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50화 (250/275)

제250화

#250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

- 의식을 저지했습니다.

그것을 본 나는 기쁨에 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내 소환수가 대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 내다니.’

그것도 평범한 일이 아니라 무려 마신교의 의식을 저지하는 일이었다.

루이즈의 채찍이 의식을 신행하는 신관을 방해했다. 가직스와 숭이가 재물을 빼돌렸다.

그 때문에 의식이 완전히 망쳐진 것을 알리는 시스템창까지.

내 명령을 따른 게 아니라 순수하게 내 소환수끼리 해 낸 일이라는 거다.

“나중에 맛있는 거 챙겨줄게!”

그 말과 함께 나는 눈앞의 키에브를 향해 한발 내디디며 검을 휘둘렀다.

부웅!

여전히 허공을 갈랐다.

그럼에도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 스킬 ‘천마군림보’가 발동되었습니다.

-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 공격력이 890% 증가했습니다.

한 방만 맞추면 골로 보낼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와 키에브의 레벨 차이로 인한 줄어들 데미지라곤 하나, 쉽게 무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기에 단 한 방만 맞추면 된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키에브가 내 검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오러를 머금고 있기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곤 하나 천마군림보 때문에 힘이 더욱 강력해진 것을 느낀 것인지 아까 보단 나를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다.

키에브의 행동은 지금까지 방어에만 치중하던 무심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받아라!”

지금까지 키에브의 검만 집요하게 움직이던 무심의 검이 다시 키에브를 노리기 시작했다.

처음 상대할 때와 같은 모습, 지금까지 방어에 집중하면서 체력을 회복한 무심이었기에 그 공격은 매서웠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쿠우웅!

갑자기 동굴 안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진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세차게 흔들리는 땅은 당장에라도 이곳을 무너뜨릴 것 같았고, 그 때문에 한창 싸우던 키에브와 나와 무심이 거리를 벌리고 떨어질 정도로 심각했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 나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 그 자리에서 검을 회수했다.

“실패라니……. 여흥이 깨져 버렸어.”

그는 혀를 차면서 제단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신교를 집어삼킨 마기 덩어리가 허공에 떠 있었고, 반투명한 것이 마치 유령과 같았다.

그리고 뭔가 중얼거리면서 제단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의식이라도 치르고 있는 처럼 말이다.

키에브는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어찌되었든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만 물러나야지. 그전에…….”

키에브는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치열하게 싸웠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밝은 미소를 보인다.

“잠깐의 여흥을 즐기게 해 주었으니 선물을 하나 해 주지.”

그와 동시에 손가락으로 제단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잊혀진 사원이 이곳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네. 대륙 전역에 숨겨져 있으며 특히 북부 지방에 많네.”

순간 나는 고민했다.

과연 저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키에브의 입이 먼저 열렸다.

“죄악의 힘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길이 열릴 것이니라. 그리고 그 앞에는 영원한 파멸을 이끌 힘이 숨겨져 있으리라.”

누군가를 위한 기도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의지를 담은 말이라고 할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그였다.

아리송한 말을 하는 그의 마지막 문구는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절대자가 되어 세상을 떠도리라.”

갑작스러운 절대자의 등장.

마치 절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한 말이라 더욱 놀랐다.

그리고 평범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 일부분을 획득했습니다.

정말이지 뜬금없는 내용의 시스템창.

하지만 나는 눈앞의 키에브의 말에 집중했다. 시스템창은 나중에라도 확인 가능하지만, 눈앞의 저자는 곧 이곳에서 사라질 예정이니 말이다.

“웃기지 않는가? 절대자라니. 그런 존재가 있다면 벌써 세상을 무너뜨렸겠지. 우리 같은 이들이 이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버렸다.

“자네도 절대자에 관심이 있다면 죄악의 힘을 조사를 해 보게. 내가 알기론 세드릭 제국에 잘 알고 있는 자가 있다고 하더군. 여기까지가 내 선물이네.”

그 말과 동시에 키에브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허허…….”

나는 물론이고 무심 또한 어이없음과 허탈함이 가득 담긴 헛웃음을 날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제단 위의 투명한 존재는 여전히 무언가 하고 있었고, 아직 이곳 인던을 탈출할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화들짝 놀라 화면 한쪽 구석을 바라보며 슬쩍 물어보았다.

“여러분. 다 보셨나요?”

내 말은 조용하던 그곳에 다시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 네. 다 봤어요.

- 미친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

- 그것도 일부분이라 이거지?

-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 미쳤다.

- 벌써 커뮤니티에 싹 퍼졌음.

- 시저가 이걸 이렇게 알리네.

채팅창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어질했다.

무려 수십만 명이 넘는 시청자 앞에서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를 흘린 것이다.

“하하하…….”

방금 눈앞에서 키에브가 사라진 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상황.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내 멘탈에 살짝 금이 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많은 정보를 흘렸고…… 또…….”

나는 복잡한 머릿속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했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만큼은 떠올랐기에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지금까지 방송을 시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음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방송이 종료되었고, 이미 폭주 중인 방송 채팅창을 꺼 버리곤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이렇게 쉽게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를 흘리다니, 완전 최악이었다.

아니, 사실 뭐, 나도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냥 인던을 발견해서 사냥한 게 전부였고, 그 과정에서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가 나온 거다.

만약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이 있었다면 절대 방송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가 버렸고, 다시 돌아오게 만들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래…… 괜찮을 거야.”

아무리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된 내용이 방송으로 흘러가서 커뮤니티까지 갔다 하더라도 그 힌트만 가지고 메인 시나리오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미 1부 시나리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회귀 전으로 치면 십 년 동안 그 누구도 몰랐던 것이 메인 시나리오다.

지금의 삶에서도 나 혼자만이 메인 시나리오를 했었다.

절대 쉽사리 발견되지 않을 거다.

2부를 발견하는 것은 나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일단 여길 나가자.”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저 멀리 제단 위의 마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그 시각.

시저의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 메인 시나리오 정보 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저 글을 시작으로 새 글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메인 시나리오의 정보이자, 시저의 방송에서 흘러나온 내용이었다.

- 죄악의 힘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길이 열릴 것이니라. 그리고 그 앞에는 영원한 파멸을 이끌 힘이 숨겨져 있으리라.

- 그리고 절대자가 되어 세상을 떠돌리라.

단 두 줄의 내용.

하지만 저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죄악의 힘.

즉, 칠죄종을 뜻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커뮤니티에는 옛날부터 칠죄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 이미 아니라고 결론 난 것 아니었음?

- 뭐 확실하게 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들 추측이었지.

- 그럼 그 추측이 이제는 확실해졌다는 거네?

- 여기서 갑자기 또 칠죄종이라니…… 복잡한데?

- 근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아무도 모르잖아.

- 그게 문제지.

문제라면 칠죄종에 대한 이야기는 오직 상상만으로 나왔던 추측. 그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 뭐, 이제부터라도 찾으면 되는 거잖아?

- 그래. 메인 시나리오의 단서라는데 일단 찾고 봐야지.

- 힌트는 대륙 전역에 뿌려져 있다는 것 아냐?

- 운이 좋으면 초보다 마을이라든가, 이미 고렙 유저들이 돌아오기 힘든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 그 말은 즉, 한밑천 뽑아 낼 수 있다는 거잖아.

- 후후후, 드디어 내가 게임을 할 시간이 된 건가? 지금까지 캐릭터 생성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 콘셉트 개 맘에 안 드는데…… 오히려 현명한 것 같네.

└ 오이오이 나도라고!

순식간에 불타오른 커뮤니티.

각자 저들만의 이야기로 새로운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그와 연관된 글만 보더라도 하루가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시저를 향한 글이었다.

- 하필이면…… 방송 중이어서 그걸 세상에 알려 버렸네.

└ ㄹㅇ 혼자 알았으면 독식각인데.

└ 진짜 운 하나는 기가 막혔음. 새로운 인던을 찾아서 공략했는데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된 곳이니. 진짜 방송만 안 했으면 완벽했을 듯.

└ 폭발은 예능이라며 한껏 웃겨준 걸로 끝난 줄 알았던 방송에 또 하나의 폭발을 보여 주다?

└ 나라면 이제 당분간 라이브 못할 듯. 그러다 또 알려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 제발…… 그러지만 않기를 바라야지.

└ 감사합니다. 시저. 당신은 모두의 우상이었어요.

└ 메인 시나리오 정보 팔아서 돈 생기면 꼭 후원할게요!

모두가 시저를 향한 동정표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운이 좋다면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된 정보로 한몫 벌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메인 시나리오의 힌트인 칠죄종에 집중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컬렉터 길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시마이였다.

“미친, 칠죄종이라고?”

- 네, 방금 있었던 시저의 방송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천 레벨의 NPC가 직접 말해 주고 갔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통해 밖의 내용을 직접 전해 들은 시마이.

그의 눈은 눈앞의 사냥터의 몬스터가 아니라 자신의 인벤토리에 가 있었다.

“오호라…….”

그의 시선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아이템.

교만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아이템이었다.

[교만의 팔찌]

그것은 봉인되어 있는 아이템이다.

발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아이템이었고, 봉인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몰라서 들고 있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순간 하나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걸 이용해서 녀석들의 기를 좀 죽여볼까?’

시마이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네 명의 유저.

저들 잘난 맛에 사는 그들을 엿 먹일 방법을 하나 얻었다는 것에 기뻐했다.

“아무래도 손님 맞이를 해야겠군.”

시마이는 입맛을 다시며 그날이 얼른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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