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247
- 잊혀진 사원에 입장했습니다.
[잊혀진 사원]
난이도 :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20명
입장 조건 : 던전을 발견한 자.
공략 조건 : 잊혀진 사원을 조사해라. 그리고 이 사원이 잊혀진 이유를 찾아라.
“탐색형 던전이네.”
조금은 성가신 던전.
그냥 사냥만 하면 되는 속편한 사냥터와 다르게 이곳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조사해야 하는 던전이었다.
난이도는 어려움.
그렇다면 머리 보다는 몸을 써서 진행하는 형태의 던전일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당연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십 년 하고도 몇 달의 짬바가 어디 가겠는가?
입장과 동시에 나는 주변 파악부터 들어갔다.
일단 시작은 아래로 향하는 동굴이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물비린내와 내 앞에 잔뜩 자라 있는 이끼가 눈에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은 물이 있는 인던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문제는 몬스터인데…….”
일단 수중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다.
수중 몬스터인 것까진 괜찮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공격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몬스터가 물에서 나오지 않고 그곳에서 공격한다면 답이 없어진다.
약간의 조바심에 안달이 난 두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걸었다.
동굴을 울리는 터벅터벅거리는 소리가 마치 내 심장이 뛰는 것처럼 빨랐고, 이윽고 입구를 지나 앞을 보았을 땐 이곳의 몬스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가 Lv. 601]
키 2미터에 인간의 얼굴, 뱀의 몸통을 가진 몬스터.
주 무기는 두 손에 쥐고 있는 창이 전부인데, 신전이나 제단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불리는 몬스터가 이곳의 주인이었다.
“쩝,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성가시겠는데?”
나는 나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아닌 좀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는 하나의 신전이 있었다.
피라미드의 형태로 만들어진 제단이었고, 맨 위에 무언가 제물을 바치는 듯한 장소가 보였다.
그 제단을 지키고 있는 그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몸을 가지고 있는 나가 족장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나가 족장이 손에 쥐고 있는 창이 상당히 눈에 익었다는 점이다.
“응? 삼지창? 설마!!”
내가 알고 있는 삼지창이라고 하면 두 개가 있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
시바의 삼지창.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나가 족장이 있는 곳까지 거리가 상당하다 보니 확실하게 말할 순 없었지만, 만약 저 물건이 레전더리라면 둘 중 하나다.
아무래도 이곳 던전을 공략하고 사냥하는 데 있어서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나지.”
방송이 떠올랐다.
그것도 눈앞의 나가와 나가 족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전더리 아이템의 드랍까지.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완벽하다.
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나가 두 마리가 내게 기어 왔다.
“침입자다!”
“처단을!”
우리를 향해 삼지창을 내질러왔다.
캉!!
팅고의 방패에서 불꽃이 튀었다.
나가의 공격을 막아낸 팅고가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방어와 공격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났지만, 팅고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뒤로 미끄러지듯이 물러나는 두 마리의 나가였다.
그런 나가 두 마리를 향해 양옆에 있던 두 마리의 짐승이 움직였다.
내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알아서 움직인다.
-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 소환수 ‘백랑’이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린 범이와 백랑이 순식간에 나가의 살점을 씹었다.
콰드득!
살과 가죽을 강제로 뜯어 내는 소리는 결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의 피는 유달리 더욱 붉었고 진했다.
“하찮은 미물이!”
“죽어라!”
나가는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창을 휘둘러 범이와 백랑을 공격했다.
빠른 속도로 찌르고 빠지는 창이었지만, 범이와 백랑은 그저 앞발을 들어 묵묵히 막아 낼 뿐이었다.
서로 대치한 지 열 합이 넘었을 때 나가는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어느새 무심의 검이 움직였고, 허공에 둥실 하고 떠 오른 나가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지자, 피를 뿜어내는 몸뚱이마저 허물어졌다.
- 소환수 ‘무심’이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 ‘무심’가 나가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00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3,000,000을 획득합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2,000,000을 획득합니다.
쭉쭉 들어오는 경험치.
한 마리당 오십만의 경험치지만 식탐의 목걸이와 최초 발견 보너스로 다량의 경험치가 들어왔다.
밖에 있던 블러드 웜이 삼십만 경험치를 주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며, 얼마 전에 사냥했던 블랙 오크와 비슷한 양이기에 인던을 공략하는 동안 레벨 업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냥 속도도 빨라졌으니까.”
뭐 소환수 폭발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이곳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이니 걱정 따위는 없었다.
다만 방송에서 보일 멋진 연출을 위해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한두 놈씩 유인해서 잡자.”
내 명령에 내 소환수가 움직였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가의 시체와 스켈레톤이 내 인벤토리를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방송 예고 시간을 알렸다.
비록 평일 낮이라 시청자 숫자는 얼마 안 되겠지만, 어제 얻은 스킬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기엔 이곳만큼 좋은 곳은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조용히 방송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 * *
갑작스러운 시저의 방송 예고는 조용하던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뭐? 인던을 찾았다고?
- 지금 있는 곳이 블러드 웜 서식지 아님? 그곳에 인던이라고!
- 하긴 지금까지 모두 조용히 지나가려고만 했지 그곳에서 사냥을 본격적으로 못했으니 인던이 발견 될만 함.
- 크, 시저 운빨 오지네. 아무리 그래도 바로 다음날 찾아버리네.
- 공지가 더 골 때림.
- [폭발은 예술이다]
- 신 스킬 제대로 보여줄 생각인 듯함.
- 아, 낮 방송이라 걱정했는데…… 우리 팀장이 시저 팬임. 다 같이 보기로 함.
└ 와…… 이건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부럽다.
└ 저런 직장을 다녀야 하는데 현실은 숨어서 몰래 보거나 소리 없이 봐야 할 듯.
한 시간 뒤에 있을 시저의 방송.
평일 낮에 이뤄지는 방송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방송을 보기 위함에 노력했다.
방송 시작 오 분 전.
평소보단 적은 숫자라 할 수 있는 십만 명의 사람이 대기 중이었다.
시작부터 이 정도의 숫자를 불러낼 수 있는 유저는 몇 없었다. 길드 랭킹 십 위 권에 있는 길드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 정도가 전부다.
- 이제 시저는 당당한 최상위권이네.
고작 공지 하나 올라왔음에도 벌써 모여 저들끼리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늘은 얼마나 재밌는 방송을 보여줄지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했다.
이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찾아뵙는 건 꽤 오랜만이네요.”
그와 동시에 가볍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나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시저는 후원해 주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후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오랫동안 시저의 방송을 시청했던 이들의 닉네임도 불러주며 인사해 주었다.
- 와…… 이걸 기억해 주네.
- 설마 기억하겠냐? 방송 매니저가 관리해서 알려줬겠지.
- 그거라도 해 주는 게 어디냐? 보통은 안 해 주는데.
- 하긴, 지금 시청자 숫자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시작은 십만이었으나 어느새 삼십만까지 불어난 숫자.
그 덕분에 채팅창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저는 익숙하다는 듯 렉이 걸려 멈췄을 때 보이는 채팅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잠깐의 인사를 끝으로 본격적인 공략에 앞서 가볍게 브리핑이 이어졌다.
“지금 있는 곳은 시모어 남작령의 황무지이자 블러드 웜 사냥터입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인던입니다.”
그와 동시에 인던의 정보를 띄워 주며 말을 이었다.
“이곳은 잊혀진 사원이라는 곳입니다. 탐색형 인던으로 공략에 있어서 아무래도 사냥보다는 주변을 잘 살피며 다녀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뚜벅뚜벅 걷던 시저가 웅장한 사원이자 제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 오! 뭔가 있어 보인다.
- 킁, 킁. 레전더리 냄새가 남.
- 확실히 뭔가 있어 보임.
- 저기 제단에 제물이라도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그게 아쉽네.
- 어?!
순간 채팅창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시저의 방송 공지가 떠 올랐다.
[폭발은 예술이다.]
지금 시저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슬슬 눈치챈 것 같으니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저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스켈레톤과 나가가 나타났고, 순식간에 동굴을 가득 채웠다.
쿵! 쿵!
시저의 소환수들이 하나둘씩 제단으로 향했다.
“전진.”
단 한마디.
그 한마디에 시저의 소환수인 나가와 스켈레톤이 앞을 향해 걸었다.
“칩입자다!”
“죽여라!”
“하찮은 망자 따위!”
“배신자는 처단을!”
수많은 나가가 각오를 다지는 듯한 말과 함께 시저의 소환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시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소환수들이 하나둘씩 쓰러짐에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충분히 이동했다 생각하는지 양 손바닥을 들었다.
“소환수 폭발.”
그 외침과 함께 손뼉을 딱하고 쳤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시저의 소환수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삐-
작은 폭발도 아니고 거대한 폭발에 방송에 전달되는 소리는 삐- 소리 뿐이었고, 시뻘건 화염은 붉기만 했다.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입구를 막고 있는 팅고와 그 뒤로 느긋한 얼굴로 있는 시저와 그의 소환수만이 방송 화면에 비쳤다.
이윽고 불길이 사라졌고, 사원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 무엇하나 남지 않았다.
커다란 사원은 불타고 있었고, 폭발의 여파로 인해 반쯤 무너진 상황이었다.
폐허라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에 나는 소환수 폭발의 위력에 감탄했다.
“이휴~ 장난 아니네요.”
마치 끔찍한 광경을 본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팟!
갑작스럽게 시저와 소환수의 몸에서 빛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검은색의 화면이 찾아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음?”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저의 입에서도 의문이 흘러나왔다.
시스템창을 바라보는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입을 떡하니 벌린 걸 보니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
침묵이 이어졌다.
시저가 하는 방송은 침묵이 자주 찾아오는 편이긴 하다. 사냥에 집중하다 보니 시청자와 소통을 할 수 없기에 나오는 침묵이다.
하지만 지금은 충격을 받고 아무런 말을 못 하고 멍하니 있는 모습이었기에 모두가 의문 가득한 채팅창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이윽고 시저의 입이 열렸다.
“인던 공략에 실패했다네요?”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을 공유해 주었다.
- 인스턴스 던전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 실패의 원인은 거대한 폭발입니다.
- 인던에서 얻은 경험치를 회수합니다.
- 인던에서 얻은 아이템을 회수합니다.
그와 동시에 시청자들이 웃는 이모티콘을 비롯해 채팅으로 그를 놀렸다.