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54화 (254/275)

제254화

#254

잘 꾸며진 방.

화려한 장식과 함께 수많은 미술품과 조각상이 즐비한 곳에 있는 한가운데 소파에는 한 남자가 분노가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소리쳤다.

“이게 말이 돼!”

호통만으로 진정이 안 되는지 들고 있던 술잔을 앞으로 던졌다.

퍼억!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유리잔.

그 잔에 맞은 남자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고, 무릎을 꿇은 자세 또한 유지했다.

하지만 잔이 깨지면서 그 안에 담겨 있던 붉은색의 와인이 주르륵 흘러내리니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하물며 이번에는 목표물을 노리다가 걸린 것도 아니고 그 옆에 지나가던 녀석에게 걸려? 덕분에 길드 이름이 커뮤니티에 퍼진 것은 알고 있냐고! 고작 하룻밤 사이에 얼마나 많은 길드원이 죽고, 손해를 봤는지 알고 있냐고!”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술잔이 아닌 술병을 던졌다.

퍽 하고 깨지는 유리 파편과 와인은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럼에도 그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뚝뚝 떨어지는 와인을 닦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있는 것만이 만사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 입을 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모습마저도 마음에 안 드는지 소리치던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던질만한 물건은 없었다.

전부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이고, 여기 있는 물건 하나만 팔아도 수천만 원은 나오는 가치가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속으로 분노를 삼키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 그 자리에 있는 둘은 서둘러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를 말이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하이에나 길드.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이곳 베르나도 남작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길드다.

매일 원활하게 트롤을 사냥하고 있으며, 처음 이곳에 와서 트롤을 사냥하는데 힘들어하는 유저에게 친절하게 사냥 방법을 알려주는 매너 좋은 길드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면을 숨기고 있는 얼굴이었다.

하이에나 길드원은 투명화 스킬을 이용해 사냥터에 매복, 그리고 며칠 전에 세상 친절하게 이곳 트롤 사냥터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었던 그들을 향해 단검을 찔러 죽이곤 아이템을 챙겼다.

사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하이에나 길드에서 지원되는 투명화 스킬과 또 하나의 물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롤의 어금니와 다음 사냥터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어금니를 합성해서 만든 특별 제작 물품이었고, 최소 유니크 등급으로 옵션에는 높은 확률로 크리티컬과 함께 엄청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단검이었다.

그 단검을 이용해 지금까지 수많은 유저를 사냥하고 다녔던 그들이 하이에나 길드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어제 한 유저의 방송에서 하이에나 길드의 가면 속 모습이 세상에 알려졌고, 그 때문에 순식간에 베르나도 남작령에 있던 모든 길드원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도망치기 바빴다.

현재 길드원 대부분은 로그아웃하고 대기 중이다.

유일하게 다른 업무 때문에 베르나도 영지에 없었던 길드 마스터와 길드를 창설한 대표만이 다른 자들에게 습격당하지 않았다.

이 둘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다음 아닌 길드 해체였다.

닉네임 바로 옆에 표기되는 길드 문장을 지워내고, 길드 아지트에 있던 물건 중 귀중품만 챙겨 나오는 일이었다.

길드원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현실 신상정보를 알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이미 지금쯤이면 비상 연락망이 쭉 돌았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그동안 길드 이미지를 꾸리기 위해 친절하게 사냥법을 알려주면서 알게 된 아이디가 지금 인터넷에 올라오는 중이라 길드원 대부분이 공개되는 중이라는 거다.

외통수도 이런 외통수가 없었다.

“별수 없나…….”

하이에나 길드를 만든 대표가 이내 결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눈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컬렉터 길드의 시마이와 접촉해. 우리가 살 방법은 그뿐이다.”

“알겠습니다.”

대표가 생각한 것은 다음 아닌 컬렉터 길드와 합류하는 것.

뒷 세계에서 이런 방면으로 머리가 아주 뛰어다니는 시마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입맛이 쓰네, 써.”

분명 시마이는 그 대가라고 엄청난 돈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출혈을 감당하더라도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길드 마스터가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보던 남자는 찬장에서 새로운 술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조용히 창문으로 다가가 저 멀리 보이는 영주의 성을 보았다.

“저게 내 것이었다면…….”

그런 생각과 함께 술을 비워낼 뿐이었다.

* * *

효진이를 학교 보내고 식탁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곤 휘파람을 불며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아직도 불타네.”

활발하게 타오르는 커뮤니티.

무려 영상이 공개되고 12시간이 지난 시점이자 모두가 아침부터 출근하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손에 떼지 않고 하이에나 길드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소식.

그것은 다름 아닌 하이에나 길드가 길드 목록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도망친다 이건가?”

뭐 따지고 보면 저게 가장 현명하다.

어차피 길드 명과 마크를 달고 있어 봐야 좋아질 게 없다.

베르나도 남작령의 트롤 사냥터는 고수익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높은 확률로 뒤통수를 당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베르나도 남작령에서 사냥하면 한 달에 한 번은 PK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착용하고 아이템이라던가, 트롤에게서 얻은 전리품과 스킬 북을 스틸 당하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그 범인이 누군지 몰라 다들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식히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냥하던 유저들이 일순간 범인이 누군지 알았으니 그 분노는 터지는 게 당연했다.

어젯밤에 일어난 PK만 해도 수십 건에 달했고, 사냥터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베르나도 영지의 마을 안에서도 일어났다.

원래 마을 안에서 유저간의 싸움이 일어나면 NPC가 나타나 제지한다.

마을에 손해를 입히게 될 때 그 자리에서 벌금을 물리거나 감옥에 끌고 가는데, 심할 땐 그 자리에서 죽이고 유저의 아이템을 전부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지.”

마을 안에서 수십 명이 싸우는 상황.

급하게 나타난 베르나도 영지의 경비병이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방관했다.

그리고 그 소식이 퍼짐과 동시에 순식간에 마을 곳곳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유일하게 영지민 이나 건물에 상해를 입힌 자들만 처벌받았다.

기존의 상식과 벗어난 베르나도 영지에서 일어난 일,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베르나도 남작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밤에 좀 시끄러울 텐데 참아달라고 말이지.”

일반 유저라면 씨알도 안 먹힐 일이지만 내가 누군가?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귀족이 된 사람이다.

거기에 작위는 백작,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권력이지만 이번엔 마왕을 쓰러뜨린 것으로 명성을 얻지 않았는가?

베르나도 남작은 내 부탁을 잘 들어주었고, 어젯밤에 있었던 영상을 몇 개 보고는 잘 이행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보상도 따로 챙겨줘야지.”

그 보상은 다름 아닌 하이에나 길드의 본거지를 털어서 물건을 챙겨주는 것이다.

아마 가장 비싼 귀중품 같은 것은 챙겨 나겠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양도 많은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는 그대로 있을 게 뻔했기에 그걸로 보답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접속해서 베르나도 남작과 병사들을 이끌고 트롤 사냥터를 한바탕 뒤집어엎을 생각이다.

놈들의 아지트는 회귀 자리기에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남은 것은 내가 게임만 접속하면 된다는 거다.

먹었던 잔을 치우고 캡슐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게임에 접속한 나였는데 의외의 인물이 내 앞에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시저 님.”

그것은 다름 아닌 컬렉터 길드의 시마이였다.

* * *

컬렉터 길드의 시마이.

원래는 베르나도 남작령이 아닌 그다음 영지인 하세즈 자작령에 볼일 있었던 그였다.

그 볼일은 다름 아닌 하이에나 길드와의 거래.

유저를 등쳐먹고 얻은 각종 전리품의 거래와 운송을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하이에나 길드 또한 마신교에 넘겨버릴 생각이었다.

비록 자의는 아니지만 이미 수많은 유저들을 PK 한 그들이다.

그곳에서 진짜 죽으라고 노력해서 빚을 갚고 다시 세상으로 나간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 유저를 PK 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유저이기 전에 그들은 이미 피에 굶주린 짐승이 되어버린 거다.

그것 알기에 마신교에 넣어 굴린다면 꽤 괜찮은 전문 PK 조직을 하나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도를 하기도 전에 사고가 터졌다.

양지에선 착한 척 다하던 놈들이 알고 보니 음지에서 PK를 일삼고 아이템을 팔아치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단 하룻밤 사이에 길드는 해체되었다.

그리고 하이에나 길드는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달라며 백지 수표를 흔들고 있었다.

‘어찌할까?’

그는 고민 끝에 결정했다.

저들이 내미는 백지 수표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저라는 존재였다.

원래 계획이라면 하제즈 자작령에서 접촉할 생각이었다.

적당히 이것저것 쥐여주며 메시아 길드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홀로 숨겨왔던 그 아이템도 가져왔다.

하지만 그 아이템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향하는 길에 마신교에서 접촉해왔다.

“그를 그곳으로 데려오게.”

놀랍게도 저들이 말하는 곳은 다름 아닌 하이에나 길드의 비밀 아지트 근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넌지시 물었지만 마신교의 신도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아는 것은 없으며 오직 윗분의 말씀을 전하는 심부름꾼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마이가 직접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내려와 시저를 만나는 중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시저 님.”

최대한 친절한 얼굴, 그리고 반가움의 미소까지 띠었지만, 시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아니 오히려 살짝 날을 세운 듯한 느낌이었고, 대답이 아닌 먼저 자신의 소환수를 줄줄이 소환했다.

“그르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범이라는 시저의 소환수였다.

자세를 낮추고 그르렁거리는 것이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저가 직접 그 고양이를 풍에 안고를 뒷목을 긁어주었다.

그러자 아까완 전혀 다른 고롱고롱한 소리를 내밀며 시저의 손에 몸을 비비적거리는 고양이를 바라보고는 한숨 돌리는 시마이였다.

‘어후…… 저 고양이 눈빛은 영 꺼림칙하다니까…….’

뭔가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과 함께 낮게 우는 울음소리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덮칠 것 같았다.

하물며 어제 눈앞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늑대가 유저 하나를 그대로 씹어 삼키는 영상을 보지 않았는가? 그 영향인지 시마이는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나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 또한 수많은 망자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네크로맨서가 아닌가? 자신의 소환수라 할 수 있는 데스나이트를 떠올리며 마음을 잡은 그였다.

그리곤 다시 시저를 향해 말을 걸었다.

“어제 영상은 잘 봤습니다. 덕분에 저희 길드원에서도 몇 명이 복수를 외치며 내려가겠다는 걸 말리느라 꽤 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군요.”

그 말에 시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일단 대화가 시작됐기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정보를 하나 팔려고 합니다.”

“정보요?”

“그렇습니다. 여기 영지에 있는 인던이죠.”

그 말에 시저의 눈빛이 번쩍였다.

시마이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역시 인던이라고 하면 누구나 낚이게 되는 것이다.

시마이는 시저를 데리고 트롤 사냥터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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