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화
#253
길드 하이에나.
이름 그대로 하이에나와 비슷하게 길거리의 청소부라 불리는 길드.
하지만 그 청소가 살아 있는 유저이며, 그들의 살점이 아닌 아이템을 뜯어 먹고 사는 족속이다.
“제길…… 언제쯤 이 바닥을 떠날 수 있을까?”
“빌어먹을…… 개 같은…….”
사실 하이에나 길드에 속해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있는 자들이다.
물론 그 사연이 좋은 의미의 사연이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돈 때문에 길드에 잡혀 있는 것이다.
그것도 현실의 사채업자보다 더욱 지독한 월오룰의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말이다.
물론 돈을 빌릴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이런 운명에 처할 줄 몰랐다.
오히려 자신들은 남들과 다르며 그 돈으로 무엇이든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빌린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거둬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어림도 없었지.”
그랬다.
그들이 빌린 돈은 손쉽게 얻었던 만큼 손쉽게 사라졌다.
남은 것이라곤 나날이 늘어가는 이자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원금만이 남았다.
한순간에 찬란하게 빛나던 별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이 바로 여기 있는 하이에나 길드원이다.
그런 그들이 길드에 가입하고 가장 먼저 배우는 스킬은 다름 아닌 투명화 스킬.
말 그대로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변과 동기화시켜주는 스킬로 계속해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상승에 나중에는 정말로 주변과 동화되어 찾기 힘들 지경까지 올라가는 스킬이다.
그리고 투입되는 것은 다음 아닌 트롤 사냥터에서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우스운 것이 이들은 한때 찬란하게 빛나던 별이자, 꽤 실력이 있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플레이어를 습격하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음에도 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이곳 사냥터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악질적인 길드로 유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습격당할 때 닉네임을 보면 되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닉네임만 안다면 어떻게든 찾아가 죽이고 아이템을 되찾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열댓 명씩 뭉쳐 다닌다는 점이고, 투명화 스킬로 숨어서 기습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그 누구도 꼬리 한번 잡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숨어 있는 하이에나 길드.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인원만 해도 무려 여덟 명이고, 목표물은 다섯 명이었다.
수적 우세로 단숨에 치고 빠지면 되는 일이기에 노출될 일은 없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그 타이밍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시저는?”
이번 작전의 리더인 헹크스가 물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길드원이 대답했다,
“저쪽에서 사냥 중입니다.”
시저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두 마리의 짐승이 트롤을 상대로 찢어발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그들은 어이가 없다 못해 고개를 흔들며 나지막이 말했다.
“불공평한 세상…….”
“X발 운빨 X망겜.”
“X나 편하게 사냥하네…….”
“누군 피똥 싸며 죽어라 딜하는데…….”
부러움을 넘어서 극찬을 보내는 그들이었지만, 정작 들어줄 이는 저 멀리서 사냥 중이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음?”
리더인 헹크스가 움찔했다.
마치 시저와 시선이 마주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고는 넘겼다.
“설마…….”
지금까지 수많은 PK를 했던 그고,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 걸려본 적 없는 그였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 처음 왔다는 뉴비에게 걸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써 무시하고 다시 목표물을 바라보았다.
목표물 또한 시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의 얼굴은 주변에 있는 길드원의 얼굴과 똑같았다.
황당, 놀라움, 어이없음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헹크스는 입맛을 다셨다.
낼름.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푸른 초원을 거닐고 있는 초식동물과 같은 모습이었고, 자신을 포함한 길드원은 이곳의 청소부라 불리는 하이에나였으니 말이다.
시저의 사냥이 끝났고, 그걸 지켜보던 목표물이 구경을 끝내고 움직이려 했다.
“준비해.”
헹크스의 말에 모두가 준비에 들어갔다.
목표는 오직 눈앞의 다섯 명의 유저, 저들이 자신들이 숨어 있는 곳까지 다가왔을 때 빠르게 목을 따버리고 아이템을 챙긴 다음에 도망치는 것이다.
시저? 이미 이 자리를 떠날 준비를 마쳤고, 이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절대 빠르게 반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스으읍.”
모두가 숨을 들이쉬었다.
한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 미리 호흡했다.
그렇게 조용히 타이밍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얘들아 덮쳐!”
갑자기 들려온 시저의 목소리.
분명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조금은 멀게 느껴졌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 명령에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소환수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하이에나 길드가 아닌 다섯 명의 유저였다.
“뭐야? 뭐야?”
“시저가 우릴 공격한다고?”
“일단 방어해!”
“X발 방송쟁이 새끼가 왜 저래?”
“녹화 중이지? 이거 무조건 조회 수 나온다. 절대 끄지 마.”
다급하게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언제든 시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비했다.
나름 이곳에서 오랫동안 사냥한 것인지, 아니면 기본기 탄탄한 것인지 저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그런 그들과 다르게 하이에나 길드는 평소와 없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켰다.
자신들은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컹! 컹!”
어느새 다가온 커다란 늑대였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은 캄캄한 암흑이었다.
그와 동시에 알았다.
그 늑대에게 잡아먹힌 것이라고, 그리고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했다는 것을 말이다.
캄캄한 시야가 다시 밝아졌을 때는 베르나도 남작령이었다.
* * *
순식간에 백랑이 가장 선두에 있는 녀석을 머리부터 몸통까지 씹어 삼켰다.
그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백랑아! 지지야!”
하지만 내 외침을 못 들었는지, 남아 있는 반쪽의 시체도 마저 씹어 삼키더니 그대로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하지만 백랑이 움직이기도 전에 이미 전장은 끝난 상황이었다.
백랑, 범이, 숭이, 가직스, 엔다이론이 한 명씩 죽였고, 무심이 두 명의 유저의 목을 베었으며, 루이즈만이 유일하게 한 명의 유저를 마나 채찍으로 포박한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여덟 명의 유저가 제압당했다는 소리다.
“…….”
그리고 하이에나 길드가 아닌 이곳에서 사냥하고 있던 다섯 명의 유저.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나를 포함해 소환수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컹! 컹!”
그런 그들을 행해 짖어버리는 백랑.
순간 움찔하는 그들이었고, 나는 서둘러 양손을 들고는 외쳤다.
“워, 워. 저분들은 적이 아니야. 그러니 얌전히 있어야지.”
물론 나는 백랑이 짖은 이유를 알고 있었고, 그 뜻이 ‘우리가 너희를 구해줬다. 그러니 순순히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물어버리겠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로선 다음 먹이를 찾는 맹수와 다름없을 것 같기에 일단 얌전하게 만든 것이다.
여전히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살갑게 인사했다.
“아까부터 봤는데 이제 인사드리네요. 어디 다치신 분은 없으시죠?”
“네? 네!”
“일단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고…… 저놈부터 마무리해야겠네요.”
저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나는 눈앞에 살아 있는 한 명의 유저에게 다가갔다.
“아흥…….”
그 유저는 이미 패닉, 아니 정신을 못 차린다는 게 옮은 표현인 것 같았다.
바닥을 기고 있었으며, 루이즈의 앞발을…… 흠, 흠. 여기까지만 하자.
“일단 얼굴 좀 볼까?”
내 말에 숭이가 움직이더니 그대로 놈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얼굴을 비롯해 훤히 보이는 녀석의 이름이 보였다.
[요헤이 Lv. 532]
처음 보는 이름.
거기에 혹시나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라도 보았나 싶었지만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유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쩌리라는 소리다.
“좋아. 대화를 나눠보자고.”
나는 손바닥을 비비며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길드 아지트는?”
“모, 모른다.”
“정말?”
“정말이다. 나 같은 말단 길드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뭐,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여기서 가장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쌈 싸는 소리 하네. 길드 가입하려면 길드 아지트를 가야 하는데 무슨 멍멍이 풀 뜯어 먹는 소리야.”
그와 동시에 놈의 한쪽 손가락을 쥐고는 꺾었다.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입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 시끄럽군.
그러자 엔다이론이 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움직이자 나는 서둘러 붙잡고 말렸다.
대신 놈을 향해 살기 가득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이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곳에 넣어 주지.”
그곳은 다름 아닌 귀족들이 운영하는 감옥. 거기라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여기는 남작령이 아닌가? 내가 찾아가서 내 목숨을 노리던 나쁜 놈인데 죽이지 말고 감옥에 가둬서 영원한 고통을 주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들어줄 것이다.
귀족 작위 만세.
백작 작위 만만세.
“나, 나는 모른다.”
하지만 놈은 끝까지 불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간단하다.
이제 남은 것은 베르나도 남작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절대 못 도망가게 확실하게 붙잡아놔. 죽지 않게 잘 관리하고.”
내 말에 루이즈의 채찍이 휘둘러졌고, 그와 동시에 야릇한 신음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대신 아까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들에게 향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공격하는 바람에 많이 놀랐을 저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며 얼른 베르나도 남작에게 가려 했지만 저들 리더의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저…… 시저 님. 저희 방송 중인데 말이죠…….”
그제야 나는 주변에 떠 있는 방송용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
그날 저녁.
월오룰의 커뮤티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은 누군가가 방송을 했던 영상이었는데 놀라운 점은 직접 사냥해서 아이템을 얻은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사냥이 끝나고 옆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가 사냥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차렸을 때 순식간에 그 영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찾아왔고, 댓글로 자신이 왔음을 증명했다.
- 여기가 범이 님과 백랑 님의 콜라보레이션이 있다는 그곳인가요?
- 어우야. 우리 범이 님, 백랑 님 늠름하신 것 봐.
- 털 색이 조금 연해진 거 같은데? 건강 사료라도 챙겨드려야 할 것 같아요.
- 엇? 제가 당장 만들러 갑니다.
원래부터 인기가 많았던 범이, 도도한 고양이라 불려 왔기에 엄청난 인기를 가졌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어느새 엄청난 숫자의 팬층을 확보한 백랑을 귀여워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다.
하지만 저 영상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자들은 두려움과 부러움이 공존했다.
- 아니, 이 사람들아! 지금 트롤이 씹어 삼켜지고 있잖아?!
- 와…… 저 트롤을 저렇게 쉽게?
- 남들은 다섯 명이서 파티해도 겨우 잡는데…….
- 진심으로 개 부럽다.
- 잘 키운 소환수 열 플레이어 안 부럽네.
범이와 백랑.
두 소환수를 이용해 짝지어 다니는 트롤을 사냥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부러울 정도였고, 한편으론 저 둘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지 않는 것이 감사했다.
- 시저는 PK 따위 하지 않는 최고의 플레이어!
누군가의 댓글.
하지만 그 댓글은 영상이 진행될수록 폭격을 맞이했다.
- X랄.
- 시저도 PK 한다.
- 와? 이걸 갑자기?
순식간에 튀어가는 소환수.
그 방향은 정확하게 방송을 하는 무리에게 향했다.
다급하게 무기를 꺼내고 공격해왔을 때 반격할 기세로 자리 잡은 그들. 거기에 영상에 깔린 BGM은 더욱 긴장감을 조성해주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시저의 소환수가 아무것도 없는 숲을 향해 저마다 공격을 시도했고, 그와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크악!”
“사, 살려줘!”
모두가 어리둥절할 그때.
영상은 편집되었고, 시저와 함께 전신에 채찍 자국이 가득한 유저가 화면에 잡혔다.
“이놈들은 트롤 사냥터에 머물며 수많은 유저를 PK 한 유저이자 길드입니다. 길드 명은 하이에나. 이놈들을 조심하세요. 그놈들의 품속엔 여러분의 장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와 동시에 영상은 끝났다.
하지만 그 영상의 댓글은 멈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