 가르쳤다.
쌍검을 다뤄본 적이 없긴 하다.
하지만 회귀 전 검은 손 길드에서 내가 육성한 애들만 해도 몇 명인가? 그중에서 쌍검을 사용하는 유저도 있었기에 가르치는 데 문제는 없다.
쓰랄은…….
“음. 어떻게 할래?”
“위대한 대족장이 하라는 것이 무엇이든 따르겠다.”
“그, 그래?”
사실 쓰랄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쓰랄의 직업은 오크 주술사.
아무리 내가 회귀 전에 검은 손 길드에서 수많은 유저를 가르쳤지만, 대부분 근접 전투를 가르쳐왔다.
그나마 팀을 꾸리고 운영해야 하는 탓에 원거리 직업의 스킬을 여럿 알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결정했다.
“그래도 가벼운 호신술 정돈 익히는 게 좋겠지?”
아무래도 쓰랄은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나와 싸우게 되는 인물이 노린다면 앞에서 싸우고 있는 애들이 아닌 후방에 지원하고 있는 쓰랄과 로빈후드를 먼저 노릴 것이다.
그러니 쓰랄도 기본적인 방어 수단과 방법 정도는 알아야 한다.
뭐, 로빈후드야 워낙 시야가 좋아서 그전에 도망칠 거니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렇게 나는 쓰랄에게도 들고 있는 지팡이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과 함께 공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생각보다 쓰랄이 똑똑하다는 거다.
한 가지 동작을 가르치면 그 자리에서 쏙쏙 익히는 것이 정말로 가르치는 맛이 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단순한 호신술을 가르치던 것이 지팡이를 이용해 창처럼 공격하는 방법까지 가르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 교육이 끝났을 때 셋은 트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샌드백 마냥 두드리고 있었다.
“허허…… 다들 잘하네.”
뿌듯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라 헛웃음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진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셋은 잘 싸웠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셋의 호흡은 더욱 맞아떨어져 갔다.
덕분에 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남은 것은 인던을 공략하는 것뿐이었다.
* * *
그 시각.
인던의 한쪽 끝에 있는 커다란 제단.
제단 위에는 수많은 재물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인간의 장기와 피가 가득 담긴 주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수많은 마신교의 신도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위대하신 마왕님이시여…….”
“영원한 어둠으로 우리를 인도하여주시옵소서.”
“마계의 부름을 받는 종으로서 그대들에게 부탁하오니.”
“이곳의 봉인된 힘을 깨트려 세상에 혼란을 찾아오게 해주소서.”
그 주문에 반응하듯 제단 주변으로 넘실대는 마기였다.
끈적끈적한 마기가 요동치듯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 명이 있었으니 한 명은 마신교의 장로 중 하나인 무하비나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시마이였다.
무하비나 장로가 몽롱한 시선으로 넘실대는 마기를 바라보았다.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그 말에 시마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런 것이 눈앞에 보이는 마기가 너무나도 탐났기 때문이었다.
‘매력적인 힘이다.’
아니 매력을 넘어서 가지고 싶은 욕망이 절로 생기는 마기.
그 이유는 눈앞에서 마기를 이용하는 흑마법사들의 강력함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시마이는 시저를 인던에 보내고 다시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복귀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마신교 장로 무하비나였고, 그가 직접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때만 해도 시마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인던에 누군가 들어가면 클리어하거나 죽거나 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의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것이 인던이다.
하지만 NPC는 그런 것과 관련 없다는 듯 쉽게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가는 시마이 또한 아무런 제약 없이 통과한 것이다.
다만 정식 루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입장과 동시에 트롤이 달려들었지만, 무하비나 장로의 손에 너무나도 쉽게 제압당했다.
사실 그때 가장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트롤을 쓰러뜨린 것은 다름 아닌 망자의 군대에서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스켈레톤이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닌 마기를 잔뜩 머금고 강화된 스켈레톤이었고, 그 스켈레톤은 시마이가 거느리고 있는 데스나이트 한 마리보다 더욱 강력했다.
그 때문에 지금 눈앞의 보이는 마기가 너무나도 탐나는 시마이였다.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질 수 있으며 저 힘만 있다면 기고만장한 메시아 길드를 엿 먹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잘 보고 있게. 이게 바로 마기를 이용한 흑마법사의 언데드를 말이네!!”
그와 동시에 무하비나 장로가 지팡이를 뻗었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중얼거리는 장로였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주문이 끝마쳤을 때 제단에서 커다란 반응이 찾아왔다.
쿵!
땅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
그와 동시에 제단이 있던 바닥이 반으로 쩍쩍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검은 무언가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 숲을 파괴할 시간이다.”
무하비나 장로의 외침.
그리고 그곳에 있던 검은 무언가가 낮게 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르르르.”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존재.
그 존재의 이름을 보았을 때 시마이는 그 자리에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숲의 파괴자 트윈 헤드 트롤 Lv. 1,000]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