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55화 (255/275)

제255화

#255

눈앞에 시마이가 있다.

“죽여!”

그의 명령이자 손짓에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가 움직였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이나 되는 데스나이트.

커다란 덩치와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는 다섯 마리의 망자의 기사가 특유의 느릿한 걸음으로 두 마리의 트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어어어…….”

언데드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데스나이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아아아!

어디선가 불어오는 듯한 죽음의 기운.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이자 바로 내 옆에 서 있는 무심이 자주 뿜어내는 그 기운이 이곳에 불어왔다.

“그어어!!”

방금까지 힘없던 목소리가 아닌 기합이 들어간 데스나이트.

세차게 휘두르는 거대한 투 핸드 소드가 매섭게 휘둘러졌다.

부웅! 퍼억!

검을 휘둘렀음에도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아닌 묵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트롤의 질긴 가죽을 데스나이트의 검이 베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리였다.

차라리 검이 아닌 타격 무기를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 모습이었지만,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는 묵묵히 두 마리의 트롤을 향해 투 핸드 소드를 양손으로 붙잡고 휘둘렀다.

시간이 흘러 두 마리의 트롤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트롤을 향해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가 검을 역으로 세워 그대로 머리통이 있는 곳을 향해 찔러 넣었다.

단단한 두개골이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다섯 자루의 검을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우두둑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트롤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트롤을 향해 손을 뻗은 시마이였고, 도축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폴리곤 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럼 다시 가시죠.”

“그러시죠.”

시마이의 말에 나는 대답하며 뒤를 따라갔다.

그리곤 옆에 있던 무심이 나를 툭 하고 쳤다.

“어이가 없군.”

무심은 진정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나에게 말했다.

나는 무심이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같은 데스나이트 임에도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마이의 데스나이트가 두 마리의 트롤을 사냥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5분.

그것도 다섯 기 모두가 달라붙어서 개 패듯이 때려잡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심이었다면 홀로 5분 안에 두 마리의 트롤을 사냥하고 검을 깨끗하게 닦아낼 시간이다.

그걸 생각하면 같은 데스나이트라고 하지만 수준 차이가 너무나도 나기에 하는 소리다.

나는 조용히 무심에게 속삭였다.

“근본 자체가 다르잖아. 저놈들은 근본 없는 시체고, 자네는 이미 검의 길을 걸었던 위대한 대륙의 구원자이잖아.”

“하긴…….”

사실 무심이란 다른 유저의 데스나이트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육상 금메달리스트와 일반인의 차이 정도랄까? 이미 출발선부터가 다른 둘이니 비교하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망자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잖아.”

“하긴…… 그 정도는 평소 내가 뿜어내는 기운보다도 약했지. 그나마 마지막에 트롤을 죽일 때는 더욱 강해졌다곤 하나 아주 잠깐일 뿐이네.”

“기운을 다루는 법 자체를 모르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가장 큰 차이는 다름 아닌 망자의 기운을 컨트롤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시마이의 데스나이트가 강력하다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유저에 해당하는 일반 유저와 비교했을 때의 소리지 무심과 비교할 순 없었다.

그리고 시마이가 강한 이유는 다름 아닌 길드의 도움을 받아서다.

컬렉터 길드의 특성상 각종 수많은 아이템이 모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 데스나이트가 쓰기에 좋은 것들만 입혔으니 당연히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근데 무기는 왜 저런 걸 줬지?’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지금 다름 아닌 시마이가 데스나이트에게 준 아이템 때문이었다.

눈앞의 남자가 누군가?

회귀 전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마신교에서 플레이어 최초로 장로직을 받은 자가 시마이다.

거기에 그가 부리는 데스나이트만 해도 서른 기가 넘었고, 일만의 달하는 망자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플레이어다.

데스나이트의 무장은 전부 유니크 등급 이상이며, 스켈레톤이 착용하고 있는 무기 또한 레어 등급으로 무장시킬 정도로 재력 또한 상당한 자다.

자, 그럼 지금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자.

지금의 시마이를 말하자면 일단 컬렉터 길드의 얼굴마담이다.

그 이유는 시마이가 흑마법사 최초로 방송을 시작한 사람이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인이라는 점이었다.

그 인기를 등에 업고 시작한 것이 바로 컬렉터 길드였다.

길드의 간판스타인 시마이다.

그런 그가 사용하는 데스나이트는 방송을 할 때마다 노출될 것이 뻔하고, 길드의 홍보는 물론이고 기업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데스나이트의 무기는 뭐라 할까 너무나도 빈약했다.

‘아무래도 더 조심해야겠어.’

사실 처음부터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긴 하다.

지금 안내하고 있는 자가 시마이니 말이다.

웃고 있는 얼굴과 다르게 속으로는 무슨 짓을 꾸밀지 모를 사람이다.

쉽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따라가는 이유가 있었다.

‘아지트 위치랑 가까운 곳에 있는 인던이라…… 회귀 전에는 없었는데 말이지.’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상황.

당연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혹시 메인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뒤따른 것이다.

만약 메인 퀘스트 관련으로 무언가 알게 된다면 좋은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인던 하나를 클리어하는 것이다.

운이 따른다면 아이템도 뒤따라올 거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다.

‘그 안내자가 사마이라는 점.’

그게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 전에 경비병을 불러 베르나도 남작에게 전해달라 부탁했다.

지금 당장 병력을 이끌고 알려주는 곳으로 오라고 말이다.

나름 대비책을 마련해두었기에 지금 이렇게 시마이를 따라가는 중이었지, 아니었으면 인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마이의 안내를 받아 한참을 이동한 우리였고, 마침내 도착했다.

“여깁니다.”

“오오!”

나는 적당히 놀랍다는 액션과 함께 그곳을 바라보았다.

숲속에 뚫려 있는 커다란 동굴 수십 개가 있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동굴을 가리키는 시마이였다.

비록 시선은 시마이가 알려준 동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론 하이에나 길드의 비밀 아지트가 있는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좌로 셋, 위로 셋, 다시 좌로 일곱.’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비밀 아지트의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노골적으로 그곳을 바라볼 수 없었기에 대충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면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저기군.’

그냥 겉으로 보기엔 잘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동굴을 기준으로 움직이니 떡하니 보이는 하나의 동굴이었다.

주변의 다른 동굴과 비슷한 크기이기에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찾는데 꽤 고생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저 인던을 어떻게 하느냐다.

일단 인던이 있다기에 함께 왔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거래였다.

거래를 통해 인던을 넘기기로 했으니 이제 거래를 할 시간이다.

“얼맙니까?”

나는 가격을 물었다.

인던이 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푸른색의 포탈이니 남은 것은 그 인던의 값을 치르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마이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돈과 아이템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한 가지 부탁입니다.”

“부탁 말씀이십니까?”

상당히 부담스러운 단어다.

저 부탁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능력 밖으로 벗어난 일을 부탁해오면 나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조용히 그 부탁이 뭔지 기다렸고, 초라해진 탓에 목에서 갈증이 일어나려 할 때 시마이의 입이 열렸다.

“메시아 길드를 한번 흔들어 주길 바랍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

회귀 전 지식으로 따지자면 컬렉터 길드와 메시아 길드는 암묵적인 동맹을 맺고 있었다.

서로가 가는 곳엔 절대 마주치지 않으며 그 어떤 트러블도 일어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일반 유저는 모르겠지만, 상위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라면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메시아 길드와 컬렉터 길드 간의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매우 친하게 지낼 두 길드일 텐데 내게 저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당장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메시아 길드와 만났을 때 그들을 한번 흔들어주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운이 좋아 리타이어가 된다면 오히려 제가 추가로 보답을 해드리죠.”

그 말은 곰곰이 듣던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며 되물었다.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둘이서 싸울 리는 없다.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게 만약 무언가 있다면 회귀 전의 두 길드는 왜 그런 포지션을 취하게 된 것일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뭐, 그들이 너무 잘난 척하는 게 재수 없어서요. 저들도 한 번쯤은…… 아니 이미 한번 미끄러졌지만 몇 번은 더 미끄러졌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야 저희 물건도 사주고 할 것이니 말이죠.”

말 그대로 자신의 이윤을 위해 메시아 길드가 미끄러지질 원한다고 말하는 그였다.

단순히 저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무언가 더 있을까?

더욱더 복잡해지는 머리였다.

“제 부탁을 들어주시리라 믿고…… 이제는 인던에 입장하시죠. 그래야 저도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던을 입장하게 된다면 클리어를 하든 못하든 그건 시마이의 소관은 아니다.

확실한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 그저 내가 인던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며 말할 뿐이었다.

뭔가 내가 얼른 입장하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에 조금 꺼림칙했지만, 거래는 거래다.

“좋습니다. 그런 기회가 온다면 한번 노력해보죠.”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내 대답에 환한 얼굴로 변하는 시마이였다.

그런 그를 뒤로하곤 나는 인던에 입장할 준비를 했다.

‘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메시아 길드가 미끄러지길 바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는 일이긴 한다.

저들이 무너져야 나중에 찾아올 대격변의 시대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추가로 보상이 찾아온다? 나쁜 조건은 아니다.

다만 뭔가 꺼림칙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던 잘 먹겠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인던의 입구인 포탈을 향해 몸을 실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인던의 정보를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들어갔다는 떠올랐고, 그때는 이미 포탈을 절반 이상 통과했고 한발 늦은 상황이라는 거다.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숲의 파괴자 무덤에 입장했습니다.

-이미 누군가 공략에 실패한 던전입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인던의 정보.

<숲의 파괴자 무덤>

난이도: 극악

최대 입장 수: 1명

입장 조건: 없음

공략 조건: 던전 내 잠들어 있는 무덤의 주인을 쓰러뜨려라.

특이사항: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의 숫자가 무작위 세 마리로 고정됩니다.

-다수의 소환수를 감지했습니다.

-그중에 세 마리의 소환수를 제외하고 전부 소환수 창으로 돌려보냅니다.

-선별이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남아 있는 세 마리의 소환수를 바라보았다.

“우끼?”

“캬락!”

“위대한 대족장을 위하여!”

숭이와 가직스, 그리고 쓰랄.

벌써 머리가 아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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