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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8화 (248/275)

제248화

#248

하, X발.

나는 멍하니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인스턴스 던전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 실패의 원인은 거대한 폭발입니다.

- 인던에서 얻은 경험치를 회수합니다.

- 인던에서 얻은 아이템을 회수합니다.

마치 왜 폭발을 일으켰냐는 듯한 원망이 섞인 듯한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폭삭 무너져 폐허나 다름없어진 사원에 흐르는 물은 마치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의 일이 일어나는데 전부 내가 한 짓이라 누구에게 따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어이없는 웃음만이 나왔다.

“하하하. X발.”

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욕설.

그 때문인지 채팅창은 아까보다 더욱 신나게 떠들었다.

- ㅋㅋㅋ 아놔 X발.

- 이걸 X발 때리네.

- 탐색형 던전을 터트리는 유저가 있다? 뿌슝빠슝.

- 역대급 방송이네.

- 시저도 실수를 하는구나. 아니 이건 의도했던 건데 실패한 건가?

- 와, 상사 몰래 보다가 빵터지는 바람에 식겁했네.

- 웃참 실패한 급식이 반성문 쓰러 갑니다.

- 진짜 최고다! 시저.

“쩝, 아무래도 공지부터 바꿔야겠네요. ‘폭발은 예능이다’로 말이죠.”

내 말과 동시에 방송 공지가 바뀌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아까보다 더욱 신나게 웃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처음 인던 공략에 실패했기에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 처음으로 인던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 업적 ‘인던 공략에 실패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1 추가 됩니다.

비록 모든 능력치를 하나씩 올려주는 업적이지만, 스텟 하나에 목숨을 거는 이들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업적이긴 하다.

다만 이런 업적을 얻는다면 지금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얌전하게 얻고 싶은 마음 정도가 전부다.

뭐, 이렇게 즐거워하는 시청자를 보면 나쁘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쪽 구석이 아려오고, 쪽팔림에 몸부림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이불킥을 열심히 날렸겠지.

후우, 쓰라리다.

홀로 감정을 털어낸 나였다.

잠시나마 시청자의 농담을 받아주며 물어보았다.

“음…… 아무래도 공략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방송은 끄고 할까요?”

그 말에 채팅창이 분주해졌다.

- 그냥 방송 켜두죠.

- 탐색형 인던 공략이 오래 걸리는 내 조카도 알고 있음.

- 우리도 일하면서 슬쩍슬쩍 볼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해요.

- 뭐, 오히려 좋네. 느긋한 사냥과 함께 탐색하는 모습.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니 나쁘지 않을 듯.

- 사실 이미 큰 재미는 다 뽑았으니 이제는 상관 없다는 느낌이긴 함.

모두가 방송을 유지해 달라는 말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인던 공략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다시 인던에 진입했다.

회귀하고 처음으로 실패한 인던 공략.

두 번째 공략에 들어갔다.

* * *

그 시각.

블러드 웜 서식지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검은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여럿과 중심에는 한 치 앞은 고사하고 입으로 숨은 쉴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머리를 꽁꽁 싸맨 자가 있었다.

“서둘러라.”

선두에 있는 자의 말에 모두가 다시 걷던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시저가 들어간 인던의 입구를 바라보더니 선두에 있던 자가 중얼거렸다.

“누군가 들어간 흔적이다.”

그와 동시에 고민에 잠긴 듯한 신음을 내더니 결국 결정했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뒤로 돌아간다.”

그 말에 모두가 흠칫 놀랐다.

마치 가기 싫은 곳을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느린 움직임이었고, 떨고 있는 손은 두려움을 표현해 주었다.

선두에 있던 남자가 가운데 있는 얼굴을 가린 자를 번쩍 들었다.

그러곤 그대로 앞으로 뛰어갔다.

“낙오자는 버릴 터니 알아서들 해라.”

그 말과 함께 달려가는 자의 모습에 남은 이들이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따라 가야만 했다.

이곳에 있어 봐야 몬스터의 밥이 될 것이고, 만약에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해도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에서 추격해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흙먼지만이 피어올랐다.

* * *

다시 시작된 인던의 공략.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에는 소환수 폭발을 적당히 이용하며 사냥을 진행했다.

“소환수 폭발.”

콰앙!

스켈레톤이 폭발하며 불꽃을 피워 올렸다.

한 마리의 스켈레톤이 폭발한 것 치곤 큰 소리가 울렸다. 이곳이 동굴이었기에 그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땅은 당장에라도 이곳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두두둑, 툭.

지금도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과 흙가루가 내 몸을 더럽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눈앞의 퍼즐을 풀었다.

“흠…… 슬슬 귀찮아지네요.”

무려 천 피스나 되는 퍼즐 조각.

그걸 들고 제단 아래 있는 벽화에 끼워 넣고 있었다.

이제 백 피스 정도 끝낸 상황, 내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훈수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 저건 저기에 넣어야죠.

- 아니, 거기 말고 저기에.

- 그가 그가?

- 아이고, 답답해. 속터지겠네.

모두가 신나도록 떠들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나는 채팅창은 바라보지 않고 묵묵히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시청자의 훈수는 그저 나를 놀리기 위함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쩝, 여기가 방 탈출 카페도 아니고…… 크흠!”

어깨에 떨어지는 먼지를 털어내며 한 소리했다.

그도 그런 것이 이곳 던전은 특이하게도 흡사 방 탈출 카페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땐 그저 소환수 폭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주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냥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자세히 확인에 들어갔고, 사원으로 가는 입구에 적혀 있는 힌트를 기반으로 주변을 뒤져가며 사냥을 이어갔다.

처음 힌트는 제단으로 향하는 입구라 할 수 있는 두 개의 기둥에서 시작이었다.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한 줄로 읽어 내려가니 ‘석상을 깨트려라.’였다.

그렇게 석상을 부숴 버리자 기존의 몬스터인 나가가 흉포해지기 시작하더니 죽일 때마다 퍼즐 조각을 드랍하기 시작했다.

그 퍼즐 조각은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옆에 있는 석상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몇 개의 문제와 제단 입구에 있는 조각상을 새롭게 배치하고 나니 이렇게 퍼즐 조각을 끼울 수 있는 판이 나타난 것이다.

이제 이 퍼즐 조각을 맞추면 된다. 저기 제일 꼭대기에서 나를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가 족장의 얼굴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퍼즐 조각을 끼우고 있을 때였다.

“주인님. 내가 도와줄까?”

나가를 데리고 파충류는 어떻게 조련하는 것인지 알려주겠다며 한참을 채찍을 휘두르던 루이즈가 상쾌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뭐야! 주인님 퍼즐 놀이하고 있었어?”

“놀이라니…… 엄연히 퀘스트거든.”

“그거나 그거나.”

얌전히 내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줄 알았는데 고작 1분도 안 되어서는 나에게 화를 내었다.

“답답해! 나와봐요! 내가 해 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나를 밀쳐내더니 자리 잡고서는 열심히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와…….”

빨랐다.

아니, 그냥 빠른 게 아니라 엄청나게 빨랐다.

한 손도 아니고 양손으로 척척 퍼즐을 맞춰나갔고, 일말의 고민 따위는 없이 퍼즐 조각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와중에 나에게 말도 걸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계에서 심심할 때마다 퍼즐 만들어서 시간을 보내곤 했거든. 자주하다 보니 만 피스는 되어야 하는 맛이 생기더라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퍼즐을 하는 요령을 알려주었는데,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할말을 잃었다.

“조각을 보고 그 모습 그대로 기억했다가 맞춰 넣음 돼.”

그 말에 나보다 더 발끈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청자였다.

뭐라는 거야?

- X발. 절로 욕이 나오네.

- 그걸 누가 모르나? 확 열받네.

- 여왕님…… 아무리 여왕님이라도 이건 좀…….

- 소환수가 저런 말을 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웃기네.

- 근데 실력은 확실하네. 벌써 절반이 없어짐.

시청자의 말대로 퍼즐 조각은 진짜 절반이나 사라졌다.

그리고 점점 그림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문제는 그 그림이 상당히 눈에 익었다.

“씨 서펀트?”

바다라 볼 수 있는 아랫부분과 그 위로 용과 비슷하게 생긴 한 마리의 뱀과 같이 생긴 몬스터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물론 아직 얼굴을 비롯해 몸통의 절반밖에 맞춰지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 볼 수 있었다.

회귀 전에 씨 서펀트가 대규모 이벤트로 등장해 수많은 유저를 바닷속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씨 서펀트와 함께 하던 나가 군단은 유저를 넘어 NPC까지 학살했었다.

월오룰의 대규모 이벤트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유저와 NPC가 죽은 사건. 그리고 무려 삼 일이라는 시간 동안 싸웠던 최악의 보스 몬스터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제단이 있는 이유가, 그리고 왜 잊혔는지 말이다.

“여긴 씨 서펀트가 잠들어 있는 제단이군요. 그리고 잊혀진 이유는 두 번 다시 씨 서펀트가 부활하지 않기를 위해서였고요.”

내 중얼거림에 순식간에 채팅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답이 들려왔다.

“이곳의 비밀을 풀어내다니. 역시 마왕님의 천적인가?”

갑작스러운 목소리.

그것도 근처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나가 족장을 제압한 한 NPC가 보였다.

[NPC 키에브 Lv.999]

놀랍게도 무려 999레벨의 NPC가 그곳에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단순히 그의 레벨 때문이 아니었다.

파아아앗!

눈앞에서 빛이 일어났다.

그것도 내 소환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닥에 쓰러진 나가 족장도 아니었다. 눈앞의 NPC인 키에브의 몸에서 일어난 빛이었고, 그 빛은 너무나도 익숙한 빛이었다.

레벨 업?

그래, 그건 유저가 레벨 업을 할 때 뿜어져 나오는 빛과 같았다.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빛이 진짜 레벨 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NPC의 레벨이 바뀌어 있었다.

[NPC 키에브 Lv.1000]

“와…….”

눈앞의 NPC의 레벨이 천을 넘었다.

그리고 이건 엄청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도 천 레벨 이상은 없었는데…….’

지금 나는 회귀와 지금을 통틀어 처음으로 천 레벨이 넘는 존재를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 방송을 본 시청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지금 채팅창은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며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볼 시간이 없었다.

“후…… 뭐라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 덕분에 편하게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네.”

나를 향해 고맙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머리를 살짝 숙이는 NPC.

하나 문제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었다.

고오오오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마기.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넘어서 나를 짓눌러 죽이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살기.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마기의 오러 블레이드가 넘실대다 못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박살 낼 듯했다.

그런 그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을 걸세.”

그와 동시에 몸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찢어 버리듯 벗더니 나에게 외쳤다.

“자, 그럼 한 번 막아보게.”

그와 동시에 NPC 키에브가 나를 향해 검을 내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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